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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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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 글로벌 공급망 경쟁과 중국의 전략

이재영 소속/직책 :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2023-06-28

미·중 글로벌 공급망 재편 경쟁

지난 5월 27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 이후 1년 만에 협상을 타결했다. 우선 회원국은 공급망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설치하여 회원국 간 공급망 위기에 대응한 대체 공급처 확보와 운송 경로 개발, 비상 소통 채널 가동에 합의했다. 그리고 공급망위원회를 설립하여 투자, 물류, 공동 R&D를 통한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고, 회원국의 이행 상황 점검과 추가 협력 방안을 제안하도록 했다. 한편 미국은 EU와 무역기술위원회(TCC), 일본과는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 협정을 통해 인권과 환경 규범 등을 공급망과 연계시키면서 중국에서 오는 위협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밖에도 미국은 상무부를 통해 민군 양용 물품 관련 대중 수출 승인을 제한(불허 혹은 반려, 수출 요청 처리 지연)하거나 상무부 지정 거래 제한 명단에 중국 기업 총 700개를 포함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중국과의 공급망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은 미국의 압박으로 7월 23일부터 대중 첨단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제한 실시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원칙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새로운 수출제한 규제에 단호히 반대하고, 중국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밝혔다. 가령 미국의 마이크론 반도체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 같은 조치이다. 본 글에서는 미·중 간 이러한 공급망 재편 경쟁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한 요인과 중국 정부의 전략을 도출해 보고, 공급망 경쟁 전망과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제시할 것이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경쟁 전략과 중국 현지 기업의 부상

중국은 핵심 이익으로 생각하는 대만 문제에 이어 공급망과 무역 분야에서도 미국이 간섭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과 대만 사이에 체결 협상이 완료된 ‘21세기 미국-대만 무역에 관한 이니셔티브 협정’이다. 이 협정은 미국 주도의 IPEF에서 대만 가입이 불발되면서 추진되었고, 2022년 6월에 이니셔티브가 발표되어, 그해 8월 17일 공식 협상이 시작되었다. 이니셔티브는 관세 협상이 없어 정식 FTA는 아니지만, 미국과 대만 사이에 가장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무역 협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2023년 1월 14일 2차 협상에서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논의가 포함되면서 중국 측의 강한 반발을 샀다. 올해 6월 1일 미국과 대만은 마침내 1차 협정에 서명했고,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과 대만 사이 이러한 주권적 의미와 공식적 성격의 협정 서명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3대 공동성명 규정 위반이라고 경고하면서, 경제무역을 핑계로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미국과 대만을 비판했다.

공급망 경쟁의 또 다른 원인은 홍색공급망에서 중국 현지 업체의 급성장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현지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탈중국 전략으로 돌아서게 되었고, 이로써 중국 내수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과 중국을 제외한 다른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놓고 경쟁했다. 예를 들어 2013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 20%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던 삼성은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2018년 0.8%의 충격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 자리를 차지한 기업은 다름 아닌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현지 기업들이었다. 중국 내수와 홍색공급망을 배경으로 한 이들 중국 현지 기업은 이제 전 세계 시장을 놓고 삼성과 경쟁하는 지위로 급성장했다. 
 
스웨덴 국립중국센터의 분석에 의하면 중국의 외국 기업 불매운동 건수는 2016년 4건에서 2019년 34건으로 급증했는데, 2016~2021년 불매운동 대상 기업 중 미국이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 11건, 프랑스 11건, 독일 8건, 한국 6건, 이탈리아 4건, 대만 4건이었다.1) 중국의 이러한 궈차오(国潮, 소비애국주의) 운동도 중국 현지 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중국 내수 시장을 잃은 다국적 기업들이 탈중국으로 선회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 내수를 장악한 중국 현지 업체들과 탈중국으로 선회한 다국적 기업들은 전 세계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펼쳐지게 된다. 

미·중 공급망 재편 경쟁에서 중국의 전략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 기술 자립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5월 시진핑 주석의 과학 자립자강에 대한 어록이 중국 전역에서 발간되었는데, 반도체.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등 분야에서 다른 국가와의 외교 관계가 아닌 기술 자립, 과학발전 주도권, 자주 혁신을 통해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이루고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화 전략은 미국이 대중 제재를 시행하고 있는 첨단기술 분야인 반도체 등에서 미국의 제재를 극복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다. 하지만 첨단 기술 설계의 핵심 지적재산권(IP)을 대부분이 미국 등 선진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IP를 활용하지 않고 과학기술의 자립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반도체 등 핵심기술의 내재화를 통해 미국의 제재로 인한 반도체 수급 불안과 공급망 차질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그리고 중국은 최초로 자국의 사이버보안법을 적용하여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비교적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를 지적하면서, 중국의 주요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보안 위험 초래라는 근거로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을 제재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더 빈번하게 이러한 경제적 강압을 사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023년 5월 22일 중국 외교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는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의 마이크론 제품 제재 발표에 대해 한국기업에도 인터넷 안보 심사 리스크가 존재하는지 질문했다. 대변인은 중국에서의 합법적인 기업 운영과 위법 행위에 대한 법적 조사를 강조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과 시장 지향적이고 합법적이며 국제화된 비즈니스 환경 형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중국 법률 준수를 전제로 한 중국 시장진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중국은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제재의 정당성을 옹호하면서도 마이크론 제재가 초래하는 해외투자의 위축과 중국 시장에 대한 안보 리스크를 불식시키려는 것이다. 

미·중 공급망 재편 경쟁 전망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대해 미국의 상무부는 최근 맞불 작전에 들어갔다. 나토 장비를 군사훈련에 사용한 중국항공산업공사를 비롯하여 중국군 지원을 위해 미국산 물품을 사용한 상하이 슈퍼컴퓨팅 기술, 신장위구르 인권 침해 관련 기업 등 중국 기업 31곳을 제재한 것이다.2) 

특히 미국은 마이크론 제재로 인한 공백을 한국이 메워서는 안 된다고 압박하면서도 반도체 공급망 경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한국과 대만에 대해서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유예를 사실상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작년에 시행되었지만 1년간 유예되었던 한국과 대만의 첨단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 조치가 다시 연장되면서 별도의 장비 반입 기준 마련에도 착수할 것이고 밝혔다. 만약 한국 반도체 D램과 낸드 플래시메모리 40%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 첨단 설비가 들어오지 못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만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미·중 간 반도체 공급망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한국의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중국의 기술 탈취와 같은 이러한 안보 위협을 막기 위해서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의 핵심 인재 관리와 육성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 확보에 국가적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 탈취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일 필요가 있다.

테슬라 등 미국 기업과 한국 등 우방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경쟁이 초래하는 비용 상승과 공급망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급망 재편이 무한정 펼쳐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도 중국에 대한 탈동조화(디커플링)보다는 위험회피(디리스킹)가 합리적인 전략이라는 합의가 형성되는 가운데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제재 유예는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통제 조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당분간 미중 공급망 재편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탈동조화를 우려하는 유럽 등 일부 국가들  및 미국 내 테슬라 등 기업들, 그리고 미국 의회에서 미중 공급망 디커플링과 재편을 지지하는 법안을 주도해 온 대중강경파 사이에 담론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미중 상호 간 제한적인 제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우회하거나 유예를 받기 위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도 증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2023년 5월 26일 서울대 미래전략원에서 발표한 경제안보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수출 권력은 1위였지만 공급망 교란에 가장 취약한 수입 취약성 1위 국가로 분류되었다. 이 지수에서 중국은 2004년과 2007년 미국과 독일을 넘어서 수출 권력 1위로 등극한 반면, 미국은 수입 취약성이 1995년 18위에서 2021년 9위로 악화되었다.3) 우리는 수입 취약성 가운데 특히 중국에 취약하다. 모든 경제적 상호의존이 취약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한국의 중국에 대한 상호의존은 요소수 사태와 사드 보복에서 경험했듯이 취약성으로 이어진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올해 1∼4월 대중 무역수지는 이미 100억 6천만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상반기 1∼4월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상위 10개 주력 품목 수출이 감소했다. 그리고 우리의 전기차 수출이 늘어난것이 오히려  배터리의 핵심 양극재 광물 소재인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 급증을 불러왔다. 리튬 수입의 90%를 의존하고 있는 중국산 수입은 21억 6천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490.3% 급증했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에 대한 위험 완화와 손실 분산 전략으로 리튬과 같이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를 다각화하고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지금 25%에서 중국 다음으로 의존도가 높은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인 15%이하로 줄일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 줄어든 의존도 10%를 중국 현지 기업과의 거래와 협력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식품, 의료기기, 바이오 제약 등 내수 소비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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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kinacentrum.se/en/publications/chinese-consumer-boycotts-of-foreign-companies/(최종접속일: 2023.06.2.)
2) 강계만, 미, 중 기업 무더기 제재…“군사훈련에 나토 장비 사용”, 매일경제, 2023.6.14
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5614#home(최종접속일: 2023.06.2.)


[참고문헌]
강계만, 미, 중 기업 무더기 제재…“군사훈련에 나토 장비 사용”, 매일경제, 2023.6.14
∙“한국, 공급망 교란에 가장 취약한 나라…"경제안보지수 높여 위기 대비해야",” 중앙일보, 2023.5.2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5614#home> (검색일: 2023.6.2.).
∙ Viking Bohman and Hillevi Pårup, “Purchasing with the Party: Chinese consumer boycotts of foreign companies, 2008∼2021,” Swedish National China Centre Report, 11 July, 2022, <https://kinacentrum.se/en/publications/chinese-consumer-boycotts-of-foreign-companies/> (검색일: 20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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