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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중국인이 돈을 쓰지 않는 이유

인젠펑(殷剑峰) 소속/직책 : 중국수석경제학자포럼 이사 2023-02-24

경제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소비이며 투자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투자는 내일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줄인다. 소비는 목적인 동시에 투자 수익률을 결정짓기도 한다. 한 국가가 투자 비중은 늘리고 소비는 점점 더 줄인다면 투자 수익률도 결국 낮아지게 될 것이다. 즉,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는 투자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주요국의 GDP 수요 구조를 살펴보면 중국의 가계 소비율(가계 소비/GDP)은 세계 평균보다 18%포인트 낮은 38%에 불과한 반면, 투자 비율(자본 형성/GDP)은 19%포인트나 높다. 같은 발전 단계에 있는 중/고소득 국가와 비교하면 중국의 가계 소비율은 9%포인트 낮고 투자율은 11%포인트 높다. 고소득 국가, 특히 미국과 비교할 때 낮은 소비율과 높은 투자 비율은 더욱 두드러진다.


가계 소비율을 결정하는 두 가지 주요 요인


GDP 수요 구조를 국가별로 비교해 보면 중국인은 돈 욕심이 많고 인색해 보인다. 마치 한 푼이라도 아껴 쓰는 발자크 소설의 등장인물 구두쇠 ‘외제니 그랑데’처럼 말이다. 정말 중국인이 '인색한' 것일까? 가계 소비율은 아래와 같이 분석해볼 수 있다.


가계 소비율 = 가계 소비/GDP

= (가계 소비/가계 가처분 소득) ◊ (가계 가처분 소득/GDP)

= 가계 소비 성향 ◊ 국민 소득 대비 가계 소득


따라서 가계 소비율은 첫째, 가처분소득 1달러당 소비에 지출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소비성향과 둘째, 국민소득 중 인구의 가처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주요 국가 중 중국과 미국은 총수요 구조가 정반대인데, 중국은 투자가 많고 소비가 적으며 미국은 소비가 많고 투자가 적다. 중국과 미국의 국민소득 비중과 국민들의 소비 성향을 비교해보면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있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동안 중국 인구의 평균 소득 비중은 61%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76%에 달했고, 소비 성향은 중국이 63%인 반면 미국은 92%에 달했다.


단순 추정에 따르면, 소비 성향이 고정되었을 때 중국의 소득 비중이 미국 수준으로 상승한다면 소비율은 중상위 소득 국가의 평균과 비슷한 48%에 도달하고, 소득 비중이 고정되었을 때 중국의 소비 성향이 미국 수준으로 상승하면 소비율은 전 세계 평균과 비슷한 56%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낮은 가계 소득 비중과 낮은 소비 성향 중 어느 것이 소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칠까? 전자라고 할 수 있다. 소비 성향은 소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소득이 높고 소득이 안정적이라면 당연히 소비 성향은 높을 것이다. 또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중국의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에 도달한 2010년 이후 소비 성향이 상승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저축 성향(저축/가처분 소득)이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구 정점 이후 소비 성향의 상승과 저축 성향의 하락은 생애주기 이론과 일치하는데, 인구 정점 이전에는 더 많은 근로자가 소득을 얻고 저축을 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소비 성향이 하락하고 저축 성향이 상승했으며, 인구 정점 이후에는 은퇴한 고령층 인구가 이전에 저축했던 돈을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소비 성향은 상승하고 저축 성향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점을 찍은 이듬해인 2012년 이후 중국 인구의 소득 비중은 거의 변하지 않았고, 2019년의 수치는 심지어 2012년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는 것은 ‘인색’하기 때문이 아니라 주머니에 정말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오랫동안 경제 성장 측면에서 주요 경제국 중 최상위권이었고 1인당 GDP는 고소득 국가 수준에 근접했는데, 그렇다면 그 ‘돈’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이는 소득 분배와 연관된다.


소득 분배의 세 가지 유형


소득 분배는 경제학의 단골 주제다. 어떤 사람들은 소득 분배를 파이 나누기에 빗대 파이를 더 크게 만드는 것보다는 파이를 나누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파이를 나누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다. 소득 분배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 생산 요소, 특히 자본과 노동 간의 국민 소득 분배, 둘째, 가계 경제 주체 간의 국민 소득 분배, 셋째, 가계, 기업, 정부 등 국가 경제 주체 간의 국민 소득 분배다. 세 가지 방식 중 가장 어려운 것은 국민 소득 주체 간 분배다.


첫 번째 분배에 대해서는 <자본론> 전체에 걸쳐 자본과 노동의 분배 관계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자본의 노동 착취로 인해 소득이 너무 낮은 노동 계급은 소비 능력이 부족하여 자본의 과잉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의 소득 비중이 낮은 이유는 근로 소득이 낮기 때문이며, 따라서 국민 소득에서 근로 소득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연적인 정책적 선택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지난 20년 동안 많은 국가에서 자본이 노동을 대체함에 따라 GDP 대비 근로 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중국의 근로 소득 비중은 결코 낮지 않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일부 국가 데이터를 예로 들면, 중국의 GDP 대비 근로 소득은 57%이다. 이 수치는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보다는 낮지만 나머지 11개국보다는 높다.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주요 3개국과 브릭스 국가 중 근로 소득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중국이다. 따라서 근로 소득 비율은 중국인이 ‘돈이 없는’ 이유라고 볼 수 없으며 낮은 소비율을 설명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서는 근로 소득 비중이 중국보다 약간 낮고 멕시코의 이 수치는 37%까지 줄어들지만, 두 국가 모두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4%이다.


첫 번째 유형의 소득 분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두 번째 유형은 사람들 간의 소득 분배이다. 자본에 의한 노동 착취의 결과, 경제 주체 간 대부분의 소득과 부를 보유한 부유한 소수와 굶주리는 가난한 다수가 존재하게 된다. 부자는 아무리 사치스럽더라도 소유한 부를 모두 소비할 수 없고, 가난한 사람은 아무리 소비 성향이 높더라도 소비할 여력이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 성향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사람들 간의 소득 분배 격차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전체 소비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견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니계수는 사람들 간의 소득분배 불균형 정도를 반영하는데,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소득 분배가 불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국가의 지니계수를 비교해보면 중국은 15개 국가 중 5위를 차지한다. 이는 소득 분배 측면에서 중국이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영국, 인도, 일본 등 중국보다 지니계수가 낮은 국가와 미국, 멕시코,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중국보다 지니계수가 높은 국가는 모두 중국보다 소비율이 훨씬 높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보다 지니계수가 높은 미국은 중국보다 국민 소득 비중이 높다. 따라서 사람들 간의 소득 분배 격차는 가계의 낮은 소득 점유율을 설명할 수도 없고, 가계의 소비율과도 관련이 없다. 


세 번째 유형의 소득 분배 문제는 가계, 기업, 정부 등 3대 경제 주체 간의 국민 소득 분배이다. 이 분배의 결과는 일목요연하게 확인해볼 수 있다. 가계 소득의 낮은 점유율은 다른 경제 주체의 소득 점유율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과 미국의 국민 소득 분배 구조를 비교하면 중국 정부와 기업 부문이 각각 소득의 20%와 19%를 차지하는 반면, 미국 정부와 기업 부문은 각각 9%와 16%를 차지한다.



따라서 중국인이 ‘돈이 없다’고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 소득의 주체별 분포에서 정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불균형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국민 소득에서 주민 소득 비중을 높이는 두 가지 방법


국민 소득의 비중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중국과 미국의 주민 소득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찾을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주민 소득 통계는 다소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가계 가처분 소득 = 근로 소득 + 자산 소득 + 경상 이전 소득


이 중 근로 소득은 주로 임금 소득이며, 중국에서는 이 항목에 임금 소득과 유사한 부가가치(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사업 소득으로 해석할 수 있음)도 포함된다. 이자, 배당금, 임대료 등을 포함하는 자산 소득은 근로 소득과 함께 1차 분배 소득을 구성한다. 경상 이전은 정부가 재분배를 통해 가계에 주는 소득으로 가계가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에 소득세와 보험금을 제한 금액이다. 



중국과 미국의 주민 소득을 비교하면, 중국 가계의 자산 소득은 고작 4%에 불과하며 경상 이전 소득은 매우 적다. 미국의 경우, 자산 소득이 22%를 차지하며 경상 이전 소득도 9%에 달한다. 따라서 국민 소득에서 가계 소득의 비중을 높이는 두 가지 방법은 주민의 자산 소득과 경상 이전 소득을 늘리는 것인데, 두 가지 모두 지나치게 큰 정부 부문 소득 비중과 관련이 있다.



국민의 자산 소득을 늘리려면 먼저 주거 부문에서 모든 국민이 부동산이 소유하도록 해야 한다.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 없는데 어떻게 자산 소득을 얻을 수 있겠는가? 생산 함수이자 경제 성장을 이끄는 생산 요소로서의 자본은 경제 전반에서 자산 소득의 원천이다. 따라서 자본의 소유 구조는 가계의 자산 소득을 결정짓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자본 소유 구조에서 민간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하긴 했지만, 2019년까지 민간 자본의 비중은 64%에 불과한 반면, 국유 자본(넓은 의미에서 정부가 소유한 자본)의 비중은 36%에 달했다. 한편, 미국의 경우, 2019년 민간 자본의 비중이 83%를 기록했다.



자산이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 자산소득을 늘리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가계 자산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가계 자산 구조를 살펴보면 중국 가계 소득 중 자산 소득이 낮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실물 자산 비중을 비롯하여 금융 자산 중 저수익 자산인 예금 기반 자산의 비중이 지나치케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주식 자산과 기관투자자 자산(연기금, 뮤추얼펀드, 생명보험 등) 등 금융자산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기관 투자자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주식 자산은 미국 가계 금융 자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의 가계 자산 소득이 높은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자산 소득 외에도 국민소득에서 가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기 위한 보다 직접적이고 시급한 방법은 경상 이전 소득 증대이다. 국가 재정 기능 중 하나가 재분배, 즉 징수된 세금과 세외수입을 가계 경제주체 중 취약 계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지만, 중국 경상 이전소득의 부문별 분포를 살펴보면, 정부 부처가 가계보다 훨씬 많은 경상 이전소득을 매년 받아왔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가계 경제주체의 경상 이전 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해인 2020년 정부의 경상 이전 소득이 감소했지만, 3조 8천억 위안(약 713조 원)으로 여전히 많았다. 반면, 가계 경상 이전 소득은 증가했지만 2천억 위안(약 37조 원)에 불과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기간의 미국과 대조적으로 나타났다. 2020년과 2021년 사이 미국 정부의 지출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총 16조 달러(약 2경 원) 증가했다. 가계에 지급되는 개인 혜택은 총 11조 달러(약 1경 원) 증가하여 전체 신규 재정 지출의 69 %를 차지했다. 따라서 코로나19 봉쇄 이후 미국인은 '돈'이 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소비할 수 있었고, 또 소비하고자 했으며, 소비할 능력도 있었다. 물론 복지에 대한 막대한 재정 지출로 인해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했지만,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에 비하면 그만한 대가를 치를만한 가치있는 조치였다.


중국 재정의 문제점에 대한 이전 연구에서는 1차 분배에서 거시 조세 부담을 높여 정부가 더 많은 세입을 가져가고, 재분배에서도 경상 이전을 통해 세입의 일부를 이전한다고 지적하였다. 재정 기능의 소외가 중국 국민 소득에서 주민 소득 비중이 낮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재정 시스템이 근본적인 조정과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향후 중국 재정 시스템의 세 가지 문제점, 즉 국민을 먹여 살리는 데 집중하는 '먹거리 재정', 경제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투자 재정', 부채가 빠르게 누적되는 '결손 재정'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요컨대, 중국의 가계 소득 비중과 가계 소비율이 낮은 것은 재정 및 금융 측면 모두에서 제도적 문제 때문이다. 3년의 코로나19 기간이 지난 뒤 고용이 개선되고 소비가 회복되면 주민 소비는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지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제도적 문제를 근절하지 않는 한 가계 소비는 과거 경제의 주요 동인이 아니었듯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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