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한중 국제협력시범구의 설립목적과 한중협력방향

박승찬 소속/직책 :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2020-10-16

1. 한중국제협력시범구  설립목적과 추진방향

설립목적

한중국제협력시범구의 구상은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 방중 당시, 한중정상회담에서 신북방정책과 일대일로간 상호협력사업의 하나로 출발되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해인 2018년 2월 한중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제협력시범구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면서 세부적인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필자는 지린성 창춘에 설립된 한중국제협력시범구의 목적을 크게 3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일대일로의 6대 경제회랑1) 중 하나인 중몽러(중국-몽골-러시아) 인프라 구축의 동력 미흡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북극항로 진출을 위한 경제적 포섭을 위한 것이다. 중몽러 경제협력 회랑계획이 발표될 당시 한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일대일로의 북극항로 진출정책이 발표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중몽러 경제회랑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반도를 통해 북극항로와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일대일로 북극항로 협력 개발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강점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둘째, 성장동력을 잃은 ‘동북노후공업기지 개조전략2) 의 재부활을 위한 외부로부터 동력확보와 선진화된 산업기술이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북지역 노후공업기지 개조전략은 2004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침체된 동북 3성 지역경제가 호전되는 듯 했으나, 다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인구가 감소되는 이른바, ‘신동북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선양, 하얼빈, 창춘 등 지역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하위권에서 머물고 있는 상태로, 특히 창춘의 경제성장률 침체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출생률도 2019년 기준 전국 자연인구증가율3) 평균(3.34‰)에 못미치는 2.15‰ 수준이다. 또한, 일자리가 부족하다보니 창춘인구의 베이징, 상하이, 산둥 등 지역이동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유입인구보다 유출인구가 많은 인구 순유출지역의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창춘이다. 셋째, 2016년 2월 설립된 창춘 국가급 신구(New Area)의 외자기업 유치실적 미흡과 내생적 지역적 발전의 한계를 한중간 경제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기존 중대형 국유기업 중심의 국유경제 비중이 높고, 제조업 2차 산업 위주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해 미래성장동력 산업 확보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2019년 기준 2차산업의 창춘 경제성장 공헌율이 79.8%에 이를 정도로 제조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따라서 창춘이 가지는 북한과 인접한 지역적 특성과 언어소통이 가능한 조선족 교포가 많은 장점을 기반으로 한국기업 유치가 가장 실현가능한 방법이자 대안이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지린성 소재 한국투자기업 400여 개 중 약 100여 개 기업이 창춘에 있으나, 대부분 제조업 기반으로 하이테크 산업 방향으로 산업가치사슬 구조를 점차 다원화·업그레이드 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시범구 추진 방향

2025년까지 세계 일류수준의 비즈니스 환경 및 인프라를 조성하여 외국인직접투자를 확대하고, 2035년까지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현재 한중(창춘)국제협력시범단지는 창춘 국가급 신구4)의 북동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2025년까지 초기면적으로 36km2 를 조성하고, 2035년까지 총 210km2를 조성할 계획이다. 개발규모 면적으로 보았을 때 창춘 국가급 신구 다음에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5) 구체적인 공간배치는 “1개의 핵심지역(一核), 2개의 축(两翼), 다원화된 업종(多园)”으로 구성된다.

▪一核: (간우하이허 등 지역) R&D‧영화‧애니메이션‧게임‧의료‧미용 중심의 첨단 서비스업 발전 핵심 지역으로 조성
▪两翼: (서부내륙항) 첨단제조업 클러스터, (동부공항) 산업 클러스터 조성
▪多园: 신재생에너지자동차, 스마트 커넥티트자동차, IT, 장비제조, 의약·의료, 건강식품, 영화·애니메이션, 항공물류, 제조단지 등의 특별 산업단지 건설, 국제비즈니스 기능 지역 건설, 창춘 싱룽 종합 보세구 바탕으로 국경간 전자상거래  등 향후 성장업종 발전 지원

한중(창춘)국제협력시범구는 향후 4대 주도산업과 4개 국제 서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4대 주도산업은 첨단장비 및 스마트제조(스마트장비·신재생에너지차·커넥티드카 등), 의약바이오 산업(맞춤형 의료 및 의료 바이오·중의약 약재 등), 건강식품산업(녹색 및 기능성 식품 등), 미래 정보화 기술 산업(AI·사물인터넷·광전자·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4대 국제서비스 플랫폼은 현대물류 플랫폼(스마트 공급·종합보세·생산물류 등), 금융 및 무역플랫폼(핀테크·초국경 금융 등), 글로벌 과학연구혁신 플랫폼(산학연 네트워크·공동개발 등), 과학교류협력 플랫폼(창업 인큐베이팅 및 인재양성)으로 구성된다.


2. 국제협력시범구의 한중협력 방향 제안

한중(창춘)국제협력시범구는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내국민 대우, 네거티브 리스트 관리제도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목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소개된 우대 및 지원정책 내용으로는 기존 자유무역시범구 우대지원정책과 대동소이하다. 예를 들어, 상용차·승용차 제조 기업 관련 외국자본의 지분제한 및 합자기업 최대 2개 제한의 점진적 철폐, 증권사 및 증권투자펀드 관리기업, 선물기업의 외자 주식비중 제한 철폐,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외국자본 비중 제한 철폐 등의 경우 상하이를 비롯한 다른 자유무역시범구에도 포함되어 있는 우대정책이고 또한 중국의 서비스업 개방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타 지역대비 경제성이 떨어지는 창춘에 외국자본의 투자를 유도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세부 지원정책을 살펴보면 의미 있는 내용들이 있다. 예를 들어, 우수 산업 인재의 거류요건 완화 및 144시간 경유 무비자 정책 시행 추진 및 시범구 내 투자기업에 대한 재정 및 조세 지원 외에도 한중 양국 세관 간 수출입 안전관리우수 공인업체(Authorized Economic Operator, AEO) 상호인증(MRA) 협력을 추진하여 국경간 전자상거래 수출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내용이 매우 모호한 측면이 있고, 향후 이런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일종의 ‘비전(vision)’적인 성격이 강하다. 좀 더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정책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국기업의 한중(창춘)국제협력시범구 투자가 가능해 질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향후 국제협력시범구의 한중협력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창춘은 직접적인 항만이 없다 보니 수출입 중심의 제조업 유치에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6) 따라서 동북3성과 북중러를 중심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위안화 금융특구’ 혹은 ‘디지털 위안화 금융특구’와 같이 기존 한중협력단지와는 차별화되고 획기적인 접근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015년 한중 FTA 체결되고, 협정문 제17장 경제협력 부분 중 하나인 한중산업단지 건설내용에 기반하여 한국은 새만금 내 ‘한중경제협력단지’ 중국은 옌타이, 옌청 및 후이저우에 ‘중한 산업원’이 만들어진 바 있다. 항만을 끼고 있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 및 발전은 미미한 상태다. 게다가 중국 내수시장으로서의 기능을 하기에도 창춘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북중러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인프라 및 물류 등 정책사업에 양국 정부가 나서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범구 한중협력을 좀 더 구체화시키기 위한 양국간 시범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시범구를 활용한 무역편리화, 무역원활화, 경제협력교류 및 지원사업 등으로 구분하여 한중양국기업들이 차별화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AEO MRA를 통한 절차 간소화 및 기능확대는 무역편리화 시범협력사업에 해당될 수 있다. 시범구 내 AEO MRA 절차 간소화를 통해 한중 양국간 AEO 공인절차를 현재의 대략 10단계에서 6단계로 간소화함으로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수출경쟁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 세관당국에서 창춘 국제협력시범구에서만 이러한 특혜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복합운송 시스템 구축은 무역원활화 시범협력사업으로 정의할 수 있고, 시범구 내 온라인 수출간소화 시스템 구축의 경우는 지원사업으로 분류하여 구축된다면 시범구가 한중경제협력의 새로운 발전 모델로서 성장할 수 있다. 셋째, 창춘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다면 신북방정책과 일대일로의 접점은 결국 북한-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국제물류거점지역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으나, 북한이라는 변수로 인해 우리기업들의 참여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선 북한을 제외한 일대일로 중몽러의 경제회랑 구축 상황에 따라 우리의 역할과 사업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두만강 유역의 창춘-지린-훈춘을 잇는‘창지투 경제벨트'에 건설물류 등 사업에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3. 시사점

최근 시진핑 주석의 연내 방한을 두고 양국간 정치 외교적인 물밑 협의가 한참인 듯하다. 특히 한중경제협력 관련 여러 가지 이슈 중 하나가 바로 ‘한중지방경제협력 확대방안’이다. 그중에서 한중(창춘)국제협력시범구가 가장 핵심적인 사안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한중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중고위급 회담 및 정부간 대화 의제로서 동 주제는 지속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확정될 경우 우리정부의 한중국제협력시범구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에 대한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기업차원의 서로 다른 관점과 시선을 어떻게 융합시켜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창춘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가치를 고려해야 하는 기업적 관점과 양국간 정치 거버넌스를 고려해야 하는 정부적 관점에서 괴리(乖離)가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한중국제협력시범구에 가장 적합한 시범협력사업 및 맞춤형 협력모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그러한 사업적 가치를 기업들에게 공유하는 노력이 함께 선행되어야 한다.



-----
1) 6대 경제회랑은 중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안마, 중국-몽골-러시아, 신유라시아 대륙교량, 중국-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등)-서부아시아(이란, 터키 등), 중국-중남반도(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일컫고, 철도, 도로 등 물류망을 중심으로 연결하는 일대일로의 거시적인 핵심 구상

2) 동북3성의 노후공업기지를 선진기술과 시장친화적 시스템을 갖춘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신흥 산업기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정

3) 인구 1,000명 당 자연증가를 말함

4) 창춘 국가급신구는 하이테크 개발구, 베이후(北湖), 창덕(長德), 공항경제기술개발구의 4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음

5) 창춘 국가급신구(499㎢) > 한중(창춘) 국제협력시범구(210㎢) > 창춘空港경제기술개발구(100㎢) > 창춘 临空경제시범구(91.3㎢)

6) 동북 3성의 경우 랴오닝성 다렌과 잉커우를 제외하면 거의 항만이 없는 것이 단점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