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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 전기차 공습과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 변화

김연규 소속/직책 :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장 2024-05-02

서론


전기자동차를 최종 제품으로 하는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은 배터리 부품 제조가 핵심단계로 알려져 있지만 단계를 따져보면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 채굴과 가공, 배터리 구성물질과 부품(battery components), 배터리 셀 제조와 조립,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가치사슬 단계별 가치창출 측면에서 채굴과 가공은 전체 공급망의 2%에 불과하고 배터리 제조/조립이 46%, 최종 전기차제조가 52%를 차지한다. 1) 지난 10여년간 채굴/가공, 배터리 제조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전기차 공급망 경쟁이 전기차 제조로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급격히 늘어난 2021년 이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2년만인 2023년 하반기부터 수요정체를 겪고 있다. 혁신적 제품이 초기 얼리어답터 위주의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를 아우르는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 침체기(캐즘, chasm : 기술 혁신이 대중화로 이어지기 전 일시적인 정체)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현재 전기차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2023년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은 16%였다. 미국 유럽의 전기차 수요가 감소했고 중국 배터리공장 가동률은 50-60%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제둔화로 소비여력이 줄어들자 과잉생산된 중국의 전기차가 저가로 해외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전기차에 올인하는 전략을 펼친 테슬라는 주가가 하락하는 반면 하이브리드 위주의 전기차 전환 전략을 펼쳐온 일본 토요타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누리고 있다. 애플은 10년 공들인 자율 주행차 ‘애플카’ 프로젝트에서 철수했다. 레벨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술개발이 요원하다고 본 것이다.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 자동차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아무리 전기차 전환이 진행된다 해도 순수전기차 점유율은 향후에도 30%를 넘지 못할 것이며 나머지 70%는 하이브리드차나 수소전기차 수소엔진차 등이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2) 


전기차 전환이 대세가 될 2030년경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자동차 시장의 추이는 세계경제와 강대국 기술패권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21세기 석유라고 하는 핵심광물 확보와 배터리부품 제조 측면의 지난 10여년 중국의 우위가 최종 제품인 전기차 생산과 수출의 중국 우위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 BYD가 한국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차 진출로 국내 시장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 변화


하이브리드차(HEV+PHEV)  3) 와 순수전기차(BEV)는 2021년 전세계적으로 600만대 생산된 이후 2022년 1000만대 2023년 1400만대로 증가하였으며 이 가운데 중국생산 비중이 약 55%, 하이브리드전기차 비중은 약 30%이다. 2023년 현재 중국은 700만대 정도의 전기차를 생산해서 120만대 정도를 수출하고 이 가운데 40% 정도가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2023년 1~12월 동안 중국 전기차 선두 기업인 BYD(비야디)의 전년 대비 판매량 성장률은 58.3%로 미국의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 자리를 차지했다. BYD는 전년보다 61.9% 증가한 302만 4400대의 신에너지차(PHEV 및 BEV)를 판매했다. 신에너지차의 연간 판매량이 3백만대를 돌파한 것은 BYD가 처음이다. 차종별로는 순수전기차 판매량이 157만4822대를 기록하며 전체 판매량의 52%를 차지했다. 테슬라의 판매량은 약 180만대에 그쳤다.


2023년 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약 500만대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되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와 순수전기차(BEV) 수출이 약 120만 대였다. BYD의 2023년 신에너지 차량 해외 판매량이 전년대비 334.2% 증가한 24만 2800대를 기록했다. 



2024년말 전세계 전기차 생산은 1600만대 정도로 증가 속도가 둔화될 것이며 전기차 업체간 가격전쟁이 치열할 것이다. 2023년 하반기부터의 전기차 수요정체(캐즘)와 지정학적 요인에서 비롯된 중국 내수 부진이 저가 중국 전기차 수출을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의 대응


중국 전기차 수출이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국내 전기차 시장의 공급과잉(overcapacity) 때문이다. 부동산에 집중되던 중국정부와 은행의 정책자금이 몇 년전부터 제조업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해서 7000억 달러가 전기차와 배터리생산에 지원되었다. 샤오미와 같은 스마트폰 업체도 전기차생산에 뛰어들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아져서 400여개의 전기차업체가 경쟁하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중국내에 머물던 저가 과잉공급된 중국 전기차가 해외로 수출되면서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은 내수 전기차 시장을 정부 보조금 기반의 저가 중국 전기차로부터 보호할 방안과 중국과 경쟁해 동남아 중남미 등 수출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 등 두 가지 방향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노조 표심을 얻기 위하여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다. 전기차 조기 전환을 우려하는 완성차업계와 미국자동차노조(UAW)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도 대폭 완화해 적용시점을 2030년으로 연기했다. 4) 


바이든 정부는 2023년 4월 발표한 2030년 신차의 60%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정책도 완화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순수전기차만 인정하던 전기차 판매 비중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EPA의 수정안은 2032년 최종목표인 67% 전기차는 유지하되 2027-2031년 목표치는 4-9% 포인트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2027년 전기차 비중은 36%에서 32%로, 2029년은 55%에서 46%로 낮아진다. 5)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기차 시장 부진과 함께 미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미국내 완성차 판매량을 1570만대로 예상할 때 이중 하이브리드차 비중이 14%로 10%의 순수전기차 비중을 넘어설 것이다.6) 


전기차 전환이 본격 시작될 때까지 미국은 트럼프정부 27.5% 고율관세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중국 전기차 수입을 원천봉쇄 하고있다. BYD가 출시한 전기차 ‘돌핀’ 가격이 1만3900달러(약 1800만원)로 테슬라의 제일 저렴한 전기차 ‘모델3’ 가격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자 바이든 정부는 지난 2월 29일 중국산 커넥티드카(인터넷에 상시 연결된 스마트카)의 국가안보 위협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발표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를 “바퀴달린 스마트폰”으로 표현하면서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자율 주행은 물론 휴대폰 등 다른 기기와도 연결이 가능한 커넥티드카는 ‘해킹 위험이 상존하고 이러한 차량이 접근하는 미국의 기간산업과 군사시설의 정보가 위험해 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2023년 9월 13일 EU는 중국전기차 보조금 조사 방침을 발표하였으며, EU판 IRA라고 하는 ‘탄소중립산업법’(NZIA)과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전기차 생산·운송 전과정 탄소배출을 근거로 지급여부를 결정하는데, 프랑스 정부는 중국산을 대상에서 제외하며 미국의 기조를 따라가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수입을 차단해야 하지만 빠른 전기차 보급을 통해 저탄소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 유럽의 고민이다. 이러한 고민이 2023년 12월 베이징을 방문한 폰 데어 레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의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디리스킹, 즉 지나친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회복탄력성을 확보하려고 한다”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2021년 5월 토요타자동차는 보고서를 통해 2030년경 북미시장의 신차판매 중 하이브리드가 55%를 차지하고 15%만이 순수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해서 당시 바이든 정부의 50% 순수전기차 전망과 다른 견해를 제시해서 눈길을 끌었다. 


2023년 한해 동안 토요타자동차는 1100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해 역대 최대 생산량을 기록함과 동시에 세계 1위 생산량을 차지했다. 토요타는 전기차전환이 가장 늦다고 평가받음에도 세계 자동차시장 부동의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토요타가 작년 생산한 순수전기차는 9만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타는 사상 최대 시가총액기록을 37년만에 경신했다. 2024년 1월23일 주당 2991엔(약2만7000원)에 거래를 마친 토요타의 시가총액은 48조7891억엔(약440조8290억원)으로 이는 통신회사 NTT의 1987년 시총 48조 6720억엔(약439조77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한편 미국, 유럽 등 서방의 무역 장벽에 막힌 중국은 한국으로 전기차 수출의 방향을 돌리려 한다. 중국 전체 전기차 수출량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53%), 2021년(54%) 대비 최근 30% 수준까지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2월 한국, 인도네시아, 일본으로의 중국산 전기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배, 7배, 2배 증가했으며 중앙아시아로의 수출도 2.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시장과 자원공급 기지를 둘러싼 각축전


2021년과 2022년, 중국은 3000만대 정도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100-150만대 정도를 주로 개도국에 수출하는 국가였다. 2023년의 극적인 수출 증가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향(向) 내연차 수출 급증,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와 중앙아시아 국가로의 내연차 및 하이브리드차 수출 증가, △호주, 영국, 북유럽으로의 전기차 수출 급증에 기인한다. 


해외 전기차 수출시장 격전지로 중국, 일본, 미국간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동남아의 인도네시아와 태국, 중남미의 브라질과 멕시코,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즈스탄 등이다. 일본 내연차가 지배하던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는 중국 전기차 기지가 들어설 움직임이 엿보이며, 브라질과 키르기즈스탄의 경우 중국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멕시코를 미국 시장 우회 진출을 위한 중남미 전기차 생산 기지로 삼았다. 


바이든정부의 중국 커넥티드카 국가안보 조사는 멕시코로 우회하는 중국 전기차 수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결론


충전인프라 부족, 안전 가격문제 등으로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겠으나, 동시에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앞당겨지는 신호도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가 전동화 전환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모든 차의 전기차 전환보다는 인기가 많은 하이브리드차 투입을 통해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계획은 축소하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즈 벤츠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늘리려고 했던 시점을 본래 2025년에서 5년뒤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는 올해 전기차 생산 목표치가 40만대였으나 20만-30만대로 축소했다. 

 

전기차 시장 변화 속에 중국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점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1단계로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을 선점한 이후 2단계 일본 호주 유럽으로 넓혀가고 있다. 

 

2022년 5만 5656대에서 2023년 24만 2759대로 중국외 시장 판매량을 4배 넘게 늘린 BYD는 2030년 해외 15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BYD의 한국 전기승용차 시장 진출이 불러올 파장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올해 환경부는 LFP배터리의 경우 재활용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보조금을 대폭 삭감했다. 보조금을 상쇄하기 위해선 BYD가 국내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해야 하지만,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에서 BYD가 예상보다 가격 전략을 공격적으로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스리랑카의 부도사태나 부채를 갚지 못해 중국으로 인프라 소유권이 이전되는 등 일대일로의 위험성을 부각하고 애써 평가 절하하는 경우도 있으나, 개발도상국의 일대일로 의존은 앞으로도 여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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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ria Daniela Sanchez-Lopez, “Geopolitics of the Li-ion Battery Value Chain and the Lithium Triangle in South America,” Latin American Policy, Vol. 14 (2024), pp. 22-45.

2) 박영우, “하이브리드차 타고 질주 . . . 토요타, 일본 시총 기록깼다,” 『중앙경제』 2024.1.29

3) 하이브리드카는 크게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PHEV)’와 ‘하이브리드전기차(HEV)’ 두 종류로 나뉜다. PHEV는 순수전기차를 내연기관이 보조하는 성격이고, HEV는 내연기관차를 전기모터가 보조하는개념이다. 하이브리드 판매량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유형은 HEV다. 대부분 시장조사 기관에서는 HEV와 PHEV를 묶어 ‘하이브리드’라는 단일범주로 분류하는 추세다.

4) 오현우, “노조표심 얻으려 . . . 전기차 전환 미루는 바이든,” 『한국경제』 2024.2.19

5) 김진원 빈난새, “미 전기차 속도조절,” 『한국경제』 2024.2.28

6) 박영우, “하이브리드차 타고 질주 . . . 토요타, 일본 시총 기록깼다,” 『중앙경제』 2024.1.29


[참고문헌]

Sanchez-Lopez, Maria Daniela, “Geopolitics of the Li-ion Battery Value Chain and the Lithium Triangle in South America,” Latin American Policy, Vol. 14 (2024), pp. 22-45.

김진원 빈난새, “미 전기차 속도조절,” 『한국경제』 2024.2.28

박영우, “하이브리드차 타고 질주 . . . 토요타, 일본 시총 기록깼다,” 『중앙경제』 2024.1.29.

오현우, “노조표심 얻으려 . . . 전기차 전환 미루는 바이든,” 『한국경제』 202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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