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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호철 소속/직책 :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 명예교수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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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통설은 중국이 조만간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것이었다. 2030년대에는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의 경제력을 따라잡아 추월이 시작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었다. 이러한 통설은 OECD, World Bank, The Economist, 골드만 삭스, 일본경제연구센터, 인민대학 중양금융연구원 등이 주도하였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통설을 주도해왔던 전문기관이나 연구기관, 국제기구들이 추월 시점을 연기하거나 2050년까지 추월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수정된 보고서들을 내놓고 있다. The Economist나 미국의 로위연구소는 2050년까지 추월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35년까지 추월은 실현되지 않는다는 수정된 보고서를 발표했다. S&P Global은 중국이 5% 정도의 성장률을 지속하다면 2038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3% 정도로 하락한다면 2068년에나 추월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1) IMF는 중국의 성장률이 2027년부터 3% 대로 둔화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2) 그렇다면 2050년까지 중국의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문기관들이 중국의 추월 시점을 연기하거나 2050년까지 추월은 실현되지 않는다는 수정된 전망을 내놓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는 국내정치적 요인, 국제정치적 요인, 중국식 성장모델의 불가피한 결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의 역행
지난 10여년간 시진핑의 중국은 ‘개혁의 역행’이라 할 수 있는 일련의 조치들을 추진하였다. ‘국진민퇴’(國進民退) 기조하에 국유기업을 다시 강화하고 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등 사회주의 생산방식으로 회귀하는 노선을 추진해왔다. 실제 시진핑체제가 출범하기 전인 2010년 국유기업이 담당했던 GDP 비율은 20%까지 감소해왔으나 시진핑체제 2기가 출범한 후 2019년에는 다시 32%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사유기업과 외자기업의 GDP 기여 비율은 77%에서 67%로 감소했다.3) 개혁의 역행을 확인할 수 있는 변화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핵심은 ‘시장화’와 ‘사유화’였다. 시장화와 사유화가 비록 중국 공산당의 이념과 모순되는 측면이 있으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시진핑체제는 이러한 이념적 모순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사회주의식 생산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의 성장동력에 스스로 제동을 거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정부와 국유기업의 과잉투자, 과잉생산에 따른 투자주도 성장이 한계에 이른 점, 1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전개되면서 수출주도 성장 또한 한계에 이른 점, 미중간 전략경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요인들 또한 중국의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5% 정도의 성장을 유지하여 미국을 따라잡고 ‘중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개혁의 복구
지난 2월 17일 시진핑 주석은 민영기업 좌담회에 참석했다. 이 좌담회에는 중국 스마트폰 1위 업체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급부상한 유니트리의 왕싱싱 회장, 네트워크 장비회사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을 이끄는 쩡위친 회장, 중국 대표 이미지센서 반도체 기업 웨이얼 반도체의 위런룽 창업자, 딥시크의 량원펑 CEO 등이 참석했다. 중국의 대표 빅테크 기업 창업자와 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민영기업이 중국 경제발전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고 “혁신과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CCTV는 “중국 민영경제의 미래 방향과 정부 지원 방안을 논의한 중요한 자리였다”고 보도했다.4)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기조 하에 국유기업을 강화하고 민영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왔던 시진핑 지도부가 민영기업 빅테크 CEO들을 불러모아 그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정부지원을 약속한 것은 지금까지의 기조에서 볼 때 이례적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식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크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 등 미국 빅테크 창업자, CEO들을 대거 초청하여 AI를 비롯한 빅테크에 대한 새 행정부의 의지를 과시했다. 중국의 민영기업 좌담회는 일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빅테크 취임식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최근 중국경제의 생산성 하락, 성장둔화, 5%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정책목표 등에 직면해서 그 동안 시진핑 지도부가 밀어부쳤던 사회주의 생산방식으로의 회귀를 다시 궤도 수정하는 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다른 한편, 지난 3월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은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을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중국발전포럼(CDF)과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 CEO 30여명이 참석했다. 독일 자동차 업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특송업체 페덱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 미국 제약사 화이자,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덴마크 해운기업 머스크,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참석했다.5)
이 회견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외국 기업인들에게 이상적이고 안전하며 유망한 투자처”이며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외자기업들에 법에 따라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개혁개방을 진전시키고자 확고하게 전념하고 있으며, 개방의 문은 더 넓게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관세전쟁과 관련해 “다른 사람의 길을 막는 것은 결국 자신의 길만 막을 뿐이다, 다른 사람의 불빛을 끄는 것으로 자신의 불빛이 밝아지지 않는다”고 언급하고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호혜·윈윈으로 중국은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상생의 원칙에 따라 중미관계를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6)
외국기업 투자 감소, 중국의 성장 둔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에 직면해서 시진핑 주석은 글로벌 기업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차별적 조치들을 제거해서 개혁개방을 확대하고 강화한다는 정책전환의 의지를 밝힌 것이다. 중국 국내의 대표적인 빅테크 CEO들에 이어 글로벌 기업 CEO들과의 회견을 통해 시진핑 지도부는 지금까지의 사회주의식 생산으로의 회귀를 되돌려 개혁개방을 가속화함으로써 성장의 둔화를 넘어선다는 정책전환의 의지를 밝힌 것이다.
관세의 역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하자 마자 중국과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폭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2월 4일 펜타닐을 이유로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 발표를 시작으로 일반관세, 상호관세, 품목별 관세, 보복관세 등이 즉흥적으로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4월 2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70여개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와 다른 국가들에 대한 10% 일반관세가 발표되었다. 중국에는 34%, 한국에는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되었다. 베트남, 캄보디아에 각각 46%, 49%의 높은 상호관세율을 부과했다. 이는 중국의 우회수출이 베트남, 캄보디아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상호관세율은 미국의 무역적자에 비례해서 산정되었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많이 누린 국가일수록 높은 상호관세율을 부과하여 그동안 “갈취당한” 무역적자를 되찾아온다는 것이다.
상호관세가 부과되자 미국의 주가는 급락했다. 더구나 미국 국채에 대한 투매가 나타나고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미국의 연방 부채는 35조 4600억 달러에 달하고, 작년 국채 이자만 1조 1330억 달러가 나갔다.7) 여기에 달러화까지 약세로 돌아서면 연방정부의 재정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4월 9일 중국을 제외하고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시켰다. 또한 4월 11일에는 휴대폰, 노트북, 하드 드라이브,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 칩, 평면 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관세 면제를 발표했다.8) 관세 부과로 이들 전자제품들에 대한 가격인상이 예상되고, 이에 따른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관세 면제 조치로 중국산 수입의 약 22%가 벌써 미국에 의해 열외 처리되었다. 신중하지 못하고 즉흥적인 관세폭탄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였다.
미국과 중국은 치고 받기 식으로 관세폭탄을 주고받아 현재 미국은 145%, 중국은 125% 관세부과를 발표하였다. 이 정도 높은 수준의 관세라면 미중무역은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협상을 통해 상호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관세 수준은 합의점을 찾아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캠페인으로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모한 관세폭탄으로 오히려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역설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4월 14일부터 18일까지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각각 방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에 대응해서 이들 3개국, 그리고 아세안 전체와의 공동대응, 공동협력을 모색했다. 중국은 또한 오는 7월 EU 지도부와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흔들리고 있는 국제무역질서를 안정화시키고 양자간 무역을 증대하는 방안이 모색될 것이다. 한중일 경제통상장관은 지난달 30일 5년여 만에 3국 통상장관 회의를 개최했고,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흔들어 놓은 자유주의 무역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주도함으로써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최근 시진핑 지도부가 보이고 있는 개혁개방을 정상궤도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중국경제의 성장동력을 다시 점화시킨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은 역설적으로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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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이호철, 『추월은 없다: 미중관계의 미래와 한국』 (서울: 사회평론아카데미, 2025), 86~115 참조.
2) https://www.imf.org/external/datamapper/NGDP_RPCH@WEO/CHN/USA .
3) Hochul Lee, “A Dilemma of Success: The Reform Path of State-Owned Enterprises in China,” Asian Perspective, vol. 46, no. 3 (Summer 2022), 457.
4) 강경주, 오현우, “트럼프 보란듯…시진핑, 中 빅테크 수장들 불러모아 勢 과시”, 『한경』 (2025년 2월 17일),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21713531.
5) 민나리, “시진핑, 이재용·곽노정 만났다…글로벌 CEO들 접견”, 『서울신문』 (2025년 3월 28일).
6) 민나리, 위 기사.
7) 황정일, “미국 믿음을 잃다…독이 된 트럼프 관세”, 『중앙선데이』 (2025.04.1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8046.
8) 이상은, “'아이폰 민심' 두려웠나…폭주하던 트럼프 한 발 물러섰다”, 『한경』 (2024.04.13),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4137568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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