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미국 대중 반도체 제재는 얼마나 효과적인가?

이왕휘 소속/직책 :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3-12-15

2023년 미중 관계는 중요한 변화를 겪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이후 지속되어온 디커플링을 공식적으로 포기하고 디리스킹을 선언하였다.1)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1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지 않다(we’re not trying to decouple from China)”고 명확하게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이 디커플링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현재 미중 관계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들 중 하나는 반도체 수출통제이다. 미국이 대중전략 기조를 디리스킹으로 전환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완화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반도체 제재는 이런 분위기와 역행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7나노급 5G 칩인 ‘기린 9000s’를 내장한 화웨이 ‘메이트60’의 출시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작은 마당 높은 담장’(small yard high fence) 원칙에 따라 대중 반도체 제재는 더 강화되고 있다.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은 12월 2일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열린 국가방위포럼에 참석하여 중국을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였다. 러만도 장관은 이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통제 예산의 증액을 요구하였다. 또한 대중 제재를 피하기 위해 기준보다 낮은 사양의 반도체를 개발해 수출하는 엔비디아의 행태가 생산적이지 않다고 비판하였다. 이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디커플링을 고수하고 있다는 명백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 내에서 대중 반도체 제재에 문제제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제재가 의도했던 효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자성부터 제재만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까지 제기되었다. 

제재의 실효성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대중 반도체 제재의 내용과 형식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 고영화 북경대 한반도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제재를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2) 첫 번째 단계의 표적은 중국의 메모리 산업에 맞춰 있었다. 시진핑 주석은 2018년 4월 26일 양츠메모리(YMTC)의 자회사를 방문하여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약하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하다고 할 수 없다(装备制造业的芯片, 相当于人的心脏. 心脏不强, 体量再大也不算强)”고 훈시하였다. 2016년 설립된 푸젠진화(JHICC)가 2018년 12월 25나노미터 DDR4 제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이에 미국은 2018년 10월 푸젠진화를 상무부 수출관리규정 기업목록에 포함하였다. 또한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이 2019년 1월 푸젠진화가 기술을 도용했다고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결과 푸젠진화는 2019년 9월 양산 계획을 달성할 수 없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화웨이가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화웨이가 자사의 통신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해 정보를 유출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미국은 화웨이에 다양한 제재를 부과하였다. 2018년 12월 미국은 캐나다에 화웨이 설립자인 런정페이의 딸이자 최고 재무책임자(CFO)인 멍원저우를 억류하도록 조치하였다. 2019년 5월 미국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화웨이 및 68개 자회사를 무더기로 수출제한 기업목록에 등재하였다. 2019년 12월 출시된 화웨이의 ‘메이트 30’에 탑재된 ‘기린 990’칩의 성능이 미국 퀄컴 칩의 성능을 능가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미국은 2020년 5월 화웨이에 반도체 제재를 부과하였다. 그 결과 화웨이는 팹리스인 하이실리콘(HiSilicon)과 파운드리인 TSMC와 거래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중국 최고의 파운드리인 중신궈지(SMIC)가 큰 타격을 받았다. 2020년 9월 미국은 SMIC를 비롯한 59개 중국기업에 장비·부품을 제공하는 자국 기업에게 사전 심사를 의무화하였다. 이로써 제재 대상이 완제품에서 제작장비, 반도체 소비기업에서 반도체 생산기업으로 확대되었다. 

네 번째 단계는 범위와 강도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가 부과되었다. 2022년 10월 7일 발표된 제재는 첨단 반도체(18㎚ D램과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로직칩) 제조를 위한 기술과 제조 장비, 그리고 관련 인재에 대해 중국과의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였다. 동시에 미국은 제작장비 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본과 네덜란드가 이 제재를 이행하도록 압박하였다.

마지막 단계는 기존의 제재를 우회하는 데 성공한 ‘메이트 60’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응조치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10월 7일 미국은 제재를 보완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제조 및 첨단 컴퓨팅 관련 반도체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였다. 또한 수출통제목록에 13개 AI 반도체 중국기업(실제로는 4개 기업의 계열사)을 추가하였다. 

제재의 실효성

지난 5년 동안의 제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 미국이 처음부터 체계적인 분석과 일관된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두더지 잡기라는 비유가 시사하듯이,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와 관련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수출통제를 부과하여 제재의 대상·범위·강도가 들쑥날쑥하였다. 따라서 반도체 제재는 잘 조율된 장기계획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제재를 확대·심화하여 대외정책의 중요 수단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역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멈추는 데 실패하였다. 화웨이 메이트60이 출시된 이후 왜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편에서는 제재가 실패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첫째, 제재를 받는 국가는 제재를 피하기 위해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국산화하기 위해 엄청난 재원과 인력을 투자하고 있다. 이 노력이 성공하게 되면, 제재의 효과는 사라지고 역효과만 남게 된다. 

둘째, 현재 제재는 경제적 상호의존의 수준이 낮았던 냉전 시대 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경제적 교류가 적었던 시대에 제재는 미국이 소련을 고립시키는 유효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밀접하게 연계되면서 중국만을 겨냥한 제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중 제재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제3의 국가 기업들은 미국의 정책에 항상 협조하려고 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중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도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제임스 루이스는 반도체 제품과 반도체 제작 기술의 구분을 주장하였다. 수율이 낮아 첨단 반도체를 양산하지 못하고 있어 중국 기업은 여전히 미국산 반도체를 중국산 반도체보다 선호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국 기업이 생산한 반도체 제품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반도체 제작장비의 대중 수출만 더 통제해야 한다. 3) 

무기화된 상호의존(weaponized interdependence) 개념을 제안했던 헨리 파렐과 애이브러햄 뉴먼도 이런 평가에 동의하고 있다. 그들은 크리스 밀러의 반도체 전쟁(Chip War)이 자신들의 주장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보복할 수 있는 능력과 수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기화된 상호의존 개념을 반도체 산업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4) 실제로 중국은 주요 기간시설 기업에게 마이크론 제품의 사용을 금지시켰으며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의 중요 광물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국산화(수입대체)를 위해 노력하게 되면, 미국이 상호의존을 무기화할 수 있는 여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제재가 실패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5) 첫째, 최근까지 제재가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되었다. 화웨이와 SMIC가 제재를 통해 금지된 미국산 제작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7나노급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제작장비의 50% 이상, EDA 소프트웨어의 100%를 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작장비에 대한 수출통제가 일본, 네덜란드, 한국, 대만에는 2023년 상반기부터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미국산 장비를 이 국가들로부터 구매할 수 있었다. 내년부터 이 국가들이 미국과 유사한 제재를 제대로 준수하게 되면, 중국 기업이 최신 장비를 구매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둘째, 양산에 성공했지만 SMIC의 수율이 50%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웨이가 메이트60의 연간 판매량 목표를 2.3억만대가 아니라 6천만 대로 설정한 것을 보면, 이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 SMIC의 수율을 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리지 않으면, SMIC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그레고리 알렌은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 한국, 대만뿐만 아니라 독일을 포함한 EU 회원국까지 제재에 동참하면, 중국 기업이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통로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6) 

반도체 업계의 로비

2022년 10월 제재 발표 이후 미국 반도체 업계에서는 대중 제재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해왔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재에 계속 유보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던 미국 반도체협회는 2023년 7월 공식적으로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일방적인 제재를 반복해서 부과하는 것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축소하고 공급망을 교란하여 심대한 시장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중국의 더 강력한 보복을 지속시킬 위험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제재가 좁게 그리고 분명하게 정의되어 일관되게 적용되고 동맹국들과 충분히 협조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기 위해 기존 및 잠재적 규제의 효과를 업계 및 전문가와 더 논의할 때까지 추가적인 제재를 자제할 것으로 정부에 촉구한다.” 7) 이런 요청에도 불구하고 10월 17일 추가 제재가 발표되자 미국 반도체협회는 더 강력히 반발하였다. “매우 광범위한 일방적 통제는 해외 소비자가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에 의존하게 만듦으로써 미국 안보를 증진시키지 않는 동시에 미국 반도체 생태계를 해칠 위험이 있다.” 8) 

미국 반도체협회의 회원사 중 엔비디아, 인텔, 퀄컴이 가장 적극적으로 로비하고 있다. 이 기업들이 홍보하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대중 수출이 축소될 경우 반도체 생산시설이 있는 뉴욕, 오하이오, 애리조나에 대한 투자와 일자리도 감축된다는 것이다. 이 기업들은 정부와 의회 관계자뿐만 아니라 후원하고 있는 정책연구기관까지 접촉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애틀랜틱카운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했다. 9)

AI반도체의 최고 기업인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인 젠슨 황은 제재가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여러 번 경고하였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공급망을 분리하는 데에는 수십 년이 필요하다. “공급망의 완전한 독립은 10년 또는 20년 안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10) 단기적으로 “만약 (중국 시장의 상실로 인해) 미국 기술 산업이 생산능력을 1/3 감축해야 한다면, 누구도 미국 팹리스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우리는 대만 이외에서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은 대체될 수 없다.”11)  즉 글로벌 시장 1/3을 차지하는 중국에 수출하지 못할 경우, 미국의 반도체 기업은 그만큼 생산량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반도체 산업의 위축은 불가피해진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대중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성능을 낮춘 AI칩을 개발하였다. 미국 정부가 A100과 H100의 수출을 통제하자 사양이 조금 낮은 A800과 H800를 제작하여 중국에 수출하였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편법을 막기 위해 2023년 10월 제재에 AI칩에 대한 ‘성능밀도’ 기준을 추가한 후 A800과 H800의 대중 수출을 즉각 금지시켰다. 이로 인해 약 500억 달러의 주문이 취소되자, 엔비디아는 A800과 H800보다 더 낮은 성능을 가진 H20, L20, L2를 개발하고 있다.12) 

전망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는 무기화된 상호의존이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양국의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공급을 통해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외과 수술처럼 아주 정밀하게 제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도 대중 제재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이 제재의 초점을 반도체 제작장비에 두면서 일본, 네덜란드, 한국, 대만 등 미국의 동맹국 또는 동반국도 간접적인 피해를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미국이 원하는 집단적 회복력(collective resilience)은 당장 실현될 수 없는 구상으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13) 

중국을 견제하는 데 집중하게 되면서 미국의 강점을 소홀히 취급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전략의 중점을 대중 제재가 아니라 미국 산업 부흥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더 큰 힘을 얻고 있다. 즉 미국 반도체 기업이 1980년대 이전처럼 혁신을 주도한다면, 중국의 추격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14) 

또한 중국과 격차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대한 격차를 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중국과 일정한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즉 첨단기술을 개발하면 미국이 일정 기간 독점적 사용하다 범용기술로 전환되면 중국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것이다.15) 



----
1) Jake Sulivan, The Sources of American Power, Foreign Affairs, Vol.102, No.6 (2023)
2) 고영화, 美, 대중 반도체 제재의 한계, 이데일리 (2023년11월13일)
3) James Andrew Lewis, The End of Export Controls, CSIS (2023)
4) Henry Farrell and Abraham Newman, How the U.S. Stumbled Into Using Chips as a Weapon Against China, Wall Street Journal (September 9, 2023)
5) Gregory C. Allen, In Chip Race, China Gives Huawei the Steering Wheel: Huawei’s New Smartphone and the Future of Semiconductor Export Controls, CSIS (2023)
6) Gregory C. Allen, The Post-October 7 World International Perspectives on Semiconductors and Geopolitics, CSIS (2023)
7)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SIA Statement on Potential Additional Government Restrictions on Semiconductors (July 17, 2023)
8)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SIA Statement on New Export Controls (October 17, 2023)
9) Tripp Mickle, David McCabe and Ana Swanson, How the Big Chip Makers Are Pushing Back on Biden’s China Agenda, New York Times (Ocotober 5, 2023)
10) Rohan Goswami, Nvidia CEO: U.S. chipmakers at least a decade away from China supply chain independence, CNBC (November 29, 2023)
11) Madhumita Murgia, Tim Bradshaw, and Richard Waters, Chip wars with China risk ‘enormous damage’ to US tech, says Nvidia chief, Financial Times (May 24, 2023)
12) Raffaele Huang and Asa Fitch, Nvidia Develops New AI Chips, Again, to Keep Selling to China, Wall Street Journal (November 10, 2023)
13) Victor Cha, Collective Resilience: Deterring China‘s Weaponization of Economic Interdependence, International Security, Vol.48, No.1 (2023) 
14) Ryan Hass, What America Wants From China, Foreign Affairs, Vol.102, No.6 (2023)
15) Mary E. Lovely, Seeking to limit China’s growth weakens the United States, Brookings Institution (2023)
게시글 이동
이전글 이전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다음글이 없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