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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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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이번 군축 협의는 핵군축 협상이 아니야

궈샤오빙(郭晓兵) 소속/직책 :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군축연구센터 주임 2023-11-28

지난 11월 6일 중국과 미국이 워싱턴에서 국장급 군축·비확산 협의를 진행해 각계각층의 관심이 모였다. 중·미 관계가 부침을 거듭하며 앞으로 나아가며 양국 교류의 물꼬가 점차 트이고 있는 시점에 이번 협의는 상호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되고 양국 고위급 정부 관계자 교류에 있어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줄 것이다.

우선, 중·미 교류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대화가 ‘드물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서방 언론이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양국이 ‘보기 드문’ 핵군축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하였는데, 이는 의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고의로 독자를 오도한 것이다. 사실 군축·비확산과 관련한 중·미 각계각층의 협상과 대화는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21세기 초부터 중국과 미국은 외교부 차관급 안보 전략대화, 다자 군축·비확산 협의를 진행하였다. 2003년부터는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2016년 5월까지 총 8차례 만남을 가졌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중·미 양국은 전략경제대화라는 틀 안에서 6차례에 걸쳐 안보 전략대화를 진행하였고, 여기에는 양국 외교 및 국방 부처 고위급 인사가 참석했다. 양국 군사 교류의 경우, 2008년 4월 중·미 군부는 핵전략·핵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양국의 핵정책과 비확산 등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전략 안정 등을 주제로 국방부 실무회담이 3번 진행되었다.

다자 외교 방면에서 봤을 때, 중국과 미국은 여전히 핵보유국 회의 틀 안에서 안보 전략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는 군축·비확산 관련 교류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양국 싱크탱크는 ‘중·미 군축·비확산 심포지엄’, ‘중·미 핵관계 및 전략적 상호신뢰 심포지엄’, ‘중·미 전략 대화’를 여러 차례 개최하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이러한 교류가 급격히 줄어들었으나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았다. 일례로, 2019년 7월 미국 군축 담당 관리가 베이징에서 우주 안보 등 전략 문제를 중국 측과 논의하였다. 군축 분야 중·미 학계 역시 여전히 온오프라인 등 각종 방식으로 대화와 교류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번 중·미 군축·비확산 협의는 주로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미 기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합의한 내용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양국 외교 부처 간 국장급 실무회담인 만큼 놀랄 필요가 없다.

그리고 군축·비확산 협의는 핵군축 협상이 아니다. 중·미 군축 대화라고 하면 일각에서는 미·러 핵군축 협상과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중·미·러 3자 군축 협정을 떠올린다. 사실 협의와 협상은 다르다. 협의는 상호 이해 증진, 오해 해소, 상호 신뢰 강화를 위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가리킨다. 국제재판소의 해석에 따르면 협상은 소송, 중재 등 강제적, 구속적 성격을 띠는 분쟁 해결 과정의 필수 선결 조건으로 분쟁 해결을 목적으로 한다.

미·러 핵축 협상은 역사적 기원과 현실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러 양국의 핵축은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 간 핵 군비 경쟁으로 양국이 핵무기 비축에 열을 올려 나타난 결과이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미국과 러시아는 계속해서 핵무기를 축하고 있으나 여전히 전 세계 핵탄두 가운데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러 양국은 핵무기 사용 전면 금지 및 전면 폐기, 핵 없는 세상 실현을 위해 핵무기 축 강도를 한층 높여야 할 책임이 있다. 현 단계에서 중·미·러 3자 군축 협정을 선전하든 중·미 핵군축 회담이라고 과장 보도하든 이는 모두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 규모가 기타 핵보유국을 훌쩍 넘어선다는 사실과 동떨어져 있으며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

마지막으로, 중·미 군축·비확산 협의는 양국 관계 안정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미국과 중국은 군축·비확산 문제와 관련해 각각의 걱정을 안고 있다. 핵전력과 관련하여 미국은 스스로가 만든 ‘미·중·러 핵 3극 시대’라는 악몽에 시달리며, 2030년대에 이르러 중국과 러시아라는 자국에 필적하는 핵 경쟁국과 마주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에서는 ‘핵탄두 보유량 확대’, ‘핵무기 사용 기준 완화’, ‘첨단 핵무기 배치 증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국가 간 안보 딜레마 심화로 이어져 다른 국가가 자위력 강화에 나서도록 만들 것이다. 미사일 방어의 경우, 미국 의회 전략태세위원회(CCSP)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 등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전략 안정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비확산과 관련해서는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삼각 동맹)의 핵 추진 잠수함 거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가 서방 국가 간 핵확산 리스크를 키우면서 새로운 글로벌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견이 있을지언정, 중국과 미국은 모두 ‘핵전쟁은 해서도 안 되고, 이길 수도 없다’는데 동의하고, 현재 글로벌 핵 비확산 체제 수호를 지지하며 핵 안보와 같이 공동의 이익과 관련된 분야에서 계속 협력하고자 한다. 협의를 통해 중·미 양국은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양자 관계를 더욱 탄탄히 하며, 강대국 간 충돌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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