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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의 ‘중진국 함정’과 ‘루이스 전환점’의 의미

남수중 소속/직책 : 공주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2015-09-24

 최근 경제성장률 급락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진입하였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중국내 전문가들은 중진국 함정을 극복할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내세우는 반면, 서구의 언론과 국제기구는 상당기간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시진핑(習近平) 정부에서 임명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경제구조 개혁을 강조하는 근거에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금년 4월 중국의 재정부장 루지웨이(楼继伟)는 중국이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어 5-10년내로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장 어렵더라도 전면적인 개혁과 시장 왜곡을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중진국 함정은 산업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한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단계에 진입한 이후 성장 동력을 상실하여 선진국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경제성장 둔화에 직면하거나 중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2006년 IMF에서 처음으로 제시되었으며 ‘성장의 덫(Growth Trap)’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2차 세계대전이후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은 국가는 대만, 한국 정도가 거론된다.


중국은 일부 연해지역의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작년 1인당 평균 소득(IMF 4월 발표 기준)이 8,154달러에 달하여 최근 10년간 431.1% 급등하는 등 이미 ‘빈곤함정’에서는 크게 벗어나 있다. 그러나 중국도 과거 급속한 성장을 경험했던 국가들과 유사하게 투자 및 수출 중심의 성장 모델의 한계를 그대로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구조조정과 소비 위주의 성장 모델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중국내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경제의 구조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첨예한 논쟁 중의 하나는 중국의 ‘루이스 전환점(Lewis Turning Point)’통과 여부이다. ‘루이스 전환점’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공업화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농촌지역 대규모 과잉 노동력을 모두 도시의 공장에서 흡수할 수 있는 시점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제품을 공급하기 용이하다. 자본가들은 대규모 이익을 확보할 수 있고 투자를 더욱 확대한다. 그러나 루이스 전환점을 통과하면 더 이상 농촌으로부터 값싼 노동력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되어 자본가들의 투자가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된다는 것이다. 


중국이 루이스 전환점을 통과하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멀지 않은 시기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은 루이스 전환점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첫째, 연해지역의 임금상승은 중국정부가 기업에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법령을 제정하면서 시작된 것이지 값싼 노동력 공급의 감소로 인해 초래된 것이 아니다. 중국정부는 노동자들의 소득 증대와 재분배 차원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을 추진했으며, 이것이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임금의 상승이 본격화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둘째, 중국의 농촌과 도시지역 사이의 노동시장은 분절적이다. 일종의 노동력 이동을 제한하는 ‘호구제도(户口制度)’의 영향이다. 상당히 완화되었지만 호구제도는 원칙적으로 농촌의 노동력이 도시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도록 하여 노동력 공급을 억제하였다. 셋째, 중국정부가 지역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추진했던 ‘서부대개발’, ‘동북발전전략’등의 영향이다. 중국정부는 낙후된 지방의 발전을 위해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였다. 이런 노력은 농촌지역 노동력을 일정 정도 흡수했을 것으로 봐야 한다.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 감소와 도시지역의 임금 상승은 다양한 원인을 통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넷째, 루이스 전환점을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로 노동쟁의의 증가라는 지적인데,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노동쟁의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의 노동쟁의는 과거에도 적지 않게 등장했던 것이고 새롭게 볼 사안은 아니다.

 

중국의 더욱 큰 문제는 급격한 고령화와 과거 저출산 정책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낮아질 가능성에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루이스 전환점 통과와 함께 임금상승 요인이 되고 중국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실물경제는 국내외 수요 둔화, 부동산시장 위축 등 투자 부진, 과잉 설비 등 하방압력이 지속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경기하강압력은 일부 산업의 과잉 설비, 중복 투자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을 해결하는 구조조정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물가안정과 성장을 국정 최고 과제로 삼고 있었던 것은 사회적 불안정이 왕조의 전복, 가깝게는 국공내전 과정에서 국민당 정부의 민심 이반을 초래한 역사적 사례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정부는 당분간 경제성장을 희생하더라도 경제구조의 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해 왔다. 중국경제의 체질 개선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이를 주도하는 리커창 총리도 소비성장, 내수확대 등을 통한 경제의 질적 수준 도모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자제하는 한편 수용 가능한 최저성장률 유지, 금융산업에 대한 디레버리징을 통해 금융 안정 도모, 강도 높은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산업의 고부가가치 실현 등으로 요약된다. 경제성장을 과도하게 희생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반부패, 민생개선, 성장방식 전환, 산업고도화 등 경제구조 개혁에 무게를 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제성장이 과도하게 희생될 우려가 제기된다. 주가 하락에 대한 중국정부의 대응과 사실상의 위안화 평가절하 실시는 그 심각성을 상징하고 있다. 반부패 조사와 처벌에 대한 국내 기득권층의 반발, 내수 확대 정책의 제한적인 효과,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수출의 부진 가능성 등 성장률 급락의 조짐들이 가시화되었다는 것이다.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착륙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상당기간 성장률 둔화를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시진핑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일관되게 전반적인 거시경제 운영에 있어서 인위적인 경기부양보다는 개혁과 구조조정에 집중할 것임을 밝혀왔다. 구조조정의 효과는 단기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판단이다. 당분간 구조조정을 위해 성장률의 희생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규모가 커진 중국경제가 과거의 고성장 시기로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구조의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반발을 무마할 최소한의 성장률은 확보해야 한다. 소득 증가율 둔화는 내수촉진과 소비증대를 통한 경제구조 개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부동산 시장 급락, 그림자 금융의 팽창, 과도한 지방정부 부채 등 중국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잠재적 리스크도 상존하는 가운데 부패 척결 등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과 소비 부진 등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인민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세조정 실시를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실물 및 금융시장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다양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운용하여 최소한의 안정적인 성장률 유지와 구조조정 사이의 균형을 모색할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경제는 성장률이 급락하는 경착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세계경제는 중국경제의 성장률 둔화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과거 30여년간 중국경제의 고성장으로 인한 혜택을 누렸던 세계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선진국보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연관이 높은 개발도상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중국의 성장 둔화는 원자재시장의 가격 하락을 통해 자원 수출국, 그리고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주변 국가들의 수출과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는 수출 감소와 성장세 둔화로 나타날 것이다. 이미 한국의 금융시장은 중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으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상시적인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면서 중국경제의 장기적인 추세와 단기적인 변동에 대비하는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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