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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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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 패권경쟁과 중국제국화 프로젝트 전망

이상만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20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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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미공치(共治)시대의 세력분산

 

 

중국의 경제적 성장(굴기)은 21세기 세계정치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미·중 간의 세력전이(Power Transition) 가능성이나 전략적 경쟁 격화에 대한 담론들(중국위협론, 중국제국화론, 천하세계론, Sharp Power론 등)이 제기되어 왔다. 중국의 21세기 목표는 중화민족의 부흥을 통해 세계패권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중 간의 경쟁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2018년 본격화된 미·중 간 무역전쟁을 기점으로 경쟁과 협력이 병존하던 양국관계가 첨단기술패권을 둘러싼 전략적 경쟁이 주가 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미·중 간의 초기 패권경쟁관계는 무역, 기술, 금융 등 경제영역에서 시작하여 정치군사방면으로 순차적 이행 중에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미국적 가치와 중국적 가치의 충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세계정치에서 중국변수가 아주 중요한 상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경쟁자(잠재적 적국)라고 인정할 정도의 ‘중미공치(中美共治)’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1 중국은 잠자는 사자에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으로부터 국력에 맞는 응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깨어나는 사자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미국이 설계한 세계질서의 종속적 파트너가 아니며, 미국과 세계패권을 놓고 한판 자웅을 겨루어야 하는 경쟁국이 되었고, 지역적 또는 글로벌 수준에서 발생하는 국제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규칙 제정자로서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미국은 역사적 교훈을 통해 부상하는 중국을 우려하고 있고, 특히 금융위기 이후 미·중 간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였다.​2

 

 

최근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제국을 통해 중국을 조망하는 작업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쇠퇴하는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미국제국과 부상하고 있는 중국제국의 역사적 독자성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국의 새로운 해석은 군국주의(Militarism), 민족주의(Nationalism), 제국주의 (Imperialism) 같은 ‘전근대적 형태의 개념’ 으로 간주되어 학계나 논단의 흥미를 끌지 못했으나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제국에 대한 새로운 문제제기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2. 제국(Empire)과 제국주의(Imperialism) : 미국제국과 중국제국 

 

 

오늘날 전 지구적 발전의 동학을 이해하는 데는 경제발전 (Economic Development), 세계화(Globalization), 제국주의 (Imperialism) 등 세 가지 기본적인 접근법으로 조망하면 이해가능하다.​3 기존의 ‘제국(empire)인가, 제국주의 (Imperialism)인가’를 둘러싼 논쟁에서 과거 제국주의 (Imperialism)가 쇠퇴하고, 국가 주권도 약화되고, 그 대신에 제국(Empire)’이 담론화 되고 있다. 세계시장과 세계적 생산망, 신세계질서 구조재편과 신지배 논리와 같은 새로운 주권이 단일 지배 논리에 의해 통일된 초국가적 조직으로 변형된다. ‘제국’은 세계적 교환을 효율적으로 규제하는 정치 주체이자 세계를 지배하는 주권이며, 제국은 주권의 새로운 전지구적 형태이다. 

 

 

그러면 여기서 논하려는 제국과 제국주의 는 어떤 의미로 쓰이는 것일까. 네그리와 하트의 사유구조를 통해 제국에 대한 논의를 하려고 한다.

 

 

“제국은 힘[무력] 자체를 기반으로 하여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힘을 권리와 평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제국은 자기 자신의 의지에 따라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기반으로 하여 성립되고 구성된다. 제국이 현존하는 갈등을 해결하려는 국제적인 합의의 고리에 이미 가까워져 있을 때만 제국은 형성되고 제국의 개입은 사법적으로 정당하게 된다. 제국의 팽창은 제국이 해결하려고 의도한 갈등의 내재적인 궤도에 뿌리박고 있다. 그렇다면 제국의 첫 번째 과제는 자신의 고유한 권력을 지지하는 합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5

 

 

다만 문제는 ‘제국’ 을 움직이는 동력이 ‘제국주의’ 라고 주장할 경우 ‘제국주의 없는 제국인가 아니면 제국주의 있는 제국인가’ 라는 논의의 대립점이 제기된다. 즉 오늘날의 세계는 ‘제국주의가 사라진 제국’이 아니라 제국주의(Imperialism)가 주도하는 제국(Empire)이다. 물론 홉슨, 레닌, 로자룩셈부르크, 힐퍼딩 등 고전적 제국주의 논쟁의 핵심은 근대국가의 존재와 자본주의 시장역할에 관한 것이 주 대상이었다. 사실상 ‘제국’은 20세기 후반 세계질서를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권력을 이용한 식민지경영과 영토확장 전쟁으로 집약되는 고전적 제국주의가 사라진 대신 탈중심·탈영토적 자본권력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장메카니즘에 의한 자율적 시스템으로 전환되어 초국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전 지구적 자본주의는 오늘날 시장과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서만 지배되는 자율적인 “제국,” 으로 기능하고 있다.

 

 

하트와 네그리는 주권 국가의 형태를 초월한 추상적 의미의 ‘제국’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를 타켓으로 하면서, 미국의 세계 경제 지배력을 ‘제국’의 과도기적 단계로 설정했다. 반국제화 세력은 미국이 중심이 된 선진국가의 다국적 기구 및 회의, 즉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선진 7개국(G7) 회의,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세계무역기구(WTO) 총회가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들 다국적 기구가 ‘제국’의 맹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즉 미국은 2차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무역과 금융질서를 만들어 전후세계를 공식적으로 지배해왔고, 최근 중국은 경제적 부상에 따라 국제기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더욱이 일대일로와 AIIB를 최전선에 배치하면서 미국의 영향력을 분산시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로빈슨과 갤러거는 ‘자유무역 제국주의(The Imperialism of Free Trade)’론을 기반으로 ‘비공식적 제국주의(Informal Imperialism)’의 개념의 제시했다. 그들은 제국주의가 공식적 제국(Formal Empire)과 비공식적 제국(Informal Empire)의 지배력을 통해 계속 팽창하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즉 ‘통상은 하나 지배하지 않는다 ( Trade Not Rule) ’ 가 아니라 가능하면 비공식적 지배를 통한 통상을 하고 필요하다면 공식적 지배를 통한 통상도 한다는 자유무역 제국주의 원칙을 정립하였다.​6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국주의는 새로운 지역들이 새로이 팽창하고 있는 경제에 통합하는 과정에 필요한 정치적 기능으로 가능한 한 비공식적 통제를 하면서 교역(Trade)을 하고 필요하다면 공식적인 지배(Rule) 하면서 통상을 하는 것이다. 즉 자유무역에 의한 경제적 통합이 평화롭고 원할 하게 진행되면 공식적 제국주의는 전면에 나타나지 않지만 경제적 통합과정에서 장애물 또는 저항이 있다면 공식적 제국주의가 전면에 나타나서 이를 무력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안토니오 그람시 역시 제국의 헤게모니를 ‘동의에 의한 지배’로 개념화한 바와 동일한 맥락이다. 헤게모니 개념은 원래 패도(覇道)보다는 왕도(王道)에 가까운 뉘앙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헤게모니’는 공공재를 제공하는 이타적인 강대국의 정책을 지칭하는 것으로 ‘팽창’의 속성과 ‘관용’의 속성을 동시에 구현해야만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자유무역 제국주의가 등장함으로서 유럽지역에서 민족주의의 ‘민주화’라는 협조의 틀 내에서 새로운 국가군이 형성되었고, 영토병합과 식민지 잉여추출을 위해 서구 식민제국 해체와 비서구로 팽창했으며, 새로운 세계정부 통해 자체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시장 형성함으로서 세계 경제인 동시에 ‘세계제국(World-Empire)’이 탄생하였다. 

 

 

미국의 브레튼우즈시스템을 통한 세계화폐 통제, GATT에서 세계시장 형성이 정부 권한 하에 종속, 초국적 기업 내부 교역 증가(직접 투자)등 미국은 자기조절적 시장경제의 주 선동자이고 그 신념 확산의 수혜자이지만, 그 신념이 정점일 때도 자유주의 신조 고집하지 않았다. 미국에 군사력 집중은 제국주의간 전쟁이라는 20세기 초의 구도의 가능성 부재하나 미국의 전면적 군사개입(예방전쟁 논리)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본주의 핵심국간의 패권경쟁은 전쟁을 내재화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중대한 위기들은 전쟁을 통해서 해결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7 결과적으로 핵심국가들에 의해 치러진 세계전쟁들은 변화하는 세계체제의 경제적 현실에 조응하는 국제정치관계 (국가간 체계)를 재편해 내기 위한 시도였으며, 역으로 정치 군사적 힘을 이용하여 세계적 잉여의 몫을 보다 많이 획득하기 위한 시도로 이해되고 있다.​8

 

 

3. 중국의 제국화 프로젝트의 성격

 

 

21세기 초 세계질서의 구조개편의 역동성 속에서 중국의 위상은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일국의 경제 성장을 통한 국부의 증대는 한 국가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 경제력은 모든 정치력과 군사안보 전략을 전개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종 경제적 이해관계가 한 국가의 대외정책과 안보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본다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량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9

 

 

이러한 유물사관적 관점에서 본다면 당연히 중국이 패권적 제국화로 갈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에 대한 출발점은 경제적 부흥으로부터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 (하부구조)에 수반되는 정치대국화(상부구조)는 중국 중심의 패권이 출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고, 8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과 군사력의 확장을 꾀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의 패권, 나아가 21세기 세계 패권국의 위치를 꿈꾸고 있다.​10

 

 

동서고금의 세계사에서 출몰한 제국들 가운데 특히 지금 중국이 주목되는 이유는, 중국에서는 세계사에 유례없이 전근대적 제국이 여러 국민국가로 분해되지 않고 그 본래의 성격을 유지한 채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 역사적 특이성이 오늘의 중국의 존재방식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국으로서의 중국의 시각이 없다면 현대중국에 대한 인식이 결코 깊어질 수 없다. 그들이 과거 유산의 연속성을 부각시키지만 그것이 역사적 실제와 반드시 대응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중국에서 제국담론의 주창자들이 주장하는 핵심적 문제의식은 “중국을 다시 생각해 다시 구축(重思中國, 重構中國)”하는 것으로 하나의 국민국가란 프레임으로만 볼 수 없는 방대한 규모를 가진 21세기 중국을 정당화하는 시도라 하겠다. 이 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의 제국 담론이란 다름 아닌 ‘프로젝트로서의 제국’ 일 뿐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중국의 어제와 오늘에 대한 자부심, 중화 민족주의적 열망, 미래 중국의 세계사적 역할에 대한 높은 기대의 표현, 서구 근대의 해체를 위한 대안에 대한 조심스러운 전망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아편전쟁 이전 동아시아는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Chinese World Order)’의 안정적 구성원 이었다. 서구의 패권 안정 체제가 주권 규범을 인정한 상태에서 현실화되는 비공식적 위계질서라면,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는 유교 규범을 대외적으로 확장해 국가 간 위계성을 규정한 공식적 위계질서였다.​11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제국전통의 연속성에 주목해야한다. 19세기 말 청나라의 멸망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조공체계로 형성된 중국중심의 지역질서가 해체되었음을 의미한다. 페어뱅크(Jonh K. Fairbank)는‘중국적 세계질서 (Chinese World Order)’에 대한 이해 없이 당대 중국의 대외관계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적 세계질서의 핵심은 ‘위계성(hierarchy)’이며, 이것은  평등적 국가관계를 가정하는 서구와 달리 아시아에서는 유교의 이념적 원리에 근거해 중국의 ‘천자’를 정점으로 각 국가들이 위계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12 현재 논의되는 중국의 제국화 프로젝트는 중국이 어떻게 세계를 인식해왔고, 더 나아가 어떠한 제국이 되려고 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자오팅양(趙汀陽)의 저서 ‘천하체계’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세계에서 중국이 공헌할 수 있는 적극적 의미는 새로운 형태의 대국, 세계를 책임지는 대국, 세계사에 출현한 온갖 제국과 아주 다른 대국이 되는 것이다. 세계를 책임지는 것은 단지 자신의 국가만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전통적인 중국 철학의 관점을 갖고 있고, 실천적인 측면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 즉 무엇보다도 먼저 ‘천하’를 정치·경제적 이익에 관한 분석 단위로 삼아 문제를 분석한다. 이는 서양의 민족이나 국가의 사유 방식을 뛰어넘는 것이며, 세계를 책임지는 것을 자신의 소임으로 삼아 새로운 세계 이념과 세계 제도를 창조하는 것이다. 세계 이념과 세계 제도는 역사적으로 줄곧 결여되었던 이 세계의 가치관이자 질서였다. 일찍이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과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에는 지금까지 모두 국가 이념만 존재했다. 따라서 모두 자국의 이익만 고려했기 때문에 세계를 관리하는 측면에서 영국과 미국은 지금까지도 정치적인 합법성도 없었고 특히 철학적인 합법성도 없었다.”​13

 

 

중국적 세계질서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역사상 실제로 중국 중심으로 편성되고 유지되었던 전통시대 동아시아의 현실적 세계질서를 가리키고, 다른 하나는 역사상 실제와 상관없이 동아시아 세계질서가 중국 중심으로 편성되고 유지된다고 인식하거나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는 중국인의 관념적 세계질서를 의미한다.​14 현재 회자되는 ‘중국몽’은 바로 후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과거 중국제국을 재건하려는 중국지도부의 의식구조와 다를 바 없다. 그들은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주변국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고, 중국의 혼란은 주변국의 불안정을 야기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은 변화하는 세계체제의 권력관계 변화를 반영할 것이며, 또 권력관계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도 있다.​15

 

 

중국은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두 개의 백년을 거친 ‘중국제국’ 부흥의 로드맵을 제시하였다. 2021년, 2049년을 중화제국의 재현 실현, 정치경제군사 영역에서 미국과 필적하는 위치 구축의 야망 보이며,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최소한 역내의 패권국 지위에 오를 것은 확실하며, 국력의 신장에 따른 국제적 지위를 강화하며, 제2의 개혁개방을 통하여 명실상부한 중화제국의 부흥을 이루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구상하는 제국화된 신형국제관계는 다음과 같이 유추해볼 수 있다. 

 

 

첫째, 중국식 사회주의와 민족주의가 결합한 중화제국의 원형을 복원하는 것이다. 21세기 중국이 그리려는 새로운 세계질서는 서구 주도의 현 국제질서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은연중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구축하려고 하지만 그 새로운 질서가 전통적 중화 세계질서처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과 종속국의 관계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전통적 중화 세계질서는‘조공체계’와 ‘화이사상’을 주변국에 요구하는 것이었고, 이러한 국가 작용의 행태는 세계적인 저항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미 존재하는 국제사회의 규범, 즉 현대 국제질서를 수용하면서 여기에 중국 특색을 정교하게 가미한 국제질서의 수립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둘째, 중국의 신형국제질서는 각 국가 간의 경제적 차이는 인정하면서 정치적으로 평등한 주권국가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질서를 구축해 갈 것으로 보인다. 각 국가가 주권국가로서 정치적인 평등은 유지하지만 강대국과 약소국의 영향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등급 질서(差序制)’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은 글로벌 차원의 질서가 미국 등 초강대국의 단일 패권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 되며, 몇몇 강대국이 이끌어가는 다극질서가 되어야 하며, 이런 가운데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이 주도적인(Dominant) 지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셋째, 중국이 세계에 제시하는 보편적 가치는 자유와 민주, 인권 등 서구적 가치와 유교문화에 기반한 공평과 조화, 포용, 공생, 공동체, 이리관 등을 결합한 중국적 특색의 가치가 될 것이다. 미국과 차별화되는 중국의 대외정책방향은 미국이 즐겨 쓰는 동맹과 군사력 대신 중국은 경제적인 수단 및 유교담론 주도권과 같은 소프트파워 자원을 활용함과 동시에 경제적 혜택 제공 여부로 타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범위는 주변국 동의를 얻기 위해 왕도정치를 펴는 것과 말을 듣지 않는 나라엔 정치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넷째, 중국의 미래 구상은 함께 경쟁하는 다른 강대국들의 상호 견제, 그리고 수많은 중견국 혹은 약소국과의 상호작용 과정을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국이 보다 덜 패권적이고 더 호의적인 대국으로 부상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이 글로벌 거버넌스 과정에서 규칙제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그 동안 유지해 왔던 ‘3불 정책(내정불간섭, 비동맹, 남들 앞에 나서지 않음)’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내정도 간섭하고, 동맹도 맺고, 남들 앞에 나서기도 할 것이다. 

 

 

최근 중국은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하여 ‘규칙 제정자(Rule-Settler)'로써 주변국들에 대해 패도(覇道)를 사용함으로서 과거 왕조시대의 패권적인 중국으로 회귀하려는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물질적 부의 축적은 중국이 제국으로 가는 아주 중요한 경제적 조건이자 무기이다.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적인 야망(中國夢)을 드러내고 있다. 패권국의 지위는 경성권력(Hard Power)과 연성권력(Soft Power)이 동시에 구비될 때 가능한 것이다. 중국이 경제력에 상응하는 정치 군사력을 무차별적으로 행사하고 이를 국제사회에서 기강 확립의 도구로 사용한다면 우리가 치러야할 거래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제국화하는 중국은 그 만큼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를 향한 더 많은 국제공공재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따른다. 인민을 위한 봉사 (为人 民服务)를 넘어 국제사회를 위한 봉사(为国际社 会服务로 승화되고 진화될 때 중국은 주변국가들로 부터 지지를 받는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시혜적인 왕도적 패권을 행사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하는 주동자의 위치에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경우는 첫째, 중국이 주변국들에게 중화주의적 조공체계를 강요하지 않고; 둘째, 일대일로 정책이 약탈적이지 않으면서 국제공공재로서 역할을 다하고; 셋째 중국이 주변국들과 함께 아시아적 가치를 만들어갈 때 중국은 세계질서의 규칙제정자로서의 의무와 역할이 증가될 것이다. 

 

 

<참고 문헌>

 

 김한규, 「전통시대 중국중심의 동아시아 세계질서」, 『역사비평』2000년 봄호(통권 50호), p.282.

 

 이삼성,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 서울: 한길사. 2009. 

 

 안토니오 네그리 〮 마이클 하트 (저), 윤소종(옮김), 『제국』, 서울: 이학사, 2001, 참조

 

 임스 페트라스 〮 헨리 벨트마이어 〮 루치아노 바사폴로ㆍ마우로 까사디오 지음, 황성원윤영광 옮김, 『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서울: 갈무리, 2010.

 

 자오팅양(趙汀陽), 노승현 역, 『천하체계: 21세기 중국의 세계인식』, 서울: 길, 2010.

 

 Frankel, Jeffrey A,, Regional Trading Blocs in the World Economy System, Institu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1997, pp.99-101.

 

 David Hale and Lyric Hughes Hale, " China Takes Off", Foreign Affairs vol. 82, No. 4, November/December 2003, p. 36.

 

 Robert Sutter, " Why Does China Matter?", The Washington Quarterly, 27:1, Winter 2003-04, pp.75-89. 

 

 Fairbank, J. K., The Chinese World Order, Cambridge, Mass. : Harvard Univ. Press, 1968, pp. 1~2.

 

 W. R. Tompson(ed), Contending Approaches to World-System (Beverly Hills: Sage, 1983), pp. 141-160.

 

 Chase-Dunn, Christoper, Global Formation: Structures of the World-Economy, (Cambridge :  Basil Blackwell, 1989),  p. 159. 

 

 J. Gallagher and R. Robinson, " The Imperialism of Free Trade, 1815-1914", Economic History Review, iv (1953/4) 참조.

 

 趙汀陽,『天下體系:世界制度哲學導論』, 江蘇敎育出版社, 2005.4.

 

 2012年2月14日习近平访美时华盛顿记者采访会上发言

 

 2014年3月27日习近平在中法建交50周年纪念大会上发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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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中国是一只睡狮,一旦它醒来,整个世界都会为之颤抖。它在沉睡着,谢谢上帝,让它睡下去吧”(1815,拿破仑·波拿巴);“宽广的太平洋两岸有足够空间容纳中美两个大国”。由此,两国应该以相互尊重和求同存异精神妥善处理分歧矛盾(2012年2月14日习近平访美时华盛顿记者采访会);“中国这头狮子已经醒了,但这是一只和平的、可亲的文明的狮子”(2014年3月27日习近平主席在中法建交50周年纪念大会上) 

2) 엘리슨(Grham T. Allison)은 “미래 수십 년 동안 세계질서의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미중 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언급 하였고,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는 “중국은 평화적으로 부상할 수 없는 국가이다. 만일 중국이 자국의 극적인 경제 성장을 앞으로 수십 간 계속 한다면, 미국과 중국은 잠재적 전쟁 가능성이 있는 안보적 경쟁에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였으며, 반면 케네스 리버설(Kenneth Lieberthal)과 로버트 로스(Robert Ross)은 “중국이 부상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능가할 수는 없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체계 하에서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3) 이런 점에서 제임스 페트라스ㆍ헨리 벨트마이어ㆍ루치아노 바사폴로ㆍ마우로 까사디오 지음, 황성원윤영광 옮김, 『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갈무리, 2010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제국주의는 핵심부(core state) 국가가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며, 영토를 경계 생산 및 교환의 이동을 제한하기도 한다. ‘제국’은 영토에 중심을 두지 않으며, 국경의 장벽을 세우지도 않는다. 제국주의는 구심적 경향을 갖지만, ‘제국’은 원심력의 힘을 가지며, 기업들이 전 세계의 영역을 확장하며, 세계적 생산체계를 수립한다. 

4) ‘제국주의’는 세계를 영국령, 프랑스령, 스페인령, 미국령, 중국령 등 영토기준으로 분할하지만, ‘제국’은 이들을 하나로 묶는다.

5) 안토니오 네그리ㆍ마이클 하트 (저), 윤소종(옮김), 『제국』, 이학사, 2001, p.43.

6) J. Gallagher and R. Robinson, “ The Imperialism of Free Trade, 1815-1914”, Economic History Review, iv (1953/4) 참조.

7) Chase-Dunn, Christoper, Global Formation: Structures of the World-Economy, (Cambridge :  Basil Blackwell, 1989), p. 159.

8) W. R. Tompson(ed), Contending Approaches to World-System (Beverly Hills: Sage, 1983), pp. 141-160.

9) David Hale and Lyric Hughes Hale, " China Takes Off", Foreign Affairs vol. 82, No. 4, November/December 2003, p. 36.; Robert Sutter, " Why Does China Matter?", The Washington Quarterly, 27:1, Winter 2003-04, pp.75-89. 등을 참고.

10) Frankel, Jeffrey A, , Regional Trading Blocs in the World Economy System, Institu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1997, pp.99-101.

11) 이삼성,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 한길사. 2009,  pp.163~168, 

12) Fairbank, J. K, The Chinese World Order, Cambridge, Mass. : Harvard Univ. Press, 1968, pp. 1~2.

13) 자오팅양(趙汀陽), 노승현 역, 『천하체계: 21세기 중국의 세계인식』, (서울: 길, 2010), pp. 12-13.

14) 김한규, 「전통시대 중국심의 동아시아 세계질서」, 『역사비평』2000년 봄호(통권 50호), p.282.

15) 趙汀陽, 『天下體系:世界制度哲學導論』, 江蘇敎育出版社, 2005.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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