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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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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의 식량문제, 안전한가?

박경철 소속/직책 :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2023-09-26

여전히 ‘먹는 문제’가 중요한 중국 


“식량문제는 나라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세상의 많은 일 중에서 먹고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

(粮食问题是国之大者. 悠悠万事,吃饭为大. 民以食为天.)


이 말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2년 3월 6일, 중국인민대표대회 정치협상회의 제13기 전국위원회에 참석한 농업계, 사회복지 및 사회보장계 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말1) 이라고 한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농업, 나아가 먹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광활한 대지만큼이나 막대한 인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역대 왕조들은 백성을 먹여 살리는 일을 나라의 가장 큰 일로 삼았다. 요(堯)와 순(舜) 임금처럼 성공적인 치산치수로 백성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해 성군으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명 왕조처럼 전쟁과 폭정으로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려 스스로 망한 경우도 있다. 농민의 힘으로 신중국을 성립했지만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천만 명의 아사자를 발생시킨 대약진운동은 중국 공산당의 최대 실책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이는 그들의 역사적, 정치적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현재에도 삼농(농업, 농촌, 농민) 문제를 정책 중에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안정적 식량 생산을 가장 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안정적인 중국의 식량생산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2022년 12월에 2022년 중국의 식량 파종면적, 단위면적 생산량, 그리고 총생산량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먼저, 전국 식량 파종면적은 1억 1,833.2만ha(17억 7498만 무)로 2021년 대비 70.1만ha(1052만 무), 약 0.6%가 증가했다. 그중 곡물 파종면적은 9,926.9만ha(14억 8903만 무)로 2021년 대비 90.8만ha(1362만 무), 약 0.9% 감소했다. 


두 번째, 식량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5,802kg/ha(387kg/무)로 2021년 대비 3.3kg/ha(0.2kg/무), 약 0.1% 감소했다. 그중 곡물2)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6,379kg/ha(425kg/무)로 2021년 대비 62.7kg/ha(4.2kg/무), 약 1.0% 증가했다. 


세 번째, 중국 식량의 총생산량은 6억 8,653만 톤(1조 3,731억 근)으로 2021년 대비 368만 톤(74억 근), 약 0.5% 증가했다. 그중 곡물 생산량은 6억 3,324만 톤(1조 2,665억 근)으로 2021년 대비 49만 톤(10억 근)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식량의 파종면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곡물의 파종면적은 줄어들고 있다. 반면 식량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감소하나 곡물은 증가해 전체적으로 보면 식량의 총생산량뿐만 아니라 곡물의 생산량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작물에 비해 농지면적이 상대적으로 많이 투입되는 곡물의 경우 재배면적으로 줄었으나 생산기술의 향상으로 생산량이 증가해 식량안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식량의 생산량 증가는 식량 수입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5년간 중국 식량수입량 현황(<그림 1> 참조)을 보면, 2020년과 2021년에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다 2022년에는 다시 감소세를 나타났다. 2020년도에는 전년 대비 28.0%, 2021년도에는 전년 대비 전년 대비 15.4% 증가 추세를 보였으나 2022년도에는 10.7% 감소했다. 물론 2022년 한해 1억 4,687만 톤이라는 적지 않은 양을 수입하긴 했지만 중국 정부의 강력한 식량안정화 정책으로 수입량은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식량 수입은 품목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품목별 세부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2년간(2021~2022) 중국의 주요 농산물 수입량을 보면, 밀은 977만 톤에서 996만 톤으로 19만 톤, 쌀은 496만 톤에서 619만 톤으로 127만 톤 증가한 반면, 보리는 1,248만 톤에서 576만 톤으로 672만 톤, 옥수수는 2,835만 톤에서 2,062만 톤으로 773만 톤, 콩은 9,652만 톤에서 9,108만 톤으로 544만 톤 감소했다. 이 가운데 콩의 수입량은 최근 감소하긴 했지만 다른 품목에 비해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다. 2022년 중국의 주요 곡물의 수입 가운데 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68.2%나 된다. 중국의 경제가 성장하고 서민의 생활이 안정화되면서 육류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다 보니 사료와 유지 작물인 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결과이다. 따라서 중국의 식량 안정을 위해서는 콩의 자급이 무엇보다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중국 식량의 장기전망은 낙관적이다?


중국정부는 2014년부터 매년 농업농촌부, 농업과학원, 중국농학회가 주관하는 농업전망대회를 개최해 향후 10년간의 농업을 전망하고 관련 보고서를 발간한다. 2023년에 발표된 『중국농업전망보고(2023-2032)』(이하 보고서)를 보면 향후 10년간 중국농업을 대략적으로 전망해볼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향후 10년간 식량문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정부는 2014년부터 매년 농업농촌부, 농업과학원, 중국농학회가 주관하는 농업전망대회를 개최해 향후 10년간의 농업을 전망하고 관련 보고서를 발간한다. 2023년에 발표된 『중국농업전망보고(2023-2032)』(이하 보고서)를 보면 향후 10년간 중국농업을 대략적으로 전망해볼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향후 10년간 식량문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식량문제에 관건은 인구이다. 중국 인구는 2022년 14억 1,175만 명에서 2032년 13억 9,199명으로 향후 10년간 1,976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식량 생산량은 같은 기간에 6억 8653만 톤에서 7억 6,673만 톤으로 8,020만 톤 증가할 전망이다. 인구는 줄어들고 식량 생산량은 증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 같은 기간 식량 필요량(국내소비량-생산량)을 보면, 2022년에는 1만 1,175만 톤에서 2032년에는 1만 0,060만 톤으로 1,115만 톤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식량의 수입량도 1만 4,687만 톤에서 1만 2,150만 톤으로 2,537만 톤 감소할 전망이다. 그만큼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높아지고 대외 식량의존도는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3)한다. 


이상과 같이 중국 식량의 장기수급 전망은 수치로만 본다면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여전히 1억 톤 이상의 식량을 수입해야 한다. 특히 콩의 경우 현재에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2032년에도 자급률은 30.7%에 불과해 콩의 자급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전 세계는 기후위기, 전쟁, 보호무역, 도시화, 병충해 등으로 식량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막대한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중국이 대외적으로 매년 1억 톤 이상의 식량을 안정적 수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안전을 위한 중국의 노력과 과제


중국공산당이 올 초 각급 당 조직과 정부에 하달한 <중앙1호문건>의 핵심은 향촌진흥이다. 여기에는 9개 과제를 명시하고 있는데 상위 3개 과제는 첫째, 식량과 중요 농산품의 안정적 공급, 둘째, 농업 기초시설 건설 강화, 셋째, 농업과학기술과 장비 지원 강화 등으로 모두 식량안전과 관련한다. 그만큼 중국 정부는 식량안전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정부는 <중앙1호문건>뿐만 아니라 각종 법률과 규정으로 식량안전을 위한 법과 제도를 구축한 상태이다. 그 중의 하나가 2015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식량안전 성장책임제(粮食安全省长责任制)이다. 


식량안전 성장책임제는 중국 중앙정부가 식량의 생산, 유통, 소비 등 각 부문에서 성급 인민정부에 대해 국가의 식량안전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즉, 이 제도는 성급 지방정부 지도자에게 식량의 안정적 생산, 유통, 소비 등의 부분에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그 성과를 철저히 평가해 지도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겠다는 취지이다.4) 평가 결과에 따라 지도자의 진로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각급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자신의 지역에서 식량안전문제를 결코 소홀히 대할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원활히 구현되고 있는지는 더 고찰할 필요가 있겠으나 이러한 제도 자체가 중국 정부가 얼마만큼 식량안전을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중국은 향후 자국의 식량안전을 위해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먼저, 기후위기 시대에 재해와 재난에 대응한 안정적 생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올해 허베이성과 남부지방의 홍수로 인해 막대한 농경지가 침수되어 밀, 옥수수, 쌀 등 식량의 안전벨트가 훼손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이 향후 기후위기로 발생되는 재해와 재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식량안전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는 국외 안정적 식량공급선의 확보이다. 주요 곡물 가운데 특히 콩은 당분간 대외 의존도가 지속될 전망이다. 콩은 현재 국제곡물시장에서 미국, 브라질 등이 주도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의 격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등으로 향후 전 세계는 식량수출을 금지하거나 무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향후 전략적이면서도 현명한 선택을 해야할 것이다. 


세 번째는 안정적인 경지면적의 확보이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2022년 기준 65.2%이지만 10년 후인 2032년에는 71.8%로 증가할 전망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농경지가 도시개발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식량안전을 위해 농지의 최저보호면적을 규정하고 있다. 올해의 최저보호 농지면적은 18억 무(畝)이지만 현재 이와 같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식량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서는 기술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농지 확보가 중요하다. 중국 정부가 앞으로 이러한 농지면적의 최저보호선을 지켜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토지개발과 식량의 안정적 생산을 위한 농지 확보 사이에서 중국의 고민은 깊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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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료: <월간 중국> 블로그(https://blog.naver.com/touchchina/222697594957)(검색일: 2023.09.19.)

2) 주요 곡물은 벼, 밀, 옥수수, 보리, 수수, 메밀, 귀리 등임.

3)『중국농업전망보고(2022~2032)』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22년 평균 식량(곡물)자급률은 83.5%에서 2032년에는 88.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4) 중국 정부는 식량안전 성장책임제와는 별도로 1988년부터 장바구니 시장책임제(菜篮子市长负责制)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지급 시 지방정부가 인민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채소, 육류, 유제품, 수산물 등에 대해 생산, 유통, 소비 등의 부문에서 권한과 책임을 지우는  제도이다. 


[참고문헌]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23), 『중국농업동향』 제16권 1호(2023년 봄호).

农业农村部 市场预警专家委员会(2023), 『中国农业展望报告(2023~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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