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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월간특집] 中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로 보는 미·중 기술 전쟁

CSF 2023-08-31

미·중 반도체 업계, 美 정부의 대중 규제 추가에 대해 우려 표해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대중 수출 추가 규제를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유수의 반도체 업체 CEO들이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우려를 표했다. 이번 회동(2023년 7월 17일)에는 엔비디아(NVDIA), 인텔(Intel), 퀄컴(Qualcomm) CEO와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국무장관,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상무장관, 라엘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에서의 사업 전망과 최근 반도체 주요 원료에 대한 중국 수출 통제에 따른 공급망 문제에 대해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7월 17일 반도체산업연합(SIA)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때로는 일방적인 규제는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하며 “추가 규제를 자제하고” 업계와의 대화에 참여할 것을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행정부의 조치가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도록 신중하게 조율되었다고 설명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기술이 우리의 안보를 침해하는데 사용되지 않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규제 결정이 동맹국들과 위원회, 업계와 “철저하게 협의되어” 이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틀 뒤인 19일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 역시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화 발전 수호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였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는 미국반도체산업연합의 성명을 언급하며 최근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화를 저해하는 규제 조치를 시행하여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했으며 미국 반도체 시장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반도체 전쟁 어디까지 왔나

7월 초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와 국익 수호를 이유로 갈륨과 게르마늄 제품의 수출 허가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중국의 일부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이들의 미국 반도체와 첨단 기술 접근을 차단했다. 미국의 국가안보를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또한 미국은 작년 10월 중국 기업에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허가를 의무화 하는 일련의 수출 규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어 네덜란드가 2023년 말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수출 규제 도입을 예고하였고, 이 가운데 미국은 동맹국과 파트너들에게 중국 기술 업계에 통제를 가하도록 압박했다. 중국 당국은 주요 인프라 기업을 상대로 미국 메모리칩 제조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 Inc) 제품 구매 금지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번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대해 중국 관영 통신은 미국에 보내는 ‘경고’라고 보도했다.
 
갈륨은 알루미늄 제조를 위해 보크사이트를 가공할 때 생산되는데 LED부터 소형 휴대전화 어댑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전기 자동차의 효율성을 높이고 무게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데 필요한 질화갈륨(Gallium nitride)은 백금이나 팔라듐과 같은 다른 반도체 재료 물질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은백색의 게르마늄은 아연 생산에서 얻어지는 부산물로, 광섬유와 적외선 카메라 렌즈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연합(CRMA, Critical Raw Materials Alliance)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게르마늄의 60%와 갈륨의 80%를 생산한다. 2022년 기준 중국 갈륨 제품의 상위 수입국은 일본, 독일, 네덜란드이고, 게르마늄 제품의 상위 수입국은 일본, 프랑스, 독일, 미국이다.

미국 “반도체 전쟁, 중국의 자충수될 것”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할 의도는 없으며 국가안보 이익을 지키고자 할 뿐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Bloomberg)가 전했다.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로 중국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수출 통제는 자멸의 길이다. 다른 국가들의 디리스킹(위험 감소)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할 뿐이기 때문”이라며, “세계 각국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의 유연성을 높이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리반 보좌관은 재닛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이 중국 지도부에 전달한 미국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우리는 중국과 무역을 중단할 의도가 없다. 단지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술에 있어 작고 제한된 부분에서 높은 울타리를 치고자 할 뿐”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안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이 미약하다는 비판에 대해 “외교는 약한 것이 아니라 강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외신 “中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영향력 발휘하기 힘들 것”

중국이 전 세계 갈륨의 94%, 게르마늄의 83%를 생산하고 있지만 수출 통제가 효과를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의 비영리 씽크탱크인 스팀슨 센터(Stimson Center)는 중국이 지난 2010년에도 일본, 미국, 유럽연합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한 바 있는데, 이는 대규모 밀수로 이어졌다고 밝히면서 당시 일본과 미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다양화하여 2010년부터 2021년 사이 중국의 희토류 시장 점유율이 최소 30% 감소하였다고 분석했다.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희토류의 가격을 급등했고, 수입국들은 대안을 찾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당시 가장 큰 걸림돌은 밀수였다. 수출규제 이전부터 문제가 되어온 밀수는 2009년 중국 희토류 수출의 40%를 차지했고 한때 50%에 육박하기도 했다. 엄격한 통제 속에서도 수출업자들은 밀수 경로를 확장했고 희토류는 제3국 공장을 통해 일본에 수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입국이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중요 원자재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중국 정부의 통제 실효성이 더욱 저해되었다. 그중 가장 과감한 조치를 취한 국가는 일본으로 2021년까지 희토류 제품 공급원 중 거의 30%를 다른 국가로 이전했다. 일본은 몽골, 호주, 베트남과 희토류 개발 협정을 체결하고 호주 희토류 기업인 라이나스(Lynas)에 투자했다. 미국도 다변화 조치를 취하여 2010년 약 100%였던 중국의 희토류 수입 비중을 2017~2020년 80%로 줄였다. 유럽연합만이 다변화 조치 없이 2022년 말까지 희토류의 98%를 중국에 의존했다. 

그 결과, 전 세계 희토류 공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90%에서 2021년 60%로 급락했고, 미국(2021년 기준 전 세계 공급의 16%), 미얀마(9%), 호주(8%), 태국(3%)과 같은 국가가 중국을 대체하는 공급원으로 부상했다. 

외신은 중국의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역시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도록 여러 나라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신에 따르면, 공급망 다변화에 수 년의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들겠지만 이들 국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외신은 공급 다변화에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이 충분히 오를 때까지 생산 비용의 측면에서 중국 제조업자들이 우위를 가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과 한국이 갈륨을 생산하고, 미국, 캐나다, 벨기에는 게르마늄을 생산하지만, 생산 규모를 키우는데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고려할 때,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결정은 경쟁 업체들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여러 국가는 2010년의 일본과 미국처럼 주요 원자재 확보를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다. 2010년 당시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유럽연합도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년 4월 유럽연합은 주요 원자재 자급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 통제는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외신은 전망했다.

중국 “장기적인 호재...향후 정책 및 연구에 있어 노력 기울여야”

중국 디지털-현실 융합 50인포럼(中国数实融合50人论坛)의 훙융(洪勇) 전문가는 중국 정부의 이번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중국 국내 갈륨·게르마늄 등 자원이 합리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보호조치이다. 수출 규제를 통해 중국의 전략 자원의 유출을 막음으로써 국가 경제 안보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갈륨·게르마늄과 관련한 중국 국내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도를 키울 것이다. 둘째,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훙 전문가는 “하지만 단기적으로 중국 국내 기업에 수출 실적 악화 등 어느 정도 타격이 갈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판허린(盘和林) 저장대학(浙江大学) 국제연합경영학원(国际联合商学院) 디지털경제·금융혁신연구센터 주임은 중국 정부가 갈륨·게르마늄 관련 산업의 안보를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해당 자원의 수출 규제 결정을 내렸다고 해석하면서 “갈륨, 게르마늄이 전력 반도체에 쓰이는 만큼 중국은 자원 우위를 활용하여 차세대 반도체 소재 관련 분야 기술에서의 발전을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원자재 시장정보 제공업체인 바이촨잉푸(百川盈孚)는 “단기적으로 중국의 갈륨 수출 감소 현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갈륨 비축에 나섬으로써 일시적으로 갈륨 수요가 증가해 해외 갈륨 가격이 오르고, 중국 국내 갈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갈륨, 갈륨비소의 수출이 줄어들어 갈륨에 대한 수요가 더 감소할 것이다. 반면, 중국의 갈륨 공급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여기에 더해 생산능력 증대 계획이 시행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어 갈륨 가격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동시에 반도체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에 힘입어 중국 반도체 관련 산업의 국산화가 빠르게 이루어져 향후 갈륨 관련 제품의 중국 국내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 중국 갈륨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덩훙(王登红) 중국지질과학원(中国地质科学院) 광물자원연구소 부소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도 핵심 광물자원과 관련해 보호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소개하며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 역시 정상적인 교역행위이므로 이에 대해 과도한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왕 부소장은 “복잡다단해지는 전 세계 자원 및 교역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후속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른 광물자원과 마찬가지로 갈륨, 게르마늄 역시 핵심 기술이 활용된 가공품의 형태가 아닌 원자재로 수출되기 때문에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자원의 전략성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자원 탐사와 비축에 관심을 기울이며 소재 기술 및 첨단 제품에 대한 연구 개발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의 자원무기화,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어떻게 볼까? - 전병서/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갈륨·게르마늄’이 뭐길래? 

2023년 8월1일을 기점으로 중국은 자동차용 반도체에 많이 사용되는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를 시작했다. 반도체기술이 없는 중국의 몽니지만 중국의 전략은 “신의 한수”다. 서방세계는 중국의 자원무기화를 비난했지만 당장 중국을 대체할 방법이 없어 벙어리 냉가슴이다. 2021년 기준 중국은 세계 갈륨 생산의 97.7%, 게르마늄 생산의 67.9%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갈륨·게르마늄’은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갈륨과 게르마늄은 전력 반도체에 들어가는 재료인데 그중 ‘차량용 반도체’가 대표적인 사용처이다. 기존 차량용 반도체의 주요 소재로 게르마늄이 많이 쓰이고,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소재로 갈륨이 많이 쓰이고 있다. 

갈륨(Gallium)은 주기율표에서 원소 기호 Ga로 표시되는 화학 원소로 유전자 번호는 31번으로 상온에서는 고체상태이며, 29.76°C이상에서는 액체상태로 변한다. 녹는 점이 낮고 전기 및 열 전도성이 높아 갈륨은 반도체 산업에서 주요 물질로 사용되며, 적외선 기술, 태양 전지, LED 등에 사용되고 있다.

그중 질화갈륨(GaN)은 차세대 전력·통신용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군용 레이더, 발광다이오드(LED) 등에 많이 쓰인다. 중국의 수출 통제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질화갈륨(GaN) 웨이퍼’이다. 질화갈륨 웨이퍼는 고주파·고전압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F-15와 같은 전투기에 탑재되는 능동형위상배열(AESA) 레이더, 이지스 시스템의 고성능 레이더, 유도 미사일의 광학탐색기 등에도 질화갈륨 웨이퍼로 만든 반도체가 사용된다.

질화갈륨(GaN)반도체는 미국과 유럽에서 많이 생산된다.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로는 울프스피드(미국), UMS(유럽), 윈세미컨덕터(대만) 등이다. 질화갈륨 반도체는 전기자동차용 전력 반도체, 자율주행차용 라이다 센서 등 차세대 반도체 부문에까지 활용도가 넓어지는 추세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청색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LED)에도 질화갈륨(GaN)이 사용된다.


게르마늄(Germanium)의 주기율표 원소 기호는 Ge로 유전자 번호 32번으로 게르마늄 역시 반도체 소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전자 기기 및 광학 기기에도 쓰이고 있다. 상온에서는 고체이며, 회색의 금속 무늬를 띄고 있고 반도체 소재로 전기 신호의 조절과 증폭에 많이 사용되고 광학 분야에서는 적외선 및 레이저 시스템에 응용되고 있다.

자원전쟁,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중국, why?

미중의 전쟁이 기술전쟁이 공급망 전쟁으로 확산되면서 기술이 약한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통한 서방세계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전세계 생산량의 98%,68%를 담당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 생산국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공급망 봉쇄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통제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2022년 10월 미국은 대중국반도체 기술과 장비봉쇄에 들어갔고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AI에 들어가는 핵심칩의 대중수출을 사실상 금지시켰다. 여기에 일본과 네덜란드의 ASML에게 중국에 첨단반도체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반도체장비 공급 중단을 요청했다. 세계반도체장비시장의 31%를 차지하는 시장을 포기하기 어려운 일본과 네덜란드의 반도체장비회사들이 머뭇거리자 미국은 정치와 외교를 통해 압박을 넣었다.

세계적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인 ASML이 있는 네덜란드는 미국의 요청으로 2019년부터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중국 수출을 금지했지만 네덜란드는 2023년 9월 1일부터 액침형 심자외선(DUV) 반도체 노광 장비를 대상으로 수출 허가제 실시를 결정했다.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규제로 중국은 당장 인공지능(AI) 등에 사용될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봉쇄 전략에 고육지책의 맞불을 놓았다. 2023년 5월 중국은 미국의 마이크론 제품을 대상으로 과거 미국이 중국의 화웨이에 대해 했던 것처럼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회사들이 미국의 마이크론 메모리 제품 구매를 중지하도록 했다.


이는 미국이 화웨이의 5G통신장비가 백도어 프로그램을 설치를 통해 데이터를 유출하여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미국에서 중국산 통신장비를 퇴출시킨 것과 동일한 명분이고 형식도 매우 흡사하다.

마이크론의 중국 고객사 매출은 10.7%(2022년 기준)를 차지했는데 만약 화웨이 사례와 같은 조치를 중국이 취하면 마이크론의 매출과 이익에 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미국보다 일본과 유럽의 반도체장비봉쇄 동참이 더 뼈아프다. 자동차와 전기차용 반도체는 일본과 유럽이 강자다. 그래서 유럽과 일본을 겨냥해 자동차와 전기차용 반도체에 들어가는 핵심소재인 갈륨 및 게르마늄에 대해 수출통제를 시작함으로써 일본과 유럽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과 유럽이 반도체공격을 계속한다면 갈륨과 게르마늄은 시작이고 중국이 과점하고 있는 희토류 금속 전반에 대한 수출통제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서방을 겁박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의 창’ VS 중국의 ‘자원의 방패’

희토류금속은 ‘산업의 비타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17개 원소로 구성된 희토류 금속은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등 매장량이 매우 적은 희소 금속임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과 배터리,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렌즈, 태양전지, 반도체 등 각종 첨단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9년 5월, 시진핑 주석은 류허 부총리를 대동해 중국 최대 희토류 생산지인 장시성 간저우에 방문, 희토류 기업 ‘진리(金力) 영구자석과기유한공사’를 시찰했다. 선전 증시에 상장된 이 회사 주가는 이틀연속 상한가를 쳤고, 홍콩 증시에서 ‘중국희토’라는 기업은 당일 주가가 108%나 폭등했다.
 
중국이 무역분쟁에서 희토류를 무기로 삼을 거란 의심이 들게 행동한 것이다. 중국은 희토류 부존량으로 보면 세계부존량의 37%로 1위로 최대 부존량을 가진 나라다. 타 국가들이 생산과 제련을 늘려 중국의 점유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정련제품 기준으로는 여전히 86%에 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의 반도체기술과 장비 봉쇄에 당황했다. 하지만 코로나이후 공급망 차질이 생기면서 세계경제에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기술이 왕이었고 공장은 머슴이었고 하청업체인 장비공급업체와 원재료 공급업체는 확실한 을(乙)이었다. 

일본의 반도체장비 공급봉쇄에는 ‘희토류 자석’으로 대응

그런데 미국은 기술은 있지만 공장은 없어 5nm이하의 첨단반도체생산은 대만과 한국의 파운드리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중의 전쟁이 가속화되면서 5nm이하의 첨단반도체생산의 내재화를 위해 520억달러의 보조금을 주면서 한국과 대만기업의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네덜란드의 ASML의 노광장비가 없으면 공장은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ASML의 노광장비가 있어도 원재료가 없으면 공장 세워야 한다. 코로나와 미중 공급망 전쟁 이후 원재료와 장비가 수퍼 을(乙)이고, 공장이 갑(甲)이고 기술이 을(乙)이 되는 묘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이 ‘기술의 창’으로 중국을 공격한다면 중국은 희토류 금속을 통한 ‘자원의 방패’로 막는 전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중의 공급망 전쟁 속 한국의 국익방정식은?

한국에 있어 게르마늄과 갈륨은 그 영향이 미미하다. 다만 네오디뮴, 사마륨 코발트로 만든 ‘희토류 자석’ 관련 원재료 가운데 80~90%를 중국에 의존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 생기면 대책이 없다. 당장 가공관련해서는 대체할 곳을 물색할 수 있을 수 있어도 원자재는 어렵다. 또한 이를 대체하는 신물질의 개발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코로나는 기술이 모든 것을 장악했던 시대에서 “기술은 공장을 못 이기고 공장은 원자재를 못 이긴다”는 ‘공급망 신(新)법칙’이 생겨났다. 코로나로 인한 생산 차질, 공급 중단이 미국을 비롯하여 많은 국가에 공급망(SCM)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를 조성했다.

반도체의 중요성이 기술,생산,장비,원료 순이었다면 이제는 원료,장비,생산,기술 순으로 변하였다.  미국이 대만과 한국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주고 세금을 감면해 주고 있다. 유럽 ASML에 세계정상의 반도체회사인 인텔, 삼성, TSMC의 회장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현재 반도체 장비와 소재 관련해 미국은 일본, 네덜란드에 휘둘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반도체장비로 봉쇄하기 위해 네덜란드와 일본을 압박해 첨단장비 공급을 중단시켰지만 네덜란드와 일본이 얼마나 길게 미국의 봉쇄 요구에 동참할지는 알 수 없다.

한국에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중의 반도체전쟁은 ‘양날의 검’과 같다. 중국에는 시장과 자원이 있고, 한국과 미국에는 기술이 있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의 대중 자원의존도는 각각 40%, 93%나 된다. 한국이 미중외교에서 어느 한 측으로 기울지 않고, 양측을 고려하여 ‘실리외교’, ‘자원외교’를 선택해야 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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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F 중국 갈륨·게르마늄 수출 규제 관련 기사>

<중국 매체 사이트> 
정취안르바오(证券日报)「美国芯片巨头反对升级对华限制 中国半导体行业协会积极回应」, 2023.07.19.
http://www.zqrb.cn/finance/hongguanjingji/2023-07-19/A1689781084347.html 
베이징상바오(北京商报) 「镓锗出口管制背后」,2023.07.04.
https://www.bbtnews.com.cn/2023/0704/481003.shtml 
펑파이신원(澎湃新闻)「镓锗出口管制背后:全球战略性新兴产业竞争下,中国如何用好“新粮食”」,2023.07.05.
https://www.thepaper.cn/newsDetail_forward_23738891 

<해외 매체 사이트>
블룸버그(Bloomberg)「China’s Limits on Chip Metals Self-Defeating, Sullivan Says」, 2023.7.16.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3-07-16/china-s-limits-on-chip-metals-are-self-defeating-sullivan-says 
스팀슨 센터(Stimson Center)「Why China’s Export Controls on Germanium and Gallium May Not Be Effective」, 2023.7.19. 
https://www.stimson.org/2023/why-chinas-export-controls-on-germanium-and-gallium-may-not-be-effective/#:~:text=The%20new%20measures%20do%20not,83%25%20of%20the%20world's%20germanium. 
알자지라(Al-jazeera) 「Costlier cars? Why China’s gallium, germanium export curbs matter」, 2023.7.12. 
https://www.aljazeera.com/news/2023/7/12/costlier-cars-why-chinas-gallium-germanium-export-curbs-matter 
포브스(Forbes)「Chipmaker CEOs Meet Biden Officials As White House Reportedly Readies New Curbs On Chip Sales To China」, 2023.7.18.
https://www.forbes.com/sites/siladityaray/2023/07/18/top-chipmaker-ceos-meet-biden-officials-as-white-house-reportedly-readies-new-curbs-on-chip-sales-to-china/?sh=1ea2015d4a5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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