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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확대협상, 중국에게는 기회이자 도전

쉬만(徐曼) 소속/직책 :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연구위원 2015-09-24

 

올해 7월 말, 3년간 지속되어온 WTO의 《정보기술협정(ITA)》 확대협상에서 관세 감면 품목의 범위를 확정함으로써 협상 진전에 의미 있는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ITA확대협상은 WTO가 지난 18년 동안 추진한 관세감면 관련 협상 중 역사적 이정표의 의미를 지닌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중요한 협상이다. 상기 협상이 타결되면 향후 전세계 IT제품 분야의 교역시장에서 매년 1조3천만 억 달러 상당의 관세가 철폐될 것이며, 이를 통해 관련 산업과 소비자들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다. 

 

ITA는 WTO가 지난 1996년 정보기술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된 다자간무역협정이다. 지금까지 총 81개 국가들이 이 협정에 참가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 들의 정보기술상품 교역은 전세계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 이후로, 세계 정보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인터넷, 빅데이터 등 기술도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 대량의 차세대 IT기술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반해 기존의 ITA협정으로는 세계 교역시장에서 날로 비중이 커지는 기술상품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이에 2012년 일부 ITA참여국들이 ITA의 품목범위를 확대하자는 의견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확대협상에 참여한 국가들 간의 발전격차 및 정보기술 산업체인상의 분업 수준의 차이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였고, 결국 한동안 협상이 중단되기까지 했었다. 그러다 2014년 11월, 중미 양국의 정상이 APEC정상회담 기간 중 ITA확대협상를 조속히 재개하자는데 의견을 모으면서, ITA확대협상이 큰 진전을 보이게 되었다.     

 

이번 확대협상에서는 기존의 품목 이외에 IT제품, 반도체 및 생산설비, 시청각 제품, 의료설비 및 기기 등 201개 품목을 관세감면 대상 리스트에 추가시켰다. 중국, 미국, EU, 일본, 한국 등을 포함한 21개 회원국들은 상기 품목 추가 조치에 동의하였다. 추가 관세 감면 리스트에 포함된 상품들에 대해서는 내년 7월 1일을 기점으로 단계적인 관세 인하를 실시해 향후 3년 이내에 완전한 무관세가 실현될 예정이다. 또한 참여국 간에는 상호 최혜국대우를 해준다는 원칙하에 상기 무관세 정책이 WTO의 모든 회원국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한편, 확대협상 참가국들은 향후 몇 개월 간 관세 감면 품목과 관련된 기술적 문제들과 일정을 조율한 후, 12월 케냐에서 개최될 WTO 제10차 장관급회의에서 ITA확대협의를 체결할 예정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다수 품목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IT제품의 수출, 중국 내 생산코스트 하락, 경제성장 촉진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만일 세계적으로 소자(부품)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과학기술상품의 유통을 촉진시켜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에도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우선, ITA확대협상은 정보기술상품의 수출을 확대시켜 중국경제의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다. 최근 중국은 세계 IT제품의 최대 생산국 및 수출국이자 2대 수입국으로, 전세계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무려 30%이상에 육박하는데 이는 미국의 4배에 상당하는 수치이다. 2014년 중국 IT전자상품의 수출액은 2000년의 14.3배인 7,897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중국 상부무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번 확대협상을 통해 확정된 관세 감면 대상 리스트 중 중국의 수혜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 ITA확대협상으로 관세 감면이 이루어지면, 향후 중국 정보기술상품의 생산 및 수출이 확대되고, 이는 또 중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스마트폰, 컴퓨터, 통신설비, 소프트웨어 등 분야의 정보기술상품의 수출을 늘려 중국의 해외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경제발전을 촉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이번 협상으로 중국 내 IT제품의 생산원가가 하락하고 국제경쟁력은 제고되어 산업 생태계의 상생 발전이 촉진될 것이다. 이번에 추가된 관세감면 품목의 리스트를 살펴보면, 소자(부품)나 완제품과 관련된 상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국내기업들의 생산원가가 감소되면, 중국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터치스크린 등 상품과 관련된 소자(부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국내 스마트폰 산업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다. 또한 제조업 분야의 IT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한편, 금융서비스, 의료, 교통운수, 보건의료, 교육, 정부부처 등 많은 서비스 부분들 역시 IT제품을 기반으로 생산효율을 제고시키고, 혁신역량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ITA확대협상으로 이들 품목의 관세가 철폐되면, 전방산업이 더 많은 수혜를 보게 될 것이다.

 

셋째, ITA확대협상이 타결되면 중국이 최근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인터넷 플러스(+)’와 ‘중국제조 2025’ 전략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중국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끌 것이다. 중국 제조업은 국민경제를 이끄는 주요 기간산업으로 30년의 발전 역사를 가지고 있고, 생산총액도 이미 전 세계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제조업은 선발주자들과의 치열한 경쟁과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직면해 경쟁력이 하락될 위기에 처해 있다. 즉, 초대형 규모의 집적회로, 반도체 칩 설계∙생산, 특허, 정보기술 표준 등 방면에서는 여전히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에 크게 뒤처져있고, 동시에 생산 및 기술 역량 측면에서는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등 후발주자들의 맹렬한 추격을 당하고 있다. 이런 배경하에, 2015년 중국 정부는 ‘인터넷플러스(+)’와 ‘중국제조2025’ 전략을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그 목적은 혁신과 창조를 통해 산업과 기술의 발전을 촉진시키고, 발전모델의 전환기에 중국 제조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강화시켜 ‘덩치만 크고 실속은 없다’는 평가를 극복하겠다는 데 있다. ITA확대협상이 체결되면, 중국 IT산업에 저가의 소자(부품) 및 설비 공급이 가능해지고, 이는 중국 내 R&D센터 구축을 위한 외국자본 유치에 호재로 작용하여 중국 정보기술 상품이 세계 가치사슬의 상단에 포지셔닝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국의 정보기술산업은 선진국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저부가 가치, 부대시설 및 핵심기술의 부재, 동질화 등 문제점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중국이 정보기술상품의 수출대국이기는 하지만 수출 부가 가치의 창출능력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집적회로를 예로 들어보자. 중국 해관통계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집적회로 항목에서 중국의 수입규모는 1,037억 달러, 수출규모는 294억 달러로 총 743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집적회로는 다시금 원유를 제치고 최대 수입품목이 되었다. 전체 수입 중 대만과 한국으로부터의 수입규모는 각각 30%, 23%의 비중을 차지하며, 전체 수출 중에서도 삼성, 인텔 등 해외 반도체 칩 생산 대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하여 재수출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중국 로컬기업들은 대부분 핵심상품을 기반으로 주류시장에 진입하지 못해 여전히 저가품 시장에서 전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ITA확대협상으로 관세감면 대상품목이 증가하였는데, 이는 대부분 가치사슬의 상단부분에 속하는 상품들이다. 이 시장에서 중국은 아직까지 열세에 처해있으므로, ITA확대협상회의 결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잠재적 타격에 신중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정보기술산업이 글로벌 자유무역시대로 진입하게 되면,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글로벌 산업체인의 각도에서 살펴볼 때, 선진국은 정보기술상품의 핵심기술과 후방산업의 핵심부품 및 특허기술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정보기술산업은 생산가공을 통한 이윤창출 모델을 위주로 하고 있고, 신제품 개발능력과 생산지원역량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이다. ITA확대협상이후, 중국 상품은 더 이상 관세보호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며, 저가상품, 저부가가치의 중국 정보기술산업은 구미국가, 일본 등 선진국의 동종 상품과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관세감면 추가품목 중 의료설비 및 기기 등 고가산업의 상품도 포함되는데, 관세가 낮아지면, 일부 중국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의료기기를 예로 들어보자.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료기기 시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지 의료기기 기업들은 대부분 특허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중저급 의료기기시장에서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고급의료기기 시장은 지멘스(독일), 필립스(네덜란드), GE(미국) 등의 다국적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어, 향후 중국은 의료기기산업분야에서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향후 중국 정보기술산업은 ‘ITA확대협상의 결과를 어떻게 잘 활용하여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가속화시킬 것인가’하는 난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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