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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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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 전승절 정상외교 의미와 한중관계 전망

이태환 소속/직책 :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한중싱크넷 회장 2015-10-02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결정하고 방중하여 전개한 정상외교는 한중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9월 2일 개최된 여섯 번째 한중정상회담에서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가졌던 지난 5차례의 정상회담에서 보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되었기 때문에 정상회담의 내용 못지않게 방중 자체의 상징성과 의미가 다른 것이다.

 

한중 정상외교의 평가

 

우선 이번 정상외교를 통해 한중 양국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게 높은 수준의 상호 신뢰를 구축하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더욱 신뢰를 갖게 된 것은 미국의 동맹국 중 정상이 참석한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의 독립적인 참석 결정에 대해 높이 평가 한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주중대사를 대표로 참석시켰고 일본은 불참했다. EU 국가들 중 체코만 제외하고 대부분 대표만 보내거나 불참했다. 따라서 전승절 열병식에 한국이 동참한 것은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중국의 환대 속에 정상회담은 특별 오찬을 포함하여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되었는데 전승절에 참석한 국가 정상들 중 일부와 가진 양국 정상 회담 중 유일하게 단독 오찬 회동을 한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 전승절에 참석한 것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국익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다. 북핵문제와 한반도 통일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미국만으로는 어려우므로 중국의 실질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신뢰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번 정상외교는 한중 양국의 신뢰를 증진하는데 중요한 분기점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중관계가 과거보다 악화되고 있음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김정은이 참석 않고 최룡해를 대표로 보낸 것은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 주는 것이다. 한국의 정상외교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하지는 않았지만 균형추를 한국 쪽으로 기울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전승절 참석 결정 통고 후에 일어난 북한의 도발을 8.25 합의로 이끄는 데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다음으로 눈여겨 볼 대목이 북핵과 한국의 통일외교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다. 북핵 불용은 이미 여러 번 천명해 왔지만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반대한다는 한중의 공동 의견 표명은 과거보다 강력하게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통일외교 노력에 대한 중국의 긍정적인 반응과 지지도 직간접적으로 나타났다. 귀국길 전용기 안에서 이루어진 기자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한중 정상간에  한반도 통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음을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 긴장상태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의 귀결점은 평화통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핵문제나 이런 것을 해결하는 가장 궁극적이고 확실한 어쩌면 가장 빠른 방법도 평화통일"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이 어떠한 표현이나 내용으로 화답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이 주도하는 평화통일 논의와 노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일외교의 일환으로 통일 환경 조성과 관련된 사안에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양국 정상이 우리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를 연계하고  남북간 경협 확대를 위한 동북아 개발은행 설립에 의견을 같이한 것이다. 중국의 일대 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연계는 철도·도로·항만 등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에 대해 남북중 간 경협을 통해 북한의 경제개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연해주 등 동북아 개발에 특화하는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은 한중 경협 뿐 아니라 북한의 인프라 개발, 남북 간 경협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통일에 대비해 중국과 이러한 논의를 해 나가는 것이 한국 주도의 통일 로드맵에 대한 중국의 지지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통일과도 관련이 있으면서 새로운 차원의 한중 경제 협력에 대한 합의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출범 및 운영 과정에서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한국이 AIIB 부총재직을 맡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국의 AIIB 지분율은 3.81%로, 전체 57개 AIIB 창립 회원국 가운데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번째다. 진리췬(金立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 지명자는 지명 후 첫 번째 방문국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9월 9일 박 대통령을 예방했는데 이 자리에서 AIIB 구상 당시 중국이 첫 번째 협력대상으로 한국을 생각할 정도로 한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앞으로 AIIB가 일류 다자개발은행이 돼 아시아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한국인과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록 부총재직에 대한 직답은 피했지만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진 지명자는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키기 위한 박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박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동북아개발은행 설립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이 잘 조화를 이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AIIB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함으로써 한반도 통일 외교노력에 지지를 표했다.

 

중국경제가 뉴노멀 시대 중속성장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한중 경제 협력에도 새로운 전기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중국의 경제성장 전략이 수출 중심에서 내수시장 확대로 전환됨에 따라 중국의 내수시장 진출에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한중 경제 협력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박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연이어 가진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에서 FTA의 조속한 발효를 위한 노력에 합의했고 비관세장벽 해소, 민간교류 활성화 등에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관련 MOU를 체결함으로써 2020년 10조달러 규모로 급성장하는 중국 소비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교역과 투자를 증진하기 위해 KOTRA와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간 MOU를 맺고 양국 기업 간 상호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협의채널을 구축하기로 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020년 1조 2,000억 달러로 예상되는 중국 보건의료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기로 한 것이다. 의료 및 법률 서비스 시장의 시범적 개방을 하고 있는 중국 시장의 개방 확대에 대비, 본격적으로 진출하는데 있어 한중 경제 협력의 새로운 단계를 이룬 것이다. 

 

또 양국 정상은 한류(韓流)와 한풍(漢風)으로 대표되는 문화교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2,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데 합의했다. 최소 60% 이상의 자금이 한국 중소·벤처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입되도록 했으며 9월 중 양국 관련 기관들이 협력 MOU를 맺기로 했다. 규제 완화와 교류 협력을 위해 양국 관련 부처 장관급으로 구성된 문화정책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했고 문화창조융합벨트 등 협력거점을 마련하기로 함으로써 문화 융성에 한중 협력의 틀을 만들었다 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성과로는 정상외교가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중 양자간 협력의 차원을 넘어서는 다자 협력외교 성과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주도한 것을 들 수 있다. 한국이 제의하여 중국의 지지와 동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일본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해 10월말 11월 초에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한중일 협력은 물론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정상외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한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중 정상회담을 거쳐 10월에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이 굳건함을 확인함과 동시에 한미중 협력의 틀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미중 협력이 이루어지면 한중일 협력도 탄력을 받아 정착될 수 있을 것이며 한국 외교의 지평도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한중관계 전망

 

최근 한중관계가 북중관계에 비해 훨씬 좋다고 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는 식의  변화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중 정상외교를 통해 한중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한중이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통일을 포함하여 동북아 질서의 재건축에 한중이 의견을 같이했기 때문이고  한중 양국간 신뢰가 과거와는 다른 정도로 심화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중 신뢰 강화가 한미동맹의 약화를 초래한다면 그 결과는 부정적이겠지만 이번 정상외교는 한미 동맹에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여부에 달려있지만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관계와 신뢰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도발 방지나 도발시 이에 대한  중국의 역할에 달려 있기도 하다. 9월 25일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로 보면 북한핵이나 미사일 도발에는 미중이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도발시 제재 방식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중신뢰를 약화시킬 태도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중관계는 그러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관계는 이제 한중과 북중을 비교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파트너십으로 동북아 경제와 안보질서 재구축에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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