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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중국, 우리도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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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중국, 우리도 변해야 한다

  • 북경 레몬잎 컨설팅 대표
  • 김승환
  • 2017.11.22
  • 조회수 :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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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한중 양국 외교부에서 공식 협의문을 동시에 발표한 이후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 회담과 중국 총리와의 만남에서도 양국 간의 조속한 관계 회복을 발표했고, 11일 광군제에는 전지현의 모습이 광고에 뜨면서 한중관계 회복의 시작을 눈으로 느낄 수 있었다. 국내 언론도 한중 양국 정상의 화해 분위기를 앞 다투어 보도했고, 이어서 “중국 관광객이 돌아온다”, “한국 상품 매출 회복이 보인다”, “관련 회사 주가의 향후 전망이 좋다”라는 등 온갖 수식어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을 떠나 시장 다양화를 외치며 한중 관계에 회의적이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물론 정세의 변화가 중국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니 일부 언론의 냄비 근성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미는 아니다. 관계 회복은 절대로 필요한 부분이지만 다만 우리가 지난 1년 반 가까이 느꼈던 절박함과 절실함에 대해 일언 수식어로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지양해야 하며, 이제는 이곳 중국 시장을 어떻게 개척해 나갈 것이고 어떤 정책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하는지 객관적인 고민과 현실적 대안들이 도출되어야 한다.

 

필자가 처음 중국에 오기 시작한 때가 1994년 초였고, 업무 특성상 많은 도시를 다녀야 했다. 모든 것이 불편하고 불안했던 시기였다. 비행기나 버스 모두 China Time으로 시간을 지킬 수가 없었고, 시내 중심이라 해도 밤에는 밖에 나가기가 두려웠던 때이기도 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옛날이야기다. 열악한 환경과 위험하기까지 했던 시기에도 필자가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은 중국에 뭔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고, 중국 시장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가 중국에서 무엇을 팔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온다. 더군다나 작년 7월 사드 문제가 발생한 이후엔 정말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도심 속을 걸어갈 때 누군가 나를 한국 사람이라 알아보고 시비 걸지 않을까 하며 더 친절해지려고 했던 모습이 엊그제의 일이다. 비록 관계 정상화의 소식에 그 또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지만 말이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이다.

 

우리의 현실은 이러하지만 19대 당 대회를 잘 마무리한 시진핑 주석은 여유가 넘친다. 내치(內治)에 있어서 원하던 바를 얻었으니, 이제 대외적으로 옛 황제처럼 포용과 관용을 보여주며 명분을 만들 것이다. 이는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고립주의와 무역 적자 해결에 초점을 맞출 때 중국은 시장 개방주의와 지속적인 경제 협력으로 아세안 국가들 껴안기에 성공한 것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해왔던 아세안 국가들의 입장도 중국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미국의 고립주의와 비즈니스 우선의 트럼프 정책에 대한 거부감의 반사 이익이라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물론 중국이 아세안을 껴안을 만큼의 경제력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는 경제력을 창출하고 있고, 변화의 결과는 이번 11월 11일 광군제에서도 나타났다. 알리바바는 ‘28조 매출’이라는 신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 거래액이 아닌 이를 가능케 했던 중국의 IT 기술이다.

 

총 거래액의 90%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이뤄졌고, 알리바바 클라우드에서는 피크 때 초당 32만 5,000건의 결재 처리가 됐다고 한다. 모바일 기기의 보급률을 떠나서 이들이 활용하는 지불 시스템, 즉, Alipay가 한 건의 문제도 없이 지불을 처리했다. Alipay뿐 아니라 중국에서는 Wechat money로 모든 것을 지불할 수 있다. 길거리 리어카에서 군밤을 사는데도 Wechat money로 지불하고, 전통 시장, 식당, 택시, 송금 등에 모두 Alipay와 Wechat money를 사용할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은 더 이상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IT 강국이라 자부했던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핀테크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보다 앞서있다.

 

택배 처리 능력에서도 최초 배송이 12분 18초 만에 이뤄졌다고 한다. 알리바바는 이를 위해 서비스 로봇, AI 로봇, 감시 로봇을 등장시켰고, 서비스 로봇은 하루 350만 개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시안(西安)의 아파트 단지 안에는 택배함이 설치되어 있는데,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 핸드폰으로 비밀번호와 택배함 번호가 발송되고, 해당 택배함에서 발송된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주문한 물건을 꺼내 가면 된다. 택배 기사가 집에 와서 배달하는 시스템이 아니기에 택배 기사를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하다. 또한 아파트 단지 안에 5~6개의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판매되는 물건은 주로 동네 슈퍼에서 파는 채소, 과일, 일상 식품류, 생활용품 등이다. 원하는 제품을 누르고 핸드폰의 Wechat으로 스캔하면 결재가 끝난다. 임대료와 점원이 없으니 물건 값은 외부 슈퍼보다 7~10% 정도 저렴하다. 가맹비를 내면 자판기 개인 사업도 가능하다. 무인 식당, 무인 슈퍼는 이미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가 제도에 걸려서 머뭇거리는 동안 중국은 벌써 여기까지 온 것이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빨리 여기까지 왔을까? 첫 번째로 중국 정부의 유연한 정책 시행 및 규정 적용 꼽을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이 나오면 법과 규정이 따라야 하는데, 정부는 우선 그 시스템이 시장에서 성숙할 때까지 여유롭게 지켜본다. 그 과정 속에서 도출되는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향후 대응 규정을 준비하되 시장에서 먼저 받아들일 때까지 규제를 최소화한다. 중국에서 핀테크 산업이 이렇게 크게 신속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국은 보안이니 규정이니 시스템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온갖 법과 규정을 만든다. 기업과 개인의 시스템 개발 능력이 뛰어난 만큼 정부의 법과 규제의 능력도 뛰어나다 보니 좋은 시스템이 시장에 런칭되지 못한다. 또 다른 표현으로 하면 책임지기 싫은 것이다. 법과 규정을 만들어 놨으니 시장에서의 문제는 기업과 민간인에게 있다는 논리 아니겠는가.

 

두 번째로 투자 환경이다. 중국은 2012년부터 창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2016년 한 해에만 550만 개의 신생 기업이 탄생했다고 한다. 하루에 15,000개의 기업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리커창 총리의 ‘대중창업 만중혁신(万众创新大众创业)’ 슬로건 아래 전폭적인 지원을 해온 결과이다. 창업 장벽 완화, 절차 간소화, 자금 지원 등 정부가 앞장서서 이를 지원하자 민간 기업도 창업 열풍에 가세하고 있고, 창업이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이 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되어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의하면 중국 대학생의 40%가 창업을 희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얼마나 될까? 약 6%만이 창업을 희망하고 80% 가까운 학생들은 취업을 원한다고 한다. 이런 결과의 원인이 우리나라 대학생들에게만 있을까? 2000년 우리는 벤처 붐을 겪어 본 적이 있다. 정부가 나서서 주도하며 지원하자 청년 창업으로 이어졌고, 수많은 신생 기업이 탄생했다. 만약 그때의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면 ‘흙수저’, ‘혼밥’ 같은 이슈가 제기되고 청년 실업이 지금처럼 심각해졌을까 생각해본다.  

 

북경 중관촌에 위치한 투자 카페 거리를 가보라. 200m 정도의 길거리 양쪽이 모두 투자와 창업과 관련된 카페이며, 이 거리에 무려 140여 개의 투자사가 입주해 있다고 한다. 투자 카페를 들어가 보면 무슨 IT 회사 같은 느낌이다. 모두가 노트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상호 간의 정보 교류도 상당히 개방적일 뿐 아니라, 누구든 자신의 아이템을 언제든지 무대에 올라와 설명할 수 있다. 누구를 초청하거나 별도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카페 알림판 일정표에 자신의 아이템 발표를 알리고 관심 있는 사람이 와서 들으면 된다. 그리곤 바로 커피 한 잔을 들고 개발자와 투자자 간의 상담이 이뤄진다. 투자가 결정되면 바로 옆 건물에서 회사 등록을 하고 회사 등록이 끝나면 투자금이 들어온다. 몇몇 투자자들을 만나서 기금의 구성부터 투자 유치의 과정을 문의했다. 과정은 너무도 간단했다. 기금은 정부 기금과 민간 자본이 함께 구성되어 있고, 투자의 결정은 투자 결정위원회에서 한 달 이내 결정된다고 한다. 아이템이 좋다고 판단되면 재무제표나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도 필요 없다고 한다. 투자금이 얼마이던 지분은 30%를 넘지 않는다고 하며, 투자 기간인 3년 동안은 회수를 고려하지 않으며, 4년 차부터 이익을 창출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투자자가 가진 많은 인맥과 시장 자원을 동원해서 신규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까지 해준다. 우리는 어떨까? 우리 정부도 투자 기금이 각 업종별로 있다. 중국에서 한참 한국 의료 붐이 일었을 때 정부와 투자사가 출자한 투자 기금이 있다고 했다. 500억 가까이 되는 해외진출 투자 기금인데, 몇 년 동안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운영 담당 임원은 만나기도 어려울뿐더러 투자받기보다 하늘의 별이 더 따기 쉽다고 한다. 왜일까? 간단하다. 실패하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해는 된다. 혹시나 잘못 투자되면 그 뒷감당을 어찌할지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내이든 해외이든 창업이라는 것은 당연히 위험 요소를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이 두려워 오도 가도 못 하는 사이에 중국은 창업 대국이 되었다. 그 결과물들이 시장에서 또 다른 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임을 못 보는 것인지, 안 보는 것인지 모르겠다.

 

중국은 이렇듯 정부도 진화하고 있고, 기업도 진화하고 있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동남아든 남미든 다른 시장에 진출 한다 하더라도 중국만한 시장이 있겠는가? 국민소득이 8,000달러를 넘어 1만 2,000달러 시대로 달리고 있는 이 시장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직도 3,000달러의 중국 시장으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정부의 지원 정책이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다면 이는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스스로 비교해 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면 많이 들어야 한다. 이미 진출해서 시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는 기업들과 자주 만나야 한다. 강사를 초빙하고 세미나를 하며 기업들에게 배울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만, 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듣고 기업의 경험을 경청하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 수많은 기업들을 초청해서 한두 시간 간담회 하는 것은 형식적이다. 서로 눈치 보느라 얘기를 머뭇거리고, 각 기업이 발언할 수 있는 시간도 10분이 채 안 된다. 5년, 10년의 경험이 10분의 시간으로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있을까? 정부가 직접 찾아가서 기업의 생생한 얘기에 귀 기울이는 자리가 만들어져야 하며, 더 많은 중소기업들의 성공적인 중국 진출을 위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효율적인 정책이 수반 되도록 변해야 모두가 살 수 있다.

 

* 본 페이지에 등재된 모든 자료는 KIEP 및 CSF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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