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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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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의 잠재력, 인적자원

김동수 소속/직책 : 산업연구원 동북아산업실장 2020-09-01

지금부터 약 180여년 전인 1840년 거대하지만 안에서 곪아터진 청나라는 산업혁명에 의한 경제부흥을 일구어낸 서방세계의 팽창에 아편전쟁이라는 굴욕의 역사를 맞이하면서 국공내전을 거치면서 어렵게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었다. 약 100년 간 암울한 시기였다. 이후에도 공산주의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으로 커다란 역사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후 약 40여 년간 중국은 세계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만큼 규모가 크면서도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왔고, 2014년 구매력기준의 국내총생산 규모가 미국을 앞지를 만큼 성장하였다. 2019년말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세계가 경기침체의 충격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 중국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3.2%를 기록하면서 다른 주요 선진국들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가장 빠르게 경기회복을 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초부터 최근 3년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압박은 점차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추가관세 부가를 통해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겠다더니 불공정무역행위에 대한 견제로 확대되었다. 이후 푸젠진화(福建晋华), 화웨이(华为), 바이트댄스(抖音) 등 중국기업에 대한 재제를 통하여 국가안보 차원에서의 신산업기술보호가 강화되고 있고, 급기야 미국에서 수학 중인 중국 유학생들에게까지 지식탈취라는 이유로 재제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점에서 미국의 압박과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의 충격에도 버텨내고 있는 중국경제성장의 잠재력은 무엇일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그 해답을 중국의 인적자원에서 찾아 본다. 중요한 생산요소 중의 하나인 인적자원은 농경시대의 경우 전체 인구수나 남성인구수가 바로 생산력를 의미하였던 반면, 산업혁명 이후 제조업의 부흥기에는 글을 읽고 소통가능한 산업노동인력의 수가 산업경쟁력를 의미하였다고 할 수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서는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인적자원이라 함은 단순히 언어소통가능 산업인력이라기 보다 스마트기기 활용가능 인력과 창의적인 수퍼인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의 경우 어려운 한자의 습득으로 인하여 산업혁명기에 오히려 서방세계 뒤처졌다가 문맹률의 개선 및 산업인력의 확대로 제조대국으로 성장하였고,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한 빠른 스마트화와 고급인적자원의 생태계 형성이 시장자본주의(중국특색사회주의)과 결합하면서 잠재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언택트사회로의 전환이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기술의 산업화를 촉진시키는 지금, 중국의 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기술사업화 등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관련 시장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해당 분야의 수퍼인재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중국국가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대학교(专科本科) 졸업생 수는 전문대학교(专科) 졸업생 364만 여명을 포함하여 2019년 약 759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동안의 누적 대학교 졸업생 수는 약 5,556만 여명으로 우리나라의 인구수보다도 많다. 고급인력으로 구분할 수 있는 대학원(研究生) 졸업생수는 2019년 64만 여명으로 우리나라의 대학교 졸업생수의 약 2배를 상회한다. 2012년부터 8년 동안의 누적 대학원 졸업생수는 447만 여명이다. 2019년 기준으로 대학원 재학생 규모는 268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 제조업 기반의 사회라면 평균개념으로 고급인력의 비중이 중요하겠지만 스마트 사회에서는 절대규모 면에서의 우수인재가 매우 중요한 국가경쟁력의 요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고급인력의 규모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흔히 평균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전체 인구 대비 대졸자의 비중이나 석박사 학위자의 비중으로 해당국가의 인적자원의 질(quality)을 판단해 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사회는 경쟁력있는 플랫폼이 시장 전체를 독점할 수 있듯이 극소수의 뛰어난 인재가 이른바 올킬(all-kill) 하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고급인적자원 규모의 성장에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스마트시대에 필요한 인력양성을 위한 대학의 전공을 언급할 때 이른바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rring, Math)이 자주 대두된다.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관련 전공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많은 대학입학예정자들이 선호하는 분야이다. 중국의 경우도 최근 바이두(百度), 알리바바(阿里巴巴), 텐센트(騰迅),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의 탄생으로 대학 진학 예정자들의 전공 선호도도 공학분야로 빠르게 변화하였다.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컴퓨터 계열이 가장 선호하는 전공분야이고, 전기공학과 자동화 계열이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하였다. 의학 및 약학과 간호학 계열이 각각 5위, 17위, 2위를 기록하면서 전통적인 선호도를 반영하고 있다. 사회주의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법학계열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인기가 높은 경상계열은 경영학이 18위, 금융학이 25위, 그리고 경제학이 29위를 기록하면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와 교통운수 분야에 대한 높은 선호도도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에서의 인기학과의 분포의 특징을 보면 공학과 의학계열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높은 반면, 수학과 과학 등 기초학문분야에 대한 선호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더라도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상경계열 및 법학계열에 대한 선호도가 낮고, 공학 및 기술 분야에 대한 높은 것은 중국의 잠재력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미취학아동에서 은퇴한 고령자까지 휴대전화를 통하여 메시지를 주고 받고, 상품을 구매하고 대금을 지급한다. 어려운 한자를 입력하기 벅차니 목소리로 대신하고 고객상담은 챗봇이 한다. 이미 2016년 즈음부터 일반인들의 스마트화수준이 빠르게 높아져 왔다. 그런가 하면, 좋은 대학교를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이 과거 높은 연봉과 자기계발 기회를 이유로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외국기업에 취직하고자 하였으나 최근에는 앞 서 언급한 BATH(Baidu, Alibaba, Tencent, Huawei) 등의 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꿈으로 여긴다. 이들 기업의 경우 인공지능 등 유망분야의 경우 1억원을 상회하는 높은 연봉은 당연하고, 경우에 따라 스핀오프 형태로 분사(分社, spinoff)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의 인적자원 생태계가 오히려 자본주의국가인 우리보다 더 효과적으로 조성된 느낌이다. 중국 베이징의 중관촌(中关村), 상하이 와이탄의 양포취(上海市杨浦区), 선전의 첨단기술개발지구인 난산취(深圳市南山区) 그리고 알리바바 본사가 위치한 항저우 위항취(杭州市余杭区) 등 여러 쌍촹(双创)지구에서는 성공신화를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996(9시출근, 9시퇴근, 주6일 근무)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중국이 지닌 잠재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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