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국 국무장관 방중, 한중관계 새로운 전기될까?

임진희 소속/직책 : 한신대학교 유라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23-06-29

2023년 06월 18일,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미국 국무장관이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였다. 이번 방문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토니 블링컨의 국무장관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이자, 바이든 정부 외교 수장의 첫 중국 방문이다. 또한, 2018년 미중관계 악화와 트럼프 행정부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장관의 방중 이후에 5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미국의 현직 국무장관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찰풍선’ 갈등으로 4개월가량 연기되었다 어렵게 이뤄진 방문이기도 하다.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으로 집중된 참이다.1)

CCTV 보도에 따르면 대미를 장식한 회담에 시진핑 주석은 블링컨 장관과 인사를 하면서 왕이 주임, 친강 국무위원과 긴 회담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며 전반적으로 솔직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평가하였다. 나아가 일부 구체적인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고 합의를 달성했다며 이는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회담 와중에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2) 획기적 성과는 없지만 나름의 성과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장관 방중을 바라보는 시각

이번 방중에 앞서 16일 블링컨 장관은 “치열한 경쟁이 대립이나 충돌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이번 방중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드러냈다. 그리고 “개방적이고 권한이 부여된 소통 채널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로써 오해를 해소하고 오판을 피하면서 도전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등 양국이 책임있게 관계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해진다.3) 실제로 회담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의 입장은 기존과 다르지 않았고 양국 소통과 관계 관리를 통해 파국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중국의 언론이 바라본 중국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중국의 한 언론은 외부에서 회담을 주목하고 있지만, 미국이든 중국이든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고 보았다. 미국이 중국에 책임을 미루는 여론전인 동시에 국내외 우려와 압박을 피하려는 것이라 밝혔다.4) 중국은 양국관계 개선을 거부하지 않지만, 현재의 사태에는 미국의 책임이 크다며 미국에 실질적 행동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은 타이완, 대중국 제재와 관련한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고, 시진핑 주석의 ‘신형대국관계’ 개념이 다시금 언급되었다.

전문가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양국의 관계가 급격히 개선될 발표나 합의는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당초에 미국과 중국이 바라던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다’는 목표에 긍정적 평가를 하였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미중관계가 중국이 ‘최저점’이라고 표현한 지난 몇 달의 불화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았고, 중국의 우신보(吴心伯) 푸단대학 국제문제연구원 원장은 이번의 블링컨 방중으로 중미관계 해빙(解氷)은 어렵지만, 교착 상태를 끝내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였다.5)

한편 한국의 경우, 미중관계 외에도 한미관계, 남북관계, 한중관계 이슈와 관련하여 회담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언론은 블링컨 장관이 17일 방중에 앞서서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 및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연쇄 통화한 사실을, 미국이 미중 회담 과정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촉구한 사실을 보도하며 그 의미와 영향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이번의 회담과 향후에 이어질 변화가 한국과 한반도, 동북아 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갈수록 깊어지는 한중 간의 감정골

한국의 언론은 블링컨 장관이 17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 통화를 하고 한미일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는 미국 국무부 발표를 전했다. 한국 외교부는 해당 통화를 통해 최근 한중 간 벌어진 갈등에 대한 한국의 대응 기조를 전했고, 블링컨 장관은 ‘상호 존중에 기반해 성숙한 한중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한국 측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밝혔다. 그리고 한국의 한 언론은 이는 한중관계 ‘리밸런싱(Rebalancing)’에 나선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공개 지원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6)

반면에 다른 언론은 한국이 근래 들어서 미국의 대중 견제 진영에 적극 참여해 중국 정부와 다소 마찰이 일고 있는데, 이번 블링컨 장관 방중을 계기로 미중 사이에 해빙(解氷) 모드가 형성, 한국의 외교 전략적 선택 공간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일도 있었다. 현실을 고려하면 어려운 이야기다. 실제로 블링컨 장관은 동맹과 연대해 대중국 견제를 지속할 의사를 밝혔고, 중국의 입장을 견지해 강조한 중국측 강경파 인사와 강하게 맞섰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국가 간의 교류는 상호 존중하고 성의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은 이번의 블링컨 장관 방중과 미중 회담이 양국 소통의 문을 열었고, 이로써 향후 이어질 양국 관계가 소통 부재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불필요한 갈등과 충돌, 그리고 그로 인한 대가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양국의 경쟁과 갈등은 피해 갈 수 없지만, 소통을 통해 파국을 막자는 데에 공감했고, 대화와 안정을 약속한 것이다. 그러자 일부 한국 언론에 이를 계기로 한중관계 역시 일종의 전환기를 맞아 현재의 긴장이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섣부른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한중은 기존의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 근래에 새로운 문제가 더해져 악화일로 양상이다. 양국의 정부와 부정적인 언론에 감정적 여론까지 더해져 영역을 넘어서는 갈등과 혐오가 팽배하다. 냉정한 사고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외교의 영역도 영향을 받는다. 악화일로 관계에 고삐를 당겨주는 이들도 필요한데 전체적 분위기가 이들을 부정하고 나아가 말살하고 있기에 문제이다. 이것은 세계가 급변하는 상황에 전략적 선택지를 포기한 셈이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며 상대가 다가오기만을 바라는 셈이다.
 
한중관계 이대로 괜찮을까?

얼마 전 한국의 한 필자가 중국 매체에 한중일 협력과 아시아 공동체(亚洲共同体) 수립에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의 시론을 실은 바 있다. 그런데 밑에 달린 댓글은 부정과 비판을 넘어 조소와 조롱에 가까운 것이었다. 물론 이는 일부 의견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과 한중관계를 꾸준히 지켜본 연구자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한국과 중국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서로를 이해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차 강조하면 한국은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중은 인접한 국가이고 중국의 영향도 막대하다. 이는 한국이 바꿀 수도 없고 무시할 수도 없는 객관적 사실이다. 이제는 중국이 강력한 경쟁자이고 호혜적 협력이 어려워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었다. 그러나 세계의 그 어떠한 국가도 100% 협력자가, 100% 경쟁자가 될 수는 없다. 중국과 경쟁하고 다투어야 하는 부분이 늘었다 해도 공유하는 이익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협력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사실 한편으로 경쟁해도 한편으로 협력하며 공존해야 한다.

한국은 오랫동안 중국과 이웃하고 있지만, 예상외로 이해가 부족하고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도 불사한다. 국내 정치와 갈등에 외교를 결부시켜 불가역적 오류를 범하는 실수도 적잖게 있다. 일본도, 유럽도, 심지어 미국도 치열하게 중국과 경쟁하거나 갈등하고 있지만 협력의 가능성마저 놓지는 않았다. 국익을 훼손하며 상대에게 끌려다닐 필요는 없겠지만 스스로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까진 없다는 의미이다. 이번의 회담도 그러한 맥락일 것이다. 상술한 것처럼 이번에는 미국이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결정하는 것이다.



----
1) 연합뉴스, 「블링컨 베이징 도착…미국 국무장관 5년만의 방중」, https://www.yna.co.kr/view/AKR20230618008200083?input=1195m (검색일: 2023.06.19.)
2) 조선일보, 「시진핑, 블링컨 美국무 만나 “양국 합의 진전, 매우 좋은 일”」,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china/2023/06/19/PWCC2MEGHNFNVARJXV23DLUM5A/?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검색일: 2023.06.19.)
3) 연합뉴스, 「블링컨 베이징 도착…미국 국무장관 5년만의 방중」, https://www.yna.co.kr/view/AKR20230618008200083?input=1195m (검색일: 2023.06.19.)
4) 环球时报, 「布林肯访华成功与否有个黄金标准」,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DMcqdj5nce (검색일: 2023.06.19.)
5) 조선일보, 「시진핑, 블링컨 美국무 만나 “양국 합의 진전, 매우 좋은 일”」,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china/2023/06/19/PWCC2MEGHNFNVARJXV23DLUM5A/?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검색일: 2023.06.19.)
6) 동아일보, 「블링컨, 방중前 박진과 통화 “성숙한 한중관계 노력지지”」,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30619/119826416/1 (검색일: 2023.06.19.)



[참고문헌]
1. 연합뉴스, 「블링컨 베이징 도착…미국 국무장관 5년만의 방중」, https://www.yna.co.kr/view/AKR20230618008200083?input=1195m (검색일: 2023.06.19.)
2. 조선일보, 「시진핑, 블링컨 美국무 만나 “양국 합의 진전, 매우 좋은 일”」,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china/2023/06/19/PWCC2MEGHNFNVARJXV23DLUM5A/?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검색일: 2023.06.19.)
3. 环球时报, 「布林肯访华成功与否有个黄金标准」,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DMcqdj5nce (검색일: 2023.06.19.)
4. 동아일보, 「블링컨, 방중前 박진과 통화 “성숙한 한중관계 노력지지”」,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30619/119826416/1 (검색일: 2023.06.19.)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