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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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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경제관계 다시 살아나는 걸까?

조봉현 소속/직책 :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15-08-26

  북한과 중국은 흔히 혈맹관계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두 나라는 정치․군사․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다. 특히 경제측면에서는 북한은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북한 무역의 약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나선 및 원산 등 경제특구, 도시 및 주택 건설, 유통업, 임가공을 비롯한 북한에 대한 투자의 경우도 대부분 중국 기업이 담당해 왔다.


  그 동안 끈끈하게 이어져온 북중 경제관계가 북한의 3차 핵실험(2013. 2)과 북한의 잦은 도발 행위, 장성택 처형(2013. 12) 등으로 냉각 기류가 흐르고 있다. 북한의 대중 무역 규모는 2010년 102.6%, 2011년 62.4% 급증했으나 2013년에는 10.4%로 증가폭이 크게 축소되다가 2014년에는 오히려 2.8% 줄어들었다. 올해 1∼5월 북한의 대중 무역은 전년 동기보다 12.5%나 감소했다. 냉각된 북중 경제 관계로 인해 중국의 북한에 대한 투자도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황금평 개발은 몇 년째 중단되어 있으며, 나선경제무역지대는 소규모 투자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아직 없다. 훈춘에서 북한 나선에 공급하는 전력 공사는 멈췄고, 나진항 주변의 산업단지 조성은 계획조차 수립 못하고 있다. 그나마 성과라고 하면, 중국 훈춘의 권하(圈河)통상구에서 북한 나진항까지 도로 53km 포장, 나진항 2호 부두 개보수, 원정교 보수 및 두만강 교량 건설 정도에 그치고 있다. 북중 교역의 최대 관문인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신압록강 대교는 완공되었지만, 북한 쪽의 도로 공사 등이 전혀 안되어 개통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들어 북중 관계에 미묘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북한이 중국에 손을 내미는 형국이다. 북중 관계 악화는 결국 북한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가져다주게 된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지원이 줄어들면 북한 경제는 바로 타격을 입게 된다. 북한이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국가와 경제협력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서서히 나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7월 25일 진행된 제4차 전국 노병대회 축하연설에서 한국전쟁에 참가한 중국 인민지원군에 경의를 표하고, 뒤이어 중국 인민군 열사능원에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중국도 북한에 대해 멀어져간 발걸음을 다시 돌리려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7월말에 연변~장춘~심양 등 동북 거점도시를 연쇄 방문했다. 농촌지역에 들러 쌀농사 작황을 살펴보고 조선족 가정에 찾아가 주민들과 환담을 나누었다. 심양에서는 항공엔진사와 자동차 공장을 시찰했다. 장춘에서 공산당위원회 간부회의를 소집해서 2016년부터 시작하는 13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방정부의 목표 수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이 동북지역을 방문한 것은 단순히 낙후지역 위문 차원이 아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에 던지는 메시지가 심상치 않다. 주로 낙후한 동북지역의 발전을 촉진하여 경제성과에서 소외된 조선족 사회를 다독거리고, 경제적으로는 중국·북한·러시아 3국 접경지역 경제발전을 중국이 선도하고 동북진흥계획을 본격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북중 경제관계가 급속대로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소원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더 이상 엇나가지 말고 이전 관계로 돌아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북한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중국의 요구에 화답할지가 관건이다. 실리를 중시하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에 무작정 경제적 지원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중 경제협력도 중국의 동북진흥계획과 맞물려 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동북진흥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는 북한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동해 출로 확보를 위해 나진항을 개발하고, 중국․북한․러시아 접경지역을 개발하여 동북아 경제 및 물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북중 경제관계에서 큰 진전이 이루어 질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G2 국가로서 위상을 보이기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 , One belt, One road)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에서부터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뻗는 육상의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해상의 동남아를 경유해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등 양대 축으로 추진되며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대륙과 주변 해역을 모두 아우르는 통 큰 개념이다. 중국은 400억 달러에 달하는 신(新) 실크로드 펀드를 마련하고 AIIB를 통해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중국으로서는 일대일로의 첫 걸음을 떼기 위해서 북한과의 협력이 긴요한 상황이다.  일대일로 추진에 따라서 북중 경제관계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일대일로에 거는 기대가 내심 큰 것 같다. 일대일로에 자연스럽게 편승해서 북한 김정은 정권이 고민하고 있는 외자유치와 인프라 개발에 돌파구를 찾고자 하고 있다. 일대일로 추진이 북한으로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의욕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중앙급 경제개발구(14개) 및 지방급 경제개발구(19) 착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외자유치가 안되어 경제개발구는 전혀 진척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경제개발구 추진을 위해 중국과 북한 등지에서 설명회를 적극 개최하고 나서고 있다. 북한은 직접적으로 일대일로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북한 경제개발구와 연관해서 투자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듯하다.


  북중 경제관계 변화 움직임이 과연 우리에게는 어떠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긍정적․부정적 양면성이 있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북중 경제관계가 복원되고 협력 무드로 바뀌면 북한의 한반도 긴장 조성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주는 의미는 더욱 크다. 중국과 북한의 경제 관계 변화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내고, 경제협력에서국제 기준과 원칙이 준수되어야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 중국 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시장경제 시스템이 무엇인지 등을 북한으로 하여금 깨닫게 하여 남북 경제관계의 정상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남과 북, 러시아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처럼 남과 북, 중국이 함께 남․북․중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해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선경제특구와 신의주 경제특구 등이 개발되면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유턴기지로 활용하여 새로운 기업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북중 경제관계 활성화가 무조건 좋아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북한의 경제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되고, 지하자원 및 인프라 등에서 중국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게 되면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우리 기업의 대북 진출 틈새가 그만큼 좁아지게 될 것이다. 북한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통일 경제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이익이 상당히 줄어 들 가능성도 있다.

 향후 가장 적절한 행태는 북중 경제관계 변화에 맞춰 북한과 중국, 남과 북, 남․북․중 경제협력이 조화롭고 균형 있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전향적인 경제협력과 남북 경제의 맥을 이어 남북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남․북․중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할 것이다. 중국의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와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것을 계기로 남북중 경제관계가 새롭게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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