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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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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경제대국에서 경제강국으로

최용민 소속/직책 :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장 2015-06-08

중국을 설명할 때 경제대국이라는 말은 쓰지만 경제강국이라는 말은 좀처럼 쓰지 않는다. GDP(국내총생산)이 미국에 이어 2위를 달리면서 대국이라는 이름은 힘을 얻지만 강국은 모든 산업에서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데 중국이 그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제는 대국이자 강국이라는 수식어를 중국경제 앞에 붙여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첨단분야에서 글로벌 톱 클라스에 올라선 분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중국 언론에 그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내용이 대서특필 되었다. 중국이 세계 제1의 로봇 생산국이 되었다는 내용이 그 주인공이다. 인건비가 저렴하여 생산현장에서 로봇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다. 또한 중국내에 생산 공장이 많고 기업 수가 적지 않기 때문에 로봇을 많이 사용할 수 있지만 직접 생산하는 대수가 세계 1위라는 기사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중국에서 2013년도에 사용된(수입+자체 생산) 로봇이 3.7만 대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는 5.6만 대로 증가하였다. 1년 사이에 50%이상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에 사용된 로봇 중 1만대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집계되어 세계 1위를 기록하였다.

 

중국 대륙에 로봇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에 380대가 수입되어 산업현장에 투입되었다. 2013년에는 3.7만대가 해외에서 들어와 13년 만에 10배가 증가하였다. 지난해에는 4.6만대가 수입되고 1만개가 자체 제작된 것이다. 이런 위상은 관련기업들이 성장으로 확인되고 있다. 중국 전역에 로봇전문 기업이 입주해 있는 단지가 40개 이상이고 로봇 전문기업이 500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신쏭(新松)이라는 중국 회사는 세계 3위의 로봇 생산기업이 되었고 그에 걸맞는 경쟁력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봇분야 세계 1위인 ABB와 대등한 반열이 얼마 남지 않은 형국이다.

 

중국은 이제 단순히 자국 내에서 로봇을 잘 사용하는데 머물지 않고 수출을 통해 해외시장을 넓히겠다는 포부도 은근히 비추고 있다. 2025년에 전세계 로봇 시장이 수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면서 로봇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에 대한 비전을 포함하고 있는 ‘중국제조 2025’와 관련하여 로봇이 핵심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과 제조업을 결합하여 산업을 혁신하는 ‘인터넷+’와 더불어 로봇산업도 경기를 되살리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최고의 산업으로 지목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로봇이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인터넷과 같이 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고속철도에서도 세계 최고 반열에 이미 올라섰다. 중국은 자국 내에 고속철도(시속 250km 이상으로 정의)에 대해 세계 최대 규모의 ‘4종 4횡 여객수송 노선’을 완성하고 있다. 해외로는 ‘고속철도 동심원(同心圆)’전략을 통해 글로벌 철도망 구축을 앞당기고 있다. 2014년 말 현재 중국내 고속철도 연장은 1.6만km로 세계 60%에 달했으며, 2015년에는 1.8만km에 달할 예정으로 우리나라 고속철 길이(약 550km)에 29배에 이른다. 이를 통해 닝샤, 티베트, 윈난(2016년 개통 예정)을 제외한 28개 성 및 성급도시를 고속철도로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다. ‘고속철도 동심원(同心圆)’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철도선 반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남아시아를 경유하여 말라카로, 남으로는 인도로, 서로는 중앙아시아를 경유하여 유럽으로, 북으로는 러시아에 각각 이르는 해외 철도망 구축 전략을 지칭하는데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과 관련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자체적으로 고속철을 늘리면서 기술을 축적한 결과 해외기술 도입 10년 만에 수출과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4년도 고속철도를 포함한 전체 철도설비 수출총액은 전년 대비 22.6% 증가한 267.7억 위안(약 43.2억 달러)으로 해외시장이 총 80개국에 달했다. 수출 대상지는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선진국인 유럽, 미국(켈리포니아주 검토)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기관차(객차 포함) 수출은 2001년 8천만 달러에서 2014년 37.4억 달러로 증가해 연평균 증가율이 34.7%에 도달하였다. 중국은 건설공사와 철도기술표준 등을 포함한 철도분야 전반을 수출하여 상품수출 일변도에서 탈피하고 있다. 2014년 해외 철도건설 프로젝트는 348건으로 전년 대비 113건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말 현재 계약금액이 247억 달러로 전년대비 3배 이상 증가(2014년 매출액은 76억 달러로 전년보다 31% 증가) 하였다. 중국의 고속철 수출을 선도하고 있는 난처(南车)와 베이처(北车)라는 회사의 지난해 해외 계약금액은 총 60억 달러로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하였다. 실제로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28억 달러 규모의 내연기관차(591대)를 수출했는데, 이는 중국 최대 규모의 철도설비 수출 건이다.

 

중국은 고속철 건설과 관련된 원가(건설비용)와 건설기간 측면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고속철도 건설비용(설비, 토목건축비 포함)은 1km당 0.87~1.29억 위안으로 유럽(유럽 1.5~2.4억 위안)과 미국의 2/3 수준이고 공기(건설속도)도 미국과 유럽에 비해 3/4로 매우 빠르다. 이에 힘입어 올해에도 28개국과 고속철 수출협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러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터키와의 협상에서는 유리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에게 수년전에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했다는 사실은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도입해서 습득하고 업그레드(Up-Grade)해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 넓은 내수시장은 기술도입에 대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하이테크를 체득하는데 더 없이 좋은 우군이 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기업들의 미래는 ‘R&D for China'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 중국 기업들과 같이 연구하고 제3국에 함께 진출하는 전략도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인들에게 종종 질문한다. 어떻게 빨리 하이테크를 습득했느냐고. 그들의 대답은 너무나 당연하듯 말한다. ‘너희들은 하이테크라는 건물에 계단을 통해서 올라 왔지만 우리(중국 기업)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왔다. 그 엘리베이터가 막대한 자금이고 넓은 내수시장이다.’이제는 하이테크 분야에서 어떻게 중국과 경쟁하고 협력할 것인가가 우리의 과제로 대두되었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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