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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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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 패권경쟁과 아프리카 신흥 쟁탈전

김연규 소속/직책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0-08-13

19세기 국제질서의 가장 큰 특징은 영국과 독일 간의 패권 경쟁이었다. 당시 영국은 지금 미국과 비슷하게 자유 시장 경제체제에 기반해 산업혁명을 주도하였으며 기술적으로 우월했다. 반면 독일은 후발 산업국으로서 현재 중국과 유사하게 정부 주도의 산업화 전략을 펼쳤으며 독일 금융기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였고 영국 산업화와 기술을 추격하고 모방하는 전략을 펼쳤다 (허재환 2020). 19세기 말로 오면서 금융과 자유무역을 표방하던 영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독일의 제조업 기술이 약진하면서 영국이 독일의 성장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무역과 관세전쟁 등의 형태로 본격적인 영국-독일 패권 경쟁이 시작되었다. 

두 강대국 사이의 무역, 기술, 군사 등 전면적 영역에서의 경쟁은 에너지 자원 광물 식량의 확보를 위한 당시 최고의 신흥시장이자 자원공급지인 아프리카 쟁탈전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1884년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는 아프리카 분할과 개발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13개의 유럽 국가들을 소집해 ‘베를린 회의’(Berlin Conference)를 개최했다. 당시 언론이 이러한 강대국들의 움직임을 아프리카 쟁탈전” (scramble for Africa)이라고 불렀다(Ayers 2012).

제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고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식민지 시대를 벗어나 독립된 국가로 다시 태어났다. 미국이 주도하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속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 다양한 개발 원조와 투자 속에서도 아프리카는 국제질서의 변방에 머무르며 서구의 자원공급지로 전락하게 되었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운명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된 것이 2000년에 창설된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The Forum on China-Africa Cooperation: FOCAC)이었다. 44개 아프리카 국가정상들이 참여한 협력포럼에서 양측은 2010년까지 교역량을 2000년 당시의 약 12조원 ($10 billion)에서 120조원 ($100 billion)으로 늘리기로 합의하였다. 2000-2010년 동안 중국-아프리카 경제협력이 기존 미국 유럽의 아프리카 개발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아프리카와의 경제협력은 아프리카의 원유가스와 같은 에너지, 희귀금속과 광물, 그리고 농지에 대한 투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제조업품을 수입하는 형태였다. 중국이 기존 미국 유럽의 아프리카 개발과 투자와 차별화 시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점은 중국은 아프리카의 도로, 항만, 송유관, 전력망 등 인프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병행한다는 점이었다. 2004년 UN 사무총장 자문관 제프리 삭스 교수는 신문기고를 통해 냉전 기간 동안 수십년 동안의 미국과 유럽 주도 아프리카 개발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농지 규모를 가지고도 식량위기를 겪고 있으며 단순히 아프리카 국가들의 거버넌스 문제 때문에 현재의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Lee 2006). 중국은 미국 유럽의 ‘신식민지주의’ (new colonialism)와 다름없는 자원개발 중심의 아프리카 협력에서 탈피해 아프리카의 산업화와 경제개발을 도모하는 경제협력 모델을 제시하는데 주력하였다.

중국 정부의 아프리카 개발에 대한 의지는 중국정부가 무상으로 20층 규모의 현대식 아프리카 연합(Africa Union, AU로 약칭함) 본부 건물을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市 (Addis Ababa)에 건설해 준 사실에 잘 드러난다. 다수의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채무를 탕감해주기도 했다.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일대일로 계획을 통해 이러한 중국의 아프리카 전략은 더욱 뚜렷해졌다. 이러한 중국의 시각은 시진핑 주석이 “아프리카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인프라 부족이다”라는 언급에 잘 나타나 있다. 아프리카 개발은행은 향후 아프리카의 인프라 구축에 소요될 비용을 150조원에서 200조원 가량 ($130-170 billion)으로 추산한다(Shepard 2019). 

일대일로 계획이 공식 발표된 2013년 9월 이후 2014년 5월 리커창 총리는 일주일 동안 케냐, 앙골라,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하였다. 에티오피아는 중국이 무상으로 건설해 준 AU 본부를 방문하기 위한 것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일대일로의 상징적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계획된 국가들이다. 특히 나이지리아의 14조원 ($12 billion) 규모의 해안철도 사업, 6조원 ($4.5 billion) 규모의 아디스 아바바-지부티 철도, 그리고 13조원 ($11 billion) 규모 탄자니아의 바가모요(Bagamoyo) 항구 개발 등은 아프리카 일대일로 최대 사업들이다. 이러한 철도와 항만 개발은 기본적으로 내륙의 개발된 자원을 인도양의 해양으로 운반하는데 필수적인 인프라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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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영국의 「Economist」紙는 2011-2019년 동안 아프리카 개발에 대한 중국을 포함한 각국들의 움직임이 아프리카 개발붐을 가져왔으며 이러한 현상을 “the new scramble for Africa”라고 불렀다. 여전히 투자 사업 숫자나 규모 면에서 미국과 주요 유럽국가들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중국이 빠르게 약진하고 인도 터키 등이 괄목할 만하게 활동을 늘려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conomist」紙에 의하면 2010-2016년 사이에 아프리카 전체 지역에 새롭게 개설된 외교 공관 숫자만 320개였다 (The Economist 2019). 터키는 26개 대표부를 개설하였으며 인도는 2018년 한해에만 18개를 열었다.

최근 IMF 보고서는 아프리카를 도시화 등 측면에서 세계에서 두번째로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선언하였으며 머지않아 교역규모에서 약 6조 달러 ($5 trillion) 경제가 된다고 발표하였다 (Shepard 2019). 현재의 11억 인구가 2050년이면 2배 이상 증가해 20억 명이 넘게 되고 그 가운데 8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게 되어 제2의 중국처럼 주요한 소비시장이 될 수 있다 (Sun 2017; Bright & Hruby 2015).

코로나 19 이후 디지털 실크로드와 금속/광물 쟁탈전

철도, 도로, 항만, 전력망 등 전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대일로 사업이 출범하고 몇 년이 지난 2015년 중국정부는 별도의 국가간 협약과 포럼을 개최하는 디지털 실크로드(Digital Silk Road)를 2015년 이후 별도로 운용해 왔다. 개념은 비슷하지만 이 경우는 국가간 결제시스템, 데이터 센터 구축, 통신망, 광케이블, 해저 케이블 연계(connectivity)를 주요 목표로 하는 사업으로 현재 아래 표와 같이 16개국이 공식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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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 사태가 일어난 이후 비대면 수요와 감염병 초기 진단 등 의료 분야에 대한 디지털 수요 급증으로 디지털 실크로드 구축이 우선적으로 앞당겨 추진되고 있다. 아프리카와 같은 인터넷 보급과 디지털 갭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에서 공공 보건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중국의 디지털 분야 기술기업들이 디지털 경제화를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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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함께 코로나 이후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한 가지는 에너지 전환의 가속화로 희귀금속과 광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는 원유가스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저물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원유가스 시대가 가고 재생에너지가 대세가 되면  에너지를 둘러싼 지정학적 충돌이 사라진다는 환상이 점점 깨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4차산업 디지털 시대는 많은 종류의 희귀금속과 광물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금속과 광물은 원유 가스보다 더욱 더 특정 국가와 지역에 치중해 있어 원유 가스 보다 더 치열한 지정학적 충돌이 예측된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주요 금속과 광물 공급망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속에 구리, 코발트, 콜탄 등 디지털 경제 구축에 필수적인 원료들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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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허재환. 2020. 『코로나 19 이후 G2의 운명』 유진투자증권. 07.01

Ayers, Alison. 2012. “Beyond Myths, Lies and Stereotypes: The Political Economy of a ‘New Scramble for Africa.” New Political Economy, 18(2):1-31.

Bright, Jake & Aubrey Hruby. 2015. The Next Africa: An Emerging Continent Becomes a Global Powerhouse. London: Thomas Dunne Books. 
 
Foreign Policy Special Report. 2019. “Mining the Future.” May.

Lee, Margaret. 2006. “The 21st Century Scramble for Africa.” Journal of Contemporary African Studies, 24:3, pp. 303-330.

Shepard, Wade. 2019. “What China is Really Up to in Africa.” Forbes, Oct. 3.

Sun, Irene Yuan. 2017. The Next Factory of the World. Cambridge, USA: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The Economist. 2020. “The New Scramble for Africa.” March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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