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中 일대일로를 연계한 한·아세안 환경 협력 모색

강택구 소속/직책 :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 2020-03-26

1. 신남방정책과 일대일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여 아세안 및 인도와의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으로 사람(People) 중심의 평화(Peace)와 번영(Prosperity)의 공동체(Community) 건설을 비전으로 하는 신남방정책’을 발표하였다. 2019년 11월에도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신남방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간 한반도 주변의 미일중러 4강과 비교하여 아세안에 대한 한국의 정책적 관심은 높지 않았다. 북한 핵문제 등으로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미일중러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측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세안과의 경제적·문화적 교류는 주변 4국들 못지않게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의 인구는 약 6억 5천만 명으로 약 3조 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이고 이들 국가의 2017년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3%로 향후 경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우리나라와는 제2위 교역 대상으로 2018년 아세안과의 교역액은 1,599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아세안과의 경제적 사회적 협력은 점차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한편,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내세우고 있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아세안과 협력을 과거보다 강화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공산당 당대회를 통해 당장(黨章)에 삽입되었고 이로써 중국의 장기적인 국가전략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일대일로 전략으로 추진 중인 아세안에 대한 중국의 정책은 에너지와 교통 관련 인프라 구축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에너지 투자의 상당 부분은 화석연료에 집중되어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해외 에너지 부문에 실크로드 기금(Silk Road Fund)과 중국 국영기업에서 투자한 화석연료 프로젝트의 비중은 각각 93%와 95%이다.1) 또한 2013년부터 2016년 기간 중국 금융기관은 해외 석탄 프로젝트에 약 150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하였다.2) 교통 인프라와 경제구 건설 관련하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의 착공, 중국-라오스중국-태국 등 범아시아를 연결하는 철도망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고, 중국-베트남 간의 초국경 경제협력구는 건설 중이다. 

2. 일대일로와 환경 문제

일대일로 기조 하에 중국의 아세안에 대한 접근은 기본적으로 인프라 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이로 인한 환경오염 및 파괴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중국은 일대일로의 녹색화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2017년 “일대일로 생태환경보호 협력 계획”, “녹색 일대일로 건설에 관한 지도 의견”을 마련하고 2019년 4월 제2회 일대일로 포럼에서는 녹색을 강조하였다. 또한 일대일로 연선 국가의 투자에 있어 환경적 사회적 리스크 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녹색투자 원칙(Green Investment Principle)”을 마련하여 프랑스, 싱가포르, UAE 등 27개국의 서명을 확보하였다. 그리고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환경적 지속가능성 원칙과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부응할 목적으로 일대일로 국제녹색발전연합(BR International Green Development Coalition)을 출범하였다. 3) 

중국의 녹색화 강조에도 불구하고 대외 인프라 사업은 환경오염 및 파괴로 인해 종종 현지 주민들의 지속적인 반발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미얀마의 밋손(Myitsone)댐, 인도네시아의 바탕 토루(Batang Toru) 열대우림의 댐 사업, 캄보디아 삼보(Sambor) 댐 등은 생태환경적 이유로 현지인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해당 사업이 중단되거나 국제 소송에 직면해있는 상황이다.4) 중국의 해외사업이 지역사회에서 환경문제에 종종 직면하는 이유는 다른 국제기구와 달리 환경기준을 의무조항으로 마련하고 있지 않고 일대일로 프로젝트 추진 시 해당 국가의 환경 법률을 준수한다는 규정으로5) 중국 개발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덜 엄격한 해당 지역의 환경기준에 근거하여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프로젝트에 기초한 환경영향 평가만을 진행함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과 초국경에 걸쳐 발생하는 환경위험이슈가 종종 무시되거나 간과된다는 지적도 있다.6) 

3. 아세안 진출을 위한 한중 협력의 기회로서 환경 협력

이처럼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아세안에서 환경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도리어 한중 공동 진출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로 아세안에 대해 막대한 경제력, 가격 경쟁력, 적정 기술을 앞세우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간의 경쟁보다는 국가전략의 연계를 통한 아세안과의 효율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한중 공동 진출과 관련하여 2017년 12월 중국 충칭에서 개최한 한중 제3국 공동 진출 산업협력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중 4대 협력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그중에서 친환경 에너지 육성, 초국가간 전력망 연계와 같은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한중의 장점을 결합한 제3국 공동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3국 한중 공동 진출 협력의 구체적인 이행방안 마련을 위해 2018년 2월 제15차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양국은 기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 연계 협력 MOU를 신북방 및 신남방정책과 연계 협력으로 수정하였다. 그리고 제3국 공동 진출 활성화를 위해 ‘중점사업 리스트’ 작성과 성공사례 발굴 지원을 지속해나갈 것을 합의도 하였다.7) 

환경을 포함한 지속가능 발전은 한국, 중국뿐만 아니라 아세안에서도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아세안과의 협력에서 한국이 갖는 현실적인 역량을 고려하여 한중간 윈-윈할 수 있는 여러 분야 중에서 환경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보여주고 있는 경제적 접근 중심의 한계를 보완하는 지속가능 발전을 포함한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자금에 기반을 둔 중국의 해외 인프라 사업 추진 등 일대일로 추진 과정에서 겪고 있는 환경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의 환경 관련 노하우를 결합한 국제협력 개발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간 한중 양국 간에 미진했던 제3국 공동 진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인프라 사업뿐 아니라 더불어 우리의 신남방정책의 주요 협력분야이기도 기후변화, 스마트시티, 자연재난, 친환경 에너지 절약 기술 등 분야에서도 협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
1) Zhou, Lihuan, “Moving the Green Belt and Road Initiative: From Words to Actions,” World Resources Institute Working Paper, 2018 October, p.3.

2) Tan, Huileng, “China is massively betting on coal outside its borders—even as investment falls globally,” CNBC, April 6 2018, (https://www.cnbc.com/2018/04/06/china-is-massively-betting-on-coal-outside-its-shores—even-as-investment-falls-globally.html).

3) Nakano, Jane, “Greening or Greenwashing the Belt and Road Initiative?” CSIS Newsletter, May 1, 2019.

4) Narain, Divya, “Banks need to take Belt and Road environmental risks seriously,” Chinadialogue Jan. 30, 2020; Harvey, Rachel, “Burma dam: Why Myitsone plan is being halted,“ BBC, Sep. 30 2011 (https://www.bbc.com/news/world-asia-pacific-15123833).

5) 环境保护部, “一带一路生态环境保护合作规划,” 2017년 5월.

6) Pike, Lili, “‘Green Belt and Road’ in the spotlight,” Chinadialogue April 24, 2019; Ewing, Jackson, “Making the Belt and Road Environmentally Sustainable: Greening ‘Greening’ the BRI is a two-way street that starts in Beijing,” The Diplomat March 3, 2019; Teese, Patrick, “Exploring the Environmental Repercussions of China’s Belt and Road Initiative,” EESI, OCtober 30, 2018 (https://www.eesi.org/articles/view/exploring-the-environmental-repercussions-of-chinas-belt-and-road-initiativ).

7)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 “제15차 한중경제장관회의 주요 결과: 4대 협력방향에 대한 합의 도출,” 보도자료, 2018년 2월 2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