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대중국 해외직접투자를 읽는 3가지 키워드 - 제조업, 대기업, 현지시장진출 -

남대엽 소속/직책 : 계명대학교 중국학전공 조교수 2020-03-20

한국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17년 사드 논란 이후 한∙중 경제협력이 다소 주춤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이자 한국 제조업의 주요 생산기지이다. 부존자원의 부족으로 수출 주도형 공업화를 통해 성장한 한국 경제는 2000년 이후 중국과 함께 경제 성장을 지속해왔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0.7%에서 2017년 25.1%까지 증가했으며, 2018년에는 사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년비 1.7%p 상승한 26.8%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소폭 감소한 25.1%를 기록했지만, 여기에 홍콩을 더하면 한국 전체 수출의 31%가 중국을 향하고 있다. 이는 2대 수출대상국인 미국 13.5%의 2배가 넘는 수치이다. 또한, 한국의 2019년 경상수지 흑자 38.9억 달러 중 74.5%에 달하는 29억 달러를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거두어들였다. 

이처럼 높은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한국의 대중국 해외직접투자(ODI, Outward Direct Investment)와 글로벌 밸류체인(Global Value Chain, GVC)의 확대에 기인한다. Mundell(1957)은 초기 투자와 무역이 서로 대체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Caves(1971)는 다국적기업의 행태를 연구하며 글로벌 자본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고 이 같은 해외직접투자가 본국의 수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후 생산 비용의 효율성을 고려해 노동집약적 공정을 개발도상국에 건설하는 수직적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 보완되었다. Mulder and Rabaud(1996), Yeaple(2003) 등 다수의 연구는 본국의 해외직접투자가 투자대상국으로의 원부재자 수출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검증했으며, 최근 장진자 외(2014), Kim(2014) 등도 유사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수직적 산업내무역의 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글로벌 자본은 ICT 및 물류 혁신에 힘입어 R&D-기획-설계-부품 생산 및 조달-조립-생산-판매 등으로 이어지는 생산 가공 단계의 최적지를 찾아 빠르게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즉, 물류 및 통신 비용의 하락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원가절감, 무역 장벽 회피, 해외시장 진출 등의 목적으로 해외직접투자를 확대해 왔다. 그 결과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2000년 54억 달러에서 2019년 444억 달러로 약 8배 증가했다. 


이 같은 배경 하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줄곧 한국의 2대 투자 대상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1) 한국의 대중국 해외직접투자는 1992년 한∙중 수교로 급증한 이후 동남아 외환위기를 거쳐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중국은 낮은 임금과 해외자본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을 무기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본을 흡수하며 글로벌 제조 허브로 부상했다. 2001년 이전 연간 10억 달러 미만이었던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도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57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2002~2007년에는 줄곧 한국의 최대 해외직접투자 대상국이었던 미국 보다 많은 자본이 중국을 향했다. 2) 세계 금융위기로 다소 주춤했지만, 2018~2019년에는 48억 달러 수준까지 회복했다. 참고로, 2019년 기준 한국의 3대 해외직접투자 대상국은 미국(103억 달러), 베트남(23억 달러) 등이 차지하고 있다.

.


한국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중국 직접투자의 추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제조업 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1992년 이후 한국의 전체 해외직접투자 중 제조업 비중은 32.2%를 기록한 반면, 대중국 해외직접투자 중 제조업 비중은 79.4%에 달한다.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 목적의 상당수가 기술, 브랜드 등과 같은 무형 자산을 취득하거나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 목적이 아니라 중국의 높은 생산효율성을 활용하거나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목적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최근 추세를 살펴보면 제조업 투자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08년 64.1%까지 하락했던 제조업 비중은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해 2019년에는 한국의 대중국 투자가 본격화된 이후 가장 높은 94.6%를 기록했다. 최근 중국의 임금 상승, 환경비용 증가, 기술이전 요구 강화 등과 같은 경영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한국 제조기업들의 투자유인을 자극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한국의 서비스업체들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조업 이외에는 금융 및 보험업, 도매 및 소매업, 부동산업, 건설업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 이전까지 비제조업 중에서는 숙박 및 음식점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후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세계 경제에 편입되면서 금융 및 보험업과 도매 및 소매업 비중이 높아졌다. 한편, 2010년을 전후해서는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도매 및 소매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진 특징을 찾을 수 있다. 

.


둘째, 한국 제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 목적을 살펴보면 저임 활용 및 수출 촉진 목적이 감소하고 현지 시장 진출 목적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해외직접투자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투자 목적을 보호무역 타개, 선진기술도입, 수출 촉진, 원자재 확보, 자원 개발, 저임 활용, 제3국 진출, 현지 시장 진출, 기타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중 과거 대중국 해외직접투자의 상당수는 저임 활용 또는 수출 촉진에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특히, 2000년 해외직접투자 목적 중 수출 촉진은 전체 제조업 투자 중 65%의 비중을 차지했다. 2000년을 전후해 한국의 제조기업들이 중국의 WTO 가입을 예측하며 제3국 수출의 전진기지로 중국을 선택한 결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 목적이 최근에는 현지 시장 진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 투자 기업들의 주요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Maddison(2010)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국의 구매력평가 GDP는 세계 전체의 18.3%로 미국의 15.3%를  앞지를 것으로 추정했으며, IMF 등 다수의 국제기구들도 최근까지의 경제성장 추세를 감안했을 때, 향후 중국 내수시장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바로 인근에 위치한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셋째, 제조업의 대중국 해외직접투자 중 기업 규모와 투자 형태 역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대기업의 투자금액 비중을 살펴보면, 한∙중 수교 당해 21%에서 지속 상승해 2019년에는 87% 수준까지 증가했다. 중국의 WTO 가입 후 대중국 직접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던 2002~2007년 60%대를 유지하던 대기업의 투자금액 비중이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같은 추세는 신규법인 수에서도 알 수 있다. 2006년 2,393개로 고점을 찍었던 대중국 제조업 투자 신규법인 수는 이후 지속 감소해 2019년 346개에 불과하다. 동기간 투자금액은 35억 달러에서 48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한국 경제의 대기업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가공 단계별 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글로벌 밸류체인의 이점을 대기업들이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또한, 과거에는 삼성, 현대와 같은 대기업의 해외 진출 시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의 진출이 동반되었다면, 최근에는 대기업이 중국 현지 부품 업체로부터 납품받는 비율이 증가한 결과로 추정된다. 한국 기업 수 기준 0.1%에 불과한 대기업이 대중국 제조업 해외직접투자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은 한국 경제 생태계의 양극화된 양상을 반증한다. 

한편, 최근 들어 대중국 제조업의 투자 형태는 단독투자에서 합작투자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독점적 기술과 자본력 등을 보유한 모기업은 해외투자 시 단독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낮고 신속한 경영 판단과 함께 수익 성과를 나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지 시장(마케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기술, 자본 등에서 현지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합작투자를 선호한다. 이에 따라, 2002년 이후 대중국 해외직접투자가 급증할 때, 투자금액 기준으로 단독투자 비중은 빠르게 상승해 2006년과 2010년 72%의 비중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단독투자 비중은 점차 하락하고 반대로 합작투자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를 축소하고 자동차 등과 같은 전략산업에 대해서도 외자지분제한을 철폐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즉, 대중국 제조업 해외직접투자의 목적이 저임 활용 및 수출 촉진에서 현지 시장 진출로 전환되면서 내수시장 유통경로와 판촉 노하우를 보유한 현지 기업들과의 합작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2000년대 초기에 비해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사업 파트너로서의 가치가 상승한 것도 합작투자 비중이 증가한 주요 배경으로 추정된다. 

.


이상을 종합하면 최근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대기업들이 내수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제조업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는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의 선행연구들이 보여주듯, 해외직접투자는 수출과 밀접한 연관성이 존재한다. 특히, 제조업 내에서 수직적 해외직접투자는 본국의 원부자재 수출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투자 목적이 내수시장 진출로 전환되면서 과거와 같은 투자 증대 효과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대기업 비중이 90% 가까이 증가하며 중소기업과의 동반 진출 및 성장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대기업의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한국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과의 상생발전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참고 자료>

강다연, 전영서, & 장진자. (2014). 한국의 대중국 FDI 와 수출입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제조업 중심으로. 중소연구, 38(2), 79-115.

Caves, R.E. (1971), International corporations: The industrial economics of foreign investment. Economica, 38, 1-27.

Kim, W. (2014). The Relationship between East Asian Countries’ FDI and Export to China. 중국과 중국학, 21, 147-170.

Mulder, N., Rabaud, I. (1996), International specialisation in manufacturing and services. The CEPII Newsletter No. 67.

Mundell, 1957. “International Trade and Factor Mobility,” American Economic Review. pp.321-335.

Yeaple, S.R. (2003), The role of skill endowments in the structure of US outward foreign direct investment. Review of Economics Statistics, 85(3), 726-734.

Maddison, A. (2010). Statistics on world population, GDP and per capita GDP, 1-2008 AD. Historical Statistics, 3, 1-36.


-----
1) 1990년대 생산비 절감을 위한 목적의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동남아 국가들에 집중되었지만, 동남아 외환위기(1997년)와 중국의 WTO 가입(2001년)을 계기로 빠르게 중국으로 전환되었다.

2) 2003~2007년 기간 한국의 대중국 해외직접투자는 19.3억 달러에서 56.9억 달러로 3배 증가하지만 한국의 총 해외직접투자는 동기간 49.1억 달러에서 231.3얼 달러로 4.7배 증가하면서 대중국 해외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