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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세미나]중국의 부동산 가격과 원저우 부동산 투기단

최보연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연구원 2010-06-30

지난 4월, 중국 국무원은 부동산 투기 억제 및 시장 가격 안정을 목표로 다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신국10조(新國10條)’를 발표하였다. 올 초 1가구 2주택 대출 규제 강화, 주택 용지 공급 관리감독 강화, 부동산이 非주요 사업인 중앙기업에 대한 사업 철수를 요구한 것에 이은 초 강력 조치이다. 


 5월에 발표된 중국 70개 도시 주택 판매 가격 지수를 살펴 보면 중국 정부가 왜 이렇게 집 값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지 짐작 할만 하다. 


 1-4월까지 중국 주택 가격은 전년동기대비 평균 12.8%나 상승하였다. 그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한 지역은 2009년 국제관광특구로 지정되어 투기수요가 대거 몰린 하이난(海南)성 하이커우(海口)로, 무려 53.3%나 급등했다.


표 1. 주택 판매 가격 상승 지역 TOP 5


 이러한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을 조장하는 가장 큰 주범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원저우차오팡퇀(溫州炒房團, 원저우인으로 구성된 부동산 투기단)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투기 세력이다. 이번 규제책에서 투기억제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투기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높은 강도의 규제책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베이징의 경우, 비거주민에 대한 부동산 매입을 아예 금지하여 투기세력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였다.


 그렇다면 원저우 부동산투기단은 어떤 집단일까?


 저장(浙江)성 동남쪽에 위치한 원저우 지역 상인들로 구성된 원저우 부동산 투기단은 중국 내에서 가장 조직적이고 오래된 부동산 투기세력으로 꼽힌다. 원저우는 지형이 좋지 않아 인구에 비해 농지가 매우 적어 예로부터 토지자원이 부족한 지역이었다. 때문에 많은 농민들이 살 길을 찾아 다양한 상업에 종사하면서 농업에만 종사하는 다른 지역 농민에 비해 많은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다. 토지개혁이 시작되면서, 장사에 밝은 원저우 상인들은 점차 부동산 투자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고, 이미 축적된 자본으로 원저우, 항저우는 물론 상하이로, 베이징으로, 하이난으로 발을 넓히면서, 원저우 부동산 투기단은 디왕 (地王, 가장 비싼 부동산지역)의 배후로 지목되는 대표적인 투기세력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또 한가지 원저우 부동산 투기단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는 원저우 상인들의 전통적인 사업 관습에서 찾을 수 있다. 원저우 상인들은 좋은 사업 기회가 포착되면 가족 친지 등과 함께 단체로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성향이 강해, 한 번에 몇 백만 위안 단위의 자본을 동원할 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막대한 자본 동원 능력이 부동산 투기단을 비롯, 원저우 석탄 투기단(炒媒團), 원저우 금 투기단(炒金團) 등을 만들어내며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으로 시장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저우 부동산 투기단은 부동산 시장에 어떻게 개입하고 있으며,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을까?


  중국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매우 빈약하고 불균형한 재정수입 구조를 지니고 있다. 특히 상당수가 국유토지의 사용권을 부동산개발상이나, 기업, 개인에게 양도 할 때 발생하는 토지출양금(土地出讓金)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과 지역 경제는 매우 긴밀하게 얽혀 있다. 베이징시의 경우 토지출양금이 전체 재정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5.8%에 달하며, 중국 대부분의 도시가 절반이상의 재정수입을 토지출양금에 의존하고 있다. 쉽게 말해, 부동산 개발이 부진하면 토지출양금을 통해 얻는 지방정부의 재정수입이 줄어 들고, 재정수입이 줄어 들면 그 만큼 사회보장성 주택 개발과 같은 공공사업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또한 지방정부가 지역 부동산 투기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중앙의 정책이 번번히 실패로 돌아 갔다는 ‘지방정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방정부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관련부서가 아무리 토지를 싼 값에 공급하더라도 부동산개발상이 소비자에게 비싸게 판매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주택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특히 서민 주택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부동산 개발상들은 호화주택 건설에만 집중해 실수요에 부합하지 않는 투기성 고가 매물만을 양산해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런 것일까? 바로 이 과정에 ‘원저우 부동산 투기단’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투기단의 역할이 숨겨져 있다.


 흔히들 부동산 투기단의 수익 구조에 대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전 대량 매입해 그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 후, 부동산 가격이 적정선까지 올랐을 때 되파는 단순한 것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導)>에 따르면, 은행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부동산개발상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지닌 부동산 투기단으로부터 고리의 융자를 얻어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단에 소속된 사람들은 개인자격으로 각각 대출을 받기 때문에 정부의 대출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이들은 연 7% 정도의 저리대출을 받아 월 2~5%의 복리 이자를 적용해 부동산개발상에게 융통해준다. 이러한 ‘고리대부업’을 통해 부동산 투기단은 연간 최고 100%에 이르는 이자 수익을 내고 있으며, 이 것이 부동산 투기단의 감춰진 진정한 수익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개발상은 만만치 않은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 최대한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호화주택 건설에 집중하게 되고, 주택 분양 시기에 맞춰서는 다시 한번 부동산 투기단과 결탁, 시장심리를 이용해 집 값이 최대한 상승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으로 주택 실수요층인 서민 소득 수준에 맞는 주택 공급은 점차 줄어들게 되고, 부동산개발상의 이자상환 부담까지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 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과 주택 공급 불안이라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부가 사상 유례없는 초강경 규제책을 발표하며 부동산 가격 억제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물업세(物業稅) 도입, 방산세(房產稅) 징수 범위 확대와 같은 종합적인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논의도 한층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이 △ 경제성장과 민생안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방정부의 딜레마, △ 지방정부의 빈약한 재정구조, △ 부동산개발상과 부동산 투기 세력이 시장에 행사하는 영향력 등, 주택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정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중국 정부의 주택 가격 잡기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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