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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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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과 중국경제 향방

이치훈 소속/직책 : 국제금융센터 중국팀 팀장 2021-11-29

1. 중국, 기업규제發 정책 패러다임 전환 가속화

중국 정부의 기업규제는 작년 금융당국을 공개 비판해 괘씸죄에 걸린 알리바바로부터 시작되었다. 금년 들어 시진핑 주석이 공동 부유를 강조한 후 규제 대상이 △플랫폼 △부동산 △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주된 이슈로 부각되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의 각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산업 고도화 정책에 부응하여 단순 임가공 및 석탄 등 기존 전통산업에 대한 규제를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경제가 규제 후폭풍으로 경착륙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영어 유치원 등 사교육 기관에 대한 규제가 빈부격차 등 고질적 불균형 문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2. 정책 흐름, 이미 거대 전환기에 진입

최근 중국의 경제 정책 패러다임이 78년 개혁 개방 이후 40여년 만에 ‘先부론’에서 ‘共부론’ 급선회하였다. 대외 정책의 경우 약 30년에 걸쳐 실력을 갖출 때까지 몸을 낮추고 힘을 기른다는 ‘도광양회’에서 최근 미국과 동등한 관계를 추구하는 ‘신형대국관계’로 전환되었다. 사실 지난 수십년간 중국의 국내 경제정책은 대외 관계, 특히 대미 관계와 긴밀한 연관성을 보여 왔다. 관련 내용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49년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설립한 직후 미국이 공산주의 확산을 우려하여 중국에 대한 경제 봉쇄를 시작하자 중국은 성별로 자급자족 정책으로 대응하였다. 그 결과 중국경제는 약 30년간 암흑기를 겪었다. 공교롭게 이 시기에 문화대혁명도 발생하면서 경제가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71년에 미국 국가대표 탁구선수가 북경에 초청된 핑퐁외교를 계기로 미중 관계가 해동기에 서서히 진입하였다. 78년 들어 등소평이 흑묘백묘 및 선부론을 모토로 전면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였다. 특히 미국의 지지에 힘입어 01년 WTO 가입에 성공하면서 날개를 단 중국 경제가 약 30여년간 연평균 10%를 상회하는 경이로운 성장을 달성한 결과 10년 경제 규모 기준으로 일본을 제치고 G2로 자리매김하였고 이제 미국을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다. 등소평은 비약적인 경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향후 100년간 미국에 대항하지 말라고 언급하면서 도광양회 전략을 추구하였다. 당시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이 저임금 및 임가공 공장으로의 활용 기회를 제공하고 정치적으로도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공산주의가 자연스럽게 쇠퇴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같은 미국의 기대가 어긋나기 시작하였다. 고도성장이 한창이던 04년 후진타오 집권 시기에 필요한 역할은 한다는 의미의 ‘유소작위’를 언급하면서 중국의 역할론을 제기하였다. 이로부터 10년 후 경제력과 자본주의가 크게 확대된 시진핑 시대에 들어 오히려 공산당 지배력 강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시진핑은 13년 국가 주석으로 취임한 후 최우선 정책 목표를 권력 강화 및 분배에 두었다. 20년 하반기 코로나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이 같은 정책 기조가 ‘공동부유’라는 이름으로 대폭 강화되었고 공산당 창당 100주년 등과 맞물려 기업이익보다 국가이념을 강조하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가 노골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미 관계도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였다. 시진핑은 과거 트럼프의 압박에 이어 최근 바이든의 견제를 겪으면서 대미 정책을 강경 대응기조로 전환하였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과 대만 문제 등 핵심 이익이 상충되자 미중 정상회담도 거절하면서 독자노선 추구 방침을 분명히 하였다<그림1>.


3. 내년 국가자본주의와 글로벌 패권 추구 강화 전망

시진핑 주석은 그동안 강화된 권력 기반을 바탕으로 내년 10월 당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하면서 모택동, 등소평과 같은 반열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에도 ‘공동부유’와 ‘공산당 지배력 강화’를 위해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국가자본주의를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빈부격차 축소 등 소득 분배가 공산당 체제 유지에 필수적으로 인식하고 정부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참고로 시진핑 주석은 금년까지 기초 복지가 보장되는 ‘샤오캉 사회’ 건설을 49년까지 모두가 잘사는 ‘대동사회’ 건설이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닌 당의 존립과 관련된 핵심 문제라고 강조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기업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체제 유지를 위해 대기업 장악력을 강화하여 국가주도의 경제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통제 범위를 과거 노동·토지·자산에 이어 기술 및 데이터 등 차세대 분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외 정책은 내부결속 등을 위해 강경 노선을 추구하면서 글로벌 패권 전략도 강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그동안 누적된 불균형으로 인한 내부 불만을 대외로 표출하기 위해 미국과의 마찰도 감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만 독립 및 기술봉쇄 등 핵심이익 상충 시 물리적 충돌도 불사할 여지가 있다. 향후 미중 대립이 격화될 경우 현재 중국기업 중심의 반독점 기업 조사를 구글·애플· 아마존 등 외국기업으로 확장하면서 통상마찰 불안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참고로 금년 10월 31일 상해 디즈니랜드에 확진자 1명이 발생하자 방문자 3만명을 고립시킨 것이 단순이 방역 차원인지 또 다른 형태의 비관세장벽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4. 중국경제, 구조조정과 통제 불안 속에 중속성장 기대가 우세

내년 중국 정부의 추가 규제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운데 다가 정책이 복잡다기화된 경제와 괴리를 일으키면서 경제심리 위축 및 디폴트 확대 등 리스크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그림2>. 특히 전통 산업은 친환경 및 산업 고도화 정책과 충돌하면서 기업환경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부동산기업의 경우에도 핵심 과제인 ‘공동부유’와 직결됨에 따라 정책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된 헝다 사태의 경우 경제 시스템 위기로 이어지지 않겠지만 중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시장의 위축과 맞물릴 경우, 경기 하방압력이 배가될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금년 하반기 들어 중국 주택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억제 정책과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이 맞물려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도 1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경제의 체질도 점차 개선됨에 따라 대내외 충격을 완충하는 긍정적 면도 기대된다. 중국 경제는 성장 동력이 과거 인구 및 수출에서 현재 내수시장, 자본, 기술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더욱이 5G, AI 등 첨단산업은 거대한 내수시장 및 데이터 기반에 정부의 육성정책도 가세하여 새로운 동력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참고로 금년 R&D 지출도 전세계의 ¼ 이상을 차지하면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었다<그림3>. 

종합해보면 내년 중국경제는 상당한 불안과 경기하방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시장 △기술 △자본 등이 시너지를 내며 5%대의 중속 성장은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5. 다만, 내재 모순 지속되며 정책 딜레마 가능성 상존

중국 정부의 불균형 해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향후에도 빈부격차 등 구조적 모순으로 쉽게 해소되지 않으면서 정책 추진이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중국정부는 그동안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낙후지역인 서부 및 동북3성 개발 정책을 추진했으나 서비스·신산업 투자 등이 동남부 연안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 격차가 오히려 심화되었다.  

더욱이 빈부격차 해소에 가장 핵심 정책인 부동산 보유세 및 상속세 도입이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지연될 소지가 크다. 중국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부동산가격 안정과 빈부격차 축소를 위해 보유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경기하방 압력 가중, 기득권의 반발 등으로 시행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참고로 중국 대도시의 소득대비 주택가격배율(PIR)이 40배 내외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서민들이 기대하는 개혁 1순위도 주택가격 하락일 정도로 부동산이 빈부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인구 급감이 취약한 사회보장제도와 맞물리며 사회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여타 선진국과 달리 개발도상국 단계에서 이미 65세 인구의 비중이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 진입하였다. 이는 인구보너스 효과 감소, 피부양자 증가에 따른 세대 간 갈등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여력도 축소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연금지출이 처음으로 수입을 초과해 일본처럼 인구고령화로 인한 재정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참고로 중국은 지난 16년 1가구 1자녀 정책 폐지에도 불구, 양육부담 등으로 출산을 꺼린 결과 노동가능인구가 급감하면서 노동력 수급 불균형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였다<그림4>. 최근 미국의 인력 부족이 팬데믹으로 인한 해고 증가 등 일시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면 중국은 구조적 원인에 기인함에 따라 그 영향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양로·의료·실업 등 5대 보험의 보장 범위가 크지 않고 도시별로도 통합되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등 사회복지 시스템이 취약한 상황이다.


6. 中 역할 변화: 글로벌 소비시장 VS 외자기업의 脫중국

중국 정부의 규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美 바이든 대통령은 금년 10/30일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중국 중심의 기존 공급망 탈피를 강하게 주장하였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규제와 미국의 견제까지 가세하면서 중국내 외자기업의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내 외자기업의 약 30%는 탈중국을 고민 중 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만 향후 외자기업의 탈중국 현상은 단순 임가공 등 저부가가치와 일부 최첨단 기술안보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저부가가치 산업의 경우 중국내 고임금 등 생산요소가격 상승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로의 이전이 가속화되어 향후 2~3년 내에 마무리 단계에 진입할 것이다. 단순 임가공 공장의 이전에는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기업도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반도체·5G 등 첨단 기술안보 산업도 미중 대립 및 선진국의 기술견제가 집중되면서 리쇼어링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의 제조 기술 고도화가 꾸준히 진전되고 막대한 내수시장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노트북 등 고부가가치 제조기지로서의 위상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중국의 글로벌 소비시장으로의 역할도 점진적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Insid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중국 소매판매(Retail market, 자동차 및 서비스 제외) 규모는 소득 증대 등에 힘입어 작년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했으며 23년부터 격차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UBS도 25년 총소비 규모가 12조달러에 달해 20년의 1.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실제로 미국의 중국 디커플링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금융사들의 중국 진출은 가속화해 정·재계간 ‘동상이몽’ 심화되고 있다. 작년 對中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1,630억달러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그림5> 하였으며, 금년 6월 외국인의 증권투자 규모도 7.6조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였다. 특히 금년 8월에는 글로벌 IB인 JP모간이 외국계 금융사 중 최초로 중국 현지에 지분 100%의 증권사 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중국 금융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는 추세이다.


7. 우리경제 시사점

이제 본고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중국의 정책 흐름이 전환되면서 경제와 정치가 동시에 급변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중국의 정책 변화가 유발하는 차이나 리스크를 적극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한중관계가 공생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이미 전환되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제 우리경제의 성쇠가 급변하고 있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또 대립하는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술 등의 비교 우위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취약할 경우 미중 모두에게 소외 당하는 Worst Case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민관이 따로 없이 국가 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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