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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공개된 비밀+알파

박한진 소속/직책 :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 2023-10-27

드러내지 않고 숨기면 비밀이다. 숨기지 않았는데 모르면 ‘비밀 아닌 비밀’이 된다. 예전엔 비밀이 많았는데 갈수록 비밀 아닌 비밀이 더 많아진다. 비밀 아닌 비밀은 ‘공개된 비밀’이다. 눈앞에 전개되는 현상을 두고 해석을 잘못한다면 그게 바로 공개된 비밀인 셈이다. 


비밀 아닌 비밀 가운데 널리 회자한 것이 중국의 경제 통계다. 산업 생산과 무역통계, 실업률을 두고 오랫동안 ‘고무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얘기지만 들쑥날쑥했던 국내총생산(GDP) 수치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해묵은 경착륙-연착륙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과거 한때 통계 수치를 부풀리거나 줄이려고 했던 시절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 세계의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중국 스스로 개혁과 구조조정의 길을 걸어온 터라 통계는 갈수록 정확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일견 타당할 것이다.


통계는 묘하다. 그 진위에 집착하다 보면 양극단을 오가기에 십상이다. 경제 수치에 따라 기대감과 위기감이 수시로 교차한다. GDP 같은 거시경제 수치가 일시적이나마 예상치를 넘어설 때면 어김없이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 관련 지수가 올라가면 우리 산업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도 자주 보았다. 당연한 현상이다.


앞으로의 공개된 비밀은 무엇일까? 


중국 경제의 향방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경제가 연착륙을 향해 순항할지, 경착륙 우려에 비틀거릴지 중국도 알 수 없다. 호재도 있고 악재도 있다. 현재 진행형이라 어쩌면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 자체가 부질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 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정보 수집과 연구·분석 과정 없이 바로 판단부터 해버리곤 한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자칫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일반적인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경제와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추세를 본다면 새로운 것이 보일 것이다. 


지금 중국을 무대로 전개되는 공개된 비밀 중에는 경제 수치를 잘못 해석하거나 오해하는 것이 많다. 아래 네 가지가 대표적이다.


①“소비 의욕 부족이 문제” vs “소비지표, 2023년 2분기부터 상승세”

②“소득 감소 뚜렷” vs “소득증가율 > GDP 증가율”

③“제조업 탈중국->수출 감소” vs “중국 기업 글로벌 포진 의미도”

④“강력 부양책 없으면 더블딥”vs “구조조정 중 N형 회복 흐름”


각 번호의 전자는 일반적인 착각과 오해, 즉 현상을 잘못 보는 경우다. 후자는 실제 현실의 상황이다. 하나씩 풀이해보자. 


①“소비 의욕 부족이 문제” vs “소비지표, 2023년 2분기부터 상승세”


3분기 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4.5%)를 상당 폭 넘어섰다. 부동산시장은 최근의 부실과 부채 등 문제점이 단기간에 해결될 성격이 아니어서 여전히 불안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소비가 살아나면서 성장의 불씨를 살려가는 모양새다. 1~3분기까지의 GDP는 5.2%를 기록했는데, 이는 중국 정부가 연초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 5%를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중국 유명 증권사들은 경제가 단기적으로 바닥을 쳤다고 분석하고 있고, 국제 투자은행(IB)의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4분기에는 이미 톡톡히 효과를 본 10월 국경절 연휴의 휴일경제(holiday economy, 假日經濟 : 휴일 혹은 연휴에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제가 활기를 띠는 현상을 지칭) 효과가 있어 더욱 긍정적이다. 여기에 11월엔 중국 최대 쇼핑 성수기인 광군제(Single's Day, 光棍節)가 기다리고 있어 내수 경기 호조에 유리하다.


사실 되짚어보면 중국 경제는 이미 2분기에 오프라인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소비지표가 상승세를 잡아갔고, 이는 개인소비 의욕이 회복의 길로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특히 8월 등 3분기에는 여객 이동량이 최근 3년 평균치를 넘어서 청신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국내에선 부동산 문제를 고려한 때문인지 여전히 중국 경제가 위험하다는 평가를 많이 하는 분위기다. 


②“소득 감소 뚜렷” vs“소득증가율 > GDP 증가율”


올해 들어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이 계속 20%를 넘어서자 중국은 지난 8월 청년 실업률 발표를 돌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은 해외에 일파만파로 충격을 주어 중국 경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평가를 나았다.


그런데 다른 움직임도 있었다. GDP 증가율과 소득증가율을 비교하는 그래프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소득증가율이 GDP 증가율을 상회해왔고, 지난 2분기에는 소득증가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3분기 이후에도 이런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중국 경제는 뚜렷한 소비 회복기에 들었다고 판단하는 또 다른 근거가 될 수 있다.


③“제조업 탈중국->수출 감소” vs “중국 기업 글로벌 포진 의미도”


최근 동향을 보면 중국 내 외국인투자기업과 중국 로컬기업을 포함한 제조업의 탈중국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추정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중국은 수출 금액이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다. 특히 중국 로컬기업의 해외로의 이동은 중국 기업의 해외 다변화 내지는 글로벌 포진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도 있다.


최근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다. 이는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치던 기간에 중국이 불안한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 일정 기간 물량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면서 증가했던 부분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앞을 내보는 것이다. 지금 중국 기업들이 국내 생산시설의 해외 배치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수출이 감소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이외 지역(제3 지역)으로 중국의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물론 제3 지역은 동남아지역과 중남미 멕시코, 동유럽 일부 지역 등을 포함하는데 이들 지역의 신설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되면 역시 가장 큰 최종 목표시장은 미국과 유럽이어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상품과 새로운 경쟁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향후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④“강력 부양책 없으면 더블딥”vs “구조조정 중 N형 회복 흐름” 


올해 상반기 중국 경제의 특징적인 현상 중에서 위 ③번에서 지적한 것처럼 중국 내 기업들의 해외 제조업 투자 확대, 단기적으로 뚜렷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부동산 경기 등이 있다. 이로 인해 GDP의 2년 복합성장률이 하락했고, 중국 경제 관측통들은 부정적 견해를 더 많이 내놓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과 함께 동시에 고려해야 할 부분은 정부의 정책 대응 측면이다. 중국은 국무원 차원에서 3분기 이후 경기 활성화를 통한 성장세 유지 정책을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다. 여기에 힘입어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공장출고가(PPI) 흐름이 수개월째 회복하고 있고, 금융 수치도 호전됐다. 이런 흐름은 아직 판단하기엔 좀 이르지만, N자형 회복세의 초기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물론 더욱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연말까지의 흐름을 계속 관찰하는 것이 좋겠다.


중국 경제의 회복 초기 국면을 잘 활용해야


이제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한국의 전략적·전술적 대응 과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실제로 활용할 수 있고, 당장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네 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탈세계화 혼란 속에 표류하고 있는 다자 및 양자 간 경제협력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초 한국과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회원국이 됐다. 15개 회원국 전체의 활용도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한국과 중국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한국은 최근 중국 내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의료 및 영상 설비 부품 등에서 관세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둘째 공급망의 지역화 흐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 시대를 지나 공급망 구조가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전환하는 경향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기에 중국과의 양자 경제산업 대화 등을 밀도 있고 꾸준하게 진행해 양국이 공급망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 한국과 같은 경제산업 특성과 체계를 가진 국가는 해외의 협력대상을 어느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보다는 공급망 협력대상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유리함은 물론이다. 공급망 협력은 큰 틀의 합의보다는 세부 실천 과제를 도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셋째 중국은 지난 3년간 코로나 방역 정책을 과도하게 추진하면서 경제적 부작용을 불렀다. 외국기업이 중국을 떠난 경우도 많다. 그런데 다른 측면을 본다면 지난 3년간 중국 소비시장은 단순히 충격만 받은 것이 아니라 시장이 재편되기도 했다. 온라인 경제가 활성화하면서 관련 상품과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잘나가던 제품이 사라졌는가 하면 전에 없던 서비스가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경쟁자가 되었던 외국기업이 다수 떠난 빈자리를 잘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각 지방정부와의 교류협력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산둥성, 장쑤성, 광둥성 등은 우리 산업통상자원부가 경제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최근 산둥성에서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한국을 다녀가기도 했듯이 이들 지방정부와의 관계를 실천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양국 간 경제 관계 개선 및 시장진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의 경제 현상에 대해 정확하게 해석하고 인식하면 우리의 처방도 달라질 수 있다. 중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이 시기가 더 유리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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