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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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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한미정상회담과 한중관계

주재우 소속/직책 : 경희대 교수,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한국유엔체제학회 대외협력이사 2021-08-30

1.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미국과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놓고 우리의 여론과 의견은 양분화되어 왔다. 우리의 대미 외교에 대해 우리나라의 중국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군사협력 발전과 강화에 민감하면서 중국의 반응을 우려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반면, 우리의 대중 외교에 대해 많은 미국전문가들은 정부의 ‘중국 경사론’을 우려하며 한미동맹의 기초(foundation)와 굳건함을 잠식시키는 요인으로 간주해왔다. 이는 우리 외교에서 미중 양국 간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방증한다. 즉, 미국과 중국 각국이 우리의 대미, 대중 외교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우리의 대미 외교에서 중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우리의 대중 외교에서 미국의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내재적 구조가 우리의 전략의식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5월 21일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평가에서 우리 국민의 외교적 평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또 다시 양분화되는 것이 확인됐다. 국내의 많은 미국 전문가들과 오피니언리더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전략에 일치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한미동맹이 ‘정상궤도’에 올랐음이 입증되었다고 호평했다. 과연 그러했을까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왜냐면 과거에 이들은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문 대통령이 중국에 경사되었다고 평가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중 외교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우리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의 정상들과 회담을 갖기만 하면 회담의 결과를 놓고 왜 그 나라에 경사되었다고 천편일률적인 평가를 즐비하게 늘어놓는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한다.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미국에 ‘완전히 경사’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공동성명에 사상 처음으로 ‘대만지역’이 언급된 사실에서부터 미국의 대중 견제전략에 우리가 모두 동참하기로 합의한 사실 때문이었다. 게다가 역대 정부가 모색한 한미 미사일 지침의 폐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우리의 미사일 개발 ‘자주권’을 회복했다고 고무된 평가가 연일 보도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이 모든 합의가 가진 전략적 함의가 정작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국에 우호적이고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다. 반면, 중국에 우호적이고 중국을 의식하는 이들은 미국에 경사한 결과라고 비판하기에 급급하다.
 
친미 성향의 평론가들은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명확해졌음에 고무되었다. 이들은 한미 정상 간의 합의 사항이 우리의 정체성, 주권과 생존권 등 전반적인 국익에 부합한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중국을 의식하는 이들은 중국의 반응을 우려했다.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 내용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합의사항으로 충만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가 주권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중국의 반응과 평가를 선제적으로 의식하는 악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자문자답할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의 결과 평가는 합의된 내용만 놓고 단편적이고 일차원적인 시각에서 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가 추구하는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국익 원칙에 일치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정체성, 주권과 생존권에 얼마만큼 이로운지를 따져봐야 한다. 합의된 사항이 우리의 주변국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따져봐야 한다. 우리외교에 주는 전략적 함의를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만의 대응전략을 사전에 염두하고 정상 간의 합의를 이룬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과 정부가 밝힌 입장과 평가에 대한 해석은 상기한 전략적 사고가 부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2. 한미 정상회담의 6개 함정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발표된 공동성명의 내용을 보고 한미관계의 ‘정상’회복으로 볼 수 있는가. 이에 동의하는 이들은 진보성향의 정권이 한미동맹 강화 내용을 수용한 사실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한미관계가 이제는 ‘정상화’,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그러나 이 모든 내용을 수용한 정부가 이를 이행할 의사와 의지가 있는지에 있다. 왜냐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내용이 모두 중국을 겨냥한,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핵심전략을 모두 담아냈기 때문이다.
 
우선 한미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의 공동 방위 협력의 범위를 확장시키는데 합의했다. 이는 새로운 영역으로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전통적인 의미에서 한미동맹의 임무와 목적, 즉 대북 억지력 강화를 재확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의 협력 범위를 두 가지 의미에서 확대하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하나는 지리적인 범위의 확대다. 지리적인 범위는 한반도를 초월한 주변지역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대만지역을 포함하는데 인식의 일치를 본데서 입증됐다. 미국은 2005년 미국의 동맹국에 주둔하는 자국 군에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동 작전개념이 작동될 시 미국의 요청으로 동맹국은 주둔군과 함께 공동 파병의 조건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 정부가 동 작전개념에서 우리군의 동반 파병을 거부하면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작전전략에서 우리 군이 제외되었다. 그러나 이제 한미동맹의 안보관이 대만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우리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전략에서 제외될 수 없는 근간이 마련된 셈이다.
 
다른 하나는 공간의 확대다.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국 정상은 사이버와 우주 공간에서 한미동맹의 협력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면서 이런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이 출몰하는 위협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미국이 추구하는 사이버와 우주 안보 질서에 동참해야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미 미국과 서구가 이의 구축을 위한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어 때늦은 감은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에 동참함으로써 우리의 지분, 즉 발언권과 의사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어 우리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의제이다.
 
둘째, 미사일 지침의 폐지다. 이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우리의 미사일 개발 주권을 회복했다고 고무되었다. 이제 우리 미사일 사거리의 제한이 사라진 만큼 우리의 우주 산업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 함정은 우리 영토 내에서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에 있었다. 주한미군기지에도 이제는 사거리 제약을 받지 않고 중장거리 미사일의 배치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9년 INF 폐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비로소 미국은 원칙적으로 우리나라와 우리나라의 주한미군기지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가능해졌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했었다. 그것이 바로 한미 미사일 지침이었다. 동 지침으로 한반도에 800km 이상의 사거리 미사일의 배치가 전면 금지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미국이 지금까지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할 수 있었던 미사일은 두 종류에 불과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THAAD) 미사일뿐이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100km이며, 사드는 최대 사거리가 200km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미국의 INF의 폐기와 한미 미사일 지침의 폐지로 사정거리 1000-2500km의 준장거리 미사일은 물론 사정거리 3000-5000km의 중거리, 그리고 그 이상의 사거리 미사일(장거리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의 배치가 가능해졌다. 문제는 이를 누가 우선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데 있다. 우리가 독자개발로 우리 스스로가 우리 국방을 위해 배치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국 이 공백기를 주한미군이 채울 공산이 크다. 왜냐면 중국 위협의 부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때와는 달리 우리는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되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반대할 명분과 근거가 없다. 즉, 우리는 이를 정당하게, 합법적으로 저지할 권리가 없다는 뜻이다. 왜냐면 주한미군기지는 우리의 치외법권지역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 하나는 미사일 같은 무기 반입을 반대할 실질적인 명분이 없다는 데 있다. 사드를 우리 국민이 반대 시위를 하고 정부가 배치를 방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체에 대한 유해성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드 기지에 대형 탐지 레이더가 부설되어야하는데 이 레이더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국민이 사드 때와 같이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해서 주한미군기지에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를 반대하면 이는 반미(反美)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는 의사 표시다. 특히 한미 양국 정상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 이 모든 행위의 주역으로 미국은 권위주의 정권을 정의했다. 여기에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북한도 포함된 것이다. 따라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데 있어 주요 견제 대상은 중국, 러시아와 북한 등이라는 의미다. 우리의 대북, 대중관계 및 정책에 기본적인 전략 변화를 요구하는 대목이다.
 
넷째, 대만지역의 언급이다. 사상 처음으로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대만을 포함시켰다. 대만지역을 언급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정책을 존중한다는 양해 문구 없이 직접 거론한 것이 문제다. 통상적으로 미국은 특히 중국과 대만 문제를 언급할 때 이런 양해 문구를 반드시 필두로 한다. 미국 측이 이를 간과했으면 우리 측에서라도 이런 양해 문구의 첨삭을 요구했어야한다. 왜냐면 대만 문제는 중국에게 ‘핵심이익’의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측은 아무래도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회담, 특히 가장 최근의 미일 정상회담(2021년 4월)의 공동성명을 보면서 같은 문구가 언급되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상황이 일본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은 중국과 동중국해에서 영토분쟁의 당사국이다. 따라서 일본은 1990년대부터 일본자위대의 지리적 방어 영역을 확대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미일 가이드라인’이 두 차례(1997, 2015) 개정되면서 일본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대만지역’까지 확대되었음을 암시하는 문구를 포함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일 양국 간에 대만지역에 대한 군사적 공동 인식이 토대를 이미 잡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현실적으로나 원칙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전략도 거부하는데 대만지역의 문제를 이상적으로 인식한 사실이 정부 측의 해명으로 드러났다. 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우려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의 해명은 순진하다 못해 개념이 없는 소리에 불과하다.
 
다섯째, 코로나19의 발병 기원을 평가·분석한다는 약속이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우리(한미)는 또한 코로나19 발병의 기원에 대한 투명하고 독립적인 평가분석 및 미래에 발병할 기원 불명의 유행병에 대한 조사를 지원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즉, 코로나19의 발병 기원을 조사하는데 한미 양국이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이는 중국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중국이 근원지라는 미국 측의 인식과 일치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조사에 우리나라도 동참하겠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중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역시 중국이 발원지임을 인정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마지막으로 핵심신흥기술에 대한 통제문제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핵심신흥 기술 분야에서 (한미 양국은)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우리(한미)는 해외 투자에 대한 면밀한 심사와 핵심기술 수출통제 관련 협력의 중요성에 동의하였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면밀한 심사’와 ‘수출통제’이다. 미국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이런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미국은 이의 이행 명분과 근거 마련을 위한 법안을 연일 통과시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이런 근거를 토대로 한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 네트워크에 외국의 협력과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미국의 국내 법안과 대외 정책 전략 보고서를 보면 이의 대상은 중국이 명백하다. 따라서 미국의 메시지는 미국의 대중 경제 견제 전략에 우리의 동참을 요구하는 것이다. 

3. 중국의 불만과 한중관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한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 구상과 입장에 우리가 기본적으로 모두 동의한데 중국이 상당한 불만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은 이 같은 입장을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왕이 외교부장과 우리 외교부장 간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한 의도에서 중국의 불만이 상당했음을 일을 수 있다.
 
첫째, 중국은 우선 우리의 “늦장 보고”에 불만을 토로했다. 5월 23일에 대통령이 귀국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교 당국으로부터의 연락이 근 20여일 만에 이뤄진 것에 대해 질책한 것이다. 그의 발언이 훈계조로 시작한데서 이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근래에 세계와 지역 정세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한·중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앞으로 적시에 소통하는 것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적했다. 이는 세상이 급속도로 변하는데 제 때 제 때 신속하게 보고하라는 질타였다.
 
둘째, 미국의 인태전략에 대해 우리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왕이 부장은 인태전략이 냉전적 사고가 충만하기에 집단적 대결 구도를 추동하는 것으로 인태전략의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메시지를 전하려했다. 이의 이유로 그는 인태전략이 지역 평화의 안정적 발전에 전혀 이롭지 않음에 있다고 훈계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옳고 그름, 곱고 곧음”, 즉 시시비비와 왜곡과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라고 호통한 것이었다. 역으로, 그는 우리가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할 뿐 아니라 왜곡과 사실을 분간하지 못하면서 도리에 맞는 것과 어긋나는 것을 판단하지 못한다고 질책한 것이다. 
 
셋째, 우리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우리에게 한중 양국 “공통의 정치적 인식(政治共識)”을 “성실하게 지킬 것(信守)”을 주문했다. 즉, 중국과 일치된 정치적 인식을 가졌는데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의아해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우리와 중국이 ‘공통의 정치적 인식’을 가졌다는데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 뜻을 유추할 수 있겠다. 중국이 주장하는 다자주의, 자유무역과 인류운명공동체에 대해 대통령이 인식과 입장을 같이한다고 밝힌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우리에게 이를 흔들림 없이 지켜내라고 상기시킨 것이다.

더 나아가 왕이 부장은 우리나라가 “잘못된 장단에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이는 단순하게 우리보고 미국의 장단을 맞추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이전에 우리에게 이런 경고 메시지를 전한 바 있었다. 2019년에만 두 번 있었다. 그해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리고 12월에 왕이 부장이 우리 외교장관의 면전에서 경고했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중·한 협력이 상호이익으로 ‘윈-윈’하는 것이기에 외부 압력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왕이 부장은 미국에 경사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한 시진핑의 불만을 상기시킨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화 내용에서 중국은 한국의 배은망덕함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에 우리는 어떠한 반박 발언 한 마디조차 하지 못했다. 왕이 부장은 중·한 간의 “패스트 트랙”을 잘 활용해 필수 인력의 왕래를 보장하자고 강조했다. 이 제도는 원칙적으로 2020년 6월부터 한·중 양국이 필수적인 경제활동과 기업인의 왕래를 보장하기 위해 시행됐다. 이에 우리 정부와 언론이 중국의 호의를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었다. 그러나 불과 5개월 뒤인 11월 11일 중국은 일방적으로 이를 중단시켜버렸다.
 
당시 우리 외교부는 이런 중국의 조치를 두고 ‘전면적인 중단’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완전한 중단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중국은 우리 국민의 중국 입국 조건을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12월 1일부터 중국 입국을 위해서는 사전 코로나 검사결과뿐 아니라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혈청 항체 검사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우리 정부 당국은 항의는커녕 해명조차 요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동일한 조건을 중국 입국자에게 적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왕이 부장과의 통화에서 우리 외교장관은 왕이의 비현실적인 발언에 또다시 한 마디 항의도 하지 못했다.
 
4. 나오면서 

미중 전략 경쟁시대에서 우리의 정체성, 주권, 가치와 국익은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다. 즉, 지경학적 이익의 수호를 위해 이에 상응하는 지정학적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춰야한다. 그러나 안타깝게 우리는 아직 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은 외교다. 즉, 다자협력을 통해서만 이를 일궈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외교는 다자주의, 다자협력과 다자외교에 기반한다. 우리가 이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정체성에 우선 부합하기 때문이다. 동맹 가치를 기반으로 결성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주권과 생존권을 현재로서는 제일 잘 보존해줄 것이다.
 
실질적인 이익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의 주권과 국익 관점에서 최선의 포석은 이런 협의체가 결성하는 초기 때부터 참여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더 많은 지분을 챙길 수 있다. 제도와 규범 설정에 참여함으로써 ‘룰 메이커(rule-maker)’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다자외교에서 우리의 발언권은 물론 우리의 영향력과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이다.
 
그리고 중국을 사전에 지나치게 의식하는 습관에서 탈피해야한다. 중국의 보복성 제재를 우려한 나머지 우리가 우리의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 중국의 제재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반중전선에 동참하는 ‘행동’이 감지되면 중국은 제재로 응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의 정체성, 주권과 생존권을 위한 전략 사고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하는 변수를 고려할 때 우리와 중국 관계를 고려해야할 것이다. 미중 전략적 경쟁 시대에서 우리의 생존법은 상대방을 사전에 과도하게 의식하는 외교적 악습관에서 하루 빨리 탈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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