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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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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치·외교,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주요 이슈에 대한 동향을 정리하여 제공합니다.

[동향세미나]랴오닝성의 조선업

임민경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전문연구원 2010-06-15

동북 3성은 중국 동북지역에 위치한 랴오닝성(遼寧省), 지린성(吉林省), 그리고 헤이룽쟝성(黑龍江省)을 지칭하는데요, 오늘은 중국 동북경제의 중심지인 랴오닝성의 조선업을 주제로 “동북 3성 이모저모”의 첫 포문을 열어 볼까 합니다.


우선 랴오닝성 조선업을 소개하기에 앞서, 중국 조선업 발전사의 길목을 잠시 산책해 볼까요? 중국에서 조선업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명나라 시기 항해가로 이름을 날렸던 정화(鄭和)입니다. 

 

그림1. 정화

출처 : www.image.baidu.com
 


중국에서 조선업의 발전은 당(唐)·송(宋) 시기 본격적인 궤도에 접어들기 시작해, 원(元)·명(明) 시기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정화는 당시 중국 조선술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던 15세기 초 무렵, 동남아시아에서 아프리카 케냐에 이르는 대규모 원정을 수행합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인도양에 진출한 항해가로 이는 콜럼버스보다도 무려 80여년 앞선 기록입니다. 정화는 이제 중국 항해사의 상징이자 중국인의 자부심으로 여겨집니다. 자, 그럼 여기서 그가 남긴 유명한 어구를 인용하며 다음 순서로 넘어가 볼게요.



向海而興、背海而衰
바다를 다스리면 흥하고, 등지면 쇠한다.     <鄭和>



한 때 세계 최고의 조선기술을 자랑하던 중국이지만, 서구 산업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뒤쳐지면서 중국 조선업은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개혁개방 이후, 한국과 일본 등 세계 조선업 강국과 전면적인 경쟁이 불가피해지면서 중국은 자국의 조선업 기술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특히 핵심기술의 부재는 중국 조선업이 당면한 가장 큰 난제였는데요, 이를 두고 랴오닝성 국방과학기술공업판공실(國防科學技術工業辦) 주임이었던 샹관웨이씽(上官煒星)은 “다른 사람의 장기를 빌려 중국산 껍데기만 두른 꼴(自己的殼裝上別人的內臟)” 이라고 비유하기도 하였습니다. 조선업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 없이 그저 중국의 값싼 원자재와 노동력만 무한 제공하는 현실을 탄식한 셈이지요.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중국은 핵심기술 발전만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체적인 조선기술을 연구·개발하는데 총력을 다하게 됩니다. 특히 랴오닝성은 최근 10년 간 중국 조선업 발전의 기지로서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한국에 이어 세계 제 2의 조선강국으로 등극하는데 선봉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림2. 발해만을 접한 랴오닝성

출처 : www.image.baidu.com

 

 
랴오닝성에서 조선업이 발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우선 지정학적 위치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랴오닝성은 동북 3성 중 유일하게 바다를 접하고 있는데요, 그 중 연해도시인 다롄(大連)에는 Sinotrans와 COSCO 같은 중국의 거대 조선해운·물류 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습니다. 장비제조업이 발전한 산업 구조적 특징도 랴오닝성의 조선업 발전을 이끈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3. 중국의 최대 조선업체 Sinotrans 와 COSCO

출처 : www.image.baidu.com
 


2009년「랴오닝성연해경제벨트규획」이 국무원의 비준을 통과하면서 본 규획의 핵심인 “5점 1선(五點一線)” 정책도 국가급으로 격상됩니다. “5점 1선”이란 랴오닝성 연해벨트의 서쪽에 위치한 후루다오(葫蘆島)를 시작으로 동쪽 끝 단동(丹東)에 이르는 빈하이(濱海) 고속도로를 일컫는 1선과 그 사이 사이의 5개 도시- 창싱다오(長興島), 잉커우(營口), 진저우(錦州), 단둥(丹東), 다롄화위안커우(大連花園口)로 연결된 랴오닝성 연해개발전략을 뜻합니다. 이로써 랴오닝성은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조선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정책적 기반을 획득했다고 볼 수 있지요. 특히 한국의 STX가 창싱다오에 조선업 기지를 건설함에 따라, 랴오닝성은 한국 조선업의 이목을 집중하는 지역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그림4. 5점 1선

출처 : www.image.baidu.com (필자 수정)
 


2010년 3월, 제가 창싱다오에 위치한 STX 조선소를 방문했을 때도 조선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배를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인데 <사진-1>처럼 지상에서 조립해 바다로 끌어낸 후 해상에서 마저 완성하는 방식이 있고, <사진-2>와 같이 큰 수조안에서 배를 완성한 후 여기에 물을 채워 바다로 내보내는 방식이 있습니다. 저는 커다란 배를 어떻게 만들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선체를 따로 따로 나눠서 제조한 후 이를 용접해 하나로 붙인다는 사실을 듣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어렸을 적 많이 했던 레고 놀이가 생각났거든요.

 

     <사진-1>                                                                            <사진-2>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속담도 있지요. 그러나 세계 조선업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에서 한국기업이 진출해 현지 업체와 직접 경쟁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한국기업과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중국 선주에게 직접 배를 팔아 현지 내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기업 뿐만 아니라 대만, 싱가폴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합니다.


같은 중화권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 기업들과의 경쟁구도는 가뜩이나 폐쇄적이고 꽌시(關係, 인맥) 중심적인 중국 비즈니스 환경에서 한국기업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제가 STX 조선소를 방문했을 때 담당자와 면담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결국 한국기업은 중국이 못하는 부분을 노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였습니다. 중국 우량업체를 경유해 중국인이 중국인을 상대하게 하는 구조로 현지 환경의 불리함을 극복하거나, 중국기업의 맹점이자 한국기업의 강점 중 하나인 서비스 측면을 대폭 강화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체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중국기업의 추격이 빨라진 지금, 기술혁신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살아남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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