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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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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반도체+IT 산업’과 ‘AI 생태계’ 전망 - 글로벌 생태계를 중심으로

김진호 소속/직책 :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 교수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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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이공계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대만의 반도체 및 관련 산업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되었다. 대만의 성공 사례를 통해 반도체-IT-AI 산업이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정부-대학-기업의 성공적인 협력 모델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GSC) 형성 과정과 내용을 알아본 것이다.

1. 대만 반도체 산업의 태동: 정부 주도와 선구적인 도전

대만 반도체 산업의 역사는 1973년 신주(新竹) 과학단지에 설립된 ‘공업기술연구원(ITRI)’1)에서 시작된다. 정부 주도로 설립된 ITRI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요람이었고, 인근 국립교통대학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발전하였다. 그리고 1976년에는 미국 RCA와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여 핵심 인재 19명을 파견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는데2), 이러한 선제적인 노력은 훗날 대만이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초석이 되었다.

1987년, 대만 정부와 당시 ITRI 원장으로 초빙한 모리스 창(張忠謀, Morris Chang)3)의 협력으로 설립된 회사가 TSMC다. 그의 혜안에 따라 반도체 설계는 하지 않고 위탁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Foundry)4) 모델에 집중했다. 초기에는 주문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 혁신적인 사업 모델은 팹리스(Fabless) 기업들의 성장에 발맞춰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며 TSMC를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으로 이끌었다.

2. 성공의 비결: 정부-대학-기업의 유기적 협력과 인재 양성

2020년대 세계 반도체의 핵심 허브가 된 대만의 경쟁력은 정부, 기업, 대학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이룬 성과로,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는 정부의 꾸준한 정책 지원으로 대만 정부는 '산업 혁신 전환', '반도체 인재 양성 계획' 등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정책을 순서대로 추진하며 AI,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 제조와 같은 미래 산업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둘째는 교육과 인재 양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로 교육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인데, 제조업에 숙련된 풍부한 인적 자원은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특히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은 국립대만대학교(NTU)의 전공별 학생 비율에서도 잘 드러난다. 2023년 기준 NTU의 공과대학 및 전기컴퓨터공학과 학생 수는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 반면, 인문·사회과학대학 학생은 10~15% 수준이다. 그리고 셋째는 현장 중심의 긴밀한 산학협력인데, TSMC, MediaTek과 같은 기업들은 현재 대학 내에 공동 연구소를 설립하고, 학생들에게 인턴십과 특별 연구 기회를 제공하며 현장 맞춤형 인재를 직접 양성하고 있다. 또한, 대학은 실용 교육을 중시하기에 국립대만과학기술대학교 등 다수의 과학기술대학 등도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실전형 인재를 기르기 위해 더욱 실용적이고 응용적인 공학 교육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또한 반도체 관련 학과의 국제화로 많은 공과대학이 영어 전용 강의를 개설하고 해외 대학과 복수 학위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국제적 감각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가 국제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 자본, 정부의 행정력, 그리고 시장을 정확히 읽는 기업가 정신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것이 대만 성공의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다.

3.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AI 시대의 대만과 한국

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은 대만 반도체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TSMC를 중심으로 한 첨단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만은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에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약 40%를 공급하는 핵심 허브로 자리 잡았다. 또한, 한국과 대만은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상호 보완적인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메모리 반도체를 대만에 수출하고, 이것은 대만 TSMC의 최첨단 패키징 공정을 통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칩 등으로 완성되어 다시 전 세계로 공급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 구조 덕분에 2023년 한국의 대(對)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양국은 AI 시대의 핵심 공급망에서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현재 반도체 생태계가 완성된 대만은 지금 반도체 장비 및 소재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클러스터를 더욱 강화하여 공급망 안정을 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대만이 ‘반도체-IT-AI’를 연계하여 발전시키려는 국가 전략이다.

4. 결론: AI 시대, 우리가 나아갈 길

반도체 산업은 AI 시대를 떠받치는 기반이며, 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전제 조건이다. 대만의 사례는 성공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히 보여준다. 반도체와 AI 산업은 단순히 개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자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AI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고품질 데이터 확보, 초고속 통신망 등 AI 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도 필요한데, 반도체 생태계에서 독립된 상태로 발전하기는 어렵다. 또한, 인재 양성과 산업 인프라의 동반 성장이 필요한데, 체계적인 전문 인재 양성이 산업 인프라 확충과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기술 장벽을 넘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초 인프라 투자 확대, 규제 개혁, 전략적 인재 양성을 통해 생태계 조성을 이끌어야 한다. 기업은 과감한 기술 혁신과 글로벌 협력을 통해 시장을 창출하고, 대학은 산학협력을 통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현재 미국, 대만, 중국 모두가 정부-기업-대학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술 패권을 확보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우리 역시 장기적인 비전과 로드맵 아래 정책, 교육, 산업 전략을 통합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진호)5)

(더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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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공업기술연구원(ITRI, Industrial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은 1973년 대만 경제부(MOEA)의 지원으로 설립된 비영리 연구개발 기관. 대만의 산업 고도화와 기술 자립을 목표로 출범했으며, 대만 반도체 산업의 산실 역할을 했다.
2) RCA 프로젝트는 1976년, 대만 ITRI가 미국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와 IC(집적회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한 프로젝트. 이를 통해 대만은 반도체 설계, 제조, 장비 운용 등 핵심 기술을 단기간에 습득하며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결정적 전환점을 맞았다.
3) 모리스 창(張忠謀, Morris Chang)은 TSMC의 창립자이자 전 회장.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부사장 출신으로, 1985년 대만 정부의 요청으로 ITRI 원장을 맡았다. 1987년 TSMC를 설립하며 세계 최초의 '순수 파운드리' 모델을 도입,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로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로 불린다.
4)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으로부터 설계 도면을 받아 반도체 칩 생산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위탁 생산 기업. 설계와 생산을 분리하는 수평적 분업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
5) 단국대학교, 홍콩 중문대학과 주해대학, 국립 마카오대학과 북경대학에서 수학했고, ㈜범양사 수출부 과장·대만 소장 그리고 LG건설 대만 법인장·지사장을 엮임 했고, 현재 단국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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