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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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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아프리카로 확산되는 중국의 꿈

함명식 지린대학 공공외교학원 교수 20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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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중심 국가로 자리 잡으려는 중국의 야망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9월 초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54개국 중 53개국의 정상급 지도자가 참석했다. 이 중 최고 정상이 참여한 국가가 41개에 이른다. 중국 CCTV는 시진핑 주석의 연설과 정상회담에 대한 소식을 생중계하며 중국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중국의 아프리카 지원에 불만을 품은 자국 내 비판적인 목소리도 일부 존재했지만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국의 부강함에 자긍심을 느끼고 “중국의 꿈(中國夢),”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행복한 상상을 즐겼을 것이다.

 

이 포럼에서 중국은 향후 3년간 무상원조를 포함해 6백억 달러를 아프리카에 새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개최된 포럼에서도 3년간 동일한 액수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감안할 때 3년 뒤 아프리카에서 개최될 포럼에서도 중국은 이와 유사한 지원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발표된 UN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으로 아프리카 인구는 약 13억으로 세계 인구의 16.4%를 차지한다. 2018년 IMF가 발행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은 아프리카 국가 중 2017년 1인당 국민소득이 6천 달러를 초과하는 국가는 6개국인 반면 1천 달러에 이르지 못하는 국가는 24개국이라고 발표했다. 6천 달러가 넘는 국가 중 모리셔스, 적도 기니, 세이셸 같은 인구 소국의 도서 국가를 제외하면 실제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보츠와나, 가봉 정도만이 아프리카에서 최악의 빈곤 상태를 벗어난 상황이다. 이는 대다수 국가가 1인당 국민소득 2천 불 내외인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국이 후원을 약속한 6백억 달러의 자금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정치적 효과를 가져올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아프리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는 무엇이고 아프리카 구성원들은 중국의 친아프리카 행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아프리카의 중국 인식

 

2017년 미국의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38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아프리카 국가의 국민들은 중국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1위), 세네갈(3위), 탄자니아, 튀니지(공동 5위), 케냐(11위) 등 아프리카 국가 국민의 중국 인식은 모두 우호적인 관점에서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베트남, 일본, 인도 시민의 중국 인식 집계는 각각 최하위에서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드 갈등을 겪었던 한국인의 중국 이미지도 하위에서 6위인 것으로 집계되어 있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조사 결과는 아프리카 국가의 국민과 중국 주변에 위치한 아시아 국가의 국민이 중국에 대하여 지니고 있는 인식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면서, 서구 세계로부터는 견제의 대상이 되고,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자국의 영향력을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주변국과 정치적, 군사적 마찰 횟수를 늘리고 있는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유독 환영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과 아프리카의 공유된 정체성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에서 발견되는 끈끈한 유대의 기원은 두 정치 행위자가 공유하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역사적 정체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중국과 아프리카는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 중 남아프리카 공화국, 보츠와나, 세네갈, 모리셔스 등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비민주주의 정치체제로 독재자의 장기집권, 정적에 대한 탄압, 자유와 인권의 경시가 만성화되어 있다. 유사한 정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세계의 주요 강대국으로 부상한 모습은 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이 지배의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정치적 동기를 제공한다. 즉, 중국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서구 민주주의 국가와 자국민의 비판을 떨쳐낼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37년간 장기 집권한 짐바브웨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는 권력을 상실하기 이전까지 경제정책의 모토로 “Look at East,”를 내세웠는데 이때 동방은 중국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올해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성공적인 경제개혁의 결과 중국은 현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지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개혁 이전까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 중 하나였다. 또한 중국의 경제적 성취가 두드러진다 해도 중국은 여전히 무수히 많은 개발도상국 중 하나이다. 개발도상국이자 경제 대국이라는 이중적 지위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중국에게서 더 많은 정체성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중국이 추진해 온 비서구적인 형태의 경제발전 모델은 “중국 특색의 경제발전,”으로 불리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따라야 할 하나의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집권 이후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 이라는 중국의 꿈을 전면적 기치로 내세운 중국은 자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비서구 세계에 적극 전파하며, 이를 받아들일 것을 권장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이룩한 중국식 모델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정체성 외에도 중국과 아프리카는 역사적으로도 서구 제국주의의 침탈로 국권을 상실한 공통의 경험이 있다. 비록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처럼 서구의 식민지로 전락하진 않았지만 외세의 침략으로 입은 고통은 중국과 아프리카의 연대 의식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실례로 중국은 비서구세계에 광범위하게 산재하고 있는 반제국주의, 반식민주의 정서를 적극 활용해 냉전 시기인 1955년 반둥회의를 주도하면서 비동맹국가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국가적 위상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과 구소련에 의해 분할되어 있던 국제질서에서 제3지대를 구축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오늘 날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구의 발전 모델을 수용하지 않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아프리카 국가들이 겪고 있는 저발전과 분열의 근원을 식민지 시기 자국을 강탈했던 제국주의의 잔재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구 사회가 각종 원조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민주주의, 자유, 인권, 시장경제의 수용 요구를 제국주의 침탈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며 거부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달라진 위상 중국의 새로운 아프리카 전략

 

냉전 시기 중국은 아시아, 아프리카의 식민지 국가를 거점으로 반제국주의 비동맹 운동을 주도하며 자국의 영향력을 모색하는 “주변부의 중심,”에 머물렀었다. 이후 경제 개혁 기간 중국은 성장의 동력을 찾아 아프리카로 향했으며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자원을 저렴한 가격으로 유입해 발전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의 아프리카 전략을 과거와 같은 시각으로만 파악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아프리카 진출을 통해 중국이 달성 하려는 진정한 목적은 서구 세계에 의해 형성된 현 국제 관계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의 아프리카 전략은 국제 질서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이 벌이는 장기적인 체스게임의 일환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까지 포함해 추진 중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다. 표면적으로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중 21세기 해양 실크로드를 뜻하는 “일로(一路),”에 동부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만이 포함되어 있다. 일대일로의 주된 목표는 중국을 중심으로 동양과 서양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경제공동체를 신설하고 이를 통해 중국을 거점으로 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창출하는 것이다. 일대일로는 기본적으로 유라시아 국가들을 축으로 새로운 경제 무역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이기에 일대일로 원안에는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가 배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의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거대한 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동부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와 중서부 아프리카의 앙골라를 연결하는 철로 건설을 계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케냐에서 출발해 우간다에 도달한 철로가 북으로는 남수단, 남으로는 부룬디까지 이어지는 철도 사업도 계획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아프리카 대륙을 종과 횡으로 연결하는 철도, 도로, 항만,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 영토를 아프리카까지 확장하려는 원대한 야망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공공외교

 

다양한 기간 시설 확충을 통해 아프리카의 체질적 기반을 변화시키는 것 외에도 중국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아프리카 엘리트를 육성하는 소프트(Soft)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교육부 산하 중국장학금위원회 (China Scholarship Council)는 매년 대규모의 아프리카 학생들을 선발해 중국 고등 교육기관의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서 교육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는 1년에 약 5만여 명의 개발도상국 학생들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중국으로 데려오는데 이 중 다수가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이미 미래 아프리카 엘리트의 상당수를 정치적 우군으로 확보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 연구​2에 따르면 중국에서 유학 중인 아프리카 엘리트들은 중국 모델과 서구 모델에 대한 평가에서 중국 모델에 대해 압도적인 선호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중국 모델의 아프리카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매우 높은 비율의 학생들이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유학생이 향후 국제질서를 주도해야 할 국가로 미국을 포함한 서구 세계가 아닌 중국을 선택했으며  중국이 형성할 새로운 국제질서가 보다 균등하고 조화로운 국제사회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거론되는 일대일로가 아프리카로 더욱 확산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가 아프리카 발전에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프리카 유학생들이 중국에 대해 이처럼 긍정적인 인상과 친밀감을 표시하는 이유는 중국이 제공하는 교육적 혜택의 영향도 크지만 모국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선결조건인 정치 안정, 경제 성장, 사회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중국을 역할 모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외에도 상무부가 주도하는 다양한 공공외교 프로젝트도 우호적인 중국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상무부는 중국 내 주요 대학과 연계하여 국제정치, MBA 등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공공외교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출신의 외교관 및 정부 관리들을 초청해 중국의 역사, 정책, 공공외교 등을 집중 교육하고 중국의 주요 도시와 역사 유적지를 탐방시키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온 미래의 고위 관료들에게 중국식 발전 모델과 중국식 세계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중국 친화적인 의식을 심어주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중국몽과 아프리카 드림의 결합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중국의 정책이 아프리카에서 환영받을 수 있었던 것은 경제 자원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마오쩌둥 시절부터 중국 외교의 핵심 기조로 삼아온, 내정불간섭과 주권 존중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조건 없는 원조와 지원은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독재자들로 하여금 중국의 재정적 후원을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한 목적으로 오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역설적으로 중국의 지원이 아프리카의 정치와 경제를 저발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 제국주의 역사의 상흔을 기억하는 대부분의 아프리카 엘리트들은 유사한 정치체제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발전 경험과 지식을 전수받는 것을 꺼리지 않고 있다. 결국 현 단계에서 아프리카에 이양되고 있는 중국 특색의 가치들은 중국이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전략 하에 지속적으로 실천해 온 외교정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거세지면서 중국 외교가 공식적으로 주창하고 있는 평화공존 5대 원칙도 점진적으로 희석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부티에 신축 중인 해군기지는 중국이 해외에 장착하는 최초의 군사시설로 중국이 군사적으로도 굴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또한 올해 실시된 시에라리온 대통령 선거에서 현지 중국 기업인들의 특정 대통령 후보 지원이나 역시 금년에 발생한 짐바브웨 쿠데타에서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연관됐을 가능성은 향후 중국이 경제 자원을 기반으로 아프리카에서 정치적 입김을 향상시킬 것을 예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영향력이 증가할수록 그리고 신국제 질서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의지와 의도가 명확히 표출될수록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 시기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모든 징후는 멀지 않은 미래에 중국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는 비서구세계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날 현상의 전조를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새로운 패권국이 되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 중국의 꿈, 빈곤에서 벗어나고 싶은 아프리카의 드림이 함께 혼재하는 검은 대륙의 드라마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어쩌면 단순하고 명쾌하다. 그것은 과거 중국 공산당이 농촌을 거점으로 도시를 포위해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킨 것처럼 오늘의 중국이 비서구세계의 개발도상국을 끌어안아 서구의 중심을 포위하는 전략의 개정판을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기려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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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w Research Center(2017), “Opinion of China: Do You Have a Favorable or Unfavorable View of China?” http://www.pewglobal.org/database/indicator/24.

2) 함명식(2018),「‘중국 특색의 세계화 전략’에 대한 재중 아프리카 유학생들의 인식 조사」,『중소연구』, 42권 1호, pp. 13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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