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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떻게 외자기업을 밀어냈나

구기보 소속/직책 : 숭실대학교 교수 2023-06-02

문제 제기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외자 유치를 통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 외자기업은 자본과 경영을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 토지, 원자재 등과 결합하여 중국의 대외 수출을 주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은 내수시장이 확대된 반면, 수출에서는 구미 선진국과의 무역마찰에 직면하였다. 외자기업도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 거대해진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전환하였다. 외자기업은 우수한 기술력과 풍부한 자본력, 브랜드 파워, 고품질의 제품을 기반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장악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로컬 기업의 경쟁력이 급상승하기 시작하여 외자기업을 중국 시장에서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중국 로컬 기업은 노동집약적 제조업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통신장비, 이차전지, 자동차 등 일부 첨단 제조업에서도 국내시장을 장악하였다. 특히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한국계 기업의 제품들이 중국 로컬 기업의 일차 추월 대상이 되었다. 삼성 스마트폰과 현대, 기아차는 한 때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였으나 지금은 존재감이 미미하다. 가성비를 넘어 중국 로컬 기업은 점차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는 외자기업을 중국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 중국 로컬 자동차의 점유율은 빠르게 상승하면서 폭스바겐이나 토요타의 판매량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외자기업에 내주었던 국내시장을 빠르게 되찾아 올 수 있었는가. 이하에서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으로 구분하여 그 원인을 도출해 보고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전략을 도출해 보자.

중국 정부의 내수시장 탈환 정책

중국 정부는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으로 ‘시장과 기술의 교환’이라는 정책을 실행하였다. 즉, 중국 시장을 내주는 대신 외국의 선진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정책이다. 외자기업을 유치한 후 중국 정부는 중국 로컬 기업과 외자기업 간의 기술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간에 외자기업의 기술을 습득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실행하였다.

우선 중국 정부는 소위 ‘기술 건너뛰기(frog-leaping)’ 정책을 추진하였다. 여러 단계를 거쳐 중국 로컬 기업이 외자기업을 따라잡는 대신 하위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중위, 혹은 상위 단계의 기술을 습득하고 발전시켰다. 예를 들건대, 중국은 비디오 단계를 거치지 않고 VCD 단계에 진입하였다. 또한, 현금에서 신용카드, 간편결제 단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신용카드 단계가 성숙기에 이르기도 전에 간편결제 단계로 진입하였다. 이는 중국이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진국보다 더 빨리 간편결제를 일반화했다.

둘째,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기업의 약점을 공략함으로써 중국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기반을 만들어 주었다. 검색엔진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구글은 개인정보보호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 미국 정부의 요구에도 정보공개를 거부하였다. 이런 구글이 중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높여갈 즈음 중국 정부는 구글에 대해 개인정보 공개를 요구하였으며, 구글은 이 요구를 거부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밀려났다. 결국 구글이 밀려난 검색엔진 시장에 구글의 짝퉁이라 불리는 바이두(Baidu)가 시장을 장악하였다.

셋째,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장기간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였다. 예를 들건대,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 자동차를 육성하기 위한 명분으로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또한, 전기차 소비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전기차 구매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외자기업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차별적인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CATL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으로 성장하였으며, 비야디(BYD)는 세계 최대의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특히 비야디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여 이중의 수혜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1/3을 넘는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비야디의 성공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넷째, 중국 정부는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함으로써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성공하였다. 즉, 중국 정부는 중국 시장에서 내연기관차를 밀어내고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였다. 오랜 기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엔진을 잘 만드는 회사가 경쟁력을 가졌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탄소배출이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는 점을 고려하여 자동차 산업을 전기차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하였다. 그 결과,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산업을 주도해 가고 있으며,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폭스바겐이나 토요타와
같은 기업들에 타격을 주고 있다. 향후 현대, 기아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상대는 폭스바겐이나 토요타가 아닌 중국 로컬 전기차 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는 중국인의 자부심과 애국심이 결합하여 소위 ‘애국 소비 열풍(國潮)’을 유도하였다. 기성세대들은 대체로 품질과 디자인이 뛰어난 외국의 명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나 소위 ‘주링허우(90后)’나 ‘링링허우(00后)’들은 다소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중국 제품을 소비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1) 특히 미·중 갈등 상황에서 나이키, 맥도날드 등 미국 소비재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으며, 또한, 한·미 관계, 한미일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타격을 입기도 하였다. 반면, 애국 소비 열풍에 맞추어 중국 모델을 쓰거나 현지화된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성장하기도 하였다.

중국 기업의 내수시장 공략 전략

중국 기업도 중국 정부 못지않게 글로벌 기업을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실행하였다.

우선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인기 상품을 모방하고, 모방 위에 약간의 차별화를 통해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실행하였다. 무명 기업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샤오미는 애플 제품만이 아니라 CEO였던 스티브 잡스까지 모방하였다. 그리고 단순히 모방만 한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함으로써 하드웨어에서 강자였던 삼성전자를 중국 시장에서 밀어내고 1위에 오르기도 하였다.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는 구글의 검색엔진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하였으며, 구글이 자율주행차 사업에 투자하자 바이두도 자율주행차 사업에 투자하여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둘째, 중국 기업들은 경쟁기업인 외자기업의 고급 인력을 영입하여 단기간에 기술을 습득하는 전략을 실행하였다. 이 전략은 한국 기업이 일본의 은퇴한 인력을 스카우트하여 기술을 습득한 경험을 모방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기업은 경쟁기업의 은퇴한 인력뿐만 아니라 현직에 있는 인력까지 고임금 등 우수한 조건으로 영입하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물론 외자기업에서 중국 로컬 기업으로 이직한 인재는 약속했던 조건대로 대우받은 것만은 아니다.

셋째, 중국 기업은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저가 시장을 장악한 후 가격 대비 품질이 양호한 가성비 제품을 기반으로 중국 시장을 장악해 갔다. 이러한 가성비 전략은 한국 기업과 같이 가성비 전략을 실행해 온 외자기업을 밀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삼성(스마트폰)이나 현대자동차 등 중국 시장에서 한 때 선두권에 있던 기업들도 결구 중국 로컬 기업의 가성비 제품에 당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로컬 기업은 제품 품질에서 한국 기업과의 격차를 좁혀오면서 파격적으로 가격을 낮춰 경쟁 우위를 확보하였다.

넷째, 중국 기업 중에서도 파격적인 R&D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으로 화웨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 제재 이전에는 스마트론 시장에서도 판매량 기준 애플을 넘어 삼성전자를 위협하였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밀려났으나 전체 매출의 1/4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여 미국에 의존하던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였다.2) 적어도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미국의 제재가 화웨이에게 있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잘 활용함으로써 아시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이 있다. 바로 텐센트다. 텐센트는 초대형 게임기업인 동시에 위챗을 통해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게임산업 초기 단계에 텐센트는 자체적인 게임개발 능력이 떨어져 한국의 게임개발 기업으로부터 게임을 구매하여 중국 시장에 배급하는 배급사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텐센트는 아시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하여 한국의 여러 게임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공룡기업으로 발돋움하였다. 텐센트의 성장을 통해 ‘기술이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비즈니스 명언을 확인하게 된다.

한국 기업의 대응 방안

최근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의 대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중국 판매가 크게 줄었으나 미국과 유럽에서 선전하면서 탈중국에 성공한 사례로 보인다. 그러나 대체 시장을 찾지 못해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가 기업의 전체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면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부활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 것인가?

우선 중국 기업을 앞선다는 관념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중국 기업과 더불어 성장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중국 로컬 기업의 장점과 한국 기업의 장점을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둘째, 중국 소비자의 애국 소비 열풍을 고려하여 한국 기업도 제품의 품질은 높이되 현지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광고 모델도 한국인 모델보다는 중국인 모델을 활용하고 중국에서 영향력이 큰 파워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셋째, 최근 가성비 제품에서 중국 기업이 우위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여 한국 기업은 가성비 전략을 벗어나 프리미엄 제품 내지 차별화된 제품으로 경쟁해야 할 것이다. 넷째, 중국 정부가 유치하려고 하는 투자 분야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 분야의 투자를 통해 중국 시장을 개척 내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테슬라는 미·중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도 중국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외자 자동차 기업 중에서 나홀로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양국 관계가 경색된 경우에도 양국 경제 수장들이 자주 만나 중국이 원하는 투자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한국 기업이 기회를 창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3) 최근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인다는 것은 우리가 중국 시장을 점차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시장을 잃기 전에 먼저 대체 시장부터 확보하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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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현익, 중국 수출 기업 10곳 중 8곳 “연내 무역수지 회복 어려워”, 동아일보, 2023.05.10
2) 박수형, 화웨이 "R&D에 연매출 29% 쏟아부었다", ZDNet Korea, 2023.03.02.
3) 구기보, 한중관계, 정경분리 하려면, 이데일리, 2023.05.03.



[참고문헌]
박수형, 화웨이 "R&D에 연매출 29% 쏟아부었다", ZDNet Korea, 2023.03.02.
박현익, 중국 수출 기업 10곳 중 8곳 “연내 무역수지 회복 어려워”, 동아일보, 2023.05.10.
구기보, 한중관계, 정경분리 하려면, 이데일리,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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