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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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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공동부유론: 제기배경 및 시사점

이지용 소속/직책 : 계명대 교수 2021-10-29

2021년 8월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시진핑이 “공동부유를 견실히 추동하자(扎实推动共同富裕)”1)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이 연설문은 최근에 중국에서 불고 있는 공동부유(共同富裕) 캠페인이 의미하는 바를 요약하고 있다는 의의가 있다. 모두가 같이 부유해지자는 의미의 공동부유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에서 새로운 논의가 아니다. 중국공산당이 중국대륙에 공산당일당독재 체제를 수립한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슬로건이다. 공동부유는 1953년 중국사회를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마오쩌둥이 자본주의적 공업, 상업, 농업을 개조해야한다고 선언하면서 등장한 용어이다. 마오쩌둥 치하 중국공산당이 공동부유를 슬로건으로 중국사회를 사회주의로 개조하고 전체주의 계획경제 체제하에서 대약진과 같은 모험주의 정책을 실행하면서 중국사회에 대재앙과 참화를 안겨준 역사적 사실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이기도 하다. 

중국공산당은 자신들의 사회주의적 모험주의가 중국에 정치, 경제, 사회적 참상으로 이어진 것을 뒤늦게나마 자인하고 마오쩌둥 사후 개혁개방 시장화 정책으로 전환함으로써 경제규모면에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혁개방 시기에도 중국공산당의 이념적 정당성인 사회주의 평등주의를 각종 정책, 연설, 강령 등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해 오고 있었다. 공허한 슬로건에 불과하지만, ‘공동,’ ‘평등,’ ‘공평,’ ‘균형,’ ‘포용,’ ‘사회주의 소유제’ 등의 용어를 필수적 수식어로 포함시켜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시진핑이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공동부유’ 캠페인은 단순한 ‘수식’의 차원이 아니라 개혁개방과 시장화를 역행하는 또 다른 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시진핑이 내세우는 ‘공동부유’의 내용을 먼저 살펴보고, 이러한 국정방침의 전환을 시도하는 정치경제적 배경을 분석한 다음, 시진핑 집권 하 중국의 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생각해 본다. 

2021년 8월 시진핑의 공동부유 연설 내용을 분석해 보면, 그 요지는 4가지 원칙과 6가지 중점사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기본적 요구이며 중국특색사회주의 현대화의 특징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14차 규획(2021-2025년) 기간에 중점적으로 실행하고 2035년까지 이를 위한 실질적인 목표를 달성해야한다고 지시하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근면과 혁신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사회주의 공유제를 기본으로 다양한 소유제를 병행하는 경제체제를 고수해야하며, 과도한 목표보다는 역량을 감안한 경제성과를 지향하고, 질서있고 점진적인 변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점진적이라는 의미는 공동부유 정책을 저장성과 같은 시범구에서부터 실시해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중국의 시장화 과정에서 채택한 ‘점-선-면’으로의 점진적 확산 전략을 공동부유 정책에 적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와 같은 4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중점적으로 실행할 6대 사안을 제시하고 있다. 6대 중점 사안은 첫째, 균형과 포용적 발전으로서 지역간 극심한 격차를 완화시키고 중소기업의 발전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둘째, 중산층 규모를 확대해야하며, 이를 위해 농촌과 농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셋째는 교육, 의료, 연금, 주거 등 사회보장 서비스의 균등화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고소득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재산세 등을 신설해 부과하고 불로소득을 차단한다는 내용이다. 다섯째는 인민의 사회주의 가치관과 공동부유정신을 촉진하고 전사회적인 평균(평등)주의, 애국주의, 집단주의, 사회주의에 대한 교육을 전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섯 번째는 중국에서 여전히 빈곤문제가 심각한 농촌과 농민, 그리고 빈곤층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2) 
 
이상과 같은 시진핑의 공동부유 연설내용 중에서 상투적인 수사적 용어를 제외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하면 첫째, 고소득 기득권 층들의 부를 강제적으로 환수해서 저소득층에게 분배하다는 것이고, 둘째, 교육, 의료, 주거 등의 사회경제적 후생을 하향평준화해 평등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을 2035년을 목표로 전개하는데 그 방식은 부분에서 전체로, 점에서 선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면으로 확장하는 점진적 접근법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저장성, 광둥성 등과 같이 중국의 부유한 동부연안지역을 시범적 타겟으로 설정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전사회적으로 확산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바와 같이, 중국의 대표적인 민영기업가, 연예인, 사회유명인사, 대표적인 민영기업 등을 시범적 사례로 삼아 (반)강제적으로 일부 재산을 몰수하는 것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그 대상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또한 주목할 점은 여기에는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도 포함될 것이라는 점이다. 공식적으로 강제하지는 않겠지만 실질적으로 반강제의 형식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공동부유로의 전환, 보다 정확하게는 사회주의 평등주의 강조로의 전환은 현재 중국공산당이 처한 대내외 정치경제 및 외교안보 문제와 시진핑 1인독재 체제 장기화를 둘러싼 권력투쟁의 요인을 이해할 때, 그 배경, 향후 전개방향, 대내외적 영향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시진핑이 전개하는 ‘공동부유’ 캠페인은 중국공산당이 처한 대내외 정치경제적 요인과 시진핑의 장기집권체제 구축의 맥락에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중국은 2010년대 들어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에 대외팽창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지역질서에 대해서는 공격적 확장과 현상변경을 시도해오고 있고, 타국에 대한 약탈적 진출을 강화하면서, 외교적으로는 이른바 ‘전랑외교’라는 형식으로 매우 강압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공세적 팽창정책과 강압적 영향력 행사를 노골화하면서 미국과 서방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와 대응 또한 본격화되고 있다. 그런데 주요 자유주의 선진국들의 대중(對中) 견제라인은 단순히 외교안보의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영역과 연동되어 구축되고 있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의 쿼드(Qaud), 파이브 아이즈 강화, 자유주의 국가들의 경제적 연대 강화를 위한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중국의 약탈적이고 위협적인 IT 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클린 네트워크 등 안보와 경제가 연동된 자유주의 국가들의 연대가 강화되면서 중국의 대외적 고립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을 가능케 했던 필수적 외부요인인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면서 중국공산당은 이른바 ‘경제쌍순환’론을 표방하며 방어적 공세체제 구축을 시도하기도 했다. 즉, 중국의 대외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중이다. 이는 글로벌 팬데믹을 계기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가치사슬 최상단에 있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자본과 기술 선진국들이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이미 시작된 ‘차이나 디커플링’ 기조는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은 악화되는 대외환경뿐만 아니라 심화되고 있는 국내 정치경제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경제적으로는 지난 약 10여 년간 지속해 온 투입에 의존한 경제성장률 유지정책이 한계에 봉착해 있다. 총요소생산성 하락과 부채에 의존한 투입주도 경제성장율 유지는 결과적으로 GDP의 약 300%가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심각한 부채문제로 귀결되었다. 여기에 지방정부와 민간에 숨겨진 부채까지 포함하면 실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중국정부가 통화공급과 부채에 의존한 경기부양책을 전개하는데 한계에 도달한 것을 의미한다. 경제운용에 쓸 수 있는 중요한 카드가 소진된 것이다. 이와 같은 중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의 심화는 최근 부동산 버블문제로 표출되고 있기도 하다. 지방정부와 연계된 숨겨진 부채를 제외하고 중국 부동산 기업의 부채만으로도 이미 전체 부채액이 약 5조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산정되고 있다.3) 게다가 이미 인민폐를 초과로 발행해 공급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팬데믹을 계기로 유동성 공급확대 정책을 추가함으로써 유동성 추가 공급 수단도 소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은 이와 같이 악화되고 있는 대내외 정치경제 환경에서 그동안 강력히 추진해온 1인 지배체제 공고화와 함께 장기집권을 위한 권력투쟁을 2022년까지 마무리 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집권 후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장쩌민 기득권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감행한 시진핑으로서는 권력에서 스스로 내려올 수도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권력투쟁과 숙청과정을 거치면서 이미 구 기득권 세력과 공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정적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엘리트 권력승계의 룰은 시진핑 권력장악기를 거치면서 이미 생사를 건 ‘all or nothing’ 게임으로 전환되었다. 또한 성장과 경력 축적과정에서 자신의 파벌세력을 광범위하게 구축하지 못한 시진핑으로서는 지난 십년간 다져온 정치권력 기반세력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최근 2-3년간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 민간기업가 탄압, 연예인 정화사업, 시진핑에 충성한 것으로 알려진 고위직에 대한 2차 숙청 등 일련의 사안들이 정적의 기반을 보다 철저히 무너뜨리고 장기집권 1인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시진핑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리한 대외 여건과 경제상황 조건을 갖고 장기집권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장기집권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모두 매우 안좋은 상황인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오쩌둥에 대한 동경심을 숨기지 않고 있는 시진핑이 권력유지에 불리한 여건을 돌파할 전략 역시 마오쩌둥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부유 캠페인으로 상징되는 최근 일련의 상황전개의 배경이기도 하다.

마오쩌둥과 중국공산당은 권력을 장악해 나가는 과정에서 항상 일반대중의 ‘적’을 만들고 평등과 혁명 등의 명분으로 대중들을 선동하면서 ‘적’을 고립시켜 타격하고 그 대중으로부터는 지지를 획득하는 전술을 취했다. 국내외 정치경제적 위기에 몰린 시진핑은 상황을 타개하고 1인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극심한 빈부격차를 이용하고 대중을 동원하는 전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에 중국에서 벌어지는 조짐 또한 1950년대 초와 문혁동란 이전 시기와 매우 흡사하다. 중국공산당 특권계급, 이들과 연계된 대표적 민간 기업인, 연예인 등에 대해 도덕적 타격을 가한 다음 선전과 선동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그들 재산과 지위, 명예을 탈취해 균등배분에 사용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모양새가 중국공산당의 전형적 전술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대외적 공격성으로 표출된다. 중화민족주의와 애국주의, 집단주의 등을 내세워 외부의 적과 공격목표를 설정하고 내적으로는 중국공산당과 최고권력자 중심으로 집결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이와 관련한 일련의 조짐은 점차 현실화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외부의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내부적으로도 위기와 경계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대 경제학과 장웨이잉 교수는 ‘공동부유’는 ‘공동빈곤’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4) 구조적 모순과 위기에 봉착한 중국경제는 더욱 활력을 잃고, 외국자본의 탈중국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심화되고 있는 중국의 내적긴장은 동시에 중국의 대외적 공격성의 표출로 나타나면서 중국의 대외적 고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런데 개혁개방 시장화 40여년을 지속한 중국사회가 이러한 시진핑의 역주행을 감내할 수 있을까?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한국 전체가 촉각을 세우고 대응전략을 마련해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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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习近平, “扎实推动共同富裕,” 『求是』, 2021(20),  http://www.qstheory.cn/dukan/qs/2021-10/15/c_1127959365.htm(검색일: 2021년 10월 18일). 
2) 习近平, “扎实推动共同富裕,” 『求是』, 2021(20),  http://www.qstheory.cn/dukan/qs/2021-10/15/c_1127959365.htm(검색일: 2021년 10월 18일). 
3) https://www.wsj.com/articles/beyond-evergrande-chinas-property-market-faces-a-5-trillion-reckoning-11633882048(검색일: 2021년 10월 22일). 
4) https://www.scmp.com/economy/china-economy/article/3147515/china-risks-common-poverty-if-beijing-excessively-intervenes(검색일: 2021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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