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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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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 진출 경계 대상 1호, 상표 브로커!

이종기 소속/직책 : JK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2023-02-20

들어가며

중국이 위드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면서 중국 내 코로나 확산세가 잦아들고, 방역을 둘러싼 한‧중 간 갈등도 조금씩 해소되고 있어 양국 교류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한‧중 간 교류가 활성화하여 우리 제품의 중국 내 판매가 늘어난다고 하면, 중국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인 우리나라 기업에 분명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거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입점에서부터, SNS나 왕훙(网红)을 통한 홍보, 인허가, 통관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더해 최근 중국 젊은층을 중심으로 강하게 불고 있는 애국소비(国潮) 열풍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 진출에 있어 우리 기업이 가장 신경쓰고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중국의 상표 브로커이다. 중국의 상표 브로커는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상표나 유명해질 것 같은 상표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전 현지에서 먼저 해당 상표를 등록한 후,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려하면 고가에 되파는 방식으로 우리 기업을 괴롭히고 있다. 이들은 무신사, 쿠팡, 11번가, G마켓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언론매체, SNS 등을 매일 들여다보면서 호시탐탐 상표 선점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상표 등록도 하지 않고 버젓이 대충에 노출된 괜찮은 브랜드 없나 하며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으로 말이다. 우리 기업이 모르고 있는 사이 중국의 상표 브로커가 우리 기업의 상표를 야금야금 선점하고 있다.

중국 상표 브로커로 인한 피해 추세와 현황

중국 상표 브로커의 상표 선점으로 피해를 본 우리 기업은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2020년 중국에서 상표가 도용된 우리나라 피해기업은 2019년보다 245% 늘은 2,753곳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늘어나던 상표 브로커로 인한 피해도 2021년 이후에는 통계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 정부가 상표 브로커의 악의적 선점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영향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1) 하지만 필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 중국 상표 브로커의 우리 기업, 특히 패션이나 프랜차이즈 관련 상표 선점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 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중국 상표대리사무소에서 역으로 메일을 통해 우리 기업에 상표 선점 사실을 알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국 상표 브로커의 특징

상표 브로커란 상표를 직접 사용하려는 목적보다 타인의 유명 상표를 먼저 출원 등록하여 원 권리자 또는 제3자에게 되팔아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돈벌이 목적으로 상표를 출원하고 사재기하는 자들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상표국이 규정한 상표 브로커는 아래와 같은 행위를 하는 자들을 말한다
(1) 타인의 유명상표나 지명도가 높은 상표를 대량으로 모방, 선등록하는 행위
(2) 기업의 유명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반복적, 악의적으로 선등록하는 행위
(3) 유명인의 이름, 상호 등 타인의 권리를 침범한 상표를 대량 출원하는 행위
(4) 반도체 및 컴퓨터에 사용하는 일반적인 기술 명칭이나 용어와 같은 공공의 자원을 대량 선등록하는 행위
(5) 명시적인 사용 의사 없이 상표 로열티 목적으로 상표를 사재기하는 행위

상표 브로커의 목적은 상표 사용이 아니라 양도 등을 통해 경제적 이득 취득이기 때문에 이들은 중국 상표매매 전문사이트에 상표 양도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의 상표를 선점한 중국 상대방이 전문 상표 브로커인지 아닌지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파악하기 힘들지만 아래 사항 중 하나에 해당하면 일단 악의적 상표 브로커로 의심해 볼 수 있다.

단기간에 여러 상품류에 걸쳐 수십 건, 수백 건의 상표출원 했을 경우
출원인의 경영범위와 관련 없는 상품류에 다수 출원했을 경우
출원상표가 대부분 타인의 유명상표를 모방한 경우
사용하고 있다는 정황이 없고 상표매매 사이트 내 양도 의사를 표시한 경우
독창성이 강한 우리 기업의 상표를 그대로 표절한 경우
상표대리사무소가 상표 브로커적 행태를 보인 경우(상표대리사무소가 법률서비스업이 아닌 상품류 등에 출원하였거나, 상표대리사무소가 개인이나 기업을 부추겨 타인의 유명상표를 출원하도록 하는 경우 등)

만약 위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면 우리 기업은 선점 상표를 대상으로 이의신청, 무효심판, 불사용취소신청 등 적극 대응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 상표 브로커가 활개 치는 이유

중국에 유독 상표 브로커가 많은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상표 선점 행위에 따른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2) 상표 브로커들은 기업이 보유한 유명 상표를 빼앗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상표를 빼앗은 후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기업이 상황을 파악하고 상표 사냥꾼을 찾아 협상을 시도하거나 상표 사냥꾼이 직접 연락을 취해 상표를 고가에 양도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유명 상표 브로커인 김광춘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기업의 상표를 1건당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의 돈을 받고 기업에 양도하였으니 그 역시 막대한 이익을 챙겼을 것이다. 

둘째, 경쟁자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중국 기업이 해외 경쟁사의 상표를 먼저 등록하는 경우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해외 경쟁사의 중국 시장 진출 계획 소식을 접한 중국 기업이 시장점유율 하락을 우려하여 경쟁 기업의 상표를 먼저 등록하고, 상표침해 소송을 제기해 해외 경쟁사의 중국 진출을 저지하는 행태다.

셋째, 독점 대리권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일부 중국 상인은 대형 국제 전시회에서 해외 기업의 제품 현황을 상세히 파악한 후 중국 시장 독점 대리권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요구가 거절당한 경우 주요 시장으로 파악되는 국가에서 본인 명의로 상표를 등록하고 해당 상표권을 이용해 제품 이미지를 파괴하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처럼 중국에서 상표를 악의적으로 선점당한 기업은 해외에서 일정한 지명도를 가지고 있거나 상표 사냥꾼과 직접적인 비즈니스·경쟁 관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기업과 비즈니스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이밖에 중국의 저렴한 상표출원료도 원인 중 하나다. 중국 내 상표 출원 시 소요되는 비용은 관납료의 경우 약 5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3) 별도의 등록료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상표대리사무소 대리 비용이 추가되긴 하지만 중국에는 온라인플랫폼으로 운영되는 상표대리사무소가 상당히 많아 대리 비용도 굉장히 저렴하다. 4) 

이처럼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상표를 출원할 수 있다 보니, 일부 상표 브로커의 경우 우리 기업에 의해 이의신청이나 무효심판을 당하게 되면 동일한 상표를 다시 출원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질질 끌면서 우리 기업을 골탕 먹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게다가, 상표대리사무소가 상표 브로커를 부채질하는 경우도 있다. 상표대리사무소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5) 과다경쟁으로 공정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 어떤 사무소는 개별상품에 대해 직접 출원이 불가능해지자, 개인이나 기업을 부추겨 우리나라 기업의 상표를 출원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기업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중국 상표 브로커

가장 악명 높은 중국 상표 브로커는 김광춘이다. 김광춘은 2013년경부터 우리나라 기업의 상표를 무단으로 선점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의 상표를 미리 중국에 등록한 후 해당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려 하면 상표를 고가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기업을 괴롭혔다. 기업은 자사의 상표를 돈 주고 사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어야 했다. 당시 상표 양수 비용이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에 달했지만, 기업은 어쩔 수 없이 거액을 주고 상표를 양수받아야만 했다. 아예 중국진출을 포기한 기업도 있었다.

현재 김광춘의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어 김광춘이란 이름으로 출원하면 중국 심사관이 대부분 상표 등록을 거절한다. 그래서 김광춘은 자회사를 설립해 자회사 이름으로 우리 기업의 상표를 선점하기 시작했다. 자회사가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다른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우리 기업 상표를 계속 선점해 오고 있다

 

상기 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김광춘과 그가 설립한 자회사의 상표 출원 건수는 3,000건 이상이다. 자회사 명의로 선점한 상표가 개인 명의(800여 건)보다 훨씬 많다. 특히 빨간색으로 표시된 회사의 상표 선점 정도가 심각하다.

김광춘은 주로 식품·외식 기업의 상표 선점을 노렸다.


또 다른 유명 중국 상표 브로커는 스자좡좐아이전자상거래유한회사(石家庄专爱电子商务有限公司)이다. 해당 기업 역시 짧은 기간 동안 600개 이상의 상표를 출원하는 등 상표를 사재기했다. 해당 기업에 의해 선점당한 우리 기업 상표는 196건이나 된다. 대부분 패션 관련 브랜드인데, 문제는 대부분의 우리 기업이 자사의 상표가 선점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전통 디저트 카페인 ‘설빙’ 상표를 선점한 중국 상표 브로커인 한웨이(상하이)투자관리유한회사(韩味(上海)投资管理有限公司)도 전형적 상표 브로커이다. 해당 기업은 설빙이 중국에 진출하기 전부터 ‘설빙원소(雪冰元素)’라는 상표를 등록해 놓고 설빙의 로고, 메뉴는 물론 카페 인테리어와 진동벨 디자인까지 베껴서 운영했다. 한웨이(상하이)투자관리유한회사는 288건의 상표를 출원한 데다 상당수의 우리나라 기업의 상표를 선점했다. 


광저우시웨이라무역회사(广州市韦拉贸易有限公司)의 경우, 주로 우리나라의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무단 선점했다. 해당 기업은 대부분 한글을 병기해서 한국 관련 브랜드를 표절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창지무역(웨이하이)유한회사(常吉贸易(威海)有限公司), 쒀페이눠(한국)주식회사(索飞诺国际(韩国)株式会社) 등은 경우 주로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플랫폼 상표를 선점했다. 특히 쒀페이눠(한국)주식회사는 한국회사도 아니면서 회사 명칭에 노골적으로 한국(韩国) 주식회사라고 표기하고 있다.

마치며

중국 상표 브로커는 지금도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진출에 있어 가장 골치 아픈 존재다. 중국 정부는 상표 브로커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관련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일례로, 제5차 상표법 개정 의견수렴안 6) 에 상표브로커에 관한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어 중국의 상표권 보호 환경이 상당히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상표권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은 한 상표 브로커로 인한 피해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므로, 중국 진출 전 미리미리 상표를 출원해 두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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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표적인 정책으로 2021년 3월 발표된 “악의적 선점에 관한 특별행동 강화”를 들 수 있다. 특별행동 강화방안은 악의적 선점에 해당하는 10가지 행위(지명도가 높거나 독창성이 강한 타인의 상표를 악의적으로 선점하는 행위 등)를 중점 척결하겠다는 조치이다. 10가지 행위를 위반한 기업에 대해선 명단 공개, 세무조사, 정부 지원사업 배제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고 하였다.
2) 인용: 칭다오 무역관 발행 “중국상표방어전” 2~3페이지 자료
3) 우리나라는 출원 시 관납료 56,000원, 등록 시 등록관납료 211,000원 등 총 26만원 정도의 비용을 관납료로 납부해야 한다.
4) 2021년 기준 상표출원 수임을 많이 한 상표대리사무소 10위안에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상표대리사무소가 8개 사무소에 달했고. 알리바바과기상표대리사무소의 경우 년간 100만 건이 넘는 상표를 수임하였다. 이는 중국의 1개 상표대리사무소가 우리나라 2021년 전체 상표출원 건수인 28만여 건의 4배에 이르는 엄청난 상표출원 건을 수임한 것이다. 
5) 중국은 특허대리인(专利代理师)는 별도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자격이 주어지나, 상표대리인 자격시험의 경우 2003년부터 시험이 폐지되어, 현재는 별도의 시험 없이 시장감독관리국에 상표대리사무소 설립 신고를 하고 허가받으면 누구든 상표대리업무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상표대리사무소의 숫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6) 중국이 제5차 상표법 개정초안에 대해 공개적 의견수렴을 진행하였다(2023.1.31~2023.2.28). 의견수렴 초안은 악의적 선점행위에 대한 별도 규정 신설 및 처벌 강화, 상표대리사무소의 설립요건 강화 및 의무규정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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