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국의 중국 IT산업 제재: 배경과 시사점

이지용 소속/직책 : 계명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2020-08-24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8월 6일 중국 IT기업 중 틱톡(TikTok)과 위챗(WeChat)에 대한 제재를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을 단행했다. 이번 제재는 전일인 8월 5일 미 국무장관 폼페오가 발표한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The Clean Network Program; 이하 CNP)1) 을 실행하는 첫 번째 조치에 해당한다. 그리고 연이어 8월 17일에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화웨이 계열 및 협력사 152개를 추가한 것으로서 2019년 시작된 화웨이 제재에 회피 통로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IT산업에 대해 미국이 취하고 있는 내용은 CNP에 포괄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이러한 CNP의 내용과 목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중국 IT산업을 글로벌 IT산업 네트워크로부터 퇴출시킨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중국 IT기업 제재의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해석은 현재의 상황을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의 기술패권 도전을 사전에 차단하고 IT를 중심으로 한 4차 산업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 주요 배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중국 IT기업 제재를 단순히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으로만 분석할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관계 변화의 성격을 경제와 기술경쟁력 우위 등으로 단순화시킬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IT산업에 가하고 있는 제재의 배경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지능정보 산업에서의 주도권을 중국에 뺏기지 않기 위한 견제의 차원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중국이 화웨이를 중심으로 전세계 5G 네트워크 구축을 선도하고, IT 소프트웨어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급속도로 제고되면서 미국의 기술패권에 대한 위기의식이 증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논리는 현재의 IT산업과 차세대 지능정보 산업 분야의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최상위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원천 기술이 대부분 미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지능정보 산업에서는 소프트웨어 핵심기술의 지원 없이는 하드웨어 산업을 가동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IT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의 중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삼성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선두 주자인 대만의 TSMC와 같은 기업도 미국의 반도체 원천기술과 설계기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즉, 미국이 핵심/원천 기술 제공과 사용을 거부하면 제품개발과 생산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역으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원천기술 보유 기업 또한 가치사슬의 하위에 놓인 기업들의 개발 및 생산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바로 이러한 상호의존성을 기반으로 기술/개발/생산/판매 등이 이루어지고 작동되는 것이 오늘날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체제이다. 다실 말해 IT 정보산업의 최상위 핵심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단순히 중국의 IT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해서 견제에 나서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산업 가치사슬 구조를 이해한다면 현재 미국의 중국 IT산업 제재를 이른바 ‘기술패권 경쟁’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안을 과도히 단순화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정보통신 산업에서 중국의 기업이 문제시되는 보다 근본적 원인은 중국 기업의 정치적 수단화에 있다. 중국공산당 체제의 특성상 중국의 기업은 순수한 경영과 경제의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지배받고 있는 특징이 있다. 중국의 대표적 민간기업의 배후에는 여지없이 중국공산당 지배엘리트가 있다. 민간기업 대표는 중국공산당 지배엘리트의 대리인일 뿐이라는 의미의 ‘백수장(白手套)’은 중국의 기업과 중국공산당과의 관계성을 잘 나타내는 용어이다. 문제는 중국의 기업이 단순히 중국공산당 지배엘리트의 경제적 축재(蓄財)의 도구를 넘어 중국공산당의 국내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데에 있다. 중국공산당은 국내에서 이른바 ‘디지털 전체주의’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정보기술 산업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기술탈취, 정보수집 및 교란, 인터넷 공간에서의 각종 정치공작 수행, 외국 국가신경망 장악 등을 통해 영향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다. 현대 사회, 경제, 정치, 군사안보 등의 전영역에서 지능정보 산업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산업을 동원한 중국공산당의 정치공작은 방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미국의 위기의식이자 판단이다. 

중국공산당은 정보기술 기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데서 더 나아가 이를 법으로 제정해 놓은 상태이다. 2017년 ‘국가정보법’을 제정해 국민 모두가 중국공산당의 정보활동을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국가정보법 제7조). 중국의 정보기관들이 모든 경로와 수단을 동원해 국내외 정보 수집할 수 있고(국가정보법 제 10조), 해외에서 정보수집 이용 등의 활동을 법으로 정하고 있으며(국가정보법 제11조), 중국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거주 중국인, 기업, 조직등은 정보활동에 따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국가정보법 제14조). 기존에 중국이 민간 IT기업을 동원해 온 행태를 법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화웨이, ZTE, 틱톡, 위쳇 등을 포함한 중국의 모든 기관과 기업들은 중국공산당의 해외 정치공작에 동원되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가 이들을 보호한다는 조항(국가정보법 제23조)도 마련하고 있다.2) 중국공산당은 미국과 서구국가를 포함한 타국에서 IT 정보산업을 동원한 이른바 ‘초한전(超限戰)’을 전개해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공세에 대응해 미국이 추진하는 CNP는 중국이 IT산업을 이용해 정치공작을 지속하는 한 산업 자체를 미국과 세계시장으로부터 고립시킨다는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CNP는 다음과 같은 6개의 주요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클린 캐리어(Clean Carriers),’ ‘클린 스토어(Clean Store),’ ‘클린 앱(Clean Apps),’ ‘클린 클라우드(Clean Cloud),’ ‘클린 케이블(Clean Cable),’ ‘클린 패쓰(Clean Path).’ 6개 항목을 핵심적 내용으로 요약하면, 중국공산당에 동원될 수 있는 중국 통신사업 회사를 배제시키고(클린 캐리어), 해외 사용자의 정보를 탈취하는데 이용되는 중국 앱을 앱스토어에서 퇴출시키며(클린 스토어), 미국과 서구사회에서 개발한 앱을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클린 앱),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와 같은 중국 IT기업이 미국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하며(클린 클라우드), 중국이 건설하는 해저(광)케이블의 트래픽 전송 연동성을 차단(클린 케이블)할 뿐만 아니라, 5G 네트워크 트래픽 진출입 과정에서 화웨이, ZTE 등 중국 IT사업자의 장비를 퇴출시킨다(클린 패쓰)는 것이다.3)

미국의 CNP에는 중국 IT산업 제재를 위해 자국기업뿐만 아니라 IT 정보통신 관련 해외기업과 국가들도 포함된다. 8월 5일자로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에 참여한 국가는 약 30개국에 달하고, 전세계 대형 정보통신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을 의미하는 이른바 ‘클린 텔코스(Clean Telcos)’에 참여하고 있다. 정보통신 산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정보신뢰 표준과 관련해서는 이미 2019년 체코 프라하에서 약 30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프라하 프로포절(Prague Proposals)’4)을 발표한 바 있다. 전세계 주요 IT관련 기업은 IT산업 핵심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미국의 기업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정보산업의 신뢰성 확보차원뿐만 아니라 지능정보 산업 선진국과 교류를 지속하기 위한 경제적 이익확보 차원에서도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의 참여는 확대될 것을 전망할 수 있다.  

향후 지능정보 산업분야에서 중국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면서 파상적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 진행되는 미국의 중국 IT 기업에 대한 제재는 중국공산당이 기업과 기술을 동원해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에 대한 전체주의적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한 대응이자 차단이기 때문이다. 즉, 중국에 대해 미국이 전개하고 있는 제재의 칼날은 중국공산당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화웨이, 틱톡, 위챗 등과 같은 개별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 상황의 본질을 이와 같이 이해했을 때, 중국 IT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향후 어느 정도로 그리고 어느 범위로 전개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범위는 IT 지능정보 산업 생태계에 연관되어 있는 중국 기업과 해외 생산네트워크에 포함된 기업들을 포괄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최상단에 미국의 기업과 기술력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기업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금융과 통상에 있어서 미국의 영향력은 결정적이고 지배적이다. 한국의 기업과 기술력 또한 미국과 서방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하위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연동되어 있는 상황에서 현재 진행되는 상황의 본질이 미중 간 ‘다른 형식의 전쟁’ 상황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전쟁’의 양상은 피아를 확실하게 구분시킨다. 

물론 상호의존성과 교류의 확대심화를 특징으로 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중국과의 급속한 단절은 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이다. 다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의 거시적 구도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류와 통상의 지속 범위와 위험관리 체제를 시급히 가동해야 할 시점임에는 틀림없다.



-----
1) https://www.state.gov/the-clean-network/ (검색일: 2020년 8월 13일).

2) 中华人民共和国国家情报法, http://www.npc.gov.cn/npc/c30834/201806/483221713dac4f31bda7f9d951108912.shtml(검색일: 2020년 8월 10일).

3) Michael Pompeo, ‘Press Statement,’ https://www.state.gov/announcing-the-expansion-of-the-clean-network-to-safeguard-americas-assets/(검색일: 2020년 8월 15일).

4) https://www.nukib.cz/download/5G%20site/Prague-Proposals-5G-Sec-190503.pdf(검색일: 2020년 8월 10일)



<참고자료>
1) 中华人民共和国国家情报法, http://www.npc.gov.cn/ npc/c30834/201806/483221713dac4f31bda7f9d951108912.shtml(검색일: 2020년 8월 10일).

2) https://www.state.gov/the-clean-network/ (검색일: 2020년 8월 13일).

3) Michael Pompeo, ‘Press Statement,’ https://www.state.gov/ announcing-the-expansion-of-the-clean-network-to-safeguard-americas-assets/(검색일: 2020년 8월 15일

4) https://www.nukib.cz/download/5G%20site/Prague-Proposals-5G-Sec-190503.pdf(검색일: 2020년 8월 10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