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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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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BRI 10년 후, 진화한 BRI

오지혜 소속/직책 : 고려대학교 사회공헌원 임팩트전략센터장 2024-04-19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시대의 외교정책은 주로 최고지도자의 성격이나, 개인적인 정책선호도, 비전, 정책 결정 스타일 등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물론 일각에서는 시진핑 특유의 성격과 행동으로 외교정책이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변했다고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고 정책결정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편향적 태도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기보단 국제사회에서 몸집이 커진 중국의 지위 변화, 이로인한 대내외적인 니즈의 변화와 강대국과의 갈등 등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저자세를 유지하고 국제사회 리더가 되면 안된다는 ‘도광양회’의 기조를 중심으로 ‘유소작위’, ‘화평발전’, ‘조화세계’ 등 수십 년간 고수했던 소극적인 외교 자세를 벗고 ‘일대일로’라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외교적 노선을 세운 중국. 같은 접근 방식으로 일대일로가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외교관계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하며 진화했는지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시계열 순으로 돌아보며 일대일로의 특징을 이해하고자 한다.


중국몽과 일대일로


일대일로의 사상적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중국몽’은 시진핑 집권 이후 대대적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시진핑 주석이 도입한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다. 후진타오 2기 중반에도 간헐적으로 중국몽이 언급되었으나, 당시 정부와 인민이 이해하는 중국몽은 개인의 소소한 소원보다는 중국의 현대화와 산업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향이었다. 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100년의 꿈을 이야기하며 전 세계인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1) 


이후 2013년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은 전통적인 핵심 가치를 새롭게 정비하고 인민들을 규합하고자 이전보다 성숙된 ‘중국몽’을 들고 나온다. 시진핑의 중국몽에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발전이나 ‘샤오캉 사회’으로의 진입과 같이 중국 정부가 바라는 정치적, 경제적 이상향이 담겨있다. 


또한 ‘중국의 부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통해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면에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활용된다. 여기에는 대내적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고 대외적으로 일본의 경제력을 넘어 패권에 도전하는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따라서 시진핑의 중국몽은 후진타오 시대의 중국몽과 달리 국가의 현대화와 산업화뿐만 아니라 인민의 물질적인 풍요, 패권국으로서의 역할 확대로 확장하여 사용된다. 2) 


이때 2013년 시진핑이 <부흥의 길>이란 전시회에서 “모든 사람은 꿈이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지금 중국몽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현대 시대 위대한 중국몽이란, 국가의 부흥을 이루어 내는 것이라 믿습니다”라고 말한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가의 꿈과 개인의 꿈 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정부와 개인의 꿈을 동일시하여 모호해진 경계선을 이용해 정부가 만들어 낸 중국몽의 정당성을 개인의 감정선에서 찾는 것이 특징이다. 3) 


Stage One


중국몽은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를 재편하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로 가시화되었다. BRI(Belt and Road Initiative), 실크로드 등으로도 불리는 일대일로는 2013년 4월 시진핑 주석이 보아오 아시아 포럼에서 일대일로의 기본전략과 방향을 제시하면서 전세계에 알려진다. 동년 9월 카자흐스탄에서 ‘실크로드 경제지대’ 건설, 10월 인도네시아에서 ASEAN 국가들에게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건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연이어 발표한다.


이를 바탕으로 1년뒤 2014년 11월 400억 달러 규모의 실크로드 기금 조성계획이 발표된다. (이 기금은 일대일로 10주년을 기념하며 800억 위안을 추가 투자하며 1,200억 위안이 되었다.4)) 중국이 실크로드 기금 유한공사를 설립한 두 달 뒤인 2015년 3월 국무원이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공동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비전과 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일대일로의 개념과 액션플랜을 발표하고, 일대일로 영도소조가 ‘6개 경제회랑’을 발표 함으로써 일대일로는 한층 구체화된다.


일대일로는 고대 동서양의 교통로인 실크로드에서 창안되었다. 2049년까지 중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잇는 중국 중심의 초거대 시장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현대판 실크로드이다. 일대일로 사업 구상대로라면, 전 세계 인구의 약 63%, 세계 GDP의 약 24%를 차지하는 큰 경제회랑이 된다. 5)  주로 일대일로를 통해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주변국 및 지역의 인프라 건설이며 이를 통해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국가와 경제협력, 민간교류 확장을 기대하게 된다.


2023년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은 152개국, 32개 국제기구와 일대일로 관련 약 200여 건의 문건을 체결했다. 6 ) 실크로드 기금으로 220억 달러 이상, AIIB를 통해 436억 달러 이상 투자했고, 중국수출입은행이 2조 2천 억 위안을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7)


일대일로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지부티 철도, 나이지리아 아부자-카두나 철도 등 주로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에 집중되었으며, 분야별로는 에너지와 교통, 광산에 집중해 온 경향이다. 8) 


Stage Two


2017년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새로운 발표로, 실크로드가 도로, 항공, 항구 등 물리적인 네트워크에 국한하지 않고 이제 일대일로 연선국과 5G, 인공지능 등 디지털 네트워크로 확장하는 이른바 디지털 실크로드(数字丝绸之路, Digital Silk Road)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9) 일대일로의 2.0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과 같이 기존 패권국가들은 중견국이나 약소국들에게 공공재를 제공하며 패권국이 구축한 질서에 순응하도록 유인해왔다. 10)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패권국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전통적인 패권국이 구축한 질서에 도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은 이에 더해 일대일로를 통해 노골적으로 중국기업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고, 개발도상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가속화했다. 


따라서 일대일로가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은 기존 패권국가가 구축한 세계질서에 도전한다는 우려를 넘어 미래 경제 안보와 기술패권 도전이라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화웨이가 아프리카 등 국가에 통신 인프라를 깔아주는 대가로 엄청난 빅데이터를 가져간다고11)한 영국 싱크탱크의 지적처럼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분야는 기술발전으로 신기술 사업이나, 표준화 사업을 넘어 군사·사이버 안보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12) 더 이상 경제와 안보영역을 뚜렷하게 구분짓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like-minded) 민주주의 국가들은 화웨이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기도 했으나 디지털 분야 개발이 시급한 개발도상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선호하면서, 중국의 시장 장악력은 오히려 커졌다. 2019년 라오스와 사우디, UAE 등 16개국과 MoU를 체결했으며, 2020년 중앙아시아 5개국과 외교부 장관회의에 이어, 같은 해 ASEAN과의 디지털 경제협력 원년을 선언한다. 13) 


그 결과, 중국의 베이더우(BeiDou)는 이미 전 세계 120개국에 진출하며 위성시스템의 25%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4G, 5G네트워크, 스마트시티, 해저케이블, 위성시스템까지 중국기업이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14) 


Stage Three


2023년 10주년을 맞이한 일대일로는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일대일로 고품질 공동건설을 위한 8가지 행동으로 녹색 실크로드 공동건설 추진을 발표하며 한 번 더 진화한다. 15)  향후 10년의 가이드라인이 될 이번 발표로 물류 및 에너지, 디지털, 녹색 네트워크까지 복잡한 그물망을 형성했다.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선언의 연장선으로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의 오명을 벗고 지금까지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세계친환경 산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일대일로의 에너지 부문 인프라투자는 대부분 화석연료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건설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9년 38%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중국은 에너지 인프라 투자 중 친환경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57%(약 110억 달러)를 넘어섰다. 16) 



지난 10년간 중국의 태양광, 풍력 에너지 분야 해외투자는 주로 UAE,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오만 등에 집중되어 있었다. 17)  중국은 UAE 아부다비 사막에 약 20㎢에 걸쳐 2기가와트를 생산하여, 2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세계최대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가 하면, 18) 케냐에서는 동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가리사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했다. 19) 


일대일로의 함의


스리랑카의 부도사태나 부채를 갚지 못해 중국으로 인프라 소유권이 이전되는 등 일대일로의 위험성을 부각하고 애써 평가 절하하는 경우도 있으나, 개발도상국의 일대일로 의존은 앞으로도 여전할 전망이다. 


우선, 중국의 지원은 전통적인 공여국의 문턱보다 낮다. OECD DAC국가들은 부패문제나 인권 등을 거론하며 수원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내정불간섭의 원칙을 내세우며 까다로운 원조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류공동운명체라는 큰 틀에서 개발과 발전을 같이 도모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만 강조했다. 따라서 정권이 불안정하거나 인권 문제에 취약한 국가일수록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SOC를 중국 투자로 대체하거나, 국민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자 중국의 안면인식기술 도입을 환영 20) 하는 등 일대일로라는 순풍을 타고 정권을 연장하는데 활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음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친환경산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지만, 내외부적인 불안정 상황은 안정적으로 친환경산업으로의 전환이나 투자를 어렵게 한다. 우선 개발도상국 뿐만 아니라 선진국가에서도 투자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일대일로를 통해 추진되는 인프라는 주로 고비용으로 전형적으로 투자 위험성이 높다고 알려져왔다. 21) 친환경 산업일수록 그 위험도는 상승한다. 이에 더해 세수감소, 불안정한 시장, 금리 인상으로 국내 경제상황이 불안정하거나, 코로나 유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들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안정적인 인프라 건설을 보장할 수 없게 한다. 따라서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투자정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기술과 자금력을 모두 확보한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지난 10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일대일로는 발전을 거듭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일부 대형 인프라건설 중심의 프로젝트에 한정하지 않고, 보건·농업·생태·빈곤 퇴치·직업교육 등 민생과 관련되고 신속하게 가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소형 프로젝트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개발도상국의 다양한 니즈에 맞추어 일대일로를 유연하게 변형함에 따라 일대일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전통적 인프라 건설부터 디지털, 환경까지 복합적으로 적용하여 활발하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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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ter Ferdinand,“Westward Ho-the China Dream and ‘One Belt, One Road’: Chinese Foreign Policy under Xi Jinping,” International Affairs 92-4 (2016), pp. 942-943.

2) 홍건식. “시진핑의 중국몽과 정체성 정치: 일대일로, AIIB 그리고 패권정체성,” 국제정치논총 58-1 (2018), pp. 99-146.

3) 오지혜 『차이나그램 3.0』 (서울:신아사, 2024).

4) 일대일로 전략 10년의 변화. KITA. 무역뉴스. 2023.11.3. https://www.kita.net/board/totalTradeNews/totalTradeNewsDetail.do?no=%2079162&siteId=1 (검색일: 2024.4.8.).

5) 일대일로 전략 10년의 변화. KITA. 무역뉴스. 2023.11.3. https://www.kita.net/board/totalTradeNews/totalTradeNewsDetail.do?no=%2079162&siteId=1 (검색일: 2024.4.8.).

6)  제3회 정상포럼을 통해 살펴본 일대일로 10주년 성과. CSF. 2023.10.26. 

https://csf.kiep.go.kr/issueInfoView.es?article_id=51997&mid=a20200000000&board_id=2(검색일: 2024.4.8.).

7) [11월 월간특집] 중국 일대일로 10년, 빛과 그림자. CSF. 2023.11.24. 

https://csf.kiep.go.kr/issueInfoView.es?article_id=52326&mid=a20200000000&board_id=20 (검색일: 2024.4.8.).

8) Christoph Nedopil Wang. Ten years of China’s Belt and Road Initiative (BRI): Evolution and the road ahead. Regional Outlook Joint Working Paper No.76, 2023. Griffith Asia Institute (Griffith University), Green Finance and Development Center, FISF (Fudan University). 

9) [최계영의 중국 프리즘] 디지털 실크로드와 디지털 패권. 더 중앙. 2023.10.2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1773#home (검색일: 2024.04.08.).

10) 홍건식. “시진핑의 중국몽과 정체성 정치: 일대일로, AIIB 그리고 패권정체성,” 국제정치논총 58-1 (2018), pp. 99-146.

11) 안두원. 화웨이 앞세워 `디지털 중국夢`…中, 아프리카 23개국 통신망 장악. 매일경제. 2020.1.2. https://www.mk.co.kr/news/world/9147151 (검색일: 2024.4.8.).

12)  [최계영의 중국 프리즘] 디지털 실크로드와 디지털 패권. 더 중앙. 2023.10.2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1773#home (검색일: 2024.4.8.).

13)  [최계영의 중국 프리즘] 디지털 실크로드와 디지털 패권. 더 중앙. 2023.10.2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1773#home (검색일: 2024.4.8.).

14)  [최계영의 중국 프리즘] 디지털 실크로드와 디지털 패권. 더 중앙. 2023.10.2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1773#home (검색일: 2024.4.8.).

15) '일대일로' 주변국과 함께 성장하는 中 녹색 발전.신화망 한국어판. 2023.10.24.. 

https://kr.news.cn/20231024/9cca7e09016747569fcffc5e37bbef68/c.html (검색일: 2024.4.8.).

16) 임주리.  "이젠 '녹색 일대일로'!" 중국의 꿈, 과연 이뤄질까?. 더 중앙. 2021.2.8.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88620#home (검색일: 2024.4.8.).

17) Lihuan Zhou and Ziyi Ma. After a Decade of Fossil Fuel Investing, Can China Fulfill Its Promise of a "Green" Belt and Road Initiative?. World Resources Institute. Insights. 2023.10.24. https://www.wri.org/insights/greening-chinas-belt-and-road-initiative (검색일: 2024.4.10.).

18) Gaurav Sharma. Abu Dhabi To Unveil World’s Fourth Largest Solar Farm “Very Soon”. October 3. Forbes. 2023.https://www.forbes.com/sites/gauravsharma/2023/10/03/abu-dhabi-to-unveil-worlds-fourth-largest-solar-farm-very-soon/?sh=2cf2e16e3d24 (검색일: 2024.04.10.).

19) '일대일로' 주변국과 함께 성장하는 中 녹색 발전.신화망 한국어판. 2023.10.24.. 

https://kr.news.cn/20231024/9cca7e09016747569fcffc5e37bbef68/c.html (검색일: 2024.4.8.).

20) 안두원. 화웨이 앞세워 `디지털 중국夢`…中, 아프리카 23개국 통신망 장악. 매일경제. 2020.1.2. https://www.mk.co.kr/news/world/9147151 (검색일: 2024.4.8.).

21) Lihuan Zhou and Ziyi Ma. After a Decade of Fossil Fuel Investing, Can China Fulfill Its Promise of a "Green" Belt and Road Initiative?. World Resources Institute. Insights. 2023.10.24. https://www.wri.org/insights/greening-chinas-belt-and-road-initiative (검색일: 202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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