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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미중관계 전망
전가림 소속/직책 : 호서대학교 교수 2024-12-05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2024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미국 대통령 선거 사상 초유의 박빙 승부를 예상했던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공화당 후보 트럼프가 초반부터 경합주에서 민주당 후보 해리스를 누른 압도적인 승리였다. 아울러 공화당도 상·하원에서 승리하면서 레드웨이브(Red wave)가 현실화됐다. 이번 미국 대선은 ‘경제적 현실’과 ‘이념적 가치’의 대결을 생생하게 보여준 선거였다.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이 역사적 우연으로 여겨졌다면, 2024년 그의 재선은 미국 역사와 정치의 필연적 결과로 간주되는 동시에, 미국 정치가 보수주의로의 본격적인 회귀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트럼프의 재선은 미국 근현대사에서 새로운 기록이자 미국 정치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복귀는 많은 국가들에게 ‘늑대가 돌아 왔다“는 이야기가 현실화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한편 국제사회는 내년 1월까지 트럼프 취임 이후의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도 지금부터 트럼프가 취임하는 기간 동안 미중관계의 또 다른 동요 가능성에 대비해 내정과 외교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매우 분주한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승리와 보수의 공고화
트럼프에 대한 평가는 매우 극단적으로 나뉜다. ‘미국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일부 언론들의 잇단 혹평에도 트럼프가 당당히 백안관 재입성을 확정지울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경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고금리 등으로 민생이 어려워졌다는 호소가 바이든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귀결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해리스 후보는 민주당의 텃밭으로 알려졌던 러스트벨트(Rust Belt: 북동부 공업지대)의 유권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고 그들은 트럼프에게 몰표를 주었다.
또한 집권 1기부터(2016~2020) 트럼프가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던 자국 우선주의가 또 한번 빛을 발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는 보수 진영의 구호가 진보 진영에서도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관세를 높여 중국과 유럽을 압박하고, 해외 기업들에게 약속했던 반도체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공약 등이 무당층과 부동층 유권자를 대거 흡수했다. 심지어 국경에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을 뿌리 뽑겠다는 정책도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셋째, 바이든 집권 이후, 수년째 해결하지 못하고 미국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을 해결하고 중국과의 파워게임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권자들을 움직였다. 뿐만 아니라, 유세 중 피격 후에도 ‘Fight’를 외친 트럼프에게서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허둥대며 달아나듯 철수하는 미군의 모습을 본 미국인들은 마초형(型) 지도자를 원했을 것이다. 트럼프는 노련한 정치인으로 인식되었고, 이는 마초형 지도자로 각인되기 충분했다. 반면 뚜렷한 정견도 없고 민주당의 실정(失政)과 정국 분위기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해리스는 민주와 인권, 자유와 다양성 등의 개념을 강조하는 연이은 패착으로 자멸하였다.
그리고 3번에 걸친 도전임에도 ‘샤이 트럼프(Shy Trump: 드러내지 않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는 트럼프를 외면하지 않았다. ‘샤인 트럼프’가 ‘히든 해리스(Hidden Harris: 숨은 해리스 지지자)’를 압도했는데, 그 이면에 나타난 또 다른 ‘수용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선 이번 대선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부적절한 언행보다는 현시적 이해관계에 더욱 집중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즉, ‘수용의 문제’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경제적 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2017년 ‘러시아 스캔들’ 등이 터지자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35%까지 하락했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그 문제는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트럼프의 막말과 거짓말, 행정과 외교의 폭주 기관차 그리고 각종 사법리스크 등이 반복되었지만 선거의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민 출신은 아니지만 그의 경제, 정치, 각종 권리에 대한 견해는 대중에 친숙하게 다가갔으며 서민 계층에서도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다음으로 지적할 수 있는 ‘수용의 문제’는 인식상의 수용과 관련한 문제다. 미국은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국가이지만 유권자들은 아직도 ‘흑인 여성 대통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국내외적 정세도 무관하지 않겠지만 트럼프는 지난 3차례의 대선 도전에서 2차례 모두 여성 후보와의 경쟁에서 이겼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흑인 남성들이 해리스에 등을 돌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대선은 흑인 여성 최초의 대권 도전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있었지만 미국 정치의 벽이 아직 높다는 점을 재입증했다. 또한 바이든의 재선 포기(7월 중순)로 대선을 준비할 기간이 부족했다는 점과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와 책임에 있어 자유롭지 않았다는 점도 해리스의 패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대선으로 미국은 여전히 분열되어 있지만 현재 공화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주의적 합의’가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음이 증명됐다. 향후 2년간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4년 내에 설득력 있는 정책 강령을 제시하고 중도층 및 보수적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바꿔 말해, 미국 정치의 양극화는 여전히 심각하지만 이러한 분열이 정치적 진화와 경제적 위기 속에서 ‘보수주의적 해법’으로 수렴되었다고 평가된다. 공화당은 현재 압도적인 정치적 우위를 차지했고 향후 4년간 치명적인 정책 실패가 없는 한, 2028년에도 집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모든 정치는 국내정치의 연장
“모든 정치는 지역정치(All politics is local)”란 말처럼 국제정치는 결국 각국의 국내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다. 외교정책의 다양한 측면은 궁극적으로 국내정치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미중관계의 근본적 논리 역시 국내정치로부터 시작되고 반복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영향을 주고 받게 된다. 특히 공화당과 보수주의의 재부상, 나아가 잠재적인 장기 집권 가능성은 미중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8년 전, 트럼프의 첫 임기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미국 민주주의의 부조리와 취약함을 비웃었다면 이번 재선은 세계 각국 정부가 더 이상 이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의 재선이 미국 국내정치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에도 중대한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의 재선이 미중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현실적인 근거는 미중관계가 폭풍전야에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가 2020년 대선 연임에 실패한 것에 대해 여전히 강한 불만을 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없었다면 당시 그의 재선은 거의 확실했을 것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여전히 팬테믹으로 인한 정치적 후과를 중국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고 판단하며, 이러한 요인이 향후 미중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의 이러한 인식이 그의 대중정책에 반영될 경우 양국관계는 적잖은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까닭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2기는 베이징에게 ‘악몽’일까?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중국에 대해 크게 언급하지 않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중국 인식이 일정한 공감대로 수렴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예상했던 중국 관련 의제가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제시한 관세 문제가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트럼프는 모든 중국산 대미 수출품에 대해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대만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대만에 진입한다면 중국산 제품에 150~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물론 트럼프는 시진핑 주석에 대해 ‘유능한 지도자’이며 ‘오랜 친구’란 말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의 당선은 ‘불확실성 시대의 도래’로 표현되나, 트럼프 2.0 체제가 중국에 더 큰 압박을 가할 것이란 점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관세 공약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미중 무역은 심각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고 이는 양국 간의 무역이 사실상 단절되는 것과 다음없다는 점에서 ‘디리스킹(derisking)’에서 ‘디커플링(decoupling)’으로의 이행을 의미하기도 한다.
트럼프 1기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재임하며 미중 무역전쟁을 주도했던 인물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는 미중 경제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주장한 바 있다. 만약 그가 다시 무역대표로 복귀한다면 고율관세 외에도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철회를 제언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파들은 경제적으로 미중 디커플링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술적으로도 광범위한 탈동조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작은 울타리, 높은 담장(small yard, high fence: 맞춤형 디커플링 정책)’ 전략이 ‘큰 울타리, 높은 담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국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 제한이 고급 칩(chip) 판매 금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범용 칩 조차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교적으로는 중국과의 접촉을 축소하며 대만, 북한 등의 안보문제에서 중국과의 대립을 더욱 심화시키며 양국 간 인문 교류에 대한 제약을 강화하고 민간 교류의 축소 등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미국이 다른 분야나 지역에서 전선을 축소할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경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점은 자명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선을 볼 때, 대부분 초강경 대중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취할 것이란 점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중국과의 경쟁을 한층 강화하며 다양한 각도와 차원에서 중국을 봉쇄하고 억제하려는 시도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한 태세’로 간주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평가까지 불과 2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과 정권의 재창출을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중관계는 향후 4년간 큰 폭의 변동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긴장 고조와 갈등 심화에 따른 위기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양국 간 글로벌 거버넌스와 양자 관계에서의 협력은 분야와 의제 면에서 상당한 제한요인이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도 이를 예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에게 보낸 축전에서 “미중이 협력하면 상호 이익이 되고 대립하면 양국 모두에 피해를 입게 된다”며,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미중관계가 양국의 공동 이익과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양측이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상생의 원칙을 견지하며 대화를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며 상호 이익을 확대하는 협력을 모색하기 희망한다”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미중관계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의 축전은 베이징 당국이 대미 관계에서 일관되게 견지해온 입장과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국제 여론이 트럼프의 당선이 중국에 더 불리할 것으로 보는 시점에서 “협력하면 상호 이익이 되고, 대립하면 양국 모두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일종의 경고성 의미로 파악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고율 관세와 기술 봉쇄 등에 강경책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고 전방위적 대립을 추구한다면 중국도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을 수출 통제 대상에 넣었고 세계 여론의 동정을 살피며 전략 물자 리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개발도상국들의 맹주를 자처하며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시장을 다변화해왔다는 점과 고율 관세에 대응한 보복조치 등도 마련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중국 관영 언론과 일부 강경파 학자들은 트럼프의 복귀를 겉으로 위협적이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며, 첫 번째 임기 때 사용해던 방식을 반복할 뿐이라 평가절하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동안 중국과 다른 나라들은 그의 예상밖 당선에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트럼프가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며 무역전쟁과 기술전쟁을 촉발시켰던 것에 충격을 받았고 바이든 4년 동안 관세정책과 수출 통제, 금융 제재 및 지정학적 압박과 봉쇄 속에서도 중국 경제는 붕괴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오히려 화웨이(華為)를 대표로 한 기술 기업과 드론, 태양광 패널, 그래핀(graphene), 고속철도와 전기자동차 및 리튬 배터리 등 핵심 기술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관점에서 미국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당국이 강조하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대비(底線思維)’1)란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 2기에 나타날 최혜국 대우 철회와 고율 관세 부과 등으로 인한 미중 무역 중단 가능성에도 중국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평가다.2) 현재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5,750억 달러(약 813조 3,300억 원) 중 상품 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로 인한 중국의 GDP 손실은 약 2.6%포인트에 불과하다고 추정한다. 이는 전체 GDP 대비 비중이 크지 않아 중국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란 분석으로, 중국 경제의 회복력과 대응력을 강조한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민중이 감내해야 할 대가를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대비(底線思維)’를 전제로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 접근과 분석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정부의 정책 집행 과정에서 이러한 파국을 예방 혹은 방지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란 점에서 매우 비현실적인 관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작금의 중국 경제 상황이 코로나19 이전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도 간과했다. 미중관계가 디커풀링할 경우 이는 단순히 미국과의 무역 손실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중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인 아세안과 EU 등 다른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중국과의 무역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국의 일부 관변 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들 국가와의 무역을 강화해 대미 무역 손실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전망은 지나치게 순진한 판단이다. 더욱이 이러한 경제적 손실은 중국 내 산업, 기업, 시장 그리고 인민들의 심리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홀시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 상황은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요소에 구조적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결과란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요즘 중국 현지에서 경제적 상황을 설명할 때, 항상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서...”란 표현을 머리말로 쓰는 것도 이로 인해 파생된 사회적, 정치적 불안정성과 각종 상흔(Trauma)이 내재되어 있음을 방증한다. 금년 9월 하순부터 7차례에 걸쳐 연이어 발표한 경기 부양책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의의 몇몇 조치에도 시장이 미온적 반응을 보인 까닭도 중국 당국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욱 강력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고 완고한 입장을 견지하더라도 트럼프가 관세 위협을 현실화한다면 중국 당국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특히 내수를 활성화하고 중국 경제를 수출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집중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간 결단하지 못했던 경제개혁의 신속한 추진이 불가피하다.
미국도 취임 초기 이민 등 국내 문제를 우선 처리해야 함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즉각적인 관세 인상과 최혜국 대우 철회와 같은 조치 등은 바로 취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높은 인플레이션을 배경으로 당선되었다는 점에서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상승을 초래하여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의 핵심 이익과 직결된 인권과 대만문제 및 경제·기술문제를 활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참고로 지난 11월 15일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대만문제와 민주·인권, 제도(체제)와 발전 권리를 4대 레인라인으로 상정하고 이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중국의 대응 전략
중국은 다가오는 관세 전쟁에 대해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미중 무역의 불균형, 미국과의 동등한 규모의 시장 부재 및 충분한 보복 수단의 부족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관세 제재에 대해 실제로는 상당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된 대응전략을 살펴보면, 대체로 비대칭적인 방식과 수단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대응방안으로는 ▲비관세 장벽 강화, ▲미국 기업에 대한 조사 및 제재, ▲대체 시장 및 공급망 확보와 환율 조정, ▲국내 소비 촉진 및 산업 업그레이드, ▲기술자립과 혁신강화, ▲외교적 다변화 등이 제시되고 있다.
트럼프 1기 동안 미중 무역전쟁에서 베이징은 초기에 미국과 대등한 강도로 반격에 나선 바 있다. 미국이 중국산 상품에 대해 일정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도 동일한 규모로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했지만, 미국이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규모를 확대하자 베이징은 동일한 규모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은 동일 비율 대응 전략으로 전환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구조적 불리한 입장임을 인식함에 따라 베이징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주요 원자재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실시하여 미국의 제조업, 특히 첨단 기술산업에 타격을 가하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중국은 이를 “뱀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打蛇打七寸)”이라 표현하며, 미국 경제의 핵심 분야를 겨냥해 중국이 보유한 전략적 자원을 활용한 대응(시도)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으로 미국에 압박을 가할 수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자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기에 트럼프 2기에는 보다 정교하게 설계되고 신중한 조치(정책)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당국이 취할 다양한 비대칭적 대응 전략으로는 ▲미국산 제품 관세 부과 및 농산물 수입 중단, ▲원자재 수출 통제 강화, ▲‘불신 기업 리스트’를 통한 제재 및 미국 국채 매각, ▲제3국 시장 개척 및 강화 전략, ▲위안화(RMB) 가치조정과 역내 경제협력 확대, ▲일대일로를 통한 투자 확대, ▲서방 국가에 대한 일방적 시장 개방, ▲기술 봉쇄에 대응한 ‘신국가체제’3)활용, ▲EU 및 서방국가와의 경제 협력 강화, ▲내수 시장 확대를 통한 간접 대응, ▲대규모 부양책과 구조적 제도 개혁,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및 현상 변경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은 다양한 비대칭 대응 전략에 고려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런 점도 없지 않다. 우선 수많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재정적 부담을 초래하고 있어 투자 확대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환율 절하 역시 수출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외환 시장 불안정과 자본 유출 가능성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 그리고 미국 역시 중국의 제3국 시장 개척 전략에 맞서 해당 지역에서의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이나 현상변경이라는 극단적 수단은 경제 자구책과 구조개혁이 충분한 실효적 성과를 보이지 않거나, 무역과 기술 디커플링의 불가피성, 전략적 전환 필요성 및 국내적 통합이 필요할 경우 선택될 수 있는 최후의 전략적 카드라 판단된다. 그러나 이는 미중관계와 글로벌 질서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핵심이익을 사수하기 위해 어떤 수단도 불사할 준비가 된 임계점에서만 시행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이 사용하는 방식(관세 압박 등)에 동일하게 맞서기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비대칭적 혼합 전술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즉, 단순히 관세 보복에만 의존하지 않고 경제, 외교, 기술, 군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각종 수단과 전략을 병합하는 식(式)의 ‘혼합전술’로 대응할 것이기에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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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底線思維’와 관련해서는 다음 자료들을 참조할 것. “習近平談底線思維”,共產黨網, https://www.12371.cn/2019/01/30/ARTI1548832293162258.shtml (검색일: 2024.11.05.); 學習習近平總書記關於思維方式的重要論述-“習近平總書記輪底線思維”, 中國共產黨新聞網,http://theory.people.com.cn/n1/2023/0822/c40531-40061461.html (검색일: 2024.11.16.); “總是底線思維是中國共產黨的優良傳統”, 求是網,http://www.qstheory.cn/laigao/ycjx/2023-11/29/c_1129996666.htm (검색일: 2024.11.21.)
2) 智庫聲音:特朗普回歸,影響幾何?如何應對?,人大重陽網, http://rdcy.ruc.edu.cn/zw/jszy/rdcy/grzl_rdcy/8e7e21c257ab40c0b378dd85a023de83.htm (검색일: 2024.11.24.)
3) ‘신국가체제(新舉國體制)’는 국가 주도의 자원 배분과 연구개발 체계를 통해 첨단 기술 분야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최근 들어, 중국은 신국가체제를 활용한 기술 개발 및 자주 혁신 역량 강화를 특히 더 강조하고 있으며, 주로 반도체, 인공지능(AI), 신소재, 배터리 기술 등 전략 핵심 기술 분야에서 국가적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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