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AI 반도체 전쟁과 한국의 대응방안

김연규 소속/직책 :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장 2024-03-26

서론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고성능 반도체 칩이 전략물자화하고 있다. 파운드리(위탁생산)의 형태로 진행되는 반도체 칩 제조와 메모리 칩 제조의 전략적 상업적 중요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I 때문에 대만의 TSMC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에 메모리와 미국의 CPU(중앙처리장치)의 강자들이 뛰어들고 있다. 최첨단 AI 칩 파운드리 사업에 미국기업 인텔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 구도가 TSMC, 삼성전자, 인텔 간 경쟁 구도로 급변하고 있다. 최첨단 공정에는 대당 4,000억 원에 달하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의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노광장비가 필수이기 때문에 반도체 장비에 대한 대중 수출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AI와 반도체 산업 변화

지난 수십 년 동안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의 집적도 향상을 위한 혁신을 거듭해왔다. 이제 손톱만 한 크기의 칩 한 개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개수는 수십억 개에 달한다. 이러한 트랜지스터 밀도(transistor density) 혁신은 흔히 무어의 법칙(Moore’s Law)으로 알려져 있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약 2년마다 최소한의 비용 증가로 반도체 집적회로에 집적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 숫자가 두 배씩 증가한다는 관측이다. 인텔 공동 창립자인 고든 무어는 1965년 발표한 논문에서 향후 10년간 매년 트랜지스터가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후 10년 뒤인 1975년, 고든 무어는 이를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고 수정했다. 1)

고성능 고효율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트랜지스터를 소형화하여 밀도를 높여야 하며 흔히 나노미터로 특정하는 회로폭이다. 머리카락 한 개의 두께가 보통 5만~10만 나노미터로 알려져 있다. 현재 칩 제조 기술에서 최첨단 칩의 회로폭은 7나노미터로 미국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인텔(Intel)의 현재 기술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는 훨씬 앞선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2024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2022년 11월 30일, 오픈AI가 미세 조정된 거대언어모델(LLM) GPT-3.5를 탑재한 챗GPT를 처음 소개했다. 생성형 AI 시대 개막은 반도체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매개변수가 1천 750억 개라고 하는 GPT-3.5는 기존 CPU 중심의 컴퓨터 연산과는 전혀 다른 학습과 추론을 가능케하는 GPU(그래픽 처리장치) 중심이다. 
   
CPU 같은 기존 시스템반도체는 입력한 내용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데 초점을 둔 반면 인공지능 학습과 서비스에 필요한 반도체는 대량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고 분류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반도체보다 훨씬 높은 효율성과 전력 소모도 많다. 2) 게임그래픽 처리를 위해 개발된 GPU가 AI 학습에 가장 적합함이 알려지면서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90%는 미국의 엔비디아(Nvidia)社의 GPU가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024년 2월 2조 달러에 육박하여 마이크로소프트(3조 900억 달러), 애플(2조 8,900억 달러)에 이어 3위로 뛰어올랐다. 3)  

하지만 온디바이스 AI 시대에는 추론영역에서 GPU보다 더 효율적인 NPU(신경망처리장치)가 GPU를 밀어내고 AI 반도체 패권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반도체 미국 우선주의

AI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으로 각국의 반도체 패권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정부가 나서서 대만과 한국에 넘어간 반도체 제조업 (파운드리: 반도체 위탁생산)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AI 반도체 칩 설계는 이미 미국기업 엔비디아가 90% 이상 장악하고 있고 AI 컴퓨팅 시대에는 AI가 사람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함에 따라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칩 설계와 생산시설이 필요하다. 

엔비디아에 경쟁하는 많은 빅테크 기업이 자체 AI 칩 설계에 나서고 있으며 현재 고성능 AI 칩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단 두 업체뿐이다. GPT-3.5는 학습과 추론을 위해 1만여 개의 GPU가 필요했다. 

2024년 2월 21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거행된 반도체 행사에 참가한 인텔 CEO 팻 겔싱어, 마이크로소프트 (MS) CEO 사티아 나델라, 상무장관 지나 러몬도는 AI 반도체를 앞세워 1990년대 미국이 세계 반도체 생산의 40%를 차지했듯이 앞으로 미국이 세계 반도체 생산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텔 CEO는 “무어의 법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하면서 2024년 말 1.8나노미터, 2027년 1.4나노미터 공정양산을 시작한다고 구체적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렇게 되면 2025년 2나노미터 공정 도입을 계획 중인 삼성전자나 TSMC보다 앞선다. AI 반도체에 특화된 파운드리 서비스를 통해 아시아(대만 60%, 삼성전자 10%)에 넘어간 반도체 제조 주도권을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도 150억 달러 자체 설계 칩 생산 주문을 인텔에 의뢰한 상태이다. 4)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미국이 세계 반도체를 선도하기 위해 ‘제2의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서라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527억 달러(약 70조 원) 규모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5) 

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022년 10월 미국 기술이 탑재된 첨단 반도체 장비나 AI 칩 등의 중국 수출을 막는 규제를 발표했다. 규제 대상으로는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칩(비메모리칩) 등을 생산하려는 중국 기업이 해당되며, 해당 기업은 관련 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A100과 H100(최첨단 AI 칩 2종)의 중국 수출이 막히자 성능을 낮 춘 칩 H800을 개발해 중국에 수출함으로써 수출 통제를 피했을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사수해 왔다.
   
미국 애플은 아이폰에 사용할 세 번째 낸드플래시 공급자로 중국 1위 낸드플래시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협력해 왔다. 낸드는 한·중 기술 격차가 1~2년 정도로 좁혀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메모리반도체 분야다. 6) 2022년 12월 YMTC가 제재 대상에 추가되었다. YMTC는 128단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CXMT(창신메모리)는 19나노 D램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은 이들 기업이 첨단 공정으로 가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7)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 TOP 5 기업(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Lam Research), KLA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에서 칩 생산을 위한 장비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KLA와 램 리서치는 YMTC에 파견했던 기술자와 직원을 철수하고 YMTC에 설치돼 있는 기존 장비에 대한 지원과 신규 장비 설치도 중단하였다. 
   
중국 CXMT는 D램 메모리 분야 기업으로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HBM 등 고사양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D램 메모리반도체의 일종인 HBM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크게 높여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이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분야에 주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엔비디아가 현재 전 세계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거의 모든 물량을 책임지고 있다. 8) 

미국은 자체 기술로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일본에도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해 왔다. 7나노미터 이하 반도체 미세공정에는 노광장비가 핵심인데 2023년 1월 네덜란드 와 일본이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통제를 강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2023.10.17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기존의 2022. 10. 7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확대 보완하는 새로운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번 조치는 제재 범위를 넓히고 기존 수출통제를 우회하려던 중국의 시도를 차단하려는 것이 핵심 목적이었다. 2023년 조치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중국의 반도체 제조시설에서 근무 중인 미국 시민권자(citizen), 미국 영주권자들의 지원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제한다는 점이다. 확대 조치에는 7나노미터 이하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품목과 장비들이 대거 추가되었다. 9) 

확대 조치 발표를 촉발한 요인은 ‘7나노미터 화웨이 스마트폰 칩’에 대한 미국의 충격이 결정적이었다. 중국은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 직전인 2023년 8월 29일 자체적으로 개발한 7나노미터 공정 AP를 탑재한 최신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를 공개하였다. 

2020년 화웨이의 스마트폰 개발사업이 TSMC 파운드리 서비스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제재로 타격을 받은 지 3년 만에 국영 파운드리 SMIC와 손잡고 첨단 반도체 칩의 기준인 7나노미터를 성취함으로써 스마트폰뿐 아니라 데이터 센터와 기타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고성능 칩을 생산하는 첨단 기술로의 진입을 알리는 사건이다. 10) 
   
첨단 반도체 제조용 EUV(극자외선) 장비보다 한 단계 뒤처지는 DUV(심자외선) 장비로 이뤄낸 성과로 알려지면서 미국은 대중 수출 통제에 DUV 장비를 포함시켰다. 11) 

결론

AI 시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자동차, 가전 기업들도 엔비디아의 범용 AI 칩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나서서 반도체 생산과 제조의 안보적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인텔이 내부 파운드리 물량 처리에서 외부 칩 설계 주문 고객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업계 최강자 TSMC와 삼성전자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MS,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AI 반도체 개발에 나선 미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미국 우선주의 깃발 아래 미국기업의 파운드리 수요의 상당 부분을 인텔이 가져간다면 특히 파운드리 투자를 늘리는 삼성전자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의 최신 GPU 관련 기술과 장비 통제이다. 반도체는 수많은 전기전자장비에 쓰이기 때문에 모든 반도체가 고성능일 필요는 없다. 현재 구형(레거시) 반도체가 글로벌 반도체 판매량의 75%가량을 차지한다. 최근 확대 조치는 미국이 구형 반도체 공정까지 제재를 확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 세계 D램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에겐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
1) 김정호. “무어의 법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테크데일리 2023.05.18. (https://www.tech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80)
2) 김은정 유지한. 하루에 368조원 번 엔비디아... 젠슨 황, 세계 20대 갑부 눈앞 조선일보 2024.2.24. https://www.chosun.com/economy/money/2024/02/24/AYMWMD2A7FGMLMBRVMKH5XJ2JE/
3) 황장수. “오픈AI 칩독립선언에도 . . . 엔비디아는 파죽지세.” 한국경제 2024.2.14.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21309091
4) 이해인. “실리콘은 실리콘밸리로”… 인텔·MS·오픈AI·美상무장관 총출동 조선일보 2024.2.23.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4/02/23/EZ436N4FPVCTLE53SQZDWVDFPY/
5) Ibid.
6) 이벌찬. “애플, 중국 반도체기업과 손잡았다… 한국 업체들 비상.” 조선일보 2022.08.29.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2/08/29/WZQRV2LBUFHAXLA2CN7DRRIQ7Q/?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7) Ting-Fang, Cheng , Lauly Li and Yifan Yu. “Apple freezes plan to use China's YMTC chips amid political pressure.” Nikkei Asia, October 17, 2022. https://asia.nikkei.com/Business/Tech/Semiconductors/Apple-freezes-plan-to-use-China-s-YMTC-chips-amid-political-pressure
8) 김용원. “중국 CXMT HBM 개발 나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경쟁보다 자급 먼저.” Business Post 2024.02.24.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41411
9) 김혁중 연원호. “미국 반도체 수출통제 확대조치의 영향과 시사점.” 세계경제포커스 2023년 11월 6일 Vol. 6 No. 41. https://www.kiep.go.kr/gallery.es?mid=a10102030000&bid=0004&list_no=11014&act=view
10) Liu, Qianer. “How Huawei surprised the US with a cutting-edge chip made in China.” Financial Times, November 30, 2023. https://www.ft.com/content/327414d2-fe13-438e-9767-333cdb94c7e1
11) Ibid.

[참고문헌]
Liu, Qianer. “How Huawei surprised the US with a cutting-edge chip made in China.” Financial Times, November 30, 2023
https://www.ft.com/content/327414d2-fe13-438e-9767-333cdb94c7e1
Ting-Fang, Cheng , Lauly Li and Yifan Yu. “Apple freezes plan to use China's YMTC chips amid political pressure.” Nikkei Asia, October 17, 2022.
https://asia.nikkei.com/Business/Tech/Semiconductors/Apple-freezes-plan-to-use-China-s-YMTC-chips-amid-political-pressure
김용원. “중국 CXMT HBM 개발 나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경쟁보다 자급 먼저.” Business Post 2024.02.24.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41411
김은정 유지한. 하루에 368조원 번 엔비디아... 젠슨 황, 세계 20대 갑부 눈앞 조선일보 2024.2.24. 
https://www.chosun.com/economy/money/2024/02/24/AYMWMD2A7FGMLMBRVMKH5XJ2JE/
김정호. “무어의 법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테크데일리 2023.05.18.
https://www.tech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80
김혁중 연원호. “미국 반도체 수출통제 확대조치의 영향과 시사점.” 세계경제포커스 2023년 11월 6일 Vol. 6 No. 41.
https://www.kiep.go.kr/gallery.es?mid=a10102030000&bid=0004&list_no=11014&act=view
이벌찬. “애플, 중국 반도체기업과 손잡았다… 한국 업체들 비상.” 조선일보 2022.08.29.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2/08/29/WZQRV2LBUFHAXLA2CN7DRRIQ7Q/?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이해인. “실리콘은 실리콘밸리로”… 인텔·MS·오픈AI·美상무장관 총출동 조선일보 2024.2.23.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4/02/23/EZ436N4FPVCTLE53SQZDWVDFPY/
황장수. “오픈AI 칩독립선언에도 . . . 엔비디아는 파죽지세.” 한국경제 2024.2.14.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21309091
게시글 이동
이전글 이전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다음글이 없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