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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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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디플레이션’에 대한 고찰

이셴룽(易憲容) 소속/직책 :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금융발전실 주임 2015-06-10

최근 중국내에는 조만간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과연 인민은행은 자국내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려 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아직 디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해 본 경험이 없는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향후 이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사실 중국 경제가 정말로 디플레이션 시대를 맞게 될 것인지 혹은 디플레이션 관련 리스크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하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먼저, 디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원인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통화가 감소하고, 국민들의 통화 소득 및 구매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며, 이것이 물가 하락에 영향을 끼친다. 거기에 더해 CPI지수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야만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상황을 보면, 시장 내 통화 유동량이나 국민 소득, 구매력 역시 감소하거나 하락하지 않았다. 다만 CPI가 다소 낮은 수준인데, 그마저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없다. 이에 비추어볼 때, CPI지수가 다소 하락했다고 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억지이다.

 

둘째, 중국의 CPI는 표면적으로 구미 선진국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CPI지수 표본 채취 범위, 계산방법, 항목별 비중 등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식품항목 위주의 CPI지수를 사용하지만(중국은 동 비중이 30%에 달하는데 비해 미국은 15%밖에 되지 않음), 구미선진국은 거주관련 항목 위주의 CPI지수를 사용한다(미국의 경우 동 비중이 43%이상인데비해 중국은 15%에 그침). 그러므로 만일 미국의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지 않아 주택 임대 비용이 상승한다면, 미국의 CPI지수는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집값이 폭증 하고 주택 임대 비용이 상승한다고 해도 CPI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최근 식품 항목 위주의 중국 CPI지수가 대폭 하락하게 된 원인은 육류 가격, 그 중에서도 특히 돼지가격의 하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번 돼지고기 가격의 하락을 과거처럼 ‘돼지고기 사이클’(혹은 업계 내 돼지고기 생산 사이클)로 해석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최근 상황에 비추어볼 때, 양돈업계의 규모화 생산수준이 높아졌고 리스크 컨트롤능력과 생산효율 제고 등 생산방식의 변화로 돼지 가격이 하락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중국 국민들의 돼지고기 애호도 다소 누그러졌으며, 생활수준 제고로 선호하는 식품군의 구성에 변화가 발생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처럼 돼지고기의 수급 변화로 인해,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 또는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만일 앞으로도 중국 CPI지수를 구성하는 항목별 비중이 바뀌지 않는다면, 중국의 CPI지수는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며 따라서 CPI지수 하락이 디플레이션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경제역사학자인 MichaelBordo의 초기 연구에 따르면, 영미 선진국들이 CPI지수를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 각국의 물가수준은 대부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한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이유를 막론하고 오늘날 우리가 디플레이션이라고 지칭하는 현상이 일반적인 수준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다시 말해, 산업화 시대에 생산의 규모화가 이루어지면서 거래 원가가 낮아지고 생산 효율이 높아졌으므로 전체 물가 수준이 하락하는 것은 정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경제•생활의 발전을 의미하는 중요한 지표로, 화폐 발행 감축에 기인한 디플레이션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2008년 미국發 금융위기가 발발하였을 당시, 미국이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양적완화정책(QE)였다. 그 후 중국, 영국, 일본, 유럽의 중앙은행들도 미국의 QE에 발맞춘 조치들을 취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화폐 발행을 늘려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주입해 전체 경제활동에 필요한 융자코스트를 낮춤으로써 기업 투자와 개인소비를 촉진시켜 경제를 살리고 물가를 끌어올리길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은 원했던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각국의 물가 역시 다량의 화폐발행과 함께 상승하지도 않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문제의 핵심은 세계적으로나 중국 내에서도 통화 공급량은 넘쳐나고 유통 속도는 빠른데, 이렇게 많은 통화가 은행을 빠져 나와 시중에 흘러 들어가고 있는데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물가 하락을 초래하느냐이다. 도대체 그 많은 통화는 어디로 흘러 들어가고 있을까?


사실 이는 두 가지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첫째, 최근 은행 시스템을 통해 대량 발행된 통화가 실물경제로 유입되지 않고 금융 영역에서만 맴돌아 ‘돈이 돈을 버는 현상’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의 부동산 가격, 미국 및 독일의 주가 상승 등 각국의 자산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승하였다. 둘째, 인터넷 및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로 상품의 생산, 유통 및 판매방식이 크게 변화하였고 생산 효율이 제고되고 거래 비용은 하락하였는데, 이 역시 기존의 CPI를 구성하는 제품의 가격 하락을 부추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므로 전 세계 각국이 기존의 CPI 구성 항목을 조정하지 않는 한, 세계적인 CPI지수 하락세는 ‘일상’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오늘 날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低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 현상은 과거 30년의 패턴과 비교한다면 ‘이상(異常)’징후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더 이전 시대의 정상적인 상태로 회귀하려는 현상인 것이다. 그러므로 최근 발생한 低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에 대해 걱정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효과도 없는 QE정책으로 이를 개선하려 들 필요도 없는 것이다.

 


출처: 2015.06.05 / 中國經濟信息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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