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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중국, 왜? 언제? 어떻게?에 관한 고찰

박경하 소속/직책 : (주)엠케이차이나컨설팅 대표이사 2022-10-28

‘기회의 땅’에서 ‘떠나야 할 곳’으로 바뀐 중국 

중국이 ‘기회의 땅’이라 여겨지던 시기가 있었다. 환경, 안전, 에너지, 소방 등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는 지키면 좋고 안 지키면 불안한 정도의 리스크였고, 저렴한 인건비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한국에서 수입해서 고가로 팔아 높은 수익을 남길 수 있던 시기가 있었다. 중국 사업에 관해 오랜 기간 자문해 온 컨설턴트로서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맹목적 투자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아무튼, 우리 기업들은 대체로 중국으로 진출하는 방법과 투자전략 분야에 비중을 크게 두었으나 중국에서 안전하게 잘 떠나기 위한 타이밍 선택과 출구전략 분야는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런데, 약 10여 년 전부터 중국 사업을 정리하는 기업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성과에 손실누증을 차단하고 현금유출(Cash-Out)을 최소화하기 위해, 또는 베트남 · 캄보디아 등 제3국으로의 이전을 위해, 또는 투자 원본(投資原本)과 이익의 환수 등을 위해 전략적으로 중국 사업의 정리를 결정하는 기업이 생겨난 것이다. 

초창기 중국을 떠난 기업들은 철수 관련 가이드 자료나 사례가 없어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것들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애를 먹었다. 심지어 ‘우리는 정말 중국을 떠날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기업 담당자도 많았다. 당연히 철수할 수 있지만, 중국 정부 당국과 근로자, 거래처가 어떠한 이슈를 제기하여 그들의 앞을 가로막을 것인지 예측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2년 오늘, 이런 회고(回顧)는 정말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린 듯하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많은 기업이 속속 중국을 떠나고 있다. 필자가 몸담은 회사가 갓 설립된 2004년 이후 약 15년간은 철수보다 신규 투자 프로젝트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철수를 준비하거나 철수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가 이미 절반이 넘는다. 왜 우리 기업들은 중국을 하나둘 떠나고 있는가?


탈(脫)중국의 이유는 ‘돈’이어야 한다!

중국을 떠나는 원인은 경영환경의 악화에 있다. 생산비용의 상승, 사드로 경험한 한중 갈등이나 미중 갈등 등과 같은 정치적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 제로코로나 정책과 같이 시장의 예상 수준을 뛰어넘어 버린 강도 높은 규제 등이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작년 12월 조사에서 국내 131개 기업 중 86%가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 상황이 악화했다고 답하였고, 특히 중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가장 큰 우려 원인으로 꼽았으며,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 등을 문제가 있는 요인으로 거론했다.


그런데 실무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매우 직설적이고 저급한 표현으로 볼 수도 있으나 중국을 떠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돈’이어야 한다. 예측치를 하회하는 실적으로 투자자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없는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손실이 계속 누적되거나 심지어 추가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면 사업을 접는 것이 맞다. 또는 잘 안되는 사업, 안될 것 같은 사업을 정리한 자금으로 한국이나 제3국에 투자하여 더 나은 사업성과를 낼 수 있다면, 가용자산의 전략적 재배치 차원에서 중국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시 말해, 중국 현지 경영환경이 악화되어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거나’ 또는 ‘다른 곳에서 돈을 벌 기회가 더 크다면’ 전략적으로 중국 사업을 철수하고 시원하게 이별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많은 기업이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거나 동반 진출을 강요했던 원청업체가 한국이나 제3국에 소재한 사업 단위에 대한 발주물량까지 조절하겠다는 갑질을 극복하지 못하는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탈(脫)중국 타이밍을 놓쳐, 정리해야 할 중국법인에 본사의 자금을 추가로 수혈해야 하거나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여 부득이하게 야반도주를 선택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인생에 있어 중요한 ‘타이밍’은 사업에 있어서도 매우 소중하다. 철저히 ‘돈’의 관점에서 회수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거나 아니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적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중국 진출기업이 중국 사업 철수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늦지 않게 내리길 바라면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사업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몇 가지 상황을 제시한다. 그리고 아래 상황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중국에서) 버티는 것보다 전략적으로 철수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은가를 심도 깊게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  3년 이상 손익분기점 달성 실패, 적자경영 지속, 적자 규모 확대
●  중국 법인 현금 유동성 지원을 위해 추가 자금 조달 필요
●  중국 법인 성장성/수익성 하락세 지속 및 호전 전망 불투명
●  중국 법인 투자파트너와의 분쟁 심화 또는 장기 교착상태 지속
●  법적 금지 또는 제한 등 규제로 경영지속 불가능


우리 회사에 맞는 ‘최적안’으로 정리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나는 것이 정답이라면 이제 떠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국 법인을 정리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지분 전부 또는 일부 매각, 스스로 청산, 인민법원 판결에 의한 강제 청산, 보유자산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없는 경우 진행 가능한 파산, 중국 경내에 다른 관계사가 있는 경우에 선택 가능한 흡수합병 등이 대표적인 철수방법으로 제시된다. 

최적의 철수방법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제3자가 중국법인을 인수할 만한 매력이 매우 낮거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분을 매각’하여 청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또는 누가 보아도 터무니없이 높은 매도가격을 제시한다면 시간이 아무리 흐른다고 해도 중국에서 철수할 수 없다. 또는 중국 법인 자산을 모두 현금화해도 부채를 상환할 수 없고, 한국 본사나 개인투자자의 추가 자금투입이 어렵다면 소위 말하는 ‘빚잔치’가 필요하다. 결국, 인민법원에 파산을 신청하여 파산관리인을 지정받아 강제 청산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건이 허락되는 경우, 지분매각을 통한 철수가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평가된다. 지분매각은 매수의향자 발굴 및 협상만 잘 진행되면 가장 신속하게 매각대금을 한국으로 회수할 수 있고, 중국 현지에서의 행정 수속도 새로운 경영 주체가 되는 매수자의 책임하에 진행되어 행정부담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분매각 시에는 세금 과소납부나 탈세 등에 대한 세무당국의 조사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이 있고, 종업원의 승계가 결정된다면 노사 간 분쟁이나 마찰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매수자 발굴의 어려움, 중국 법인 실사 과정에서의 기밀 정보나 자료 유출 가능성, 지분매각 대금의 지연 지급 등과 같은 리스크가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반드시 강구되어야 한다. 

지분매각을 통한 철수 가능성이 높은 경우
   △ 부동산, 기계설비 등 투자가치가 있는 유형자산을 보유한 경우
   △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영업권(Goodwill) 자산을 보유한 경우
   △ 주요 대형 고객사와의 거래 권한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경우
   △ 취득 난도가 높거나 쿼터가 정해진 인허가권을 보유한 경우

지분매각이 어려운 경우, 차선책으로 ‘자체 청산’ 방식을 결정한다. 대개 경영손실 누적, 현금 유동성 위기, 사업환경의 악화로 인한 암울한 시장 전망 등과 같이 중국 현지에서의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서의 경영이 불가한 환경에 처하고 동시에 지분매각을 통한 철수가 어려운 경우, 불가피하게 중국 법인의 해산 청산을 결정하게 된다. 중국 법인의 경영기한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더라도 주주가 청산을 결정하고, 중국 법인 보유 자산으로 모든 부채를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경우에는 청산 진행이 가능하며, 청산 잔여재산은 모두 주주에게 분배된다. 다만 청산하는 경우, 중국 법인이 전개한 모든 경영활동을 정리해야 하므로 상당한 준비기간과 행정 수속 기간이 필요하다. 

거래처와 종업원 정리, 보유 자산의 매각과 현금 회수, 우발부채를 포함한 모든 채무의 상환, 계약의 중도해지에 따른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지급 등 많은 업무를 완료한 후 세무등기 말소, 공상(工商)등기 말소 등 행정 수속을 진행해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중국 정부가 영업활동을 전개하지 않았거나 채무상환이 완료된 기업 등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청산을 완료할 수 있는 간이말소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향후 청산 행정 수속의 편리성과 속도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무단철수는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철수 타이밍이고 전략이고 이런 것들을 따지고 분석하는 것이 사치인 경우가 가끔 있다. 어쩔 수 없이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고 정상적인 매각이나 청산, 파산이 어려워 도망쳐야 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어떤 사정이 있건 간에, 무단으로 철수하면 주주와 법인 대표가 중국 시장감독관리국 블랙리스트로 지정되어 신규 투자나 타법인 임원등록이 제한된다. 상거래나 근로자 임금 채무 등과 관련하여 민사소송이 발생하고 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법인대표 및 관련 책임자에 대한 출국금지 및 소비제한 등의 조치가 내려져 중국 출장이나 체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중국 법인이 방치되면 중국 법인 회계감사를 진행할 수 없거나 ‘적정의견’을 받지 못해 본사 회계 감사의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한국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중국 법인 사후관리나 청산 보고를 제때 진행하지 못해 과태료 등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위와 같이 무단철수의 리스크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심각하다. 이에 정상적인 철수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도망쳐야 한다면 세금, 직원 급여나 사회보험 등 소송이나 행정처벌이 예상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한 후 떠나와야 한다. 

분명히 중국을 떠나는 것이 정답이지만 그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끓는 물 속의 개구리’ 이야기가 생각난다. 위험한 줄 알면 뛰쳐나와야 한다. 중국은 이미 외국인투자법인의 지분매각, 청산, 파산, 합병 등과 관련한 일련의 법제화를 완료하여 외국 투자 자본의 안전한 철수를 지원하고 있다. ‘돈’의 관점에서 탈(脫)중국이 필요하다면 타이밍과 최적의 방법을 선택하여 합법적으로 철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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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서울경제. "중국은 더이상 기회의 땅 아냐" 롯데·아모레 짐 싼다, 2022.06.09.
연합뉴스, "한국 기업들, 글로벌 탈중국 러시 이끈다",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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