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 디커플링 (Decoupling) 론의 허와 실

유재광 소속/직책 : 경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조교수 2020-10-16

우리는 지난 40여년간 부지불식간에 세계화를 너무도 당연히 여겨왔다. 자유무역은 대세이고 이 무역에 참가한 국가들은 GDP로 대변되는 자신의 부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어느새 상식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부의 편중, 불평등의 심화,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격차 확대 등 여러 가지 자유무역의 약점이 지적되어 왔지만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라는 믿음으로 자유무역과 이것이 추동한 세계화는 대세라고 여겨져 왔다. 

이 세계화에 가장 앞장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미국이다. 냉전붕괴 후 자본주의의 대안인 현실 사회주의 체제가 완전히 붕괴하면서 자유주의적 승리주의 (liberal triumphalism)가 국경을 넘어 퍼져 나갔고 국가들은 이를 외교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한다. 그 맨 선두에 미국과 멕시코 그리고 캐나다 간의 자유무역 협정인 NAFTA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가 위치해 왔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협정은 참가한 북미 3국 간에 상호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이익에 근거 추진 및 비준되었다. 이후 수많은 국가들이 자유무역 협정 맺기 경쟁에 달려들고 이런 흐름은 결국 GATT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의 개정과 확장 그리고 세계무역기구 (World Trade Organization) 창설로 이어졌다. 많은 자유주의 사상가들과 학자들은 얼마 전까지도 각국은 자유무역이 공동의 이득(joint gain)에 대한 국가들의 관심 결과이며 이는 국제질서에서 평화와 번영의 제도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 구체화 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상호 무역 전쟁과 이로 인한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은 무역이 창출하는 절대적 혹은 공동의 이해관계가 무정부적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상대적 이득(relative gain)으로 치환되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보여준다. 상대적 이득이란 두 국가가 전략적 경쟁을 벌일 때 상대방의 이득을 자신의 손실로 인식하면서 발생한다.1) 보통 국제정치 에서는 안보 (security)가 대표적인 상대적 이득의 예라고 본다. 예를 들어 중국의 발 빠른 군비증강은 경쟁국 미국입장에선 자신의 안보가 상대적으로 침해되는 것이며 이에 따라 미국도 군비증강에 나서게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상호 이익을 가져온다고 알려진 절대적 이득(absolute gain)의 에서조차 상대적 관점을 투영해 벌이고있는 갈등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이 불공정 무역 관행과 지적 재산권 침해로 이어져 상호 이익이 아닌 일방적인 미국 이익의 침해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이 존재하지 않는 불공정 무역관행을 빌미로 중국기업에 일방적 제재를 가해 중국의 경제적 이익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역의 상호 호혜성이란 정신은 이제 적어도 미·중 관계에선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이런 미·중 간의 무역 대립은 최근 들어 디커플링이라는 유행어 사용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의 맥락에서 디커플링이란 미국이 기존의 중국과의 형성해온 상호의존적 경제 관계를 ‘의도적’으로 탈(脫) 동조화 시키려는 현상을 말한다.2) 

두 개의 경쟁하는 국가 사이에 이 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하면 해당 국가들은 상대방 기업들에 대한 경제제재를 부과하며 기존에 맺었던 상대국 국가와의 무역과 투자의 철수를 시행하여 서로의 공급 사슬 (supply chain)에 타격을 주려 한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의 중국기업인 ZTE 그리고 화웨이(Huawei) 제재 및 최근의 위챗(WeChat)의 미국 내 영업금지가 전자의 예라면 미국 정치인들이 애플의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옮기자는 주장과 나아가 애플 스스로가 중국에 건립 예정이었던 생산 설비를 인도에 짓기로 결정한 것이 후자의 예라고볼 수 있다.3) 미국이 중국에 대해 탈동조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은 이미 미·중 무역 전쟁의 와중에 예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문제를 지적한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무역 불균형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며 극구 비난하며 중국을 코너로 몬 것이다. 만약 이 논리대로라면 미국은 중국과의 불공정한 무역 투자 금융 관계에서 탈피하여 수많은 중국진출 미국기업의 본국으로의 재이전 (reshoring) 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런 탈동조화의 흐름에서 중국도 비슷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 스스로가 이미 이중 순환 (dual circulation) 전략 추진의 의지를 밝힌 바 있다.4) 이 정책은 중국의 지나친 세계 경제로의 통합에서 발생하는 위협에 대한 회피 전략(hedging strategy) 으로 중국이 세계 경제에 의존해서 국제자본과 금융 그리고 기술시장에서 이익을 얻을 때까지 세계화에 동참하나 만약 이 의존이 국제경제 상승-위축을 통환 경제위기나 안보 위협을 가져올 경우 그 의존을 체계적으로 감소시키겠다는 전략이다.5) 중국의 내수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와 자력에 근거한 제조 강국 추진 그리고 중국 내부혁신을 통화 기술 강국으로의 도약 역시 중국의 탈동조화에 대한 준비로 읽힌다. 지난 수 십년 해외 특히 미국과의 경제 의존을 통해 이뤄온 경제성장이 양적인 증가는 이루어 냈어도 중국기업 스스로가 주도하는 산업의 고도화와 기술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 도전을 중국 국내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한 정치적 정지작업으로 시진핑 일인 지배 체제의 강화와 공산당 영도력 강조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최근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 폐기와 직접지배의 강화 역시 이런 중국식 탈동조화의 흐름에 있을 수 있다. 주지되다시피 홍콩은 수많은 서구 금융회사들이 활동하며 중국 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금융을 조달하는 아시아 최고의 금융 허브이다. 아직 중국으로부터 어떤 가시적 움직임이 취하고 있지는 않고 있지만 홍콩에 신보안법 (national security law)을 제정 적용하여 홍콩 자치 정부를 베이징에서 컨트롤 하겠다는 의지는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의 홍콩 직할 통치의 부작용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중국은 홍콩에 신보안법을 적용하여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텔레그램, 구글 그리고 줌 등에 중국에서 획득한 정보를 넘길 것을 강하게 요구해 이들의 반발을 불러왔으며 몇몇 언론은 이들 기업이 장기적으로 홍콩의 비지니스 환경 악화에 대비해 탈홍콩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했다.6)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 책략(economic statecraft)이라고 불리는 일대일로(一带一路)정책 역시 중국식 경제모델을 수출하고 자신의 영향권 (sphere of influence)을 넓혀 미국과의 경제 디커플링이 심화될 경우 그 대안시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비전과 연관되어 있다. 일종의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인프라 건설 지원사업의 성격이 짙은 이 정책은 경제적 차원에서 개도국 인프라건설 자금을 지원하고 이후 이 인프라 운영에서 얻는 이익을 취하겠다는 계산도 있지만 반면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중국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서 자신의 경제활동 반경을 넓히겠다는 정치적인 고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의 지속적인 중국 제제와 디커플링 노력으로 중국의 일대일로는 이제 중국이 경제활동의 중심지를 북미가 아닌 개도국과 아프리카로 옮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이중 순환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중국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먼저 외부와의 순환 (external circulation)이 미국의 압박전략으로 제약되고 있는 상태에서 국내 순환 (internal circulation)을 재빨리 성취하기 위해서는 중국 가계의 소득이 더 빨리 증가되고 이에 따른 대규모 소비 진작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지난 해 말부터 지속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중국 역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중국 내 산업생산력도 저하되고 있다. 이로 인한 소비 증가세 역시 여전히 불투명 하며 과연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국내 순환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중국의 이중 순환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우려는 중국이 미국의 제제를 극복하고자 추진한 내수경기 주도의 경제성장 전략이 과거 많은 남미국가들이 범했던 우를 반복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 빠른 내수중심 경제로의 전환과 이에 기반한 소비 진작은 어떤 형태로든 중국 공산당 주도의 산업정책 (industrial policy)의 강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중국 경제에 대한 정부개입의 강화를 의미한다. 이 경우 정부는 자국산업화와 기술 고도화의 슬로건 하에 기존에 활동하던 중국진출 해외기업-특히 미국  기업-에 대한 노골적 차별을 강화할 수 있으며 무역과 투자 그리고 금융자유화에 의한 수출주도의 시장 위주의 경제 성장 보다는 관세와 보조금 그리고 규제에 기반한 체계적인 수입 대체 산업화 (Import Substitute Industrialization)로 후퇴할 가능성도 열어놓게 된다. 

만약 이러한 중국 경제의 국내지향성이 중국 공산당 정부가 의도적으로 키워온 중국내 민족주의와 결합 될경우 이는 대외 경제정책뿐 아니라 대외 외교·안보 정책에서 극단적인 배타적 민족주의의 등장으로 구체화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외세 특히 미국이 디커플링 노력을 통해 중국의 세계화 참여와 이를 통한 지속적 경제성장을 계속 가로막는다면 중국 정치 엘리트들과 대중들 사이에 중국몽(中國夢)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내수에 의존한 경제성장과 이를 뒷받침할 공세적인 외교안보정책-특히 대미국 대결정책-이 필요하다는 위험한 논리가 등장할 수도 있다. 다행히 시진핑 주석은 아직 국제협력을 통한 공동번영과 평화를 외교적 수사일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7) 

하지만 우리가 주의해야할 점은 디커플링이라는 신조어가 내포하는 이분법적 단순함의 위험이다. 이 말은 미국과 중국이 차이메리카 (Chimerica)로 상징되는 지난 40년간 맺어온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를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끊어내고 결별할 것이라는 단순화된 논리가 이 단어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중 경제협력이 지난 40여 년간 그 상호의존을 점진적으로 강화했듯이 그 경제적 결별도 아주 점진적으로 진행 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 정부는 하이난섬 (Hainan island)를 거대한 자유무역항으로 개발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서구에서 요구하는 보험과 금융시장에 대한 시장 역시 체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8) 시진핑 주석은 세계 각국의 주요 CEO들에게 중국이 지속적으로 다국적 기업에 유리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할 것임을 알리는 친서를 보냈으며 과거의 자유무역에 기반한 경제성장 전략이 차이나의 기본 디폴트 전략임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런 국제무역과 투자 및 금융의 자유화에 대한 양가 적 입장이 결국 시진핑 주석의 내분 순환뿐 아니라 외부순환 역시 강조하는 이중 순환 전략으로 구체화 된 것이라고 봐야 옳다.

결국 중국경제의 미래는 결국 미국과의 관계에 달려있다. 미국의 대중국 공세가 초당파적 지지를 얻고 있는 이상 11월 선거에서 누가 집권하건 간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과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비 안보적 갈등 (non-security conflicts) 이 안보갈등으로 전환될 때 발생한다. 만약 미국이 중국 지도자들이 불공정 무역과 기술 탈취에 기반한 압축 고도성장의 과실을 군비 증가에 이용하고 이 추세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 나아가서 이런 확신이 미국의 동아시아 나아가서 전 세계적 군사적 영향력의 그 기초를 근본부터 위협한다고 판단하는 순간 우리는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면적 군사 대립 정책을 추진할 것이며 중국은 맞대응 할 것이다. 21세기 수천 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두 초강대국의 지도자들이 대규모 군사 동원을 통한 전면전에 진입한다는 애기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완벽한 적으로 보는 순간 양국이 누려왔던 절대적 이익은 모두 상대적 이득으로 해석 될 것이며 이런 이익의 증가와 감소를 위해 양국은 이슈마다 최종 수단 즉 군사력의 제한적 사용을 입에 올리며 서로를 협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
1) David A. Baldwin (ed.,) Neorealism and Neoliberalism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3), pp. 170-171.

2) Keith Johnsosn and Robbie Gramer, “The Great Decoupling,” Foreign Policy (May 14, 2020), pp. 1-18.

3) Simon Chandler, “Apple Targets India For Manufacturing. That’s Bad News For China.” CCN 2020 May 13https://www.ccn.com/apple-targets-india-for-manufacturing-thats-bad-news-for-china/ (검색일: 2020년 9.19).

4) Kevin Yao, “What we know about China's 'dual circulation' economic strategy,” Reuters (Sept. 16, 2020), https://www.reuters.com/article/china-economy-transformation-explainer-idUSKBN2600B5

5) Jude Blanchette, “Dual Circulation and China’s New Hedged Integration Strategy, ” CSIS Commentary (Aug., 24, 2020), pp. 1-3.

6) Steven Feldstein, “China’s Latest Crackdown in Hong Kong Will Have Global Consequences,”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Commentary (Jul., 9, 2020).

7) James Griffiths, “Contrast couldn’t be greater between Trump and Xi  at the US, but Chinese leader is the true authoritairan,” CNN (Sept., 23 2020)  https://edition.cnn.com/2020/09/23/china/xi-jinping-ren-zhiqiang-trump-unga-intl-hnk/index.html (검색일: 2020. 9.23).

8) Isabella Weber, “Could the US and Chinese economies really decouole?” Gurdian (Sept.11th, 2020)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20/sep/11/us-china-global-economy-donald-trump (검색일: 2020. 9.23).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