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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는 가능한가?

정규식 소속/직책 : 성공회대학교 노동사연구소 연구교수 2023-12-08

‘플랫폼 경제’의 부상과 ‘플랫폼 자본주의’


오늘날 우리는 필요한 정보의 검색이나 상품 구매와 교환 및 배송, 심지어 각종 친목 및 비즈니스 모임도 모두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수행되는 ‘플랫폼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플랫폼 경제의 부상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급속한 성장세를 통해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실제로 2009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순위에 들어간 플랫폼 관련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전부였지만, 불과 10년이 지난 2019년에는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 7개를 플랫폼 기업이 차지했다(삼정 KPMG 경제연구원, 2019). 그 중에서도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계 플랫폼 기업의 약진과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계 플랫폼 기업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 이미 깊숙이 들어온 ‘플랫폼 경제’ (platform economy)는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참여자들이 수행하는 자발적 노동’을 데이터로 수집하여 매개함으로써, 이용자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와 수익을 가져다주는 창조적 혁신의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휴자원이나 서비스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플랫폼 모델의 확산은 데이터 소유와 통제권의 독점, 플랫폼과 시장에 대한 거버넌스 문제, 불안정하고 임시적인 일자리 양산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닉 서르닉(Nick Srnicek)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혁신적인 플랫폼 경제라는 화려한 수사 이면에 감춰진 ‘플랫폼 자본주의’(platform capitalism)의 작동 메커니즘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즉 플랫폼 경제는 막대한  데이터를 독점하고 추출 및 분석·활용하는 효과적인 방식으로 발전했으며,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통제를 구조화함으로써, 플랫폼 기술의 지배가 사회 전반에 걸쳐 권력화되는 자본주의의 최첨단 형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국가의 막대한 자원을 활용한 공공플랫폼의 개발과 민주적 참여와 공정한 부의 재분배가 보장되는 ‘탈자본주의(post-capitalist) 플랫폼’ 혹은 ‘플랫폼의 집산화(collectivism)’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닉 서르닉, 2020).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라는 대안?


미국에 이어 플랫폼 경제 세계 2위의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에서도 플랫폼 자본주의의 내재적 한계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되고 있다.1) 이와 관련하여 최근 중국의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社会主义平台经济)의 구축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는 논의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2) 특히 마윈즈(马云志)와 왕인(王寅)은 서르닉이 마르크스주의적 비판이론의 토대에서 플랫폼 경제의 독점화 및 착취적 경향을 명확하게 드러내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플랫폼’ 자체는 자본주의 체제 특유의 것이 아니며 사회주의 체제에도 플랫폼 경제 고유의 성격과 발전 법칙이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에 의하면 플랫폼 자본주의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여 하층 계급에 대한 상층 계급의 절대적 통제를 실현하는 것이 기본 목표이며, 궁극적으로 디지털 착취와 디지털 식민화의 영구적 발전을 실현하려는 체제이다. 이에 반해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는 인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주의적 생산관계를 토대로 운영되며, 그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노동자 인민의 공동부유(共同富裕)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와 플랫폼 자본주의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이들에 의하면 관건은 플랫폼을 누가 점유하며, 어떤 점유방식이 존재하는가에 달려있다. 즉 플랫폼이 누구를 위해 봉사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플랫폼 자본주의는 표면적으로는 플랫폼 기술을 통해 노동의 해방과 모두에게 이익이 공정하게 분배될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자본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고 인류를  플랫폼에 구속하여 자본의 무한한 가치증식을 실현하는 데 목적이 있음을 비판한다. 따라서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의 목표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속박을 깨고, 기술 독점자와 착취자로부터 인류를 해방하여 기술의 보편적인 향유와 노동자 인민을 위한 봉사를 진정으로 실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과 디지털 플랫폼 기술의 장점을 접목하여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고, 플랫폼 경제의 공동 구축과 공유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의 실현 가능성 검토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에 기반한 ‘플랫폼 사회주의’라는 구상은 정말 실현 가능한 것인가? 현재로서는 아직 이에 대해 정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를 주장하는 논자들이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 실현의 핵심 전제로 제시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스템의 장점’에 대한 비판적 검토로부터 논의를 시작해볼 수는 있다.


먼저 중국 공산당의 지도하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플랫폼이라는 사회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통제 및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이에 대해서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규제를 구체적 사례로 제시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플랫폼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나타난 거대 독점기업의 시장 독점이라는 폐단을 규제하기 위해 반독점법의 시행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 공산당이 어디에 역량을 집중하는지에 따라 플랫폼 경제에 대한 인식과 규제의 범위 및 강도가 계속 달라진다는 것이다.3)  예컨대 2022년 플랫폼 기업의 성장 정체 속에서 플랫폼 경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식 및 정책 방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즉 플랫폼 경제에 대한 ‘강력한 관리와 감독’에서 ‘안정적 기대’와 ‘건강한 발전의 촉진’을 강조하는 기조로 변화되었다. 특히 2023년 2월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 공동으로 국가 디지털 전략 마스터플랜에 해당하는 ‘디지털 중국 건설규획’을 발표했는데,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발전이 중국식 현대화를 주도하는 신시대 전략이며 국가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4) 이에 따라 2023년 3월 실시된 제14기 제1차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정책 마련이 국가의 중점 업무 중 하나로 상정되었다. 이처럼 중국 공산당의 집중지도는 플랫폼 경제의 자본주의적 특성을 규제하거나 통제하는 상수라기보다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법체계로 플랫폼 경제의 독점과 착취적 경향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데이터 보안법’을 통한 개인과 조직의 정당한 권익 보호 및 데이터 주권의 확보를 그 사례로 제시한다. 즉 플랫폼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과 미중 전략 경쟁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데이터국’을 설립하여 데이터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데이터의 개발과 활용 및 보안에 관한 표준과 규범을 제정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데이터를 사적독점과 외부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규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것에 있다. 이는 ‘데이터의 국유화’라는 논리로 연결되는데, 하지만 사적 소유에서 국유로 전환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는 여전히 난점으로 남는다. 물론 플랫폼 자본주의의 독점화 경향에 대한 국가의 적절한 규제와 관리 및 감독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데이터 국유화’로의 귀결이 바람직한 모델인지에 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더욱이 국가의 데이터 독점이 인민의 일상을 더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는 ‘디지털 전체주의’(Digital Totalitarianism)의 출현과 같은 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5) 


셋째는 중국 공산당은 대중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인민을 위한 플랫폼, 인민에 의존하는 플랫폼, 인민이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현하여 궁극적으로 인민의 공동부유를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플랫폼 경제를 통한 공동부유의 실현은 ‘플랫폼 노동’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해  고용과 민생을 안정시키겠다는 방식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플랫폼 노동자들의 고용형태나 노동조건은 더욱 불안정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즉 플랫폼에 기반해 창출된 고용은 기존의 전통적인 노동관계와는 달리, 사실상 임시로 서비스 계약을 맺고 일감을 수주하는 불안정 고용형태가 대부분이며,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험과 비용은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개인에게 외주화되는 구조이다. 그리고 플랫폼 노동은 흔히 ‘자유로운 노동’으로 선전되지만, 실제로는 자동화된 알고리즘 통제 시스템에 의해 노동시간과 노동 평가 등의 노동과정이 훨씬 체계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만성적인 임금체불이나 가혹한 노동조건에 항의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쟁의와 파업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6) 이처럼 중국 정부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플랫폼 경제를 통한 ‘공동부유’의 실현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와 대조적으로 수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삶 속에서 부유(浮游)하고 있다. 


대안적 플랫폼 경제의 모색


플랫폼 기술이 만들어낸 사회경제적 전환과 이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며, 그것이 가져다 준 편리와 혜택을 이제 와 포기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플랫폼을 통해 얻게 된 새로운 가치와 수익 못지않게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문제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어떻게 플랫폼 경제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여 사회적 혁신의 효과는 극대화하고, 반대로 사회적 폐단은 줄여나갈 것인지를 모색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를 위한 대안적 플랫폼 경제의 구상은 단일한 모델보다는 다층적인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과 시장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법 제도의 마련도 필요하며, 플랫폼을 시민 공통의 자산으로 전유하기 위한 소유제의 개편과 플랫폼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의 호혜와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민주적 거버넌스 체계의 설계도 중요하다. 그리고 플랫폼에 기반한 자본주의적 착취양식과 기술-권력화 경향을 넘어서기 위한 더욱 급진적인 상상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라는 구상은 여러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제기된 문제들은 향후 대안적 플랫폼 경제의 설계 과정에서도 계속 중요한 쟁점으로 삼아 논의를 심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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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국가지식재산권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총 39.2조 위안으로 GDP의 38.6% 차지했다. 그리고 중국 정보통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시장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총 80개인데, 이중 미국과 중국이 각각 35개와 36개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 미국 디지털 플랫폼의 총가치는 8.9조 달러로 전 세계의 71.5%, 중국 디지털 플랫폼의 총가치는 3.1조 달러로 전 세계의 24.8%를 차지한다(林伊人, 2021; 余晓晖, 2021; 서석흥, 2023). 

2) 이하 ‘사회주의적 플랫폼 경제’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마윈즈와 왕인(马云志, 王寅, 2021)의 연구를 참조했다. 

3) 실제로 중국 국가시장감독 총국은 2021년 4월 10일에 플랫폼 입주 사업자들에게 시장 지배 지위를 남용하여 ‘양자택일’을 강요함으로써 반독점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알리바바에 벌금 182.28억 위안의 행정처벌을 부과했다. 그리고 2021년 10월 8일에는 외식배달 플랫폼기업인 메이퇀에 대해 입주 사업자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여 반독점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34.42억 위안의 벌금을 부과하고(2020년 판매수입의 3%), 12.89억 위안의 독점계약 보증금 환급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2022년에는 반독점 규제 관련 건수와 벌금액이 모두 감소했다. 중국 정부의 플랫폼 경제에 대한 반독점 강화의 배경과 주요 정책, 그리고 <반독점법> 개정의 경과와 특징 및 구체적 내용에 관해서는 서석흥(2023)의 연구를 참조.

4) 中共中央 国务院印发, 《数字中国建设整体布局规划》, 新华社, 2023.02.27  https://baijiahao.baidu.com/s?id=1758978010720554613&wfr=baike

5) 실제로 현재 중국은 주요 도시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내장한 고성능 CCTV 2000만대를 활용해 ‘톈왕’(天網)이라는 보안 감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농촌 지역에서도 CCTV를 주민들의 TV와 스마트폰 등과 연결해 공안 당국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중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에는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수집된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신용 점수를 부여해 대출, 교육, 의료보장 등에 적용하는 ‘사회 신용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여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두고 현실판 ‘빅브라더’와 ‘판옵티콘’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6) 중국 플랫폼 노동의 특성과 현황, 그리고 노동통제 구조 및 노동실태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정규식(2023)의 연구를 참조할 수 있다. 


[참고문헌] 

닉 서르닉 지음, 심성보 옮김, 『플랫폼 자본주의』, (서울: 킹콩북, 2020).

삼정 KPMG 경제연구원,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 전략」, 『Samjong Insight』, 2019년 제67호.

서석흥, “중국 개정 <반독점법>의 플랫폼 경제 독점 규제에 대한 연구”, 2023년 현대중국학회 추계학술회의 발표문. 

정규식, 「디지털 전환의 시대, 부유하는 중국 플랫폼 노동(자)」, 『인공지능, 플랫폼, 노동의 미래』, (서울: 빨간소금, 2023). 

林伊人, “2020年我国数字经济规模39.2万亿元 占GDP比重达38.6%”, <中国网>, 2021年 11月 2日, https://baijiahao.baidu.com/s?id=1715298879581602405&wfr=spider&for=pc (검색일: 2023년 11월 16일). 

马云志, 王寅, 「平台资本主义批判和社会主义平台经济建构」, 『福建论坛: 人文社会科学版』, 2021年 第11期. 

余晓晖, “建立健全平台经济治理体系:经验与对策”, <人民论坛·学术前沿>, 2021年 12月 9日, https://baijiahao.baidu.com/s?id=1719029865046516250&wfr=spider&for=pc (검색일: 2023년 11월 16일).

中共中央国务院印发, “数字中国建设整体布局规划”, <新华社>, 2023年 02月 27日, https://baijiahao.baidu.com/s?id=1758978010720554613&wfr=baike (검색일: 2023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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