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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실제 대만 봉쇄에 나설까…경제·디지털상 봉쇄 능력 확보
2022-08-30
중국, 실제 대만 봉쇄에 나설까…경제·디지털상 봉쇄 능력 확보
이달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이후에도 대만-중국 중간선을 침범하는 군사훈련을 여러번 되풀이하고 있다. 펠로시 방문 당시의 훈련은 대만의 전면 봉쇄를 전제한 것은 아니었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이 봉쇄 능력이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대만을 위협하려는 것이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중국이 실제로 대만 완전 봉쇄에 나설 경우 상황을 점검하는 기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물리적, 경제적은 물론 디지털상으로도 완전 봉쇄할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민해방군 장교 교재인 "전략 과학"에는 대만이 언급돼 있지 않지만 목표는 분명히 밝혀져 있다. 교재는 "전략 봉쇄"를 "적이 외부와 경제적, 군사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차단하고 작전 능력과 전쟁 수행 능력을 제한하고 고립시켜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달 실시한 군사 훈련 동안 대만의 무력 대응을 촉발하지 않도록 자제하면서도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대만이 처할 위험을 알림으로써 실질적 위협을 가하려 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 부설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원 오시푸는 "중국이 대만을 포위해 외국의 개입을 막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중국이 '대만을 고립시킬 수 있고 다음 번엔 전쟁을 할 수도 있다'는 걸 전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펠로시 의장이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72시간 동안 전투기, 함정, 미사일을 동원한 훈련을 했다. 중국 본토 반대편 대만 해역을 포함해 훈련 구역 6곳을 지정함으로써 멀리까지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당시 훈련은 전면적인 리허설은 아니었다. 실제 봉쇄에서는 중국군이 본토에서 대만 주변 해상으로 발사한 11발의 미사일은 함정이 아닌 지상 표적을 타격하는 용도기 때문에 실질적 군사적 의미는 없다. 중국은 가장 최신 무기들을 동원하지도 않았다. 대만 상공이 아닌 주변 상공에 전투기를 투입했다. 중국이 설정한 훈련 구역이 대만 영해와 겹치지만 실제 중국 미사일과 함정들은 겹치는 해역에 진입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드류 톰슨 선임 연구원은 이를 두고 "정치적 전쟁"이라면서 중국은 "실제 훈련보다 정치적 측면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봉쇄를 실시하려면 함정과 전투기, 잠수함 수백대를 더 투입해 대만 항구와 공항 출입을 차단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보내는 전함과 전투기를 격퇴해야 한다. 또 제공권 장악도 필수다. 대만을 마주보는 중국 본토 해안 지역에는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줄지어 있고 그 위와 아래로도 여러 곳이 있다. 중국군은 또 지대공 미사일로 적 전투기를 격추하거나 괌과 일본의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도 있다.
대만 항구를 직접 타격하지 않고 선박을 세워서 검문하는 방식으로 부분적인 봉쇄를 할 수도 있다. 식품과 연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만의 경우 일시적인 봉쇄라도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적 선택지'의 공동 편집자인 미 국방대학교 필립 숀더스는 "(대만의 취약성 때문에 중국이) '대만이 교훈을 얻을 때까지' 봉쇄를 가했다가 멈췄다가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군의 봉쇄 훈련이 "폭력적이 되면 국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중국이 전면 공격을 전제로 봉쇄를 하는 시나리오의 경우 장기적인 전쟁으로 이어지고 중국은 국제사회의 집중 반격을 당해 경제적, 정치적으로 고립에 빠질 수 있다. 해상과 공중에서의 충돌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는 점도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대만을 실제 장악하려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중국은 정보 장악에 나설 것이다. 선전과 기만, 사이버전 등을 동원해 국내에서는 지지를 이끌어내고 대만과 국제사회에는 공포와 분열을 촉발하려 할 것이다.
최근 여러차례 실시한 훈련에서 중국군은 선전과 기만의 경계가 불분명한 수많은 동영상과 사진, 보도를 쏟아냈다. 전투기 발진 장면, 미사일 발사 장면, 초계하는 전함, 부상자를 치료하는 병원 등 모든 장면이 군대가 전투 준비를 갖추고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군사력을 강조함으로써 중국이 대만보다 더 강력하고 실제보다 더 근접해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중국 군사전략가들은 사이버전쟁을 무엇보다 중시하며 전문가들은 실제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이 사이버공격으로 대만의 통신을 차단하고 일부 무기들까지 무력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군의 전략 교재에는 미국의 미래학자 고 앨빈 토플러를 인용해 "정보와 인터넷을 통제하는 누구라도 세계를 장악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펠로시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동안 대만은 출처가 불분명한 노골적 사이버 공격을 여러번 당했고 혼란까진 아니지만 은연중의 경고를 당했다. 최소 4곳의 대만 정부 부처 웹사이트에 짧은 시간동안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해커들이 10여곳의 세븐일레븐 편의점과 카오슝의 신쭤잉 기차역 전자광고판을 장악해 펠로시를 비난하는 글귀를 올렸다.
실제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은 대만과 외부세계 연결의 90%를 차지하는 해저 케이블을 파괴할 수 있다고 대만의 일부 군사 전문가들이 말한다. 오시푸 연구원은 "해저의 케이블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지점이 취약하다"고 말했다. 대만 해저 케이블을 차단하면 이 케이블과 연결돼 있는 일본과 한국도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인민해방군은 이달초 대규모 군사훈련을 마친 뒤에도 대만해협에 자주 출몰하고 있다. 전투기의 중간선 침범이 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전투기 침범은 중국이 대만에 보다 근접하는 것을 일상화하려는 시도다. 대만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갈수록 잦아지고 근접해지는 훈련으로 대만을 무감각하게 만들어 쉽게 기습공격을 하려는 의도도 있다. 중간선을 넘은 전투기가 대만상공에 도달하는데는 불과 몇 분밖에 안걸린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소 슈샤오황 연구원은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물 끓이는 냄비 속의 개구리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혹행위가 일상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중국은 3주 연속해 전투기 600여대를 대만 가까이로 침투시켰다. 이는 전에 없이 많은 횟수다. 중국군 장교 출신으로 군사 평론가인 송총핑은 "미국 등 외부 세력과 대만 독립 세력이 도발을 계속하면 훈련이 더 강화되고 잦아지고 길어질 것이며 범위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몇년 전부터 대만 항공식별구역에 갈수록 더 많은 전투기를 진입시켜 중국 정부가 대만에 불만을 있음을 과시했다. 현재는 매일 항공식별구역을 침범함으로써 대만 공군력을 소모시키고 있다. 이달에 항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중국 항공기는 전투기, 정찰기, 헬리콥터 등 여러 종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오래전부터 대만과 평화통일을 희망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대만과 미국의 밀착을 막기 위해 군사력 과시가 더 강해질 수 있다.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중국과 미국의 충돌로 인해 대만이 황폐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중국 군사문제에 정통한 전직 미 정보당국자 출신 론니 헨리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이 이번처럼 정치적 주장을 강하게 할 때는 항상 내부에 정치적 문제가 있었다. 무력과시 위협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가 올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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