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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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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북 삼각관계 변화가 북한 핵전략 변화에 미친 영향

함명식 지린대학 공공외교학원 교수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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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국제정세가 연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급격히 전개된 남북한 사이의 대화무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및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실현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구체적 일정과 로드맵이 실종되면서 현재 답보 상태에 빠진 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한 당국은 다음 달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회동하는 또 한 차례의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상태이다. 

 

하지만 남북한이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에는 합의했지만 정상회담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이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9월 9일(구구절)에 북한을 방문해 제4차 시진핑, 김정은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각국 정상 간의 급격한 회동의 원인은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한국과 북한, 북한과 미국, 북한과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만남과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필자는 각국 정상들의 만남을 추동하고 있는 북한 핵외교의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왜 북한이 과거나 미래의 어떤 시점이 아닌 지금 이 순간 비핵화 가능성이라는 카드를 공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밝히고 향후 비핵화의 가능성과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전망하고 시사점을 유추하고자 한다.

 

“핵고조,”에서 “핵억제,”로의 전환

 

북한은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더욱이 북한의 긴장 고조 행태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강도 높은 비난과 군사작전 실시 위협에 맞서 북한은 성전을 결의하며 미국과 “말의 전쟁(War Of Words),”을 주고받았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백악관, 공화당 주요 정치인, 군 관련 고위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잠재우기 위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국의 위협에 맞서 북한도 핵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한반도 위기 상황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하지만 북한이 구사했던 극단적인 핵고조(Nuclear Escalation)는 올해 발표된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갑작스런 화해모드로 전환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를 위해 비핵화의 가능성까지 언급한 태도 변화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조성되던 新냉전의 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핵무기를 이용해 극단적인 긴장을 유발하던 북한이 왜 급작스레 핵억제(Nuclear Restraint) 전략으로 전환했는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아직 수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전쟁 종전선언과 정전협정 체결 그리고 평화체제 건설이라는 이상적이고 낙관적인 전망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비핵화협상에 나선 진정한 원인은 무엇일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장을 시도한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는 것과 함께 북한의 핵무장을 촉발한 근원이 사라졌는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무력 완성과 비핵화가 북한 체제 전반에 미치는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지녀야 할 필요성은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당시 연합군 사령관인 맥아더는 전쟁을 종식시키고 공산주의의 위협을 종결시키기 위해 중국과의 접경 지역에 원자폭탄 투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미 일본에서 그 성능이 입증된 원폭의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사례는 이후 북한 지도자 김일성으로 하여금 미국의 군사적 침공에 맞서기 위한 절대적 수단으로써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핵무기 확보의 노력은 후계자인 김정일에 의해서도 계승되었는데 이는 김정일 집권 시기 북한이 추진한 선군정책과 핵실험을 통해 드러났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북한은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을 통해 핵보유국을 위한 야심을 일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으며, 이는 김정은 시기 실시된 수차례의 핵실험과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즉, 북한의 핵무장은 미국이 북한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북한 체제는 여느 독재국가와 달리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김씨 일가에 의해 3대째 세습이 단행되고 있는 왕조 체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바꿔 말하면 한 독재자가 정권을 잃을 경우 새로운 독재자에 의해 권력이 계승되는 다른 권위주의 국가와 달리 북한에서 김정은의 권력 상실은 사실상 김씨 왕조의 종말을 뜻하는 것으로 이는 전근대시기 왕조국가의 붕괴와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어떤 내외부적 요인에 의해 촉발되든 북한 체제의 붕괴는 김정은이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정치적 결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비핵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핵전략을 수정한 듯이 보이는 현 상황에서 김정은을 위시한 북한 지도부가 미국에 의한 군사적 위협이 감소되었다고 간주할만한 의미 있는 변화가 발생 했는지의 여부가 북한 비핵화 협상의 미래를 진단하는 중요한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다.

 

증가하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미국은 되풀이되는 북한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하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작전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강조해왔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가하는 군사적 위협은 미국이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활용가능한 군사적 옵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김정은 정부에 실질적인 압력을 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2017년 4월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국가(IS) 세력을 토벌하기 위해 핵전력을 제외한 군사 무기 중 가장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GBU-43을 투하했다. 일명 모든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며 오래 동안 실제 전투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GBU-43의 실전 투입은 북한 지도부에게 트럼프의 위협이 말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또한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 합의한 핵협정을 취소하면서 이란의 핵개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압박을 가하는 한편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군사기지에 전략적 자산을 배치하는 모습은 북한 지도부에게 미국의 군사적 위협이 실제 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리더십에 도전하는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보여준 물리적 강압적 위력 행위는 북한이 미국의 핵공격 위협이 감소됐거나 사라졌다고 믿기 보다는 오히려 위협의 강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인식을 지니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의 전개는 북한 스스로가 주장해 온 핵무장 필요성의 논리를 더 강화하는 것이지 핵무장을 해제해야 한다는 어떤 논리적 근거의 제공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동맹국 중국의 유엔안보리 제재 참여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가해지는 미국의 군사적 압력이 직접적인 위협을 창출했다면 중국이 유엔안보리 제재에 적극 참여한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 점차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북한 경제에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 미국의 위협이 북한 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기능했다면 동맹국가인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는 북한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며 김정은 체제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중차대한 요소로 작동했다. 구체적으로 2017년 연이어 발표된 2371호, 2375호, 2397호 유엔안보리 제재는 북한의 2006년 제1차 핵실험 이후 유엔이 부과한 9개의 제재 중 북한 경제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들을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재안 2375호에 명시된 북한의 원자재 수출 봉쇄, 노동자 신규 송출 금지, 북한과의 합작 산업 신규 확대금지와 제재안 2397호에 적시된 원유와 해상차단, 노동자에 관한 제재, 북한으로 유입되는 원유 총량을 400만 배럴 혹은 52만 5천 톤으로 제한하는 조항은 북한 체제의 경제 운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의 입장에서 위의 유엔안보리 제재들이 뼈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전통적 동맹인 중국의 동참이 북한 경제를 옥죄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장기간 고립된 섬으로 존재해 온 북한 경제가 유엔안보리 제재와 미국의 봉쇄 정책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서 공급되는 석탄, 석유 등의 에너지 자원과 각종 생산품의 유입 때문이었는데 중국이 제재에 동참함으로써 북한 경제를 부양하던 파이프라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북한 핵전략의 변화와 주목받는 핵외교

 

결국 북한이 현시점에서 비핵화 협상에 임하게 된 원인은 북한의 입장에서 상시적 적대 세력인 미국으로부터 당면한 군사적 위협과 전통적 동맹인 중국이 부과하는 경제적 위협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의 국가가 비대칭 역량을 지니고 있는 적대국과 동맹국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협에 동시에 직면하는 것은 국제정치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사례다. 모든 정치 행위자가 합리적 이라고 가정할 때 김정은이 외부에서 동시에 몰아치는 위협을 극복하고 생존을 모색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군사적으로 직접적 위협의 대상인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소원해진 동맹인 중국을 다시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경제적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기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시진핑이 국내에서 장기 집권 기반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책임 있는 강대국의 위상을 확립하려는 시점에서 북한의 반복되는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은 시진핑과 중국의 입지에 적지 않은 부담을 발생시켰다.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강화하려는 중국에게 서구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국제규범과 가치를 준수하는 모습을 통해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중국의 외교 전략에 심각한 딜레마를 초래했다. 하지만 대내외적 필요성에 의해 유엔안보리 제재에 동참한다 할지라도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정책이 구체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또한 북한과의 전략적 유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동북아시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잘 간파하고 있는 김정은은 중국이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국제정치의 족쇄를 풀어주고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봉쇄정책을 벗어날 수 있는 수단으로 북한의 가치를 다시 인정하게 만들 외교 전략을 실행할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북한이 문재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후해 징검다리 형식으로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오는 9월 한국,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구구절에 평양에서 다시 북중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것은 이와 같은 전략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북한은 연초 불거졌던 “차이나 패싱,”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중국에게 경제 제재를 이완시키는 명분을 제공해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으려 할 것이다. 또한 관계가 복구된 중국의 위상을 등에 업고 미국과의 단계적 핵협상 과정에서 보다 많은 보상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 협상 전략의 전망과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나서도록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전까지 유지되던 미국, 중국, 북한 삼각관계에서 발생한 구조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워싱턴이 추진한 전략적 인내와 유엔안보리 제재에 대한 베이징의 소극적 참여와 달리 미국이 가하는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과 중국의 경제적 위협이라는 삼각관계의 변동이 북한의 핵전략을 긴장 고조에서 억제로 변화시키고 비핵화 협상에 나서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합리적 행위자인 김정은이 체제 유지를 위한 방법으로 비핵화 협상을 들고 나왔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후 김정은의 전략적 목표가 달성된다면 한국과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CVID),”라는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또한 내부적으로 정치권력이 안정된 북한, 중국과 달리 민주주의 국가의 특성상 미래 권력의 주체가 불확실한 한국과 미국에서 향후 어떤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장악할지의 여부 그리고 차기 미국 정부가 북한에 강도 높은 압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북한의 비핵화 정도와 속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비핵화에 작용할 또 다른 변수로는 부상하는 중국과 이를 봉쇄하려는 미국이 향후 동아시아의 향배를 둘러싸고 벌일 지정학적 충돌을 들 수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증대한다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할 주변국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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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북 삼각관계 동북아시아 국제정세 북한 핵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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