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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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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 외상투자법의 제정, 무역전쟁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김인식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원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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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최근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중국은 기존 ‘외자 3법’을 대체하는 ‘중화인민공화국 외상 투자법(中华人民共和国外商投资法)’을 제정하였다. 특히 ‘외상투자법’ 제22조는 “국가는 외국 투자자와 외국 투자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며, 지적재산권 권리자 및 관련 권리자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한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침해행위는 관련 법에 의하여 법률책임을 추궁한다”라고 규정하는 한편, “국가는 외상투자 과정에서 스스로 원하는 바(自愿)와 상업 규칙에 따른 기술협력을 장려하며, 기술협력의 조건은 투자자 각 당사자의 공평, 평등의 원칙에 따라 협상을 통하여 확정한다. 행정기관 및 그 관련자는 행정수단(行政手段)을 통하여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라고 하여 미중 무역분쟁의 핵심 쟁점인 지적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 요구에 화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외상투자법’의 제정은 과연 미중 무역분쟁에 대응하는 중국의 ‘실질적 변화’로 볼 수 있을까, 나아가 이것이 무역분쟁 과정에서 중국이 진정한 변화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2. 중국 외상투자법의 제정 배경

 

가. 중국 ‘외자 3법’ 제정의 의의와 문제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외상투자법’이 대체하는 소위 ‘외자 3법’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자 3법’이란 개혁개방 과정에서 중국이 제정하였던 ‘중화인민공화국 중외합자경영기업법(中?人民共和? 中外合???企?法, 1979)’, ‘중화인민공화국 외자기업법(中?人民共和? 外?企?法, 1986)’ 및 ‘중화인민공화국 중외합작경영 기업법(中?人民共和? 中外合作??企?法, 1988)’을 가리킨다. 이들 3개 법률은 중국 회사법 영역에서 최초로 제정된 법률로서 입법 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개혁개방 과정에서 기업 활동의 법률적 기초를 제공함으로써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추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외자 3법’은 입법 당시부터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외자 3법’은 논리적인 측면에서 전체 회사 중 외국 기업에 대한 특칙으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칙 법인 ‘중화인민공화국 회사법(中?人民共和?公司法, 1993)’보다 먼저 제정되었다. 이러한 입법은 필연적으로 논리적 모순을 피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중외합작경영기업법’ 제4조 1문은 ‘합영 기업의 형식은 “유한책임회사”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당시 중국은 유한책임회사에 대한 어떠한 법률도 존재하지 않았다. 즉 ‘외자 3법’은 자국이 규정한 바 없는 법인 형태를 외국 기업에 적용하는 논리적 모순을 제정 당시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입법은 당시 중국이 처한 상황에서 비롯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문화대혁명 종료 후 개혁개방을 통하여 경제성장에 집중할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하였으나,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제외하면 자본이나 기술과 같은 경제성장을 위한 어떠한 기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외자 유치를 통하여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문화대혁명의 혼란을 목도한 외국 자본으로서는 중국에 투자된 자본이나 기술이 보장될 것인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이러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하여 자국에 투자된 외국 자본의 합법적인 권익이 보호될 것임을 법률로서 약속하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외자 3법’이었다.

 

물론 중국이 통칙 법인 ‘회사법’을 먼저 제정한 후 그 특별법 으로서 ‘외자 3법’을 제정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① 당시 중국은 법률 지식과 입법기술이 매우 부족하여 ‘회사법’을 입법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였고, ② 극좌적 성격의 문화대혁명의 영향으로 충분한 상관행(商慣行)이 축적되지도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③ 당시 중국의 ‘기업’은 대부분 국유기업으로 행정법체계를 통한 규율이 가능하였고, 실질적 의미의 ‘기업’은 외상투자 기업이었기 때문에 ‘회사법’ 제정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④ 또한 설사 입법에 성공한다고 해도 ‘회사법’ 제정 후 특별법을 다시 제정하는 것은 최소 수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중국의 선택은 무리하게 ‘회사법’을 제정하는 대신 ‘외자 3법’을 먼저 입법함으로써 당장의 경제성장에 필요한 법률 기초를 제공하는, 즉 논리적 체계성을 일정 부분 희생하는 대신 실질적인 필요성을 선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외자 기업과 국내 기업으로 나뉘어 적용되는 이원적 법률체계는 이후 40년간 유지되어 현재에 이르게 된다.

 

나. ‘외상투자법’ 제정의 배경과 평가

이와 같이 ‘외자 3법’은 중국 개혁개방의 추진 과정에서 법률적 기초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성장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나 중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그 한계가 드러나게 되며, 이에 따라 ‘외자 3법’을 대체하는 법률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2015년에는 ‘중화인민공화국 외국투자법(초안)’이 발표되었으나 입법까지는 이르지 못하였고, 2018년 ‘외상투자법’이 발표되어 2020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외상투자법’의 주요한 입법 배경과 그 동인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시간이 ‘외상투자법’ 입법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모든 법률은 그 사회에서 형성된 질서를 반영하며, 질서가 변화함에 따라 법률도 함께 변화되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외자 3법’은 실질적 의미의 기업은 모두 외자 기업이었던 중국의 상황에서 형성된 것이며, 이는 다수의 중국 국내 기업이 성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부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현재 중국의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개혁개방의 성공적인 추진에 따른 변화 자체가 ‘외상투자법’ 입법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자 동인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외상투자법’ 입법은 법률 체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회사법’과 ‘외자 3법’이 각각 국내 기업 및 외상투자 기업에 적용되는 이원적 법률 구조는 현재 중국의 상황에 부합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기업 활동에 대해서는 내외자를 구분하지 않고 ‘회사법’을 적용하고 투자 및 시장 진입과 같은 영역만 ‘외상투자법’을 적용하는 통일된 법률체계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외자 3법’이 ‘회사법’보다 먼저 입법됨에 따라 법률 간 충돌과 중복의 문제가 발생하였고,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네거티브 리스트)’와 같이 매우 중요한 행정 법규조차도 그 법률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체계의 문제가 있었다. ‘외상투자법’ 제정은 이러한 법률 체계의 문제를 바로잡아 중국 회사법제 전반의 논리성과 체계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외상투자법’은 중국 행정 전반의 체질 개선의 흐름 속에서 제정되었다. ‘외자 3법’은 소위 ‘심사와 비준(?批)’로 대표되는 중국법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법률이었다. 이와 같은 행정 중심의 입법은 양질의 외자를 유치하고 이들이 중국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데 일익 하였지만, 과도하게 기업 활동을 제약하여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은 ‘행정간소화와 권한 이양(?政放?)’, ‘삼증합일(三?合一)’과 같은 다양한 규제 개혁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다수 영역에서 사전심사를 사중(事中) 및 사후(事後) 심사로 전환하여 행정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외상투자 기업 법제에 대해서도 행정 체질 개선과 규제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이는 ‘외상투자법’ 제정의 중요한 배경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무역분쟁 역시 ‘외상투자법’ 제정 배경의 하나이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주요 무역국은 중국의 미비한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이나 기술이전 강요와 같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의 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러한 요구를 일부 반영하여 지적재산권 보호의 강화나 기술이전 강요의 금지와 같은 내용을 명문 규정으로 입법하였다.

 

3. 중국 외상투자법 제정의 평가와 미중 무역분쟁의 전망

 

종합하면 중국 ‘외상투자법’의 제정은 변화된 기업 질서의 반영, ‘외자 3법’의 법률 체계상의 문제 해결, 중국 행정 체질 개선과 무역분쟁의 대응이라는 다양한 배경과 동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제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일부 언론이 언급한 바와 같이 ‘외상투자법’이 미중 무역분쟁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물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중국 내부의 동인에 따라 ‘외상투자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무역분쟁의 이슈가 반영된 것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외상투자법’ 제정을 통하여 향후 개방이 확대되고 중국 행정 체질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며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 역시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이것이 곧 중국의 극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사안에 따라서는 여전히 현재와 같은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가장 주목되고 있는 기술이전 강요 금지 조항은 예민한 이슈를 명문화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실질적 변화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어떠한 변화도 없을 수 있다. 중국은 기술이전 강요에 대하여 이것이 기업 간의 자발적 의사결정이었으며 정부는 이에 대하여 관여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실제 대다수 기술이전 강요는 중국 측 파트너와 협의를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일부 업종에 대하여 중국 기업과 합자 혹은 합자를 통한 경우만 시장 진입을 허가하고 있고, 특히 특정 업종은 반드시 중국 기업이 경영권을 갖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는 기술이전 강요가 가능한 법률환경을 조성하는데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기술이전 강요 금지를 명문화하면서도 ‘행정 수단’에 의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라는 조건을 두어, 일견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정부는 이와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외상투자법’의 제정은 무역분쟁 해결의 실마리이자 실질적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원론적 입장의 재확인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법률 제정 자체에 큰 의미를 두어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향후 구체적인 제도 운용에서 드러날 실질적 변화에 대해서 주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미중 무역분쟁의 직접적 영향권 안에 있다. 무역분쟁의 해결 여부는 물론, 협상 과정 역시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특히 중국법의 변화는 미국이 요구하는 바와 중국이 수용하는 정도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는바, 중국 법률의 변화는 우리의 통상과 무역에 일정한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외상투자법’은 물론 중국의 관련 법률에 대한 지속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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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투자법 외자 3법 법률책임 무역분쟁 중외합작경영기업법 유한책임회사 행정법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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