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한중일 정상회담 재개의 의미와 과제

이동률 소속/직책 :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2015-11-11

한중일 정상회담의 성과와 의미


제6차 한중일 정상회담은 ‘재개 자체가 성공’ 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3년 반의 공백을 넘어서 재개된 한중일 정상회담은 2008년 첫 출범한 이래 올해만큼 국내외에 주목을 받은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3국 정상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3국 협력 체제가 완전히 복원됐다” 고 선언했다. 선언에 걸맞게 무려 56개 항목에 이르는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공동선언’ 도 채택했다.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3국 정상회담 개최의 최대 장애였던 역사와 영토 문제를 넘어서려는 의지도 피력하면서 3국 정상회담의 정례화에도 합의했다. 실제로 단순 ‘재개’ 이상의 적지 않은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한국에게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은 각별한 가치와 의미를 갖는다. 동아시아에서 강대국간 세력경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한반도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로서의 독자적인 전략적 가치와 위상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은  한중일 정상회담을 발판으로 다양한 유형의 소(小) 다자협력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구체화 시켜가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 ‘재개’ 이후의 3국 정상회담을 발전적으로 진화시켜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차분하고 냉정하게 고민해야 하며 그 첫 걸음은 3국 정상회담의 성과와 의미에 대한 냉정한 복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담의 성과와 의미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3국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동아시아에서 진행된 보다 중요한 큰 흐름에 대한 조망이 필요하다. 3국 정상회담은 올해 4월 반둥회의에서의 중일정상회담과 아베총리의 방미와 미일정상회담, 그리고 9월 한중, 미중,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연쇄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성사된 것이다. 그간 동아시아에서는 미일동맹과 부상하는 중국과의 경쟁구도, 그리고 그 큰 흐름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파트너와 라이벌을 단정키 어려운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 방정식이 일련의 정상회담 과정을 통해 전개되어 왔다. 경쟁과 갈등관계에 있던 중일, 미중간 정상회담이 진행되었고, 한국 역시 중국, 미국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본과도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동아시아의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가 이번 3국 정상회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한 모양새가 갖추어졌다. 특히 한국이 3국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주최한 만큼 엉킨 실타래를 푸는데 있어 한국의 역할이 돋보이는 듯도 했다.

 

그런데 방대한 내용의 ‘공동선언’ 채택의 이면에는 3국간 역사와 영토 갈등은 해결되지 않은 채 봉합되었고, 오히려 남중국해 문제라는 미중간 쟁점이 새롭게 개입되었다. 요컨대 3국 정상회담이 ‘성공적 재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대국간 세력 경쟁과 갈등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동아시아에 복잡하게 얽힌 복합 방정식의 해법을 제시하는데도 일정한 한계를 노정하였다. 결국 3국 정상회담이 본궤도에 진입하여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3국 정상회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제

 

3국 정상회담이 직면한 과제는 이제 ‘성공적인 재개’를 디딤돌 삼아 합의한 대로 정례화의 기틀을 만들어내고 한 걸음 한 걸음 직면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기제로 자리잡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례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3국 정상회담이 지난 3년반 중단된 주된 이유는 중일 갈등이었으며, 재개될 수 있었던 된 배경 또한 2014년 11월 APEC에서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개선된 중일관계임을 부인키 어렵다. 그리고 중일관계의 배후에는 미중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요컨대 3국 정상회담의 정례화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일관계와 미중관계의 유동성이 3국 정상회담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은 남겨져 있으며 이런 강대국간 세력 게임 상황에서 한국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한국이 직면한 한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3국 정상회담의 장에서만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의제를 발굴하고 협력의 동인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협력이 비교적 용이한 비전통안보 이슈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적 접근은 지속적으로 추구할 가치를 갖고 있다. 국제사회는 한중일 3국 정상이 함께 참여하는 다자정상회담이 적지 않다. 당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5~16일)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8~19일), 아세안+3 정상회의(21~22일)가 연이어 개최되며 3국정상은 다시 조우할 기회를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3국 정상회담이 만남자체에 머물지 않고 다른 다자회담과 차별성을 확보하면서 발전적으로 진화시킬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요구되는 것이다. 아울러 한중일 정상회담과 병행하여 한미중, 한미일 등 다양한 형태의 소다자주의를 병행 추진함으로써 상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한국이 점진적으로 다자네트워크의 중심이 위치하도록 하여 독자적 전략 가치를 생성하기 위한 지속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