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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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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자유주의 국제무역질서의 미래

함명식 지린대학 공공외교학원, 교수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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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겨진 무역 분쟁 방아쇠, 패권 경쟁의 도화선인가?


2018년 7월 6일,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818개 품목, 340억 달러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에 맞서 중국도 같은 날 자국에 유입되는 미국 산품 545개 품목, 340억 달러에 같은 비율의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후 미국과 중국은 8월 23일 각각 상대 국가의 수입 상품 금액, 160억 달러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확전을 이어갔다. 서로를 향해 거침없는 설전을 이어가던 양국은 9월 24일 서로에게 3차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전투를 결행했다. 미국은 5,745개 중국산 수입 품목 2,000억 달러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미국산 5,207개 품목 600억 달러에 5~10%의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3차 관세 부과가 1, 2차 때와 다른 점은 미국은 2019년 1월 1일까지 중국에 미국이 요구하는 조치에 상응하는 정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3차에 부과된 관세 비율을 2019년 개시 때부터 1, 2차와 마찬가지로 25%로 상향 조정할 것을 경고한 반면 중국은 이전과 달리 3차 관세 부과 시 미국의 2,000억 달러에 비해 1,400억 달러가 줄어든 수입 금액에 10% 미만의 관세율을 차등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무역 전쟁을 무차별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느끼는 정치적 부담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킴과 동시에 중국 측이 정책 변경을 단행할 것을 기대하며 잠시 쉬어가는 전술을 채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중국도 미국으로부터의 연간 수입액이 1,300억 달러로 미국에 대한 수출액 5,000억 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보다 훨씬 낮은 규모로 미국의 선제 조치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비대칭 무역 규모의 한계를 드러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두 국가의 무역 분쟁은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두 정상이 회동해 “90일 휴전”에 합의한 뒤 올해 3월 2일까지 추가 관세 부과를 유보하고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일시적인 휴지기에 들어갔다.

 

현재 미중 두 나라는 90일 휴전의 마감일을 앞두고 차관급 실무회의를 거쳐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 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14일과 15일 베이징에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등과 무역 분쟁 해결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오는 3월 2일로 예정된 미중 무역 분쟁 휴전 종료일의 연장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면서 양국 간 담판이 3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에서 최종적으로 다뤄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창’과 중국의 ‘방패’가 발생시킨 국제정치 경제의 ‘모순’


작년부터 이어져 온 미중 무역 분쟁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선제 공격을 가하면 중국이 방어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현재 자유주의 국제무역 질서를 잉태한 장본인이고 중국은 이 자유주의 국제무역질서 하에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나라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자신이 구축한 국제무역질서에 필요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공공재를 제공하며 자유주의 질서의 틀을 유지해왔고 중국은 1979년 미중수교와 2001년 미국의 도움으로 WTO에 가입한 이후 자유주의 국제무역 질서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다. 표면적으로는 자유주의 무역질서의 큰 틀에서 공조해 온 두 나라가 무역 분쟁에서 판이한 형태의 접근 양상을 보이는 것은 국제정치경제 영역에서 발생했던 두 가지 모순(矛盾)에서 기인한다. 첫째, 중국이 자유주의 무역질서가 제공하는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방법으로 국가 주도 계획 경제, 국유기업에 대한 각종 보조금 지급 등 자유주의 질서의 규범을 위반해 왔고 국가의 각종 규제와 후원 아래 서구의 발전한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절취하는 방법을 통해 급속한 성장을 이룩했다는 점이다. 둘째, 미국이 트럼프 집권 이후 자유주의 국제무역질서의 핵심 근간인 WTO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현행 무역 질서의 기저를 흔들고 있는 반면 각종 불공정행위를 통해 자유주의 무역질서에 무임승차해 온 중국이 자유주의 질서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하며 미국과의 일전에 나서고 있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 질서의 수립자와 이 질서 안에서 선진국들을 따라잡아온 추격자 사이에 발생하고 있는 모순적인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내 정치 시각에서 본 미중 무역 분쟁


무역 분쟁을 포함해 날로 격해지는 미중 갈등을 설명하기 위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과 중국 정치 지도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국내 정치 경제 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두 나라 정치 지도자 들이 무역 분쟁을 권력 장악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선택했거나 권력의 공고화를 위해 상대방의 강경책에 밀릴 수 없다는 상황 논리와 연관돼 있다. 이 시각은 무역 분쟁의 원인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도한 외교적 결과로 파악한다. 즉, 트럼프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쇠락해 가는 산업 지역의 노동자와 몰락하는 중산층에게 호소력 있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위대한 미국의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 이라는 슬로건을 활용해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후 자신의 지지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무역 분쟁 을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강경한 대응 또한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중국 지도자 시진핑 주석은 19차 당대회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특히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과 “중국몽(中國夢)”의 달성을 위해 일인 권력 강화의 필요성을 주창한 상황에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배의 정당성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에 결코 후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트럼프 와 시진핑이 당면한 국내 정치 환경이 미중 무역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제약하는 주요인이기 때문에 무역 분쟁의 봉합 여부는 두 지도자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정치적 실리를 챙기는 절충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 있다.

 

패권 경쟁을 통해 본 미중 무역 분쟁


국내 정치적 요인에 동의하면서도 대다수 전문가들이 미중 무역 분쟁의 배경을 언급할 때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또 다른 접근법은 패권 경쟁이다. 패권 경쟁은 국제정치학자들이 국제질서에서 발생하는 정치권력의 전이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해 온 전통적인 개념으로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국제질서를 유지 내지는 변동시키려는 의지의 표현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쟁의 과정과 결과를 통칭하는 학문적 정의다. 중국의 부상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은 오늘날 미중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자주 쓰이는 표현이기도 하다.

 

미중 간의무역 분쟁을 패권 경쟁으로 보는 이유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약화되는 반면 중국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사실과 맞닿아 있다. 사실 미국은 이전에도 다른 국가들의 경제적 도전에 직면했었다. 예를 들면, 냉전 시대인 1980년대 일본의 국내총생산이 미국 국내총생산의 30% 규모를 차지하고 미국 시장에서 일본 상품의 점유율이 급증하던 시절 미국과 일본의 패권 경쟁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됐었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은 수차례에 걸쳐 방직품, 컬러 TV, 철강, 자동차 등에 자발전인 수출제한조치(Voluntary Export Restraint)를 취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1985년 유럽의 경제 대국들과 함께 일본의 환율을 절상하는 플라자 협정(Plaza Accord) 체결을 통해서야 대일 무역적자를 개선하고 일본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당시 세계 경제 2위인 일본과 미국의 무역 분쟁은 장기간 진행된 과정에 비해 어찌 보면 미국의 손쉬운 승리로 귀결됐다. 미국의 지속적인 압력에 일본이 계속적인 양보를 하다 플라자 협정 이후 일본 경제가 20년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속개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과거 미국과 일본 사이에 진행됐던 갈등과 다른 차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쟁이 한창이던 1980년대 일본의 국내총생산은 미국 국내총생산의 30% 정도였던 반면 오늘날 중국의 국내총생산 규모는 미국 국내총생산의 약 60% 정도로 추산된다. 최근 중국 경기가 과거에 비해 둔화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중국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가정할 때 2030년경 중국의 국내총생산이 미국과 비슷해지거나 미국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거세지는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응전


현재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과거 일본의 경우와 다르게 인식되는 또 다른 이유는 일본과 달리 중국은 미국 패권의 주요 기반인 현행 국제제도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의 건설을 독자적으로 추동할 국가 역량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2016년 1월 중국의 주도로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현재 93개 회원국을 거느린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성장해 미국이 최대 주주로 있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에 맞서 개발 도상국의 인프라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상하이 협력기구(SCO)와 BRICS를 창설하고 일종의 자유무역지대인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의 설립을 주도하는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설립을 이끌 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이후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기회를 호시 탐탐 노리고 있다. 패권국인 미국의 적대국뿐만 아니라 주요 동맹국들을 흡입하며 국제제도를 연이어 창출해내는 중국의 성과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일본이 아시아 지역 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설립코자 했던 아시아 통화기금(AMF)이 미국의 반대로 실패했던 사례와 비교할 때 국제정치와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영토, 인구에 더해 군사력 증강, 경제력 상승, 국제적 리더십의 강화는 미국이 중국을 미래의 잠재적인 패권 경쟁국으로 간주하는 차원을 넘어 당장 제어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특히 중국이 정보통신 분야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술굴기”는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5월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와 “인터넷 플러스”를 공표한 이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터넷,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핵심 기술 성취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지난 해 1월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고서에 잘 반영되어 있는데 당시 보고서는 미래 군사력과 정보력의 성패를 결정할 5세대 통신설비(5G)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이 미국을 초월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중국의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은 중국의 대표적 통신 업체인 ZTE와 화웨이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정부, 기업, 연구소, 대학 및 동맹국에 화웨이 프로그램의 사용 중지를 요청하고 있다. 그 결과 옥스퍼드, UC 버클리, 위스콘신 같은 명문 대학이 화웨이가 제공하는 연구기금을 거부하고 화웨이와의 공동연구를 중단하겠다는 사실상의 “화웨이 퇴출”을 선언했다. 또한 미국 동맹국 중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이 잠정적으로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배제하기로 했다.

 

패권 경쟁의 심화와 불확실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미래


작년부터 지속된 미중 간 무역 분쟁은 당사자와 모든 관찰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무역에서 시작된 양국의 경쟁은 이후 기술, 군사, 환경, 가치 등 다른 분야로 확산될 것이고 이는 패권을 둘러싼 두 나라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진행된 미중 무역 분쟁을 통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아직 미국과 본격적인 패권을 다투기에는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정치 제도의 후퇴와 공세적인 외교 정책을 통해 주변국에 위력시위를 해 온 중국의 발톱이 아직 공개적인 패권 다툼을 벌일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 비록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이 세계의 반발을 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방 대다수 국가들의 시각에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만한 진정한 자유주의 세력의 수호자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무역 수지를 두고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고조되는 긴장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주요 국가들 중 어느 나라도 중국과 연합해 미국에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셋째,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적 으로 추구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의 전통적인 우방이지만 최근 FTA 재협상과 주한미군 주둔 비용 협상에서 한국에 대한 압박을 증가시켰다. 중국 또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한국에 적대시 정책을 강행할 수 있음이 사드사태에서 명약관하 하게 드러났다. 끝으로 향후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인의 샅바 싸움이 격렬해질수록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 비핵화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중 간 치열한 수 싸움이 진행될 것을 예상한다면 근거 없는 낙관론과 희망적 사고에서 벗어나 현실감각과 균형감을 잃지 않는 외교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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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분쟁 국제무역 패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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