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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덫에 걸린 중국의 코로나19 팬데믹 정치

함명식 소속/직책 : 지린대학 공공외교학원 교수 2022-04-19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전파된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가 약 6백 2십만 명에 육박했다.1) 코로나19의 폭발 지점은 중국 후베이성 성도에 자리 잡은 한 재래시장이었지만 고도화된 세계화의 결과로 모든 국가가 재앙의 피해를 공동으로 나누어져야 했다. 지난 2년 동안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구촌 곳곳의 정치, 경제, 사회 영역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국제정치경제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포에 가장 책임이 있는 중국은 코로나 초기 봉쇄에 성공하며 정치·사회 안정, 빠른 경기회복, 적극적인 코로나 외교 실시 등으로 코로나19 팬데믹 피해에서 비켜난 것처럼 보였다. 중국의 코로나19 선방은 엄격한 방역과 봉쇄에 기반한 제로코로나(淸零) 정책의 결과였다. 하지만 올해 2월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중국에도 코로나19의 13번째 변이인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며 제로코로나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동계올림픽 이후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3월 들어 중국은 지린성 창춘시, 광둥성 선전시, 상하이 같은 대도시를 연이어 봉쇄했고 다른 도시에서도 봉쇄와 해제가 빈발하고 있다.2) 지린성 성도인 창춘은 3월 11일부터 9백만이 넘는 인구의 외부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초강력 봉쇄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같은 달 18일부터 중국 하이테크 산업의 심장인 선전이 5일간 봉쇄되더니 급기야 28일에는 인구 2천 5백만의 국제도시 상하이가 동과 서의 두 지역으로 나뉘어 순차적인 봉쇄에 돌입했다. 원래 상하이시 정부는 황푸강을 기준으로 푸동과 푸시 지역을 각각 4일씩만 봉쇄하려고 했으나 확진자 폭증의 여파로 무기한 봉쇄로 전환한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고강도 봉쇄에도 불구하고 창춘과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각지의 코로나 확산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확진자 증가를 가져온 오미크론은 중국 코로나 무관용 정책의 게임체인저로 기능할 것인가? 지난 2년 동안 유지된 코로나 정책은 3연임을 앞둔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치체제와 외교정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글의 목적은 ‘갈라파고스 증후군’ 현상에 기반해 코로나19 출현 이후 지속된 중국 정치의 경직성이 초래한 정치적, 외교적 함의를 분석하는 데에 있다. 아울러 갈라파고스화로 초래된 국내 청중 비용의 증가가 중국과 주변 국가 사이의 긴장 고조에 미칠 영향을 고찰하고 이에 맞선 한국의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제로 코로나와 중국 방역 모델

미증유의 코로나19 팬데믹은 제도와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고 믿었던 서구 선진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시행착오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코로나와 공존을 추구하는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위드 코로나 정책 추진의 배경에는 높은 백신 접종률,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의 우세종 정착, 경기 침체가 불러올 또 다른 위기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다. 여기에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할 소지로 보이는 도시 봉쇄, 사회적 격리, 국경 차단 등을 무한정 밀어붙이기 어려운 자유민주주의 정치제도와 철학적 인식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년간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을 원칙으로 K방역을 추진했던 한국도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시민의 자율성 침해와 경기 후퇴에서 파생한 이중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코로나19와의 공존으로 정책 방향을 변경했다.

이와 달리, 코로나19를 통제하는 중국 방역체제는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국가주의 모델의 전형이다. 중국의 코로나 무관용 정책은 대내외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대내적 측면에서 가장 큰 특징은 일단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시 정치, 경제, 교육, 문화의 핵심 기반인 대도시조차 외부와 완전히 격리하는 봉쇄조치를 감행하는 것에 있다. 봉쇄 기간 버스, 택시,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 운행 일체 중단, 방역 및 공무 관련 극소수 인원을 제외한 모든 경제 활동 인구의 재택근무,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는 모든 교육기관 폐쇄와 온라인 수업 진행, 생필품과 의약품 공급을 지원할 수 있는 일부 분야를 제외한 모든 자영업자의 상행위 중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체제 구성의 가장 기초가 되는 사구(社区)에서는 가구당 대표 한 명이 이틀에 한 번만 정해진 장소에서 생필품을 공급받는다.3)

대외적으로는 엄밀한 국경 통제를 통해 외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해외 입국자의 장기 격리를 들 수 있다. 성급 단위 정부의 결정에 따라 격리 기간이 정해지지만 베이징, 상하이, 천진 같은 대규모 도시를 제외하고는 보통 3주에서 4주 간의 호텔 격리를 강제하고 있으며 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이 위치한 동북지역에서는 강제 격리 이후에도 2주에서 3주 간의 자가 격리를 필수로 하고 있다. 또한, 국가 간 협약이나 중국 기업의 필요에 의한 초청이 없는 이상 일반적인 비즈니스 목적의 방문이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해외에 머물다 중국 체류 비자의 유효 기간이 지난 경제인에게 재입국을 위한 사증 발급을 중지했다. 교육 부문에서도 2019년 겨울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을 떠난 해외 학생들의 중국 입국이 제한돼 베이징과 상하이의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외 유학생들이 재입국을 못 하고 있다.4) 이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거나 부실한 온라인 수업만 듣다 졸업한 학생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품에 대한 검역이 강화돼 기업과 개인의 자유로운 물품 배송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국제 항공편의 대폭 축소와 운행 불확실성으로 긴급 상황 발생 시 인도주의적 차원의 가족 방문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단행하고 있는 극단적 봉쇄, 사회적 격리, 국경 통제는 코로나의 확산을 단기간에 통제하고 외부로부터의 유입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효율성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의 방역 모델은 중국이 경제 발전의 대안으로 주장하는 중국 모델처럼 중국 정치체제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중국 외의 국가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장기적으로 감염병 예방과 대처를 위한 국제적 거버넌스 설립 모델로 수용하기에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라모 조쇼아(Ramo Joshua)가 중국의 경제 발전 동력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소개한 중국 모델의 핵심은 정치개혁 없는 경제성장이다. 경제 도약 이후 민주화로 이행했던 한국, 대만의 사례와 달리 중국에서는 경제 성취가 정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공산당 독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결과 국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동원체제가 강조되면서 시민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공산당은 정치, 경제, 사회자원을 총력 가용하는 전시 동원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산당은 코로나19 방역을 전염병에 맞선 인민 전쟁으로 묘사하고 인민해방군 투입, 언론과 SNS를 활용한 선전 선동, 당과 국가정책에 반하는 목소리에 대한 검열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 영도력의 위대함을 강조하고, 중국 방역체제에 대한 서구의 비판을 중국 특색의 장점을 부정하는 서구의 위선으로 선전하고 있다.


중국 특색 정치체제의 진화와 갈라파고스 증후군의 구조화

중국 방역체제의 가장 큰 위험은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의 부재로 인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은폐하려는 시도와 이에 따른 ‘바이러스의 세계화’가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SARS)를 경험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처음 출현했을 때 드러났던 우한시 정부와 중앙정부의 초기 대응은, 근 20년 전 사스 발생 시 광둥성, 베이징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보였던 초창기 대처 방식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사스 발병 직후 중국은 감염병 발생을 은닉하고 이를 외부에 전달하려는 시도를 차단했다. 그러다 사스의 위험성을 인지한 베이징 해방군 301병원의 양심적인 의사 장옌융(蔣彦永)이 홍콩에 사스 관련 현황을 투고하고 이것이 서방 언론에 폭로되면서 베이징의 흑막이 세계에 알려졌다. 20여 년 후에도 중국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출현을 최초로 외부에 알린 의사 리원량(李文亮)을 처벌하고 소셜미디어 검색을 강화해 발병 사실을 외부에 숨기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나서야 감염병의 존재를 인정했다. 사스 경험 이후 중국은 감염병 대응 법체계와 매뉴얼을 확립하고, 관련 시설과 의료기관을 대폭 확충했다. 또한, 국제보건기구, 서구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감염병 정보를 공유하고, 전문 인력을 확보해 위기 발생 대응 능력을 향상했다. 그랬음에도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됐을 때 왜 지방 관료, 관련 의료기관, 언론은 매뉴얼대로 행동하지 않아 중국 내 피해를 확산하고 전 세계로 바이러스가 살포되는 것을 방치했을까? 이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 관건은 중국 모델의 골간을 구성하는 정치체제의 갈라파고스화 속성을 파악하는 것에 있다.

갈라파고스는 종의 기원을 저술한 과학자 찰스 다윈이 남미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발견한 무인도다. 다윈은 이 섬에서 외부와 고립된 채 독특한 생태를 유지하며 진화한 생물의 존재를 발견했고 이를 근거로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후에 이곳의 생명체 중 일부는 외부에서 유입된 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해 소멸해갔다. 이런 현상을 학문적으로 정의한 갈라파고스 증후군은, 외부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부단한 혁신을 기울이지 않고, 이미 획득한 성취에 만족해 자신만의 영역에 머무르는 기업이나 사회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이를 사회, 경제 현상에 대입해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소니, 파나소닉 같은 일본의 대표적인 IT 관련 전자제품 회사들은 우수한 상품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시장 규모와 일본 소비자만의 선호도를 충족하는 것에 머무른 결과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해 쇠락의 길을 걷고 말았다.

사스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발발 직후, 중국이 대응 방법과 속도에서 한 발짝도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이유, 국가 주도의 엄격한 코로나19 방역체제로 바이러스를 조기에 진압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방역 모델이 세계의 모범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이유, 미래에도 유사한 감염병 재발에 국가 전체가 취약해질 수 있는 이유는 중국 정치체제의 갈라파고스화 현상에서 찾아진다. 중국 정치체제에서 갈라파고스 증후군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위기관리를 통해 시스템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위기 해결 후에도 계속해서 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 있는 시스템의 취약성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근원은 중국의 정치체제가 근본적으로 공산당 일당과 최고 권력자의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목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즉, 개선된 시스템, 축적된 지식과 경험 보유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권력 최고위층과 공산당 일당의 지배를 위협할 수 있는 어떤 현상도 용인할 수 없는 체제가 계속되는 한 각 지방정부의 관료, 중앙부처의 정치인들은 위기 현상을 솔직히 직보하는 대신 보고를 지체하고 사실을 은폐하고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둘째, 갈라파고스화와 관련해 더 주목할 지점은 초기 코로나 퇴치 이후 중국 권위주의 정치체제가 더욱 경직화되는 부분이다. 이는 코로나19 전쟁에서의 승리로 공산당이 지배의 정당성을 획득했고 중국 체제에 대한 중국인들의 우월감과 자신감이 크게 상승하면서 발생한 결과다. 즉, 코로나19 퇴치는 수직적 국가 구성의 상위체인 공산당과 하위체인 국민 사이에 위계질서에 대한 종속과 자율성 위임, 중앙집중에 대한 복속과 순응의 관계가 더욱 공고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리고 중국은 과학적 방역관리를 명분으로 QR 코드, CCTV 같이 발달한 IT 기술을 사회관리체제에 결합해 모든 국가 기제의 중앙집중화, 빅브라더화(Big Brotherization)를 강화했다. 문제는 국가 기능의 절대화와 독점화로 인해 중국 정치체제의 권위주의적 속성을 견제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소통 채널이나 비판 언로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갈라파고스 증후군의 고착화와 청중 비용의 증가

중국의 갈라파고스화는, 코로나 발생 직후 중국 정치체제의 단점으로 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했고, 팬데믹 이후에는 역으로 중국 정치체제의 특성에 힘입어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을 집약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정치체제가 후자에서 지목된 속성이 고착화함으로써 전자의 취약성에 다시 노출되는, 순환적이고 반복적인 위험에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중국 정치체제의 갈라파고스화는 중국 지도부를 청중 비용이라는 딜레마에 빠뜨리며 더 큰 외교적 격랑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청중 비용은 미국 국제정치학자 제임스 피어론(James Fearon)이 국내 여론과 전쟁 간의 상호관계를 분석하며 제시한 국제정치이론이다.5) 요약하면, 외국과의 갈등에 직면한 정치지도자가 타깃 국가에 강경 기조를 유지하라는 국내 여론의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갈등 완화 조치를 택하거나 후퇴한다면 여론의 부메랑으로 인해 권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주장이다. 정치지도자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여론, 언론매체, 정당의 역할에 주목하기에 주로 민주주의 국가가 전쟁에 돌입하는 연유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민주주의 국가의 외교정책 결정 과정에서 청중 비용이 차지하는 역할에 주목하는 연구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정치에서 청중 비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청중 비용 증가가 중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지, 국내 시위에 대한 정부의 반응이 청중 비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주제로 한 연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필자는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 정치와 외교에서도 청중 비용 효과가 작동함을 주장한다. 국제정치 측면에서의 근거로, 다른 권위주의 국가와 달리, 중국은 미국과 국제질서 재편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고양된 민족주의를 패권 다툼의 주된 동력으로 이용해왔음을 들 수 있다. 국내정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최고통치자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추진하기까지 추구해온 각종 행보와 제도적 변화는 국내 청중 비용의 증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언급할 수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가 심화하면서 민족주의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대체했다. 시진핑 정부 또한 집권 이후 민족주의를 국가 이데올로기로 승화시키고 이를 구체화하는 외교 전략으로 실지회복주의(irredentism)를 강력하게 구사해왔다. 시진핑 정부가 추구하는 민족주의는 과거 영광스러웠던 ‘제국의 부활’을 지향하는 동시에 근대화 시기 서구 제국주의 침탈이 강요한 굴욕을 갚는 ‘역사의 복수’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진핑 집권과 함께 닻을 올린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 중국몽, 두 개의 백 년 같은 슬로건, 외교 전략으로서의 일대일로, 18차와 19차 전국공산당 대표대회에서 각각 발표된 신형대국관계, 신형국제관계 외교 원칙 등은 모두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민족적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

2049년을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구체적인 시간표로 제시한 시진핑 정부에게 고양된 민족주의는 권력 강화의 수단이면서도 증가하는 청중 비용의 부담으로 작동할 것이다. 즉, 일류 국가로 발돋움해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루겠다는 공산당 선전에 대한 중국인의 기대감 증가는 시진핑 주석이 고조되는 미국과의 갈등에서 물러설 여지를 축소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제로 코로나 실현을 목표로 추진된 강력한 방역 조치와 이에 따른 성과는 미국을 위시한 서구 국가와의 비교에서 중국의 우월감과 성취에 대한 민족적 기대감을 급격히 향상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 현재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오미크론 유행이 초래할 청중 비용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중국의 청중 비용 증가와 한국 안보의 과제

지금까지의 청중 비용 연구는 고조된 청중 비용이 정치지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를 제한하는 기능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처럼 패권 경쟁에 나선 강대국의 경우, 높아진 청중 비용이 실망으로 돌아섰을 때 발생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선택의 폭이 일반적인 권위주의 국가보다 훨씬 다양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목표했던 기대감에 대한 좌절과 분노의 표출을 주변 국가와의 갈등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제국주의 침략으로 상실된 실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민족적 당위성은 대중에게 강력한 호소력을 지닐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중국은 민족주의를 과도하게 신성화하고 있다. 동시에 대만, 남중국해, 인도, 동중국해 등에서 잃어버린 실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애국주의를 고취하고 있다. 고양된 애국적 민족주의가 청중 비용을 증가시킬 때 초래될 위험에 대한 대비책 마련과 함께 좌절한 애국적 민족주의가 표출할 대상을 찾을 때를 준비하는 지혜가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어쩌면 초유의 봉쇄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통제에 실패한 중국 지도부에 책임을 묻는 인민의 목소리가 증가하는 순간이 위기의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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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cn.bing.com/search?q=our+world+in+data+covid-19&form=PRCNZH&httpsmsn=1&msnews=1&refig=8996446178324f02896a6d605128df55&sp=2&qs=SC&pq=ourworld+in+data&sk=PRES1SC1&sc=8-16&cvid=8996446178324f02896a6d605128df55(검색일: 2022년 4월 7일). 세계에 인구 6백만 이하의 국가는 북유럽 5개국, 발트 3국 등을 포함해 총 81개국이다. 코로나19로 사망한 숫자를 국가별 인구 분포에 산술적으로만 대입하면, 코로나19가 인구 6백만 이하의 나라 한 개 혹은 그 이상을 소멸시킨 결과를 초래했음을 의미한다.
2)  3월 7일 현재 중국 전체에서 23개의 도시가 완전 내지는 부분 봉쇄에 들어갔으며 이로 인해 출입이 억류된 인구는 1억 9천 3백만 명에 이른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704399&plink=ORI&cooper=NAVER (검색일: 2022년 4월 7일).
3)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대문 밖 출입을 막기 위해 방역 요원이 정해진 날에 집 앞에 필요한 생필품을 놓고 가거나 밧줄로 물건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창춘에서는 봉쇄가 장기화하자 필수품 수급을 목적으로 신발 끈을 이용해 로프를 만들라는 지시가 주민들에게 하달됐다.
4)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해외유학생에 대한 조치는 지방정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동북3성에 위치한 대학들은 2020년 봄학기부터 해외유학생의 입국을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저장대학은 올해 봄학기부터 일부 국가의 외국 유학생 입국을 허락했다. 반면 베이징과 상하이에 자리 잡은 대학들은 2020년 봄학기부터 국가별로 선별적인 입국을 허용해왔다.
5) James D. Fearon. "Domestic Political Audiences and the Escalation of International Disputes."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88, No. 3 (September 1994). pp. 577-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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