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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세미나]쑤저우(蘇州)와 강남 4대 재자(才子)

노수연 소속/직책 : KIEP 중국 권역별 성별 연구팀 부연구위원 2010-06-29

우리에게는 '동양의 베니스', '정원의 도시'로 유명한 쑤저우(蘇州).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인 춘추전국시대에 오(吳)나라의 도읍지가 된 이후 수많은 이야기를 남긴 도시이기도 한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강남 4대 재자(江南四大才子)’에 얽힌 이야기와 가 볼 만한 곳을 소개할까 합니다. 


먹거리가 풍부하고 경치가 아름다운 쑤저우는 예부터 귀족과 문인(文人)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21세기 아시아에 소녀팬을 사로잡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4대 꽃미남 F4가 있다면 500년 전 중국에는 ‘4대 재자’가 있었답니다. 바로 당백호(唐伯虎), 축지산(祝枝山), 문정명(文征明), 서정경(徐禎卿)을 일컫는 말이죠. 현존하는 초상화를 볼 때는 외모가 특별히 출중해 보이지는 않지만, 시(詩)․서(書)․화(畵)에 있어서만큼은 양쯔강(揚子江) 이남 지역에서 당대 최고로 손꼽히던 분들이랍니다.
  

 

 


                                                           2000년 홍콩에서 제작된 TV 드라마              1993년 주성치, 공리주연 홍콩영화 
                                                          <금장사대재자(金裝四大才子)> 포스터           <당백호점추향>포스터
                                                          (자료: www.baidu.com)                                     (자료: http://movie.naver.com)



명나라 F4 중 단연 으뜸은 당백호랍니다(구준표쯤 될까요). 당백호의 본명은 당인(唐寅), 경인(庚寅)년 인(寅)월 인(寅)일 인(寅)시에 태어나서 이름을 ‘인(寅)’이라 지었다네요. 부잣집 자제였던 당백호는 어릴 적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부족한 것 없이 낭만을 즐기며 살았지만, 20대 후반 가세가 기울자 과거에 응시했다가 시험장에서 부정행위사건에 연루되어 낙방, 그 후로 죽을 때까지 고향에서 그림을 팔며 살았답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옛날이야기 중에 <당백호점추향(唐伯虎點秋香)>이라는 고사가 있는데요, 그 주인공이 바로 당백호랍니다. 내용인즉슨 부잣집 도령 당백호가 화(華)씨 집안 하녀인 추향에게 한 눈에 반해 그 집 하인으로 들어가 구애를 한다는 내용인데, 워낙 흥미로운 소재인지라 중국이나 홍콩에서 많이 영화, 드라마로 제작되었지요. 실제로 당백호가 남긴 『당인시집(唐寅詩集)』을 보면 “난강(蘭江)을 그리니 물결 출렁이고(我畵蘭江水悠悠), 저녁 무렵 정자 위 빽빽한 단풍잎이 사랑스럽도다(愛晩亭上楓葉稠). 가을 달은 그윽하게 절간을 비추고(秋月融融照佛寺), 향기로운 연기가 모락모락 누각을 휘감네(香煙䙚裊繞輕樓)”라는 시가 있는데, 재밌게도 시구의 앞글자만 따면 ‘아애추향(我愛秋香)’, 다시 말해 ‘나는 추향을 사랑해’라는 문구가 나타나 당백호의 추향에 대한 애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존인물 추향은 사실 당시 쑤저우에서 유명한 기생이었고, 당백호보다 20살이나 많았습니다. 결국 <당백호점추향> 이야기와는 달리 실제로는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지는 못했죠. 


 당백호와 그의 막역한 벗이자 초서(草書)로 유명했던 축지산, 산수화에 능했던 문정명, 시를 잘 썼던 서정경 등 이들 명나라 시대 F4는 탐관오리를 증오하고 벼슬에 큰 뜻이 없었으며 주로 낭만과 자유를 논했는데, 지금도 쑤저우에는 이들의 흔적이 남아있답니다.   

 

 

4대재자가 노닐었던 정원(定園)의 전경(자료: www.http://wiki.lets-study.com)

 

쑤저우에는 졸정원(拙政園), 유원(留園) 등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9개의 정원을 비롯해 아름다운 정원들이 많은데요, 그 중 하나인 정원(定園)은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번쯤 가볼만한 정원입니다. 이곳은 명나라 개국공신인 유백온(劉伯溫)이 정적을 피해 숨어들은 곳이자, 4대재자가 풍류를 즐긴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정원 가운데에는 쑤저우에서 가장 큰 인공호수인 탑영호(塔影湖)가 있는데, 4대재자가 바로 이곳에서 노를 저으며 술과 예술을 즐겼다고 전해진답니다.
 

우리에게는 그저 아기자기한 귀족들의 정원이 많고, 비단이 많이 나는 곳으로만 알려져 있던 도시, 쑤저우! 베이징(北京), 시안(西安)과 함께 역사유적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고도(古都) 쑤저우 속에 깃들어 있는 역사와 문화는 경치 이상의 감동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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