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 현황과 의의

김영준 소속/직책 : 경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1-02-27

서론

2020년은 중국 정보기술(IT) 산업계에 격변의 시기였다.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굴기’에 힘을 실어주는 호재들이 이어졌다.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6월 중순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의 양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京东)닷컴이 홍콩 증권거래소에 주당 226홍콩달러 가격에 1억33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총 297억7천만 홍콩달러(약 4조6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였다.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중신궈지(中芯國際·SMIC)는 7월에 ‘중국판 나스닥(Nasdaq)’인 커촹반(科創板) 상장을 통해 최대 530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9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였다. 징둥닷컴의 자회사인 JD헬스는 12월 초 홍콩증권거래소에서 IPO로 미화 34억8천만달러(한화 약 3조8천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2020년 홍콩 증시에서 최대 IPO 규모를 기록했다.

이처럼 IT 업계에 막대한 자금들이 유입되는 호재가 잇따른 반면, 대형 악재도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격변의 시작은 2020년 10월, 알리바바 그룹 마윈 전 회장의 상하이 와이탄금융서밋 기조연설이었다. 그는 연설 도중에 당국의 규제를 강하게 비판하였다. 그리고 채 열흘이 되지 않아 홍콩과 상하이증시의 ‘중국판 나스닥(Nasdaq)’인 커촹반(科創板)에 동시 상장할 예정이었던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중단되었다. 앤트그룹 IPO 불발에 이어 중국 정부의 인터넷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 인해 중국 대형 IT 기업들의 주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 

악재의 단초가 된 중국 당국의 반독점 규제 강화 정책의 원인과 파장을 두고 다양한 해석과 전망이 나왔다. 분명한 것은 중국 당국의 반독점 규제 강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원인과 파장은 복합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안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 영역을 넘어선 폭넓은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여기에서는 우선 중국 당국이 그동안 취해온 반독점 규제의 변화 과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의 의미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당국의 반독점 규제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전망하고 그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반독점 규제의 역사

중국 정부는 2007년 8월 30일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29차 회의에서 경쟁법인 ‘(중화인민공화국반농단법(中华人民共和国反壟斷法), 이하 반독점법)’을 제정⋅공포하여 반독점 규제의 첫 발을 떼었다. 반독점법은 2008년 8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총 8장 57조항으로 구성된 반독점법은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과도한 경제력 집중(기업결합), 행정력에 의한 경쟁제한행위 등 경쟁법 집행의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였다. 

이후 중국 당국은 독점법의 표준화, 세분화를 추진해 규제를 심화, 확대하려 노력해왔다. 예를 들어 국가공상총국(國家工商總局)은 2015년 4월 중국 최초의 지재권 남용 관련 반독점 법규를 발표하고 8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2017년 1월에 열린 '중국 경쟁정책 법률회의'에서 반독점당국은 관련 부처들과 함께 법률체계 정비를 강화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는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였다. 국무원 반독점위원회의 총괄 아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가격 관련 반독점행위를, 공상행정관리총국은 가격 이외 반독점행위를, 상무부는 기업 인수합병에 의한 시장독점 규제기능을 각기 행사해왔다. 이처럼 권한과 기능이 분산되다 보니 관리감독 시스템의 독립성과 전문성 부족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경제운영제도의 비용이 높아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이에 2018년 3월 13일 제13기 전인대 제1차 회의에서 통과된 ‘당과 국가기구 개혁방안(深化党和国家机构改革方案)’으로 대대적인 국무원 조직개편이 단행되면서 반독점 문제를 전문적이고 총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시장감독관리총국(市场监管总局, 이하 ‘시장총국’)이 출범되었다. 

국무원 직속기구로 출범한 시장총국은 자원 배분에서 시장의 역할 강화, 시장감독・관리를 기구의 주 목적으로 삼았다. 그리고 기존의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의 출입국검역을 제외한 부분,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가격감독・검사 및 반독점 법집행 기능, 상무부의 기업결합 반독점 법집행, 국무원 반독점위원회 등의 기능을 결합시킨 포괄적 반독점 기구의 성격을 가졌다.

시장총국은 2019년 9월 1일부터 ‘독점협의금지 임시규정(禁止垄断协议暂行规定)’,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금지 임시규정(禁止滥用市场支配地位行为暂行规定)’, ‘행정권력 남용과 배제, 제한 경쟁행위를 제지하는 임시규정(制止滥用行政权力排除、限制竞争行为暂行规定)’의 3개 반독점법 관련 시행규칙을 시행하였다. 이는 반독점법 관련 법체계를 더욱 완비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되었다. 시장총국의 반독점 규제 조치는 2020년에 더욱 강화되었다. 2020년 1월 시장총국은 반독점법의 개정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2008년에 제정된 이후 12년 만의 일이었다. 개정작업에는 전통산업에 대한 규제와 함께 인터넷 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11월 초에는 ‘<반독점법> 수정초안(의견수렴안) (<反垄断法>修订草案(公开征求意见稿)’을 발표했다. 불공정 가격, 거래 제한, 빅데이터를 이용한 바가지 씌우기, 부당 끼워팔기 등에 대해서 향후 강력한 규제를 가할 것임을 경고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시장총국의 규제 성과로는 2020년 12월 14일, 알리바바 인베스트먼트(阿里巴巴投资), 위에원그룹(阅文集团), 펑차오(丰巢)에 대한 벌금 부과 조치를 들 수 있다. 시장총국은 세 기업이 인수, 합병 과정에서 관계 기관에 지분 인수 신고를 하지 않아 반독점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고 각각 50만 위안(한화 약 8,435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와는 별도로 시장총국은 알리바바 인베스트먼트 등 3개 기업 외 게임방송 플랫폼 후야(虎牙)와 도우위(斗鱼)의 합병 등 변동지분실체(Variable Interest Entity, 이하 VIE)구조에 관한 경영자 집중 신고 안건을 심사중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행보는 시장총국이라틑 통합 기구를 출범시킨데 그치지 않고 포괄적으로 진행되었다. 12월 16일~18일 열린 2020년 중앙경제공작회의는 ‘플랫폼 대기업 반독점 강화와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방지’를 2021년 중요한 경제 시책으로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21년 1월 10일, 중국 정부는 ‘법치중국건설계획(2020~2025년)(法治中国建设规划(2020~2025年), 이하 ‘법치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는 전면적인 법치국가 건설을 위한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다. 법치계획은 정보기술 분야 입법도 추진해 디지털 경제·인터넷 금융·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컴퓨팅 등 관련 법률제도를 즉시 검토하고 단점 보완에 힘쓴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산업 분야에서 반독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외에도 일부 공유제 기업이 행정 권력에 의탁하여 기타 비(非)공유제 기업을 독점하는 행위에 대해 규제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2021년 1월 20일, 인민은행은 ‘비(非)은행결제기관조례(의견수렴안)(非银行支付机构条例 征求意见稿)’에 대한 공개 의견 수렴을 시작하였다. 의견 수렴 조치시행에 앞서 열린 인민은행 연례 공작회의에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의 △ 반 독점 강화 △ 자본의 무질서한 확지 방지 △ 금융발전 및 금융 안전의 종합적인 고려에 관한 정책 수립을 강조하였다. 또 반독점 강화 관련 정책 시행을 위해 조례에 결제업무 규정을 명시하고 반독점 관련 조치에 대한 규정을 포함시켰다.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의 원인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의지는 매우 강력하다. 반독점 관리 감독을 위한 제도 강화와 함께 그 폭도 넓혀가겠다는 뜻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반독점 규제를 강화해 나가는 까닭은 대내와 대외로 나눠 살펴보아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먼저 경제적 측면을 들 수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이들 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급속도로 확장되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IT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탈법과 편법을 넘나들며 빅데이터 수집과 시장지배력 확대를 해온 데에 대해 사실상 '묵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은 지금 이들의 영향력이 법과 제도를 무력화할 뿐 아니라 IT 산업의 건전한 성장도 저해할 수준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불공정 가격, 거래 제한, 빅데이터를 이용한 바가지 씌우기, 부당 끼워팔기 등 ‘플랫폼 경제 분야에 관한 반독점지침’이 제시한 규제 대상 목록은 대형 IT 기업들이 시장을 왜곡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행동의 방식을 적시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제적 까닭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대내적인 측면에서 반독점 규제 강화 행보의 배경으로 정치적 해석도 제기된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앤트그룹의 IPO 불발과 관련된 정치적 배경을 보도한 바 있다.1) 보도는 앤트그룹의 모기업인 알리바바의 마윈 전 회장의 정치 세력과의 관계를 IPO 불발의 배경으로 지목하였다. 마윈이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손자 장즈청(江志成)과 사업상 긴밀한 관계를 가져왔으며, 장즈청은 2012년 마윈과 협상하여 미국 인터넷 기업 야후가 보유하고 있던 알리바바 지분의 절반을 인수하였다. 그리고 2년 뒤 알리바바 주식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면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그는 다시 2016년 앤트그룹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였다. 장쩌민의 정치적 동지인 자칭린(賈慶林) 전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협 주석도 우회적인 방법으로 앤트그룹의 지분을 확보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앤트그룹이 주식시장 상장에 성공하는 경우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경쟁세력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기업들의 지분소유 구조와 관련된 해석이 제기된다. 외국자본의 중국 인터넷 분야에 대한 투자는 제한적으로 이뤄지도록 규제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자본이 VIE 방식을 통해 우회적으로 중국 인터넷기업에 투자해 지분의 대다수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해외자본 뿐 아니라 중국 자본도 당국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VIE를 활용해왔다. 

이 방식을 활용하여 당국의 규제를 피해왔던 대표적인 중국 기업이 알리바바이다. 알리바바그룹의 지주회사인 알리바바 홀딩스는 케이먼 제도가 설립지이며 타오바오, 티몰 등 실질적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은 지분이 아닌 계약관계에 의해 알리바바 홀딩스의 통제를 받는다. 알리바바도 기업공개에서 “계약상 협의된 VIE내용은 중국인민공화국 정부의 제한 규정과 일치하지 않으리라고 여긴다”고 사실상 규정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회사가 중국 정부의 규정 이행에 따라 소유권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2) 중국 정부로서는 이러한 편법 행위를 더이상 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망과 시사점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반독점 규제 강화는 복합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반독점 규제의 1차 대상이 된 중국 IT 산업의 주도 기업들의 활동이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반독점 규제의 제도화 수준이 높아지고 안정적으로 시행될 경우 중국 IT 산업, 금융 산업 등을 포함하여 경제 전반에 대해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기업들이 독과점 지위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여러 신생 경제 행위자들이 등장하여 중국 경제 생태계가 건전해지고 다양해지는 영향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의 반독점 규제 강화로 비롯될 중국 경제 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기회와 도전 과제를 함께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높아진 경제 제도화 수준은 우리 기업들의 시장참여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중국 당국이 VIE를 포함하여 외국자본의 영향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시장 개방의 폭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역시 기회요인으로 작용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효과는 중국 기업들과 다른 외국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고 따라서 중국 시장에 대한 경쟁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보다 눈여겨봐야할 도전 요인은 강화되어가는 반독점 규제의 운용 방식이다. 만일 중국 당국이 반독점 규제를 정치적 고려에 따라 자의적 방식으로 운용한다면 시장의 신뢰도는 크게 손상될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에게도 정치·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지만 시진핑 정부의 지난 몇 년간 행태에 비춰보면 결코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제도의 변화와 운용 방식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
1) https://www.wsj.com/articles/china-blocked-jack-mas-ant-ipo-after-an-investigation-revealed-who-stood-to-gain-11613491292?mod=searchresults_pos2&page=4

2) http://news.einfomax.co.kr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