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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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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일대일로 5년 평가와 한국에 대한 시사점

함명식 지린대학 공공외교학원 교수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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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도자 시진핑은 2013년 9월 카자흐스탄 나자르 바예프 대학과 10월 인도네시아 국회 연설에서 각각 실크로드 경제벨트(일대, 一帶)와 21세기 해양실크로드 (일로, 一路) 건설을 제안했다. 같은 해 11월 개최된 18기 제3차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3중전회)가 이를 추진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인준하면서 일대일로라는 대형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발주됐다. 일대일로는 향후 50년에서 10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교통, 무역, 에너지, 인프라 구조를 재편 하려는 원대한 계획이다. 주목할 것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현 국제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질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상하는 중국의 위세가 꺾일 것 같지 않던 시점에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된 시진핑이 제기한 일대일로는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일대일로가 야기한 숱한 논란 중 신국제질서 건설과 관련된 핵심 논쟁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중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하고 지배해온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Economic Order)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의 틀을 신축할만한 국가적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둘째, 중국이 건설하려는 새로운 국제질서는 어떤 형태를 취할 것인가? 처음 질문에 대한 해답은 중국의 종합적인 파워가 미국을 초월했거나 아니면 최소한 미국과 비등하다는 전제와 관련된 것이다. 두 번째 사항은 중국이 제공하는 규범이 국제사회에서 널리 수용되어야 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출범한지 5년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부분적인 결과만으로 일대일로 전체의 청사진을 평가하거나 총체적인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가 신국제질서와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가동된 메가 프로젝트라는 점, 중국이 한국 외교와 무역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남다르다는 점, 그리고 현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이 일대일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그동안 일대일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냈던 전략적 의도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일대일로의 현재

 

중국은 일대일로 초기 총 6개의 경제 회랑을 개척해 이들을 새로운 교통과 무역의 루트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올해 초 발간한 북극정책 백서에서 빙상 실크로드(일도, 一道)를 신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21세기 해양실크로드가 남방항로를 상징하고 있었다면 새로 추가된 빙상실크로드는 북방항로를 개척하려는 의지를 공표한 것으로 이 두 항로가 결합된다면 일대일로는 말 그대로 전 지구를 하나의 “원대한 원”으로 연결하는 웅대한 피사체의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다. 또한 중국은 일대일로 추진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2016년 1월 새로운 국제금융기관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켰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는, 출범 이전 미국의 공개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을 포함해 57개 국가가 창립 회원국으로 참가하면서 중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질서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표면적인 성취와 달리 현재 일대일로 사업이 진행 중인 여러 국가들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치 경제적 반응을 살펴보면 일대일로가 적지 않은 시련과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며칠 전 파키스탄 남부 도시 카라치에서 발생한 중국영사관에 대한 테러를 들 수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유사동맹” 체제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친중국 성향을 보여 온 국가로 일대일로의 초창기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위상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은 중국이 파키스탄 남부에 건설 중인 과다르 항을 통해 수입되는 원유를 본토로 바로 유입할 수 있는 수송로로 기능할 것이라는 점에서 일대일로 회랑을 대표하는 상징성과 중요성을 띄는 곳이다. 지금처럼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말레이해협을 관통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원유 수송로의 확보는 중국에게 향후 미국의 봉쇄 정책을 회피할 수 있는 유리한 전략적 공간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국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내의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국이 제공하는 차관이 파키스탄 경제의 위기를 초래하면서 파키스탄 내부에 반중감정이 증가하고 이를 이용한 반중정치세력의 영향력이 확산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 외에도 최근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선출한 몰디브와 말레이시아도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발생시킨 재정 부담을 축소하기 위해 중국과 체결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대폭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원조와 차관 제공을 빌미로 삼아 일대일로를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부채외교(debt diplomacy)의 수단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면서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한 서구 사회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야욕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국, 일본, 호주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공동 추진을 합의한 인도·태평양 구상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화민족의 부흥을 현실화시키려는 중국의 계획에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 국가 역량에 대한 과도한 평가

 

그렇다면 현재 상당한 외부의 비판에 직면해 추진 동력의 국제적 당위성을 획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대일로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많은 학자와 정책결정자들 사이에서 패권경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된 이유는 무엇일까? 주된 이유는 중국이 지니고 있는 국가능력에 대한 과도한 평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국의 파워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표는 국내총생산(GDP)과 종합국가역량지수 (CINC)인데 중국의 성장을 전제로 두 가지 지표를 미래에 계속 적용할 때 중국은 멀지 않은 시간에 종합적인 국가 파워에서 미국을 추월해 새로운 패권 국가로 등장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일대일로는 세계사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패권을 실현하기 위한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인식되었고 많은 난제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미국의 패권이 중국에 의해 대체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전망을 양산해냈다. 특히 중국이 비서구 국가 중 최초로 세계 패권에 도전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중국의 외양적인 성장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중국의 미래에 낙관적인 감정을 이입하는 측면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대일로 추진 5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과연 세계의 질서를 재편하고 새로운 형태의 패권을 형성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논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 최근 미국 국제정치학자 Michael Beckley가 내놓은 주장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1 Beckley에 따르면 그동안 국가의 파워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됐던 국내총생산과 종합국가역량지수는 산업생산, 군사, 무역총량, 에너지소비량 등에서 투입과 산출 결과의 총합(총지수, Gross Indicators)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국가의 실제 파워를 측정하기에는 부적절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한 국가의 파워를 올바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총 생산과정에서 소요된 생산비용, 복지비용, 안보비용을 삭감한 결과(순지수, Net Indicators)를 근거로 국가의 파워를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Beckley의 주장에 따르면 총지수에 바탕을 둔 국내총생산과 종합국가역량 지수를 근거로 할 때 현재 중국은 미국의 파워를 초월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순지수를 적용할 때 미국과 중국의 파워 사이에는 여전히 현격한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

 

그의 주장이 관심을 끄는 것은 역사적으로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강대국 간의 경쟁에서 총지수를 기반으로 한 수치에서 경쟁국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던 강대국들이 실제 경쟁에서 패배한 원인이 순지수를 사용한 국가 간 파워 분석을 통해 설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Beckley의 새로운 파워 평가지수는 5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중국이 왜 일대일로를 통해 신국제질서와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를 건설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향후에도 중국의 원대한 꿈이 당면하게 될 도전이 결코 녹록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많은 학자와 정치가들의 호언장담과 달리 막상 분쟁의 총성이 울리자 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도 제공하고 있다.

 

험난한 중국식 소프트파워의 전이

 

중국의 일대일로가 국제적 견제와 저항에 부닥친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이 주장하는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의 형태를 명시적으로 보여줄 국제규범 창출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대일로는 정책 소통(政策沟通), 인프라 연결 (设施联通), 무역 확대(贸易畅通), 자금 조달(资金融通), 민심 상통(民心相通)의 “오통”(五通)을 핵심 기치로 내세우며 연선국가 간 새로운 형태의 협력과 발전 모델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대일로 발족 후 5년이 지난 현 시점까지 중국은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거버넌스와 기존 국제질서의 차별성을 구체화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중국이 내부적으로 폐쇄적인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을 대상으로 주장하는 균등한 기회, 공정한 교역, 공동의 발전이라는 수사학이 이미 자유민주주의와 발전한 시장경제의 틀에서 자유, 복지,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씨름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실질적인 울림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은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 중국 특색의 소프트 파워, 중국 특색의 경제발전 모델, 중국 특색의 글로벌리즘 등 다양한 담론을 양산하며 미국 이 주도하는 국제규범을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보편적 규범인 자유,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등을 외면한 채 “중국 중심의 특징”만을 강조하는 주장들이 과연 글로벌 사회의 규범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국제적으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개발도상 국가들의 맏형으로서의 지위가 아니라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자격을 입증하기 위해 중국에게 필요한 것은 전 세계를 중국 특색으로 물들이거나 지구촌을 중국화 시키는 작업이 아닌 인류가 보편적 규범으로 수용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노력에 집중해야 하는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대한 시사점

 

중국이 의욕적으로 시동을 건 일대일로가 현재 국제사회의 도전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은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통해 일대일로와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한국 정부가 유념해야 할 부분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중국이 건설 중인 경제회랑의 대부분이 경제협력을 통한 상호 이익 추구보다 중국의 안전보장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파키스탄 회랑의 목표가 안전한 원유 수송망 확보라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과 직결된 것처럼 인도의 동쪽 지역에 건설 중인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회랑 또한 중국이 동남아시아에서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인도를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사용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를 비롯해 인접국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중국이 건설 중인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회랑은 이 지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보다 중국의 글로벌 전략을 위한 전진 기지로 이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추진 중인 21세기 실크로드 경제벨트도 테러리즘, 분리주의, 급진주의의 위협으로부터 중국의 안보를 지키려는 지정학적 목표가 우선한다는 논의가 중론을 형성하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중국이 자국의 안보 요인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대일로의 한반도로의 확장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미래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일대일로가 발표된 이후 한국의 박근혜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를 접목시키기 위한 탐색을 지속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일대일로와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 원칙적인 답변만 반복했을 뿐 동북아경제회랑 신설과 같은 실제적인 행동에 착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국 정부가 최근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한국 정부에 일대일로 참여를 적극 권장하는 모습은 단순히 경제협력을 통한 상호 이익 추구보다 중국이 구상하는 전략적 이해관계의 구도 속으로 한반도를 끌어들이려는 의혹을 짙게 풍기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유의할 점은 중국이 한반도와 일대일로를 연계시킨다 해도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접근이 상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일대일로의 연장선상에서 북한과 추진하는 경제협력의 원칙이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협력의 결과와 불일치한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즉, 중국이 한국과 북한에 대해 지니고 있는 이중적인 외교 잣대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고민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일대일로를 확장하려는 중국의 도전과 이를 봉쇄하려는 미국의 응전이라는 상호작용이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속에 치열한 수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대일로의 한반도로의 확장이 한반도를 미중 간 치열한 세력 다툼의 한 복판으로 끌어당기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두 강대국으로부터의 압력과 위협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제재 국면에서 진행되는 남북한 철도 연결 사업 등이 미국과 중국의 협조와 지지가 공존하는 방식을 통해 접근될 필요성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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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ichael Beckley, “Power of Nations: Measuring What Matters”, International Security, Vol. 43, No. 2 (Fall 2018), pp.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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