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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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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중국의 대응

조은교 소속/직책 : 산업연구원 동북아산업실장 2021-08-30

1.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 기술패권 경쟁 

미·중 간의 기술패권 경쟁은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대를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관련 투자를 공식화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시작하였다. 지난 6월 8일 바이든 정부는‘CHIPS for America Act’가 포함된 미국 혁신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통과시키면서 중국 기술굴기에 맞선 본격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 추진을 예고하였다. 향후 5년간 반도체 분야에만 총 520억 달러가 지원될 예정이며, 동맹·우호국과 투자 및 생산 확대에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른 100일간 반도체 공급망 조사 결과 보고서도 발표하면서 반도체 가치사슬 단계별 경쟁우위 진단 및 정책 대안 제시하였다. 미국은 설계(로직, DAO), 전자설계자동화(EDA), 지재권(Core IP), 장비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조립·포장·시험 부문(APT) 등의 제조 분야에서는 중국 대비 열위에 있어,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한 첨단 제조시설 확보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였다. 아울러, 대만, 한국 등의 주요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생산공정 건설을 유도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조치를 정교화하고 있다. 

2. 부활하는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

미국, EU를 비롯한 서방국가에서는 과거 산업정책을 시장에 대한 개입으로 간주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중 양국뿐만 아니라 일본, EU 등 주요국은 저마다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 산업으로 인식하고,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을 발표하면서 자국 내 공급망 우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 장비 및 소재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으나 1990년대부터 한국 등의 추격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다만, 반도체 장비 및 소재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는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어,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첨단 파운드리 유치를 통해 제조기반을 강화할 전망이다. 지난 6월 4일 日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전략’과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을 발표하면서 첨단 반도체 양산체제 구축, 차세대 첨단 반도체의 설계·개발 강화, 국내 반도체 제조기반 강화 등의 전략을 발표하였다. 일본 정부는 대만 TSMC 등 외국 파운드리 기업과의 협력을 이끌어 내어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대부분 노후화된 국내 반도체 생산설비를 교체하고 신·증설하는 방향으로 국내 반도체 공장의 재생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EU는 지난해 12월 유러피안 이니셔티브(European Initiative on Processors and Semiconductor Technologies)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생산에서 EU의 점유율을 2030년까지 10%에서 2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또한, 지난 3월에는 ‘2030 Digital Compass, ’정책을 발표하면서 EU 역내 정보처리 및 첨단 반도체 역내 제조역량 강화 등을 강조하였으며,  2030년까지 5nm 이하 반도체칩 제조역량 강화를 포함한 최첨단의 지속가능한 반도체 생산에 대한 유럽 비중을 2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지난 5월에는 新산업정책을 통해 반도체의 안정적인 생산, 공급과 최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 프로젝트, 반도체 산업 동맹 출범 추진 등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생산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EU 역내에 반도체 생산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3.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망 

지난 30년간 발전해 온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조는 기업의 비용 감소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는 IT 산업과 디지털 경제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해 왔다. 그러나 미국, EU, 일본 등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장려하는 정책이 추진되면서 기존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공정별로 나눠어서 지역별로 특성화된 공급망이 구축되어 왔다. 반도체 산업 전체 매출 중 42% 이상을 차지하는 로직반도체의 경우 미국이 세계시장의 67%를 점유하고 있으며, 전자설계자동화(EDA), 지적재산권(Core IP) 등 R&D 집약적인 분야에서도 74%를 점유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도 41%를 차지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제조 부분에는 취약하여 웨이퍼 제조는 동아시아에 특화되어 있으며, 중국은 조립과 포장(ATP)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이러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제조 분야에서 열위에 있는 미국은 자국으로 반도체 제조역량을 집결하여 자국 내 공급망을 확충하기 원하며, 이러한 공급망 내재화 경쟁이 일본, EU 등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반도체 기술자립 전략도 향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장기전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4. 중국의 대응

미국의 대중국 기술 제재 강화, EU, 일본 등 국가들의 반도체 육성정책,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맞서 중국 정부도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먼저, 중국 정부는 반도체 기술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기술자립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정부는 「14차 5개년(2021-2025년) 규획 및 2035 중장기 목표」에서 반도체 분야를 전략육성 기술로 선정하면서 산업이 아닌 기술로 강조하기 시작했다.1) 또한, 중국의 약점이 되고 있는 설계 소프트웨어, 고순도 소재, 중요 제조장비 및 제조기술, 제3세대 반도체 등에서의 기술 개발을 강조하였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반도체 기금 등의 보조금 지원, 해외 반도체 기업과의 M&A, 해외 인재 유치 등의 전략 등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 왔다. 하지만, 반도체 부실기업 양성, 해외기업 인수 실패, 원천기술 개발 부재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기존 전략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중국 반도체 R&D투자는 미국의 5% 미만이며, 현재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NSFC)에서 추진하는 연구 중 반도체, 광학 분야 비중은 2~4.6% 내외로 다른 기술대비 낮은 편이다. 중국은 올해 발표한 14차 5개년 규획(초안)에서 기초연구 10년 액션플랜을 실시하고, 전체 연구개발 투입에서 차지하는 기초연구경비 비중을 8% 이상으로 향상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반도체가 전략적 핵심기술로 선정되면서 향후 5년간 연구개발 지원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중국 반도체 산업은 인재도 부족한 편으로 2019년 중국에 840만 명의 대학 졸업자가 중 반도체 관련자는 약 20만 명으로 전체 수의 2.4%를 차지하며 이들 졸업생 중 반도체 전문 분야 취업생도 전체의 12.9%에 불과하다.2) 이러한 반도체 전문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여 중국 정부는 반도체 전문 대학 설립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칭화대에서 반도체 단과대학을 설립하였으며, 이어 7월에는 화중과기대와 베이징 대학교가 반도체 단과 대학을 설립을 발표했다. 반도체 산업 분야의 인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의 적극적 지원책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AI·5G·빅데이터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 기반 인프라 사업에서 반도체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며 이제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부상하였다. 따라서, 반도체 기술자립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는 중국의 성패가 걸린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이 미국뿐만 아니라, EU, 일본까지 가세한 반도체 공급망 확보 경쟁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해 갈 수 있을지는 오랜 시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정책으로 단기간의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는 단판전이 아니라 오랫동안 기술, 시장, 공급망을 둘러싼 복합적인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다시 한번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시작했다. 미국의 기술제재 확대, 반도체 설비 수입 제한 등의 어두운 상황 가운데 스스로의 빛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과연 중국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으로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미국의 기술제재를 이겨낼 수 있을지, 5G 기술처럼 차세대 반도체에서 기술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반도체 대학을 통해 우수 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지 등이 향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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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정부는 14차 5개년 규획 초안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정보, 바이오, 뇌과학, 임상의학 및 건강, 우주과학, 심해 및 지층 탐측 등을 집중 개발해야 하는 전략적 과학기술 분야로 선정하였다. 
2) 电子工程专辑(2020.01.07.), “到明年,中国IC人才缺口仍有26.1万”, 
    https://www.eet-china.com/news/202001071546.html (검색일자 2021.07.10.일)

<참고문헌>
1. 김규판(2021), <일본의 반도체 전략 특징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 오태헌(2021), <EU 반도체 전략의 주요 내용과 평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3. 조은교(2021),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제재에 대응하는 중국의 전략과 시사점>, 산업연구원
4. S&T GPS(2020), <중국, 반도체 기술이 직면한 이슈 논의>
5. 科学网(2020.7.7.), “比“两弹一星”更难?一文读懂中国半导体发展8大困境“, 
    http://news.sciencenet.cn/htmlnews/2020/7/442506.%EB%85%B8%EC%8A%A4 (검색일자. 2021.710일)
6. 电子工程专辑(2020.01.07.), “到明年,中国IC人才缺口仍有26.1万”, 
    https://www.eet-china.com/news/202001071546.html (검색일자 2021.07.10.일)
7. BCG & SIA(2021), <Strengthening the Global Semiconductor Supply Chain in an Uncertain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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