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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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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위기를 통제하는 중국의 사회적 거버넌스에 대한 一考

백권호 소속/직책 :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aSSIST) 석좌교수 2021-11-29

복합위기에 처한 중국사회

2010년대 접어들면서 중국 사회는 본격적으로 복합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성황리에 마치고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불어 닥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서 중국은 무려 4조 위안의 공적자금 투입한 내수진작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충격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회복에 기여하여 G2로 부상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던 2010년에 발생한 광둥성 폭스콘 공장 농민공들의 연쇄적인 투신자살 시도 뉴스는 중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려 18명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연이어서 투신자살을 시도하였고, 이 과정에서 14명의 젊은 농민공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고 4명은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이어서 2011년 광둥성 우칸촌에서는 촌정부 지도층과 촌 농민 간의 촌정부 소유 토지의 처분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이 폭동으로 번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우칸촌 정부 서기가 독단적으로 촌 소유의 토지를 수용하여 민간개발업자에게 양도하는 일이 벌어지자 이에 반발하여 우칸촌 농민들이 시위와 격렬한 폭동을 일으켰다. 당시 현실은 농촌의 집체소유 토지를 민간기업들에게 불하하여 생산 시설 및 공장 설립을 유도함으로써, 농민들에게는 도시형 취업기회를 보장하고, 농업을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으로 대체함으로써 농촌의 ‘신 도시화’ 추진전략을 ‘3농문제’ 해결의 정답인양 전국에서 정책적으로 밀어붙이던 상황이었다. 당시 광둥성 서기이던 왕양 현 정치국원 상무위원이 직접 나서서 사태를 진정시키고 나서야 사태는 진정되는 듯하였다.1) 하지만 2016년에 우칸촌의 린 당서기가 부패혐의로 체포되자 촌정부 지도층은 린 서기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동원하는 등 구원운동을 조직했고, 토지불법수용을 미봉책으로 무마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인 농민들이 이에 반발하며 다시 들고 일어났다.2) 이는 중국 전역의 농촌지역들이 신 도시화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집체소유 자산의 처분을 놓고 지방정부 지도층과 일반주민들 사이에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어디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이 폭발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편, 2012년 광둥성 중산시 사시진에서는 한 보안요원의 고압적인 행위에 항의하는 쓰촨성 출신 농민공에게 폭행을 가하는 장면을 목격한 같은 쓰촨 출신 농민공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 시위는 광둥성 제조업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농민공들이 타지에서 온 약자인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현지 공권력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사회적 대우에 대하여 불만이 최고조 달하고 있다는 신호에 다름 아니었다.3) 이러한 갈등은 농민공들의 주된 송출지역인 중서부에서는 2010년 경부터 3농문제 해결을 위한 신 도시화 전략 차원에서 도시· 농촌호구의 통합 방향으로(충칭모델 및 쓰촨모델) 호구제도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이루어졌다. 동부연안 대도시에서는 도시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4대 보험 가입이 가능한 직장에 취업한 경력이 있는 경우 취업지역의 도시 호구를 발급(상황에 따라서 거주증 발급하든가 취업인정 지역을 특정 도시가 아닌 성 단위로 확장하는 방식)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인 호구제도 개혁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대응노력과 개혁에도 불구하고 농민공 차별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문제일 뿐이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예컨대, 앞서도 언급하였듯이 농촌지역에서의 집체소유 재산권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과 도시 내 계층 간 빈부격차 심화에 따른 갈등 같은 복합위기 요소로 진화될 가능성은 상존하기 때문이다.  
  
뒤이어 2014년 항저우시 중타이향에서는 쓰레기소각용 발전소 건설에 항의하는 지역주민들이 환경오염에 반대하여 시위를 벌이면서 폭동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또 같은 해 광둥성 마오밍시에서는 지역 내에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파라자일렌(PX) 공장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공권력의 무조건적이고 폭력적인 진압에 항의하는 광저우, 선전 지역 주민들이 연대하면서 확산되었다. 이는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이 윤택해지면서 환경오염 문제를 둘러싼 중국인들의 불만 표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10월에는 베이징에서 수천 명의 퇴역군인들이 5천7백만 퇴역군인들을 대표하여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국방부 청사인 베이징 장안대로 '바이다러우'(八一大樓)' 건물 주위를 둘러싸고, 열악한 연금·주택·의료 지원에 대한 불만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시위는 실제로 중·베트남 전쟁 참전군인이자 퇴역군인을 대표하는 조직을 이끌었던 류싱야오가 2015년에 235일 동안 구금됐다가 2016년 58세에 불과한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자 분노가 폭발하면서 발생했다.4) 퇴역군인들의 베이징 시위는 2017년에도 이어졌으며, 2018년에는 광둥, 장수, 쓰촨, 후난, 허난, 안후이, 랴오닝 등으로 확산되었다.5) 퇴역군인들의 항의와 시위는 인민해방군이 혁명의 상징이자 해방전쟁에서 승리한 공산당 권력의 뿌리라는 점에서 그 정치적 파급력이 클 뿐만 아니라 현역인 인민해방군의 사기와 능률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3가지 시위의 사례와는 그 사회적 무게와 정치적 비중 면에서 결을 달리한다. 
  
이들 사회적 소요사태는 공유제에 근거한 공적 소유 자산의 처분권 및 그로 인해 발생한 수익 공유를 둘러싼 지방 고위관리와 지역 주민 간 갈등을 비롯하여, 중국형 노사·노정 갈등 그리고 지역사회 환경오염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 격화와 군인연금을 비롯하여 경제성장에 걸맞는 사회복지제도의 개혁 요구 등 그 원인이 다양하다. 

이러한 사회적 소요 사태들은 중국의 현행 정치, 경제, 사회 체제 및 제도가 고도성장에 따라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갈수록 상호작용이 복잡해지는 문제 이슈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대로 둔다면 결국 사회적 위기를 야기할 수 있고, 위기 원인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복합위기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마침 중국이 처한 복합위기에 대한 관심과 경계심이 고조되면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18년 복합 차이나리스크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차이나리스크(China risk)’의 복합적 성격에 주목하고 이를 규명하는 연구를 추진하였다.6) 동 연구는 먼저 개별 리스크 요소들을 추출하고 이를 중심으로 그 상관도 및 경향성을 도출함으로써 소위 ‘차이나리스크’의 복합적 특성을 파악하는 시도를 하였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는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후 채택한 중국식 발전모델이 가져 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 결과라는 측면이 있다. 물론 이 발전 모델은 괄목할만한 경제적 성취를 보여줌으로써 성공적인 듯 보였다. 레닌주의적 일당독재 정치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국가가 자원 배분에 깊이 관여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는 한편, 치밀한 사회통제를 강화, 진화시켜나가는 메커니즘이 이 발전모델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식 발전모델은 앞의 소요사태에서 언급하였듯이 급격한 계층의 이동과 사회 유동성의 압력은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국의 경제전쟁에 가까운 노골적인 대중국 통상 압박과 기술 전쟁 등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을 어렵게 함으로써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고, 중국이 당면한 위기는 복합적이라는 특성을 띄게 되었다.
   
동 연구는 중국이 당면한 복합위기를 ‘중국에 위협이 되는 다양한 요인이 연계되어 복합적으로 중국 사회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로 정의하고, 그 위기요인을 ① 리더십과 거버넌스 ② 국제 및 외부충격 ③ 결핍과 재난 ④ 사회분화와 신념의 위기라는 네 가지 대 영역으로 구분하였다.7) 그리고 분석 결과에서 복합위기 발생 메커니즘의 한 예로서 사회와 생태관리 영역의 거버넌스 위기가 어떻게 중앙의 리더쉽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즉, 소득격차 및 도농격차의 확대, 재난 및 결핍 관리 측면에서의 사회 생태계 거버넌스 문제가 지방의 관리 무능, 부패 심화와 맞물려서 체제에 대한 불신 및 불만의 확대로 이어지고, 이것이 경제영역의 위기와 중첩되어 증폭되면서 불안정성을 초래해 전반적인 중앙의 리더십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동 연구에서 관심을 끄는 발견은 복잡성과 위험성을 우선순위로 설정할 경우 리스크가 높게 나타난 요소들이다. 그 첫 번째가 리더십과 거버넌스로 중앙정부 능력, 파벌, 지방정부의 관리능력, 지방 이기주의, 부패, 불신·불만 등이고, 두 번째가 국제 및 외부 충격으로 규범의 갈등, 민족주의, 분리주의(티베트, 신장) 등이다. 세 번째는 결핍과 재난으로 식량 결핍, 토지오염, 안전사고 등이고, 네 번째가 사회분화와 신념의 위기로 노동시장의 위기, 소득격차, 도농격차, 유령도시, 악성탄원의 증가, 소수민족 문화의 고유성 등이다. 한편, 복잡성 지표에 따라서 연관성에 기초한 경향성을 분석한 위기는 다음과 같다. 즉, ①생태 및 지속가능성의 위기, ②급진 도시화의 위기, ③사회 거버넌스의 위기, ④격차와 불평등의 확대, ⑤민족 통일성의 약화, ⑥대외 갈등의 심화 등 여섯 가지의 복합적 리스크 경향이 체제 안정을 잠식시키는 원심력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복합적 위기가 그 중심에 핵심적 연결고리인 정부 능력과 관련하여 ‘중앙의 정통성과 구심력의 약화’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복합위기를 통제하고 극복하는 중국의 사회적 거버넌스

당면한 이러한 복합위기를 통제하는 사회적 거버넌스로 동 연구는 중국이 당-국가 체제(party state system)라는 특성을 기반으로 ‘민주화 없는 제도화’ 또는 거버넌스 자체의 혁신을 선택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위기가 심화될수록 체제와 리더십을 강화해 상황을 돌파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밝혔다. 필자는 이러한 판단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 중국의 복합위기를 극복하는 사회적 거버넌스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규명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필자는 중국의 복합위기를 통제하는 사회적 거버넌스로 4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정치적 인내심(political tolerance)이 강한 문화적 특성이고, 둘째는 당에 대한 인민들의 신뢰 기반 구축 메커니즘이며, 셋째는 ‘빅 브라더’형 정보통제 메커니즘, 그리고 마지막으로 ‘No Solidarity’의 사회통제적 거시조직 통제 메커니즘 등이 그것이다. 앞의 두 가지 거버넌스는 사회심리적 거버넌스라면, 뒤의 두 가지는 사회조직적 거버넌스와 관련이 있다. 

1. 정치적 인내심(political tolerance)이 강한 문화적 특성

중국 정부가 마지막으로 발표했던 지니계수는 2017년의 0.467로 0.5에 가까웠다.

소득 불평등의 척도로 쓰이는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우면 소득 분배가 매우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1에 가까우면 극단적으로 불평등하게 이뤄진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는 0.4가 넘으면 그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어떤 사회의 지니계수가 0.4가 넘으면 그 사회의 빈부격차가 시위 등의 혼란이 발생하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민간 학계에서는 중국의 실제 지니계수가 정부 발표 수치보다 훨씬 높은 0.6을 넘는다는 발표가 나온 적도 있다.8) 이러한 수준의 소득 불평등은 복합위기의 시작에 단초를 제공하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통제 가능한 범위의 사회적 시위나 소요사태에 그치고 있다. ‘차이나 리스크’가 이슈가 되면 중국에서 큰 사회적 혼란이라도 날 것처럼 과장하는 전망이 뒤따랐지만 그동안은 ‘찻잔 속 태풍’ 정도에 머물렀다. 도대체 중국은 어떻게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통제하는가? 그 사회적 거버넌스는 어떠한가?
  
그 첫 번째 답은 2000년대 초반 한창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러시를 이루던 시절 필자가 중국 현지에 진출한 외자기업에 대한 임장 조사를 하던 시절의 기억 속에서 찾았다. 글로벌 기업의 중국 현지법인 책임자들을 인터뷰하러 다니던 중 마침 P&G 중국법인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확신에 차서 중국인들이 ‘political tolerance(정치적 인내심)’가 매우 강하다고 단언하는 것이었다. 당시에 직관적으로 동조하기는 했지만 그 이유나 원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마침 비슷한 시기 베이징에서 당시 어언문화대 외사판공실 주임을 하던 중국인 지인 교수를 조우한 자리에서 그의 의견이 궁금하여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반응을 기다렸다. 그랬더니 ‘당신네 나라에서는 어떤 사람이 단지 생각을 잘 못 했다고 해서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 하겠지만, 중국인들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고 잘못된 생각만 해도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생각까지도 통제 당할 수 있다는 중국인들의 잠재의식을 중국 지식인의 입을 통해서 부분적으로 확인하면서, 중국인들이 정치적 인내심이 강하다고 했던 P&G 중국법인장의 경험적 단언이 오버랩 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중국이 복합위기에 직면해서도 큰 사회적 혼란 없이 질서가 비교적 잘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중국인들이 정치적 인내심이 강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어떤 지역에서 이해관계에 기반한 정치적 갈등으로 시위나 소요가 발생하면 초기에는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될 것 같은 기세를 보이다가도 결국에는 지역 차원의 고충처리 정도로 해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중국인들이 정치적 인내심이 강하다는 판단은 보다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두 가지 정도 합리적 설명을 시도한다면 이는 우선은 중국 인민들이 대부분 중앙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자기 지역 내 정치적 이해관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전통적으로 인민들이 중앙 정치보다는 지역 자치 문화에 익숙한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둘째는 중국 학자들이 누누이 강조하듯이 5천 년 역사 속에서 평화스러웠던 기간은 불과 이삼백 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나머지 기간은 전란과 환란 속에 살아왔다는 얘기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중국인들로 하여금 ‘천하의 일’보다는 자기 생명과 자기 가족의 안녕을 최우선시하는 가치관을 가지도록 하였고, 남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줄이면서 결국 중앙 정치에 대한 관심까지 약화시키도록 작용하였다는 해석이다.

2. 당에 대한 인민들의 신뢰 기반 구축 메커니즘

당에 대한 인민들의 신뢰도 복합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을 구성한다. 이러한 당에 대한 무한 신뢰는 무엇보다도 2차 국공 내전 당시 국민당 군대에 쫓겨 내륙으로 도망하던 6,000마일에 걸친 소위 ‘대장정’ 기간 동안 홍군이 취한 대민 정책과 전략에서 비롯되었다. 대장정 기간은 홍군이 절대적인 열세로 무작정 후퇴하는 상황이었지만, 이 와중에도 농민의 재산에 절대 손을 대지 않고 훼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물자가 필요하면 반드시 돈을 지불하고 샀으며, 농촌 곳곳에서 지주로부터 토지를 몰수하여, 경작하는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분배하기까지 하였다. 도피 중임에도 불구하고 홍군들에게는 농민들의 논밭에 들어가 함부로 피해를 주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장정이 실제로는 홍군이 도망가는 행렬이었지만 곳곳에 혁명의 씨를 뿌렸고, 결과적으로 농민들의 신뢰를 이끌어냄으로써 공산당이 최후의 승리를 거머쥐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밑거름이 됐다.
 
두 번째는 중국 대륙에 신 중국을 설립한 중국 공산당이 국가 차원에서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일반 대중들을 위해 추진한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국내외적으로 당면한 정세분석과 내부적 사회 변화 압력에 근거하여 역사적으로 일관되게 지속가능한 장기정책 비전을 효과적으로 제시해 왔다. 건국 초기 마오쩌둥은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내세우며 체제구축 차원에서 1945년 ‘여러 역사적 문제에 대한 결의(关于若干历史问题的决议)’를 채택하였다. 이어서 집권한 덩샤오핑은 이데올로기보다는 당면한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이를 위하여 경제건설 위주의 ‘개혁·개방’과 ‘선부론’을 추진하면서, 1981년 ‘건국 이래 여러 역사적 문제에 관한 당의 결의(关于建国以来党的若干历史问题的决议)’를 채택하였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장쩌민, 후진타오가 집권했던 20년간에도 이어지면서 중국 의 고도성장을 견인하였다. 이제 시진핑은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중화민족의 부흥’으로 바꾸어 표현하면서 ‘중국몽’을 비전으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선부론’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듯 ‘공동부유’를 제창하면서 2021년 11월 당19기 6중전회의에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백년간의 투쟁을 통해 성취한 당의 주요 성과와 역사적 경험에 관한 결의(中共中央关于党的百年奋斗重大成就和历史经验的决议)’를 채택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복합 차이나리스크 연구 보고서에서 주장하는 ‘민주화 없는 제도화’와 거버넌스 혁신도 이러한 큰 맥락 속에서 포함되어 추진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2017년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와 2018년 제13기 전국인대에서 취한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 및 공산당 지도체제 강화와 같은 개헌 조치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국가급 미래 인재 발굴 및 평가, 육성 시스템이 비교적 건강하고 공정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특히 역량 있고 사상이 건전한 소위 ‘흙수저’ 출신 인재를 일찍부터 발굴하여 국가 동량급 인재로 키워내는 메커니즘은 아직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출신이나 배경과 무관하게 개개인의 능력과 인성 및 가치관 형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체계적인 검증을 통해서 발탁하는 공산당의 국가인재 선발 및 육성 메커니즘은 인민들의 당에 대한 신뢰를 확고하게 만드는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3. ‘빅 브라더’형 정보통제 메커니즘

중국은 당정일체의 당-국가 체제(party state system)로 ‘檔案(archive)’ 관리를 기반으로 조직된 정보통제 메커니즘에 기반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사회 전체의 모든 기초 조직 단위까지 당 조직이 설치되어 있다. 예컨대 농촌의 기초 단위인 村(우리의 里에 해당)과 도시의 기초 단위인 사구(社區)를 비롯하여 모든 기업조직(민영, 외자 포함)과 공공기관(학교 포함)에 당 조직이 존재한다.9) 사회 전체를 종심으로 기초 단위까지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조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의 경우는 총공회(우리의 한국노총에 해당)를 공산당 산하조직으로 설계한 지배구조에 따라서 산하 단위 공회와 기업 단위의 서기를 중심으로 중층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개인정보는 소속 단위조직의 당안관리 시스템에 축적된다. 특히 중국에서는 정부 주도의 4차 산업혁명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당안 관리 시스템의 디지털화도 신속히 진행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중국 의 AI에 기반한 얼굴 이미지 인식 시스템 기술은 개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비롯한 당안 정보 관리 및 갱신 시스템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켜줄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데이터를 제4의 생산요소로 법에 명시한 조치는 결국 디지털화된 개인정보의 대규모 축적(빅 데이터)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회 통제 및 모니터링 차원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원활한 사용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미 일부 대도시에서는 차도를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의 사진 및 인적 사항을 도시 한복판의 디지털 광고판에 공개하는 일종의 경범죄 처벌 및 방지 시스템을 시행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공항에서도 이미지 데이터로 승객들의 출입국과 탑승 승객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부분적이긴 하나 이미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적용하고 있는 것을 전 인민이 인지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기반의 AI 기술로 업그레이드된 디지털 당안 관리 시스템은 사회 모니터링 및 통제 역량 및 효과를 더욱 강화시켜 줄 것이다. 어쩌면 중국이 복합위기를 통제하는 사회조직적 거버넌스 가운데 가장 직접적으로 강력한 통제 효과를 담보하는 메커니즘일 수 있다. 

4. ‘No Solidarity’의 사회통제적 거시조직 메커니즘

눈에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매우 강력한 사회조직적 통제 거버넌스는 전국적으로 조직적인 연대(solidarity)를 강력하게 차단하는 메커니즘이다. ‘蘇東波(소련연방과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 당시 특히 폴란드 공산당 정권의 붕괴를 가져온 직접적인 힘은 역설적이게도 공산정권의 주체세력이라 할 수 있는 폴란드 노조가 전국적으로 연대(solidarity)하여 조직한 반정부 시위였다. 폴란드 노조는 1980년 정부로부터 전국적 연대조직 형성을 허가받았다. 그리고 불과 10년 후인 1990년 선거혁명을 통해서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인 바웬사(Walesa)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똑똑히 목격하고 학습한 중국은 전국적인 사회조직 및 단체의 결성에 대한 허가가 극히 제한적이고 통제도 매우 엄격하다. 예컨대, 중국 정부에 의하여 불법 사이비 종교단체로 파문당한 파룬궁은 중국의 전통문화에 속하는 기체조 및 기수련 전문 단체로 시작하였다. 따라서 초기에는 중국 정부도 이를 중화문화의 정수라고 판단하여, 파룬궁의 기수련 활동을 세계적으로 전파하는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수련자 규모가 공산당 당원 수를 초과하고 기수련의 특성상 수련단계가 높아질수록 정신적 결속력이 종교단체의 신앙인 수준으로 강해지자 불법적 사이비 종교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시위로 반발하자 강력한 처벌로 엄단을 시작하였다.

중국에서 전국 규모의 사회단체 조직 결성은 원칙적으로 중국 공산 당의 당원 수를 기준으로 조직규모가 이를 넘어서는 경우 불허한다. 규모뿐만 아니라 조직의 목적과 특성 등에 따라서 사회적 파급효과를 신중히 분석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필자는 중국 조선족 기업 및 기업가에 대한 연구를 추진한 경험이 있다. 당시 조선족 기업가협회가 각 성·시의 단위조직으로 결성된 현황을 현지 조사하였다. 이 과정에서 조만간 전국 규모의 중국 조선족 기업가협회(가칭)라는 조선족 경제인 단체가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을 것이라는 소식을 들렸으나, 그 후 이미 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중국 조선족 기업가협회라는 명칭이 조선족 기업가들 모임에서 사용되고는 있고 동 조직의 회장 직함으로 선양 조선족 기업가협회 회장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동 협회가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은 사회조직으로 설립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학술단체인 중국 노사관계학회 조직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정서로는 순수 학술단체 설립에 대해서 정부가 나서서 설립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게 들린다. 이미 관련 학자들이 여러 학술대회를 통해서 노사 관련 연구활동을 추진해 왔고, 이들의 연구내용과 질에 대해서는 학계와 교육부 등 관련 공공기관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상호 원활하게 소통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학자들을 중심으로 동 학회설립을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였지만 곧 설립허가가 날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했지만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학회 설립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지향하는 중국에서도 20년에 걸친 개혁·개방 추진과 시장경제의 학습은 경영권과 소유권 개혁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노동권의 보호를 우선하는 방향으로의 정책전환이 있었지만 노사관계는 아직도 정치적 정책적으로 방향이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는 민감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이다. 따라서 설사 순수 학술적 목적이라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연구하고 논의하는 장이 공식적으로 생긴다는 사실에 대하여 매우 부담스럽게 생각하였기 때문으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10)

전국적 사회단체 조직의 설립을 엄격히 규제하고 통제하는 것은 이들 조직을 허용할 경우 폴란드의 경우에서처럼 전국적 네트워크를 통한 연대활동으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 확대 조장하거나 시위 등 폭력적 행동으로 확산시킬 가능성이 전재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여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디지털 변혁 시대 중국의 사회적 거버넌스

이상에서 중국이 당면한 복합위기를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4가지 사회적 통제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과연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컫는 디지털 변혁 시대에 이러한 거버넌스는 중국 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후자의 두 가지 즉 사회조직적 거버넌스는 디지털 변혁을 통하여 진화된 형태로 계속 작동할 것으로 예측이 가능하다. ‘빅 브라더’형 모니터링 및 통제는 이미 보다 강력한 형태로 발전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 그 효과와 기능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어느 국가보다도 ABCD(AI, 블록체인, 클라우딩, 빅 데이터)와 이미지 센싱 기술을 사회적 통제 거버넌스에 적용하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적극적이다. 관련 기술의 진보도 상업적 유인과 국가적 필요가 상승적으로 작용하여 미국과 쌍벽을 이루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전자의 두 가지 거버넌스는 그 사회적 통제 거버넌스로서의 효과가 양면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변혁 시대에는 정보의 확산 및 공유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발전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중국인들이 정치적 인내심이 강한 그 한 가지 요인으로 작용했던 정치적 무관심은 다양한 정보에 노출될수록 점차 많이 희석될 개연성이 크다. 물론 이러한 효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중국은 ‘만리장벽’을 이용한 정보 차단이나 댓글부대 ‘우마오쥔’을 동원한 여론몰이로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이를 회피하여 차단되거나 제한된 정보공유 포털에 접속하는 중국인들을 자주 쉽게 목격하고 있듯이 정보 차단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정치 무관심의 의식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전환장벽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역사의식과 ‘생각을 통제하고 있다’라는 잠재의식이 변화하는 데는 아마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중국 공산당에 대한 인민들의 신뢰는 원론적 명목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는 많이 약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앞에 참고한 보고서에서도 ‘중앙의 정통성과 구심력의 약화’를 지적하였듯이, 공산당 100년의 치적이 역설적으로 세기적 변화 속에서 내부적 혁신과 개혁으로 향후 100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당 고급 관료들의 부패와 부정한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 대하여 당에 대한 신뢰와 고급 간부들의 일탈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 하는 당연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와 정책의 철학적 역사적 현실적 커시스턴시 유지와 지속가능성인데, 이번 당 19기 6중전회에서 채택한 ‘결의’를 중공당 100년 역사의 3대 결의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내용 면에서는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오의 첫 번째 ‘결의’처럼 흔쾌히 받아들일 정도로 감동적이지도 않다. 덩의 두 번째 ‘결의’처럼 ‘실사구시’적으로 현실감 있게 와 닿지도 않는다. 그 논리적 설득력이 마치 중등학교 교재에 실릴 정도 수준의 문장이다. 마치 1968년 박정희 정권 시대의 우리나라 ‘국민교육헌장’을 연상시킨다면 과한 표현일까. 문장만 비장하고 근엄하지만, 왜 시진핑이 장기집권을 해야 하는지 그 정당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읽어도 그 논리적 맥락을 확인할 수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중앙의 정통성과 구심력의 약화’를 스스로 확인시켜 주는 것은 아닌지 하는 여운과 함께 밀려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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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일경제, 2011. 12. 15.(https://www.mk.co.kr/news/world/view/2011/12/809488/).
2) 문화일보, 2016. 7. 4.(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70401070230126001 &mobile=false).
3) 한겨례, 2012. 6. 26.(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china/540118.html).
4) 연합뉴스, 2017. 11. 6.(https://www.yna.co.kr/view/AKR20171106068300074).  
5) 시진핑은 이를 중시하여 2018년 3월 국무원 산하에 퇴역군인인사부를 설치, 이 문제를 다루도록 조치하였다. 하지만 관련된 개인정보가 인민해방군 조직 내에 집중되어 있고,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국무원 산하 퇴역군인인사부는 아직 퇴역군인들이 거주하는 각 지방정부의 행정조직과 공유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
6) 이희옥 외, 복합 차이나 리스크 연구, KIEP, 2018. 8. 10., pp. 11~14를 요약, 재편집하였음. 
7) 이를 15개의 핵심축(pillars)으로 재분류한 뒤, 다시 60개의 측정 가능한 하위 세부 리스크 변수로 확정하고 이를 측정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이를 기반으로 통계분석을 추진하였다.
8) 中 1인당 GDP 1만 달러 시대 진입…"소득격차 해소해야", 한경 2020. 1. 4.(https://www.hankyung .com/international/article/202001042162Y).
9) 예컨대 대학의 경우는 대학 전체는 물론이고, 단과대학(學院) 단위로도 당서기가 존재한다.
10) 공동부유를 선언한 2021년 11월 8일의 중공당19기 6중전회 결의는 노사관계에 대한 정치적 정책적 방향이 확정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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